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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165화 (165/385)

야안 165화

천인장을 야안에게 내주어 보병 중에서 그 기량이 뛰어난 이들 오백을 뽑아 별동대를 만들어 내 준 것이다.

야안 또한 말상 전투는 익숙하지 않았기에 그 같은 결정을 반겼다.

이 오백의 별동대는 마크 자작이 공을 들인 보병 중에서도 가장 정예화된 이들이기에 그 수준이 뛰어났다.

이들 모두가 하급 유저 이상이었고, 조장들은 하급 유저 끝자락에 있었으며 백인 장들은 중급 유저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각자 그 전문적인 분야는 달랐지만, 대부분이 검을 잘 다룰 줄 알았다. 야안은 별동대의 특성상 검과 방패를 주로 사용할 것이기에 이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이미 상급 익스퍼트 끝자락 있는 야안인 만큼 그가 진실의 눈을 펼쳐 그들을 다시 살피어 개개인의 무위를 가르치기 시작하자 이들은 놀라운 성장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르친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그 기량이 20% 이상이 상승한 것이다. 단점들을 진실의 눈에 힘입어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설명을 하니 이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야안의 가르침을 무리 없이 따랐다.

덕분에 중급 유저의 문턱에 자리한 26명이 그 가르침에 의해 자신의 벽을 무너뜨리게 되었다. 야안이 보기에 아직 남은 2달 반의 시간이 지날 때면 추가적으로 30명 정도가 더 중급 유정에 들어설 것으로 보았다.

일이 그렇게 되면 대부분의 조장은 중급 유저의 수준에 오르게 되니, 별동대로서 그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장에서 그들은 야안이 지적한 것을 유의하고 그의 가르침을 따라 계속 수련을 하게 된다면 하급 유저들은 그 끝자락에 있을 것이며, 본래 백인장이던 중급 유저들 또한 한 단계 성장하게 될 것이다.

야안이 가르친다고 하지만 그 개개인의 기량을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했기에 별동대는 처음 때를 제외하고는 크게 손이 가지 않았다.

이들 별동대가 야안에 대해 보이는 충성심은 맹목적이다 싶을 정도이다.

그들 대부분은 본래의 영지민들이 아닌 피난민들이거나 농노출신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그들은 아직도 정처 없이 떠돌아다녀야 했을 것이고, 희망도 없는 삶 속에서 맴돌아야 할 것이다.

자신들에게 빛을 내준 분이었다.

이들은 야안이 자신의 상관이 된다는 말에 밤잠을 설칠 정도로 기뻐하였다. 그분의 밑에서 지시를 받다 당장 오늘 죽어도 상관이 없을 정도였다.

일이 그러하니 야안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자연히 별동대의 그 누구도 게으름을 피우는 이는 없었다.

새로 맞아들인 제자 젤로는 현자의 재목답게 일을 배운지 반년도 되지 않아 상당한 일을 맡길 수 있게 되었다.

본래 사람을 다루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그녀인 만큼, 야안이 상위 관료를 그녀에게 맡기자 그녀는 야안조차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어려 처음 무시하던 관료들은 어느새 스스로 앞장서 그녀를 보위하기 시작했던지라, 그들의 일 처리는 순풍을 탄 배와 같았다.

덕분에 야안은 크게 일을 줄일 수 있어 그간 미루어 두었던 상위 현자의 벽을 본격적으로 무너뜨리는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뇌전의 정화와 현자의 지팡이의 힘을 빌려 조금씩 벽을 부수기 시작하던 야안은 겨울의 끝자락의 어느 늦은 새벽. 그 징조가 보였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 마음이 가볍구나.”

폐쇄된 동굴 안에서 스승이신 로뎅께서 남기신 수련일지를 살펴보던 야안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확실히 그날은 다른 때와 달리 마음이 한없이 가벼웠고, 머리는 비 온 다음 날처럼 맑았다. 뇌전의 정화 덕분에 지치지 않는 심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날은 다른 때보다 더욱 단단하였다.

야안은 버릇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시작했고, 어느 순간 그의 머리 끝자락에서 무언가 태동하듯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곧 천지가 개벽할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동시에 야안이 나뉘었다. 그의 정신은 머리 끝자락을 뚫고 지나 하늘 저 멀리 올라섰다.

그는 그 상태에서 대자연을 살피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묻고 답했다. 인간의 몸에서 벗어났기에 그의 관점은 매우 객관적이었다.

단순히 일개의 생물체로서 보는 것이 아닌 대자연의 입장에서 관하는 것으로 그는 그 과정을 통해 진리를 향해 크게 한 발 내닫을 수 있었다.

반나절이 지난 뒤에야 야안은 그 상태에서 천천히 벗어나게 되었다.

둘로 나뉜 야안이 다시 하나로 합쳐졌는데, 그 정신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탓에 잠시 몸은 그 정신을 받아들이느라 지진 위에 쓴 것처럼 크게 몸이 흔들렸다.

“후우~”

참았던 숨을 토해내듯 야안은 길게 숨을 내쉬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에서 은은한 광채가 일렁거린다. 깊고 깊어 무저갱 같은 야안의 눈 중심에는 밝은 빛이 광채를 보였다.

그렇게 상위 현자에 오르게 된 야안은 진리에 다가선 탓인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이전이라면 감히 하기 어려운 수식들의 조합도 쉽사리 풀 수 있게 되었으며, 지난 자신이 보인 마나의 흐름이 조잡스럽다 느껴질 정도로 대자연의 마나의 흐름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로서 마나 손실률이 크게 줄었는데 그 수준이 예전 10의 손실률을 보였다면, 지금은 2 정도의 손실률에 달했다.

그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상태창을 불러들였다.

[레벨 : 147

직업 : 전설의 추종자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용사(대장인 : 미착용)

생명력 : 2,200

마나량 : 4,060

명성 : 1,800

힘 : 114(+20)

민첩 : 109(+20)

행운 : 102 (+20)

지혜 : 139(+20)

신력 : 13 (+5)

마나 : 414(+20)

정령력 : 73 (+5)

분배되지 않은 스탯 : 26]

이번 깨달음으로 지혜가 24스탯이 늘어났고 행운이 6스탯이 늘어났으며 마나 또한 18스탯이 늘어나게 되었다.

상위 현자에 오르면서 부수적으로 검과 주술 또한 한층 깊어졌다. 마나를 다루는 능력이 상승해 높아진 지혜와 행운 스탯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야안은 자신의 깨달음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지다 일어섰다.

‘전쟁이 시작하기 전에 수습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앞으로 남은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자신의 깨달음을 다져 상위현자 비기너 경지에 완전히 올라서야 했다.

다른 이라면 1년이 넘게 걸릴 일이지만, 야안에게는 뇌전의 정화와 더불어 현자의 지팡이, 초감각이 그에게 있었다.

이를 이용한다면 그는 한 달 반이라는 시간 안에 충분히 다질 수 있었다.

이제 상위 현자에 오르게 되면서 쓸 수 있는 마법의 형태가 많아졌다. ‘파토’의 마법도 능숙해지게 될 뿐 아니라, 중형 이상의 대마법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중급 현자 마스터였을 때 간신히 두어 번을 펼칠 수 있었던 불의 상위 대마법인 불의 정화를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불의 정화는 상위 현자 급의 가장 강력한 공격 형태 중 하나로, 예전 황금갈귀오크를 한 번에 산산조각내던 대마법이기도 했다. 그 힘은 그 밑의 불의 마법인 불의 벽과는 비교할 수 없다.

불의 벽의 여섯 배에 달하는 파괴력을 지닌 힘을 압축한 것이었는데, 야안은 이 불의 정화를 파이어 피스트 형식으로 펼칠 생각이었다.

불의 정화의 단점이라면 그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또한, 사정거리도 짧은 편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파이어 피스트 형식을 펼칠 수 있다면 예상하건대, 그 위력도 높아지겠지만, 앞의 두 단점도 사라질 것이다.

야안은 그 뿐 아니라, 파이어 팜 형태로도 불의 정화를 펼칠 생각이다.

압축한 형태의 불의 정화를 불의 벽의 세 배 정도의 크기로 퍼뜨리는 것이다. 부단한 연습이 있어야겠지만 펼치는 순간 그의 뻗어진 손바닥 앞으로 반경 10미터에 달하는 불의 폭풍이 불어 닥칠 것이다.

이외에도 그간 다듬었던 어스의 수준도 높아져 예전보다 3배 정도의 범위와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적에게 족쇄를 채우는 마법을 펼칠 수 있었다.

그것은 검사이기도 한 야안에게 유용한 마법이다. 일순간의 호흡 사이에 수십 합을 겨룰 수 있는 야안이라면 한순간이라도 상대의 흐름을 끊는 순간, 상대보다 우위에 서게 된다.

무엇보다 상위 현자에 올라 가장 큰 이득인 것은 현자의 지팡이를 온전히 다룰 수 있었다.

전설의 검처럼 봉인을 풀기란 요원한 일이지만, 그래도 이제 현자의 지팡이를 통해 제대로 자신의 마법을 펼칠 수 있었다.

사실 그의 스승이었던 마론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만약 그의 경지가 초급현자 비기너 수준에 올라섰다면, 그는 이 현자의 지팡이에 심마에 빠졌을지 모른다.

그는 현자의 지팡이를 통해서야 마법을 펼칠 수 있는 너무 낮은 경지이기에 이 보물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지 못했다. 아니, 그 위험성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하기야, 이 지팡이를 통해서만이 마나 애로우와 힐링을 펼칠 수 있었으니 역설적으로 그것이 그 자신을 구했다.

현자의 지팡이를 다룰 수 있게 된 야안은 상위현자 비기너의 경지를 다지게 된다면 이것을 통해 상위현자 익스퍼트 급의 마법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전 속도나 위력은 상위현자 익스퍼트에 비해 미치지는 못하지만, 여타의 상위현자 비기너와는 비교할 수 없다.

마법의 위력을 배로 높여주고 영성을 지녀 수식을 줄이는 현자의 지팡이 덕분에 초인인 상위현자 익스퍼트와 비기너 중간 형태에서 마법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현자의 지팡이는 보물이라 할 수 있다.

봉인된 형태도 이런 묘용을 보이건만, 만약 봉인이 풀린 현자의 지팡이라면 어떤 위력을 보일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야안은 이 이외에도 자신의 경지에 대해 살피다 폐쇄된 던전을 나섰다.

늦은 아침이라, 집에 도착한 그는 따로 아침 식사를 해야만 했다. 마리와 베론 가한은 붙임성이 좋은 재잘거리는 둘째 로뎅의 재롱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준 마법 물품 덕분인지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정정했다. 야안의 어머니인 마리도 육십이 넘은 지 오래였고, 베론 가한도 일흔 셋이라 귀족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장수하였다고 할 수 있다.

베론 가한은 요즘 입가에서 웃음을 떠나지 않았는데, 이는 야안이 기사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던 탓이다.

아직 전략적인 문제로 익스퍼트에 오른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지는 않았지만 준 귀족이었던 야안이 익스퍼트에 오르게 되었으니 남작의 직위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로써 베론 가문은 온전한 귀족 가문이 되었다.

야안의 현재 영지에서의 위치가 대단하다지만 그 신분은 엄연히 준 귀족이었고, 단승 귀족이었다.

하지만, 이제 남작의 신분이 되었고 혈통으로 귀족 신분을 잇게 되었으니 그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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