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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170화 (170/385)

야안 170화

정련된 강군을 그처럼 베어낸 터라 야안은 그간 다시 2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만 4레벨이 오른 것이다.

평소 영지를 다스리면 시간이 나는 중간 중간 몬스터들을 사냥한다 했을 때, 그 같은 레벨을 올리려면 3~4달가량이 걸린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빠른 레벨 업이었다.

그는 이방인이라는 존재는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에 대한 고찰을 뒤로 한 채 부상이 심한 수하들을 살폈다.

적에게 있어 검은 악마라 불리는 야안이었지만, 아군에게 있어 그 어느 신관보다 더 신령스러운 존재가 야안이었다.

이제 450에 달하는 별동대의 마음속에 야안이 점차 크게 들어서고 있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 야안은 마지막 전투에서 80에 달하는 수하를 잃고 물러서야 했다. 마크 자작과 챈들러가 수세에 몰렸기 때문인데, 데론 자작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크게 병력을 움직였다.

덕분에 야안이 기존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지키며 크게 활약을 하였음에도 그만큼의 피해를 봐야 했다.

현재 전장의 상황은 마크 자작에게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기병의 효율이 낮은 고지대로 몰렸기 때문인데, 노련한 데론 자작은 자신이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그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데론 자작 또한 꺼리는 점이 있었다.

바로 마크 자작과 챈들러는 물론 그들이 이끄는 기병 어느 하나에도 절망적인 눈빛이 없었기 때문이다.

데론 자작은 도대체 무엇을 믿고 저러는 것인가? 이해되지 않았다.

‘확실히 마크 자작이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은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그간의 전투를 보면 마크 자작은 이곳에서 상당히 많은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런 그가 이 같은 실수를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분명 상황은 자신이 압도적으로 유리함에도 못내 섬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더구나, 치고 나가야 하는 그들은 무엇 때문에 저처럼 수성에만 매달리고 있는가?”

애초에 자신들의 진형을 뚫고 나갔다면 30%에 달하는 병력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형이 두터워지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저곳의 지휘관이 그 귀신같은 전술을 보이는 마크 자작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분명 노리는 것이 있다.’

데론 자작은 그 생각으로 인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다 해가 중천에 뜰 무렵 진형이 더 이상 두터워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공격을 명했다.

곧 일만 사천이 넘는 대군이 산중턱에 자리한 기병들을 향해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마크 자작은 몰려드는 그들의 기세에도 미소를 머금으며 중얼거렸다.

“너무 나의 의도대로 움직이니 미안함마저 드는군.”

그는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고, 이내 준비된 봉화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검은 연기는 산 너머에 미리 자리한 봉화에서 이어졌다.

데론 자작은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소름이 돋았다.

“저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미 준비된 목책과 함께 진형을 견고하게 짠 그들에 일만 사천에 달하는 그들 병력은 어느 선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삼방 검진은 원래 방어에 치중을 든 만큼 마치 견고한 철벽을 상대하는 듯했다.

인고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저 멀리서 거대한 파공음과 함께 대기가 잔잔히 떨리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박-’

처음 전장의 그 요란한 소리에 묻혀버린 그 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더니 이내 카람 병사들을 동요하게 했다.

“이것을 노린 것인가! 하지만 이곳 강줄기로는 큰 피해를 주기 어려울 것인데?”

데론 자작은 거대한 물살이 병력들을 집어삼키는 것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말처럼 확실히 그 물살에 사상자가 나오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일부 물살과 가까운 자들이라면 그 힘에 정신을 잃고 죽을 수도 있겠지만, 그 수는 일천도 되지 않는 범위였다.

마크 자작이 스스로 수세에 내몰면서 준비할 전술은 아닌 것이다.

그 물살에 의해 카람 백작의 진형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때를 놓치지 않은 마크 자작은 그들의 진형을 뚫고 유유히 벗어났다.

카람 백작 측의 병력이 자신들의 진형을 압박할 때 충분히 휴식을 취했기에 가능한 돌격력이었다.

그 일격에 일천에 달하는 병력이 죽음을 맞이했다.

멀어져 가는 마크 자작을 바라보던 데론 자작은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이처럼 긴 시간을 투자한 것인가? 생각하다, 이내 그의 후각을 내지르는 고약한 냄새에 고개를 돌렸다.

인분 따위가 강물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는데, 그 냄새가 상당히 고약했다. 전체적으로 이 물살은 상당히 오염되어 있었다.

그는 더러운 이물질에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다급히 자신에게 다가온 천인장의 보고에 소름이 쫙 돋아났다.

“식량이 오염되었습니다. 지금 서둘러 먹을 수 있는 것을 골라내고 있지만 얼마 건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제야 그는 지난 그들의 행적이 이해되었다. 그 새롭게 등장한 기사가 그 직책에 맞지 않게 왜 그토록 집요하게 식량을 노렸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 것이다.

그들의 그 습격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식량의 대부분을 잃었을 일은 없을 것이다. 본래 물량 운송의 편의를 위해 후미 측에 자리한 식량들은 그들 때문에 선미로 이동된 상태였다. 그것이 결국 이 같은 절망적인 피해를 보게 했다.

마크 자작은 이 일을 위해 병력의 50%를 움직였고, 그로서 지금과 같은 물살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로칸 자작이 예상한 것처럼 강줄기의 폭이 좁고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는 탓에, 제코가 있음에도 그 병력이 동원되어야 했다.

만약 지난 로칸 자작의 일로 자신들의 병력이 노출되었다면 상대에게 이 전술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없을 것이다.

데론 자작은 계속되는 보고를 통해 자신이 이번 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임을 예상했다.

“이 전쟁 내 인생 최대의 치욕으로 끝이 날지도…….”

지금부터 물자 운송에 대한 전투가 시작될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물자를 막아설 것이고, 자신은 그 물자를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자신들은 이미 패배하였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것이 현실임을 데론 자작은 알고 있었다.

농노병 60%와 정예병 30%가 죽음을 맞이했다. 숫자로만 본다면 해볼 만 상황이지만, 그들의 보병 수준 또한 저 기병을 본다면 대단한 정예병일 것이다.

더구나 마크 자작이라는 악마와 같은 전술가가 저쪽에 자리하고 있으니, 앞으로 어떤 희괴한 일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데론 자작은 자신이 어느 정도의 병력을 살릴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임을 직감했다.

한나절의 시간이 지나 최종적으로 받은 피해를 계산한 결과 식량은 고작 육일 치 정도에 불과했고,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일 만하고 500에 불과했다.

약 700에 달하는 병력이 다쳐 움직일 수 없게 되었는데, 데론 자작은 그들을 과감히 버렸다. 그들 중 80%에 달하는 이들이 농노병이었던 게 그 결정에 도움이 되었다.

산속이니만큼 최대한 먹을 것을 구한다면 오 일치 정도는 더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은 아껴 먹는다면 보름 정도 끼니를 때울 수 있다는 말인데, 그는 그 시간 안에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는 그간 본 지형을 본따 만든 지도에 기대어 퇴로를 그리기 시작했다.

야안과 374명의 별동대가 약속 장소로 복귀했다.

그들의 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잘 알기에 마크 자작은 별동대에게 한 계급 특진과 훈장 그리고 상당량의 금액을 보상해 주었다.

또한 야안의 경우, 기사가 됨으로써 가지게 될 장원의 크기를 더 넓히었는데 그 크기가 마크 남작 때의 내성 크기 정도에 달했다.

마을 8곳을 합친 크기였는데, 그 장원에 부속된 인구만 해도 6,000명에 달했다. 현재 가장 큰 장원을 지닌 챈들러에 비해서도 40% 정도 큰 편이었는데, 누구도 그것이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이는 없었다.

그 신분도 아직 공식적이지 않지만 남작에 오를 것이고, 이번 전쟁에서 세운 공이 아니어도 그가 영지에 세운 공은 지대했다.

오히려 그 이상의 장원을 받아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현재 영지의 사정을 살핀 결과 그것이 최선이었다.

마크 영지가 이후 백작 급의 대영지가 되고 직위 또한 백작의 직위를 가지게 된다면, 백작의 권한으로 베론 가는 그간의 공을 인정받아 자작의 직위를 받게 될 것이다.

또한 그 복속된 영지도 남작 수준에 달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굳이 그것이 아니어도 현재 야안은 다음 대의 마크 영주의 친부이니만큼 그 영향력은 지금도 절대적이라 할 수 있겠다.

마크 영지가 계속 확장되는 만큼 앞으로도 본래 마땅히 장원을 받아야 할 가문들이 새롭게 속속 등장할 것이다.

마크 자작은 야안과 별동대 이외에도 이번 전술을 성공적으로 이끌게 한 챈들러와 테리, 푸리, 제코에게 그에 합당한 성과금과 훈장을 약속하였다.

아직 전쟁이 끝이 난 것은 아니지만, 마크 자작의 입장에서는 나무에서 과일이 떨어지고 비가 오면 웅덩이가 생기는 것 같이 뻔한 일이었다.

“과연 이번에 데론 자작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초급 익스퍼트에 달하는 이들이 셋이나 있었고, 그에 못지않은 기량을 가진 정령사 또한 자신에게 있었지만, 마크 자작은 그것만큼은 확신할 수 없었다.

중급 익스퍼트는 마일드 왕국의 113명에 달하는 기사 중 13에 불과했고 그 적은 숫자만큼 그가 보이는 힘은 대단했다.

더구나 데론 자작은 그들 십삼인 중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가진 이였으니, 로칸 자작과 달리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챈들러 경으로부터 총관의 검이 자신보다 뛰어난 기량을 보인다는 말에 그는 일말의 기대를 할 뿐이다.

‘먼저 방해 요소인 팔론 그자부터 지워야겠군.’

마크 자작은 푸리에게 일천의 기병을 내주어 카람 백작 측의 물자운송을 막아서게 하며, 정찰병으로부터 보고받은 적 편의 움직임에 맞추어 전술을 수정해 나갔다.

“크아악!”

요란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피 안개가 대기를 뒤덮었고, 산속의 모든 지형은 인간들의 전투로 인해 바뀌었다.

피 안개 너머로 마치 몬스터들처럼 끝없이 따라오는 그들의 모습에 카람 백작의 병사들은 겁을 먹었다.

이제 이백 명 밖에 남지 않은 병사들을 제압한 푸리는 지옥의 도가니로 변한 전장을 수습했다. 병사들이 제압되자 같이 싸우던 농노병들 또한 이내 항복하여 그들을 따랐다.

카람 백작의 농노병들은 대영지의 농노답게 체격은 좋은 편이었지만, 결국 오랫동안 자유의지를 잃은 이들이라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을 금방 인식하였다.

적 편의 수송물자를 탈환한 푸리는 백인장에게 이백의 기병들을 내주어 제압한 병사들과 함께 물자들을 마크 자작에게 이동하게 하였다.

멀어져 가는 그들을 보던 푸리는 저물어가는 노을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번으로 두 번째로군. 카람 백작 측에 전령이 도착한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는 그 짧은 기간 이 정도 규모의 수송 병력이 움직일 일이 없었다. 이번 수송 병력은 병사만 일천에 농노가 800에 달했다.

병사들의 수준은 정예병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뛰어났고, 병과가 다양했으며 그가 잡은 천인장 또한 노련한 편이었다.

비록 자신의 손에 죽어나갔지만, 상급 유저들 수준에서 제법 상위권에 들어설 실력자였다. 삼방검진을 펼치는, 최소가 하급 유저 끝자락에 자리한 마크 영지의 기병이 상대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성공적으로 수성하였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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