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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162화 (162/385)

야안 162화

그 수준에 이르자 보이는 관점이 달라졌다. 수많은 학문을 쌓은 덕분에 좀 더 정확한 본질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가 끄적거리던 낙서는 뛰어난 이론이 되었고, 일상에서 꺼내는 말에는 깊은 철학적인 고뇌가 자리했다.

애초에 그 같은 천재를 가르칠 만한 이는 이 대학에 없었다. 국가에서도 몇 되지 않은 대학사가 대학에서 배움을 구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죽은 뒤에도 야안은 여전히 대학에서 청소부의 일을 하였다. 지난 과거에 노쇠한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청소부의 일을 했다면, 지금은 그런 명예가 부질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학사 수준에 오른 그이기에 다른 대학사들이 그러하였듯이 배움의 단계를 넘어 그는 그 스스로 길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어떤 존재도 대학의 청소부 중 한 명인 야안이 대학사 수준에 올랐음을 몰랐다. 같이 일하는 청소부는 물론이고, 많은 시간을 보낸 그의 아버지도 몰랐다.

그렇게 야안은 낮에는 청소를 하고 밤에는 새로운 논문들을 살펴보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5년의 세월이 흘렀을 때 그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게 되었다.

그가 찾은 길은 어느 한 학생이 낸 논문에서 시작되었다. 논문의 수준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여타의 학생들에 비한다면 저급한 지식수준이었다.

하지만, 논문에 지나가는 듯이 자리한 한 이야기에서 야안은 눈길을 뗄 수 없었다.

<저 멀리 대륙의 땅끝에 신께서 남겨두신 비밀이 있다. 이곳의 주민들은 그 비밀이 신의 언어가 묻힌 곳이라 한다.>

“신의 언어?”

중얼거리던 야안은 직감적으로 이것이 자신이 찾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이었다면 그저 비웃으며 넘어갔을지 모른다.

하지만 야안은 비웃을 수 없었다. 대학에 들어선 책 중 중복되는 책들을 빼고 대부분의 책을 보았다 자부하는 그였다.

여타의 대학사들이 정치를 하거나 새로운 학문을 만들 때, 그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여전히 수많은 책을 살피어 본 것이다. 그 덕분에 그는 다른 대학사들보다 폭넓은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과거 여러 학문에서 이 신의 언어가 언급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이 문학이든, 역사학이든 수리든 간에 깊이 파고들면 이 신의 언어가 한 번씩은 언급이 되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것이 단순히 전설 따위가 아닌 신비성이 짙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여겨졌다.

그는 이후 자신이 보았던 자료들을 모아 살피며 집대성하기 시작했고, 일 년이 지났을 때쯤 그는 자신의 직감이 맞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떠나야 할 시기이구나.”

마지막 자료를 정리하며 책을 덮은 야안은 짧게 그 한 마디를 내뱉더니 다음 날 일을 그만두고, 집을 비롯해 모든 것을 팔아 치웠다.

그간 청소부 일을 하면서 모아둔 돈까지 합치자 얼추 자신이 하려는 일을 할 최소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그간 자신이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찾은 신의 비밀이 자리한 장소로 움직였다. 우선적으로 자신의 나라를 살펴보던 그는 거기서 작은 물꼬를 트게 되었고, 이후 대륙의 다른 나라들을 돌며 그 물꼬는 큰 강이 되었다.

30년이 넘는 고된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하늘이 보살펴 준 덕분인지 악운에 유독 강한지라 그는 매번 고난 속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길을 걸어간 것이다.

그의 외모는 길가의 거지처럼 추레해져 갔지만, 그는 그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지만, 이미 그런 허례허식은 오래전에 사라진 그였다.

그는 자신의 긴 여정의 끝을 자신이 이 길을 가게 했던 시발점인 대륙의 땅 끝으로 잡았다.

야안이 도착한 곳은 텐데 족이 사는 나라의 외지에 자리한 검은 그림자라는 부족이 사는 곳이었다.

영적인 교류를 하는 존재들이기도 하였는데, 야안은 그들에게 긴 시간 사정해 금역이라는 곳에 들어섰다.

그곳은 푸른빛이 감도는 회색 동굴이었다.

이 동굴 안에는 신의 언어가 자리한다고 했는데, 아무도 그것을 본 자는 없다 하였다. 그렇기에 모두가 실망을 하며 그저 전설이라 치부할 뿐이다.

하지만, 야안은 다른 이들과 달랐다.

그가 지난 30년을 넘게 대륙을 횡단하며 신의 흔적들을 찾은 것에는 바로 이곳에 자리한 신의 언어를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신의 언어를 알기 위해서는 대륙의 열두 개의 나라에 자리한 신의 흔적을 모아 하나로 만들어야 했다. 그것이 시작이다. 단순히 모아서는 의미가 없다.

그 하나하나의 흔적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만 온전히 신의 흔적들을 하나로 합칠 수 가 있는 것이다.

야안은 그 과정을 모두 거쳤고, 그렇기에 그는 동굴에 들어서는 순간 신의 언어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언어를 접하는 순간 야안은 거대한 거인의 망치에 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정신이 혼미해져 갔다. 그는 그 혼란스러운 가운데 끊임없이 들어서는 지식에 숨통이 조여져 갔다. 핏대가 터져나가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니, 비단 눈만이 아니라 코와 입, 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고통은 지독했다. 누군가 머리를 열어 뜨거운 기름을 붓는 듯했다.

“끄아아악”

야안의 입에서 피와 함께 터져 나오는 그 일갈의 비명과 함께 거울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었고, 야안은 주술에서 깨어났다.

“크흑, 헉.”

주술에서 깨어난 야안이 느낀 첫 감정은 고통이었다. 주술 속의 그처럼 야안의 오공에서는 피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고통의 시간을 버티어 지금의 경지에 오른 그 인만큼 그는 참고, 또 참아 머리가 끓는 듯한 고통의 시간을 견뎌냈다.

그로부터 한나절이 지난 뒤에야 그는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머리가 박살이 난 기분이군.”

조용히 중얼거리던 그는 그래도 그 고통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주술 속 대학사의 일부 지식을 그가 얻었기 때문이다.

그로서 그의 지혜 스탯이 11이나 올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고통이 남긴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중급 현자 마스터의 지혜를 지닌 그가 그 정도의 지식을 얻는데 그 같은 고통을 얻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야안이 얻은 것은 이전 리트담이 만들고 남겼던 함루어였다.

신의 언어라 하였던 그 언어의 정체는 바로 함루어였던 것이다. 예전 야율수를 통해 함루어에 대해 잠깐 살펴본 바가 있던 야안은 그 함루어는 사실 쉽게 축소된 형태에 불과함을 깨닫게 되었다.

신의 언어라는 말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만큼 함루어는 정령의 언어 이상으로 고차원적인 언어 체계를 지니고 있었다.

“리트담 그분은 희대의 천재로구나.”

야안은 진정한 함루어의 체계를 깨달은 순간, 이 저서를 쓴 위대한 주술사 리트담이 대현자 테무드 못지않은 자임을 깨달았다.

아니, 어떻게 보면 그는 진정한 의미의 천재일지도 모른다.

대외적으로 단순히 외우거나 수식을 빨리 푼다 하여 천재라 한다지만 그 같은 경지에 오른 야안이 생각하는 천재는 달랐다. 하늘이 내린 재능을 지닌 자는 홀로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는다.

전설의 현자들이 위대한 이유는 바로 그런 점이다. 초대 전설의 현자는 검을 만들었고, 2대의 전설의 현자는 주술을 만들었다.

3대의 전설의 현자는 아쉽게도 운이 닿지 못해 새로운 힘을 만들지 못했지만, 대신 그는 죽어가던 주술의 맥을 체계화하여 현재 주술의 바탕을 만들어내었다.

물론 전설의 현자들이 한 일에 비한다면 미치지 못하지만 리트담은 그 못지않은 위대한 일을 해내었다.

그는 발상의 전환이 뛰어난 존재였다. 그가 만든 함루어의 체제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이 함루어에 대해 알려면 먼저 주술의 기본 목적이 무엇에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앞서 이야기하였듯이 주술의 기본 목적은 인간의 잠재력을 일깨워 한계 이상의 힘을 쓰는 것에 있었다.

무의식을 일깨워 의식과 동조하여 의지 아래 자신과 주위를 다스리는 것이다.

위대한 주술사의 경지에 오르면 의식과 무의식을 자유롭게 오가며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통제하게 되는데, 그는 그 과정에서 의지의 발현에 대해 생각했다 .

인간의 의지는 놀랍다.

자연에 자리한 마나를 몸 안으로 끌어들여 그 마나를 자신의 의지 아래 내려놓는다. 그 마나의 힘으로 거대한 힘을 뿜어내고 검기를 날리기도 한다. 마법 또한 그러하다. 현자는 체외의 마나의 흐름을 그 의지 아래 가두어 강력한 의지가 자리한 자신의 마나를 이용해 마법을 발현한다.

하지만, 리트담이 생각한 의지는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것이다.

바로 신관의 신성 마법 또한 의지에서 흘러나오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 발상은 정말 놀랍다. 이는 그 생각을 연장한다면 인간이 신과도 같은 힘을 자유자재로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아니, 좀 더 나아간다면 인간이 신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확실히 신성 마법은 기이한 면이 있다. 마나를 활용하는 것도 아니다. 몸에 무리가 오는 것도 아니다. 리트담의 생각처럼 의지라 할 수 있는 순수한 바람만으로도 신성 마법을 펼칠 수 있다.

이 점은 현자들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었다. 의지라 한다면 무언가를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

한데 리트담은 그 힘이 인간의 뇌에서 흘러나오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 이론을 무시하지 못하는 사례들은 수없이 많다.

살날이 몇 달밖에 남지 않은 이가 절망에 빠지지 않은 채 착실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일상 속의 행복에서 극한 감동을 느껴 병을 고친 이야기도 있으며, 가짜 약의 효과로 수 많은 이들의 병을 고친 사례도 있다.

또한 깨달음을 얻어 각성의 시간을 가진 이가 그 짧은 시간 속에서 몇십 년의 세월을 겪는 듯한 희귀한 경험을 가지기도 한다.

신성 마법은 현자들이 자연의 마나를 다루어 마법을 펼치듯이 그 인간의 뇌에서 흘러나온 힘을 다루어 펼치는 것이라고 그는 판단했다.

그것이 다가 아닐지 모르지만 리트담은 주술의 진정한 가치는 이것임을 직감했다. 그는 이 뇌를 자유롭게 다루기 위해 여러 체제를 살폈다.

그리고 그는 강력한 의지만이 이 뇌에서 미증유의 힘을 낼 수 있다 판단했다. 그리고 그 의지를 자유롭게 다루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이 함루어이다.

고차원의 체제를 갖춘 이 언어는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 해도 알지 못한다. 오직 위대한 주술사에 오른 이나, 리트담의 저서에 숨겨둔 비밀을 본 자만이 이 언어를 깨달을 수 있다.

야안은 이 함루어를 아는 순간 그간 막막했던 주술은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예전 야율수가 보였던, 얼굴을 바뀌게 하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단순히 얼굴만이 아닌 체형도 바꿀 수 있었고, 원한다면 성별까지도 바꾸는 게 가능했다.

그것은 자신에 한해서만이 아니라 다른 존재 또한 가능했는데, 다만 성별이나 무리한 체형의 변화는 마법처럼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닌 못해도 1년 정도의 긴 시일을 두고 천천히 펼쳐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신의 힘이 닿은 것처럼 자연스러워 부작용도 없으며 주술의 힘이 떨어져 풀리지도 않는다.

진리의 길을 걷는 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은 기괴한 힘이었다. 아니, 진리의 길에서 벗어난 역천의 힘으로 볼 수 있었다.

야안은 아직 그 함루어에 대한 깨달음이 낮은 터라 체외로 힘을 보이는 것은 아직 무리였고, 그 스스로 할 수 있는 주술도 제한적이었다.

앞으로 한 차례 더 성장할 수 있다면 인지능력을 가속화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야안은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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