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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144화 (144/385)

야안 144화

마크 자작의 몬스터 토벌로 올해도 영지의 영역이 늘어났다.

이제 몬스터와 전투가 익숙해졌던지 시간이 갈수록 숙련도가 늘어 그 피해도 줄고, 확장되는 속도도 빨라졌다.

마크 자작은 한동안 몬스터 토벌을 멈추었는데 이는 목책을 짓는 속도가 확장하는 속도를 크게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일꾼들이 많이 늘고 그 일꾼들의 숙련도도 높아지기는 했지만, 기병들이 영지를 확장하는 속도는 미처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이다.

마크 자작은 올해 안에 자작 가 규모의 영지까지 확장시킬 생각이었다.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본다면 내년에는 자작 가 정도의 인구가 모여들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의외로 예전 마크 영지 규모의 산지를 넘어서면서 상당한 넓이의 벌판과 질 좋은 토양을 발견한 터라, 영지로 영역을 편입하게 되면 영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기마병 일천을 챈들러에게 내주어 목책을 짓는 이들의 안전을 지키게 한 마크 자작은 한 달 만에 성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지난 야안이 그에게 준 위대한 보호의 조각을 몸에 지니게 된 뒤 쉽게 지치지 않게 된 마크 자작은 거친 생활을 하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건장함을 보였다.

그는 성에 돌아오자마자 이번 몬스터 토벌에 새로 투입될 500의 기마병과 2,000의 보병을 훈련했는데, 아직 부족함이 많았지만, 군사 훈련시설에서 받은 훈련이 나쁘지 않은 듯 그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따랐다.

정예병까지는 아니었지만, 제식훈련이 잘 되었고, 각자 근골이 우수한 터라 그 성장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 예상했다.

이번에 실전을 투입하게 된 뒤 살아남게 된다면 이들은 내년 카람 백작의 군대와 좋은 일전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은 몸이 노곤해진 터라 마크 자작은 이른 시간에 성에 들어서다 처음 보는 어린아이가 성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흥미를 가졌다.

아이는 준수한 편이었고 그 나이 대의 귀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전체적인 외관의 모습과 달리 아이의 눈빛은 어린아이답지 않게 깊고 맑았다.

또한 성정이 밝은 듯 흥얼흥얼 거리며 성 여기저기를 구경했는데, 마크 자작은 이내 다가가 물어보았다.

“처음 보는 얼굴이구나? 네 이름이 무엇이냐.”

아론은 갑자기 나타난 마크 자작에 잠시 놀랬으나 이내 몸을 바로 하며 인사드렸다. 어린아이 답지 않게 정식으로 예법을 보이는지라 마크 자작은 작게 감탄을 보였다.

“베론 아론이라 합니다. 마크 자작님.”

아론은 성에 걸린 초상화를 본 적이 있었기에 마크 자작임을 단번에 알아 이처럼 인사를 하는 것이다.

“호, 총관의 자제로구나. 과연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눈빛이 매우 깊고 밝구나. 그 성정도 곧은 듯하니 너의 아버지가 얼마나 기뻐할지 잘 알겠다.”

“감사합니다.”

마크 자작은 자신이 총애하는 총관의 아들이라는 말에 아론에게 큰 흥미가 생겼다. 아론의 그 또래답지 않은 조숙한 모습에 잠시 노곤한 듯한 피로마저 잊어버렸다.

“그래, 어디를 가는 길이냐?”

“아버지께서 일을 하시는 터라 한스 형에게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 보통 한스에게 가서 뭘 하지?”

“책을 읽기도 하고 그에 대해 가르침을 받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아론이 범상치 않은 이라는 것을 눈치챈 마크 자작은 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론과의 대화가 즐거웠다. 그는 잠시 이야기를 나눌 모양으로 단풍이 지는 나무 옆 등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를 요청했다.

아론은 평소 마크 자작님에 대한 이야기를 친숙하게 듣고 지난 카람 백작과의 전투에서 크게 승리를 한 대단한 분이라는 것을 알기에 기꺼이 마크 자작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실제로 만나니 호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크 자작은 아들이 살아 있었다면, 이 같은 손자를 보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어 남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마크 자작은 처음 야안의 아들이라는 점에 호의를 품은 것 이외에도 이제 죽을 날을 기다리는 자신과 달리 생명력이 넘치는 아이를 보자 자연스럽게 끌려졌을지 모른다.

이유야 어쨌든 마크 자작은 이 총명한 아론에게 갈수록 그 느낌이 좋았다. 그는 많지 않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전대의 총관이 야안에게 천재라 말했던 것처럼, 이 아이 또한 천재의 반열에 들었음을 알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마크 자작은 더욱 아론이 대견스러웠다. 찰랑대는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던 마크 자작은 영지에 대한 일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아론은 미숙하지만, 어른도 가지기 힘든 번쩍이는 재치를 담아 대답을 해 그의 감탄을 사기도 했다.

아론은 그 나이 때 아이답게 위인에 대한 동경이 자리했다. 또한, 뛰어난 머리를 지닌 덕분에 전쟁과 같은 것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크 자작이 마치 옆집 아저씨같이 편히 대하는지라 그는 궁금했던 점에 대해 물어보았다.

지난 야안이 아들이 그에 흥미를 느껴 행해 알려준 전쟁 이야기에 대해 마크 자작에게 물어본 것인데, 마크 자작은 아론의 입에서 말이 나올수록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행했던 전술에 대한 정확한 요체들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아이 답게 치기 어린 점도 있었고, 시야가 좁은 면도 있어 어떤 점에서는 이상한 형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갔지만, 마크 자작은 오히려 그런 점이 신선했다.

전술은 지난 역사에서 배운 바를 운용하는 바가 많았다. 실패한 이유와 성공한 이유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보완점이나 주의점을 찾는 것이다.

한데 같은 내용을 배웠다 하여 그 실행되는 것이 다 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전술의 묘미이다. 상황이 다르고 아군과 적의 병과가 다르다. 과거에서 배우는 것을 얼마나 적절하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훌륭한 전술가가 될 수도 또는 최악의 지휘관이 되기도 한다.

전술을 배우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 머리가 굳어지게 마련이다. 변화무쌍한 전술가라 해도 그것은 마찬가지이다. 그 특유의 전술 형태가 이루어지게 된다.

마크 자작도 이와 같았는데, 아론의 그 엉뚱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에 그는 다시금 새로운 전술의 방향을 열게 되었다.

“어린아이에게도 배울 바가 있다 했던가?”

물론 그 어린아이가 보통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지만, 자신이 마음을 기울이지 못했다면 무시하고 넘어갔을 일이다.

아론은 갑자기 중얼거리는 마크 자작에 재잘거리던 입을 닫으며 마크 자작을 쳐다보았다. 곧 아이의 눈빛을 인식했던지 마크 자작은 웃음을 흘렸다.

“하하. 고맙구나. 내가 너에게 배운 바가 많다.”

마음이 즐거워서인지 더 이상 몸도 노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아론에게 마크 자작은 다시금 미소를 보이더니 아이가 말한 전술 형태를 다듬어 효과적인 형태로 바꾸어 이야기해주었다.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이야기를 하듯이 조곤조곤한 말투로 풀어 설명해주었는데, 덕분에 아론은 그 마크 자작의 전술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론은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내 흘렸다.

현실에 맞추어 다듬어진 마크 자작의 전술은 너무도 사실적이라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였다. 마크 자작의 전술은 정말 신기와도 같았다.

경지에 오르면 복잡한 것은 단순하게 흘러가는 법인데 마크 자작의 전술이 그러했다. 아론은 비교 대상이 없기에 그의 전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은 몰랐지만 그래도 직감적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조손지간처럼 화기애애하며 토론을 하던 그들은 아론의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끝이 났다.

마크 자작은 멋쩍어하며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는 아론에 웃음을 흘리며 안듯이 일으켜 주며 말했다.

“내 욕심에 너 배고픈 줄 몰랐구나. 어서 식사를 하도록 하자. 한참 성장기일 때는 많이 먹어두는 것이 좋아.”

“네, 감사합니다.”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아론에 마크 자작은 다시금 아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 이내 아이를 데리고 접객실로 데려갔다.

다른 곳은 아이가 식사하기에 그 방의 규모나 하인들이 오가는 것이 불편하다 여겼기 때문이었다. 지나가는 하인에게 음식을 그곳으로 내오라 명한 그는 접객실로 가는 내내 이곳 성에 대한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곤 했다.

마크 자작 가는 이곳에 자리 잡은 지 몇백 년의 시간이 흐른 터라 이야기는 상당히 많았다. 변방이었던 만큼 화려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어린 아론이 눈을 빛내며 들을만한 이야기 거리 정도는 되었다.

곧 접객실에 도착한 그들은 먼저 나온 차와 과자 따위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때쯤 마크 자작은 예전 야안을 고용하기 위해 조사하다 알게 된 베론의 성을 얻은 그의 조상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마크 가의 집사였던 그는 본래는 이곳 사람이 아니라 했다. 타지 왕국의 사람으로 원래 그의 집은 상인의 일을 하던 이였다.

그 자신도 가문의 뜻을 따라 상인이 되려 했지만, 일찍부터 그의 머리가 수재로 뛰어남을 알았던 그의 아버지는 신분 상승을 꿈꾸었다.

그러다 마일드 왕국에 준 귀족이 될 수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를 공부시켜 유학을 떠나게 하였다.

다행히 머리도 뛰어난 편이지만 워낙 성실한 편이라 시험에 합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원래 타국 사람이라는 점 때문에 그를 고용하려는 이는 없었다.

결국, 흘러 흘러가다 이곳 마크 영지에 잠시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당시 마크 남작은 능력은 없지만 워낙 호인이라 이내 가산의 재물을 팔아 이곳 마크 영지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아론은 예전 할아버지에게서 조상님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나 신기해하였다.

얼굴이 불그스름해 진 아론의 모습에 마크 자작은 음식이 나오자 아이가 먹기 좋게 잘라 내 주었다. 그런 그에 아론은 다시금 감사의 표시를 보였고, 마크 자작은 작게 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식사를 하면서 아론의 아버지인 야안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아론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가슴을 두근두근 거렸는데, 이는 어린 나이지만 아버지가 위인전에 나오는 위인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못지않은 일을 해내는 것을 알아 자랑스러워해서였다.

특히 탈리아 왕국의 윌 백작 가의 난민 2만 명을 데려온 이야기에서 아론은 음식을 먹는 것도 멈춘 채 멍하니 빠져들었다.

그런 아론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 주던 마크 자작은 미소를 보이며 말해 주었다.

“현재 네가 보고 있는 마크 영지는 오 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을 일이었단다.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너의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해도 좋다. 나는 부족함이 많은 이라 전쟁 이외에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래도 네 아버지가 한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정도는 안단다.”

그의 말 속에 자리한 진정성을 알아서일까? 아론은 한 손으로 포크를 꼭 쥔 채 결의에 찬 얼굴로 말했다.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될 거예요.”

아론의 그 모습에 마크 자작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너는 그렇게 될 것이다.”

장담하는 마크 자작은 갈수록 아론이 마음에 들었다. 멍청하고 이기적인 조카들이랑은 차원이 달랐다.

자신이 아직 건재하건만 마크 가의 뒤를 이어보려 수작을 부리는 욕심 많은 외가 친척들의 자태가 어이가 없었다.

욕심이 있으면 그만큼 능력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그런 능력을 지닌 녀석은 하나도 없었다.

자신이 죽게 되면 카람 백작과 관계된 귀족들과 척을 지게 될 터인데, 최소 그런 그들의 견제 속에서 후계자는 살아남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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