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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183화 (183/385)

야안 183화

그리고 그곳에는 이 기연을 가지게 해 주었던 자이한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땅을 접은 축지술로 금방 야안의 지척에 도달한 자이한은 야안의 기연을 축하해 주었다.

“정말 놀랍습니다. 설마 이 위대한 경지에 오르시다니. 축하드립니다.”

그의 말에 담긴 진심을 아는 터라 야안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인사를 받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자이한 님께서 저를 위해 신경 써 주시지 않으셨다면 없었을 기연입니다. 정말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야안의 감사에 자이한은 손을 내저었다.

“은혜라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다만 스스로 오른 경지에 한계를 실험해 보려 했을 뿐입니다. 하니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이한이 부정하였지만 야안은 그가 자신을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말로서 그를 설득하지 못할 것임을 알아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야안의 그 결정에 자이한은 싱긋 웃음을 보이더니 말했다.

“이제, 감히 저로서는 야안 님을 상대할 수 없겠군요.”

하지만, 그의 말은 사실이면서도 아니기도 했다. 근 한나절이 넘는 전투를 통해 그의 무위를 짐작하건데, 만약 검 하나만을 두고 본다면 아직 검강을 펼치지 못하는 야안은 자이한을 제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이한의 말은 야안이 검 이외에 다른 힘들을 같이 어울렸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잠시 담소를 나누던 그들은 이내 황폐해져 버린 뒷산을 뒤로 한 채 산을 내려섰다.

그로부터 두 달의 시간이 지났다.

그간 자이한의 집에서 머물면서 레필 공작을 상대하는 방법을 연구하거나 자이한이 야안에게 주술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새로 가르치는 시간을 가졌다.

야안이 지난 리트담의 저서로 주술을 펼칠 수 있게 되었지만, 그의 주술은 상당히 불완전한 모습이 자리했다.

이는 야안이 주술의 기초적인 부분이 닦여지지 않아서 생긴 문제였다.

그야말로 기둥을 세우지 않고 바로 지붕을 올린 격인데, 전형적인 사상누각이라 하여도 다른 말은 아닐 것이다.

리트담 그자 또한 설마 주술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없는 이가 자신의 숨은 유산을 가졌을지 몰랐기에 생긴 일이기도 했다.

고대 주술 제국의 황가의 마지막 후손답게 그는 주술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가진 터라 야안이 만족할 수준의 주술의 기초적인 부분을 닦게 해주었다.

만약 여타의 다른 주술사였다면 상당한 시일이 걸렸을지 모른다. 이기에 의해 그 지식을 전수받지 않았다면 자이한 그조차 기초를 닦는데 최소 3년의 세월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야안의 경우는 달랐다. 그의 행운 스탯과 리트담의 저서, 그의 주술사로서의 자질은 자이한 못지않았고, 또한 상위 현자 비기너의 경지에 오른 야안의 머리는 그 이해의 범주는 범인이 상상키 어려운 경지에 오른 상태였다.

하기에 이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그는 주술의 기초를 모두 다 땔 수 있었다. 그 대단한 흡수력에 자이한은 야안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닌 가라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야안은 주술의 기초를 습득하게 됨으로써 이전에는 하지 못한 주술들 또한 펼쳐 낼 수 있었다. 그는 그제야 리트담이 남긴 함루어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로 생긴 변화는 대단히 컸다. 예전 주술이 그저 정리되지 않은 길로 삐뚤삐뚤하게 돌아갔다면 현재 야안의 주술은 잘 닦인 도로 위를 달리는 격이었다.

자이한은 야안이 그제야 제대로 된 주술을 펼칠 수 있게 되자 본격적으로 정성기에 자리했던 주술들을 그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야안으로부터 그가 이번 대의 전설의 현자임을 알았기에, 아낌없이 그에게 황가의 주술을 가르쳤다.

따지고 본다면 마지막 전설의 현자였던 자이웅의 인연을 생각한다면 야안에게도 그 자격은 충분했다.

또한 그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야안으로부터 어설프게나마 들었던 죽음의 지배자는 상상할 수 없는 존재였다. 지고한 존재인 드래곤조차 어찌하지 못하는, 오직 전설의 현자만이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검과 현자의 마법과 달리 주술은 최 정성기 때가 아닌 자이웅 그 스스로 문을 열었던 암흑기의 주술의 수준이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죽음의 지배자를 상대하는데 그 자신이 알고 있는 주술은 야안에게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그는 판단했다.

그는 우선 야안이 이야기한 주술 제국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리트담의 발상과 그의 주술의 형태에 몹시도 감탄하였다.

신성 마법과 관련을 지어 주술이란 인간의 뇌에서 흘러나온 힘을 다루는 것이라니. 그리고 이 뇌에서 흘러나오는 힘을 다루기 위해 함루어라는 것을 만들어 다루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한 자이한은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그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아니, 직감하였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바로 이 뇌를 살피는 것이 자신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가 리트담의 주술에 대해 관심을 두자 야안은 그에게 리트담의 저서를 건네었는데, 기이하게도 대주술사의 끝자락에 자리한 그조차 야안이 보았던 리트담의 숨겨진 유물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이한은 이미 어느 정도 직감한 상태였기에 실망하지 않았다. 그 유물이 야안을 먼저 인정했기에 이미 자신과는 인연이 없는 것뿐이다.

대신 그 경지에 따라 보는 것이 달라지는 리트담의 저서는 그의 수준에 맞는 함루어는 물론 주술의 이론들을 내놓았다.

그는 며칠 간 그 책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칠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책에 빠진 그는 긴 한숨을 흘리며 야안에게 말했다.

“이 주술은 제가 지닌 주술 못지않군요. 아니, 어쩌면 야안 님에게 있어서는 이 주술이 더 큰 가치를 가질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기묘합니다. 마치 짠 듯이 황가의 주술과 그의 주술은 절묘한 궁합을 가진 것 같으니.”

자이한은 더 이상의 발전을 없을 것으로 단언하던 황가의 주술이 이 리트담이 남긴 주술로 다시 진화할 것임을 깨달았다.

그랬다. 진화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것이다.

자이한은 주술의 최종진화를 엿보았다. 그 말대로 이 2개의 위대한 주술을 완벽하게 하나로 합할 수만 있다면, 검의 종주라 불리던 로블랑의 검의 경지에 오르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또한 전설의 현자가 펼치는 대마법과도 같으며 정령의 왕인 뇌전의 정령이 본래 자신의 힘을 되찾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자이한의 경우였고, 야안의 경우는 달랐다.

신관이자, 현자이며 검사이자 정령사인 그가 이 주술로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어떤 상승효과를 이루게 될지 감히 인간의 작은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다.

그저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으로 짐작할 따름이다.

자이한은 야안이 익힌 리트담의 주술이 어떤 형식인지를 알기에, 그는 그에 맞추어 황가의 주술을 가르쳤다.

리트담의 주술에는 함루어라는 기이하고 신묘한 것이 자리했기에 자잘한 것들은 이미 야안에게 필요 없었다.

황가의 주술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바람의 술, 땅의 술, 물의 술, 불의 술, 진체의 술이 그것이다. 그리고 황가의 주술은 이 다섯 주술을 앞서 나열 순서대로 익혀야 한다.

바람의 술을 끝내야만 땅의 술을 익힐 수 있고, 땅의 술을 익혀야 물의 술을 익힐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이 익히는 주술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주술의 상승효과는 매우 놀랐다.

가장 먼저 익히는 바람의 술을 끝내면 야안의 토네의 마법처럼 몸을 가볍게 하여 그 신형을 바람같이 자유롭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되며, 또한 하급 정령 익스퍼트에 준할 만큼 바람을 다룰 수 있다.

물론 그 자유도에서 정령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주술에 입문하여 얻는 효과로는 대단히 뛰어날 것이다.

이후, 땅의 술을 얻게 되면 바람의 술의 영향으로 축지술을 펼칠 수 있게 된다. 땅을 접어 달릴 수 있게 되는데, 그 주술사의 재능에 따라 다르겠지만 웬만한 명마만큼이나 빠른 기동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후 물의 술을 익히게 되면 물을 다루게 되어, 돌이나 나무 등에서 야수를 불러내어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고, 불의 술을 익히게 되면 그 야수에게 거대한 힘을 부여하거나 환영의 술을 펼치는 게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진체의 술을 익히게 되면, 자이한이 보였던 그림자의 주술이나 분신의 주술을 펼칠 수 있게 되는데, 이때부터 진정한 대주술사로서 힘을 보유하게 된다.

이 다섯 술을 모두 익힌 뒤 그것을 하나처럼 움직이게 되면 그제야 위대한 주술사로서의 길에 들어섰다 할 수 있다.

주술의 종류에 따라 주술사의 묘용 또한 달라지는 데 주술의 최절정기에 오른 이 황가의 주술로 위대한 주술사에 오르게 되면, 그 개인의 공격 능력으로 현재 대륙의 구존이라 해도 개인으로서는 상대할 수 없다.

또한 상급 익스퍼트 급의 야수들을 부릴 수 있으며, 아군의 능력을 일시적으로 상승시키게 하거나 몇 날을 밤낮없이 전투를 벌여도 지치지 않게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다수의 전투에서는 초인의 경지에 오른 현자조차 따라갈 수 없는 위용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황가의 주술은 이기라는 것을 만들어 전해져 내려올 만큼 여타의 주술에 비해 그 난이도 상당한 것이 단점이자 장점이었다.

그로서 주술의 유출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다.

만약 야안이 진리의 길을 걷는 현자의 재능이 없었다면 자이한조차 그에게 황가의 주술을 가르치는 일을 크게 힘겨울지 모른다.

과연 야안은 그 난이도가 대단한 황가의 바람의 술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익히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그가 상위현자의 지혜를 가져서라기보다는 주술의 기초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본래 익히고 있던 리트담의 주술을 새롭게 깨닫게 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자이한의 말처럼 리트담의 주술은 황가의 주술과 연관이 있었던지라 이미 리트담의 주술이 일정 경지를 넘어선 야안은 그 흡수력이 대단한 것이다.

지금의 속도로 익힌다면 한 달 안에 바람의 술을 넘어 땅의 술을 익힐 수 있을 듯했다.

‘찌륵, 찌르륵-’

초여름. 푸른 초목 저 멀리서 풀벌레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귓가를 어지럽히는 풀벌레를 잡아다니던 아리는 예전의 모습과 달리 깨끗해진 얼굴과 더불어 좋은 비단옷으로 갈아입은 터라 그 또래 여아 중에서도 짝을 찾기 어려울 만큼 귀여웠다.

하지만 아리의 본래 모습은 갈색의 피부에 갈색 눈을 지닌 덕분인지 단순히 귀엽다기보다는 이국적인 신비로움까지 자리했다.

폴짝 거리는 벌레를 이래저래 발발 뛰어다니며 잡으러 다니던 아리는 이내 저 멀리서 엄마가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아리야~ 뭐하니. 어서 오렴.”

“네. 알았어요. 가요.”

조금 전 자신들의 영역을 괴롭히던 어린 소녀가 사라지자 그제야 풀밭을 어지럽히며 뛰어놀던 풀벌레들은 안정을 찾았다.

아리가 집으로 내려오니 이미 이사 갈 준비는 다 마친 뒤였다. 본래 세간이라 할 것도 없었던 터라 짐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근 두 달하고도 보름의 시간 동안 이곳 윤 마을에서 많은 이들을 치료해주고 이끌어준 야안이 마차를 구한다는 말에 이곳 마을의 촌장이 자신의 마차를 내주었다.

십 년 전 흑목으로 만든 이 마차는 가벼우면서도 매우 튼튼하여 마을에서도 몇 되지 않은 것인데, 워낙 그 은혜를 많이 받은 터라 서슴없이 내주었다.

야안은 그것을 검은 야쿤에게 연결하여 끌게 하였는데, 본래 명마보다 2배는 더 힘이 좋은 야쿤이었기에 그 정도의 마차는 어렵지 않게 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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