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192화
“이거 반갑군. 한동안 선실 밖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아 걱정하였네.”
“공부해야 할 것이 있었던지라. 그나저나 날씨가 참 좋군요.”
“하하. 그런가, 진리의 길을 걷는 분들의 길은 범인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범위라. 잘했네. 이 같은 좋은 날씨에 책을 파고드는 것만큼이나 미련한 짓도 없을 것이네.”
야안은 그와 잠시 잡담을 나누며, 천천히 가을 날씨를 즐겼다. 그간 마법 물품 제작으로 복잡해진 머리가 조금이나 차분해지는 듯했다.
해가 저물 때쯤 반론 남작은 선실로 돌아갔고, 야안은 말없이 저 하늘을 바라보며 지난날을 뒤돌아보았다.
리트담의 저서를 통해 우두머리의 삶을 살았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는 이곳의 내가 그곳의 나에게 영향을 주었기 때문인데, 그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들이었다. 리트담의 저서의 삶의 인물이 나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리트담의 저서의 삶의 인물에 영향을 끼쳤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것인가?’
나는 이번 일로 인해 리트담의 저서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신묘한 주술이 자리하였음을 깨달았다.
죽음을 앞둔 장군도, 무인의 삶도, 농부, 대장장이, 신학자의 길이나 주술을 쓸 수 있게 한 대학자의 삶조차도 이는 리트담의 저서에 자리한 이야기를 따라 흘러간 것에 불과한 일이었다.
이번 우두머리의 삶 또한 그럴 것인데 그의 삶에 본래 자신의 삶이 끼어들게 되었다. 한데 그럼에도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하니 내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나의 삶이 그 이야기에 끼어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
스스로 물음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끄덕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과정은 매우 험난하고 힘들지 모르지만 결국 나는 비슷한 결말을 이루어냈을 것이다.
그의 삶을 통해 배운바, 우두머리란 단순히 강력한 힘이 있다 하여 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나에게 그만큼의 무력이 없다면 나는 그 대신 그에 못지않게 수하들을 더욱 다독이고 훈련시켜 그와 비슷한 수준의 힘을 내게 할 것이다.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소망에 대해 토론하며 그곳을 함께 바라본다면 어떤 단체도 그와 같이 똘똘 뭉친 자신들을 막을 수 있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하니 진정한 우두머리로서 맞는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생각했다.
‘어떻게 내가 이 주술에 영향을 끼친 것인가?’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이내 짐작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신이 초인의 반열에 들어선 것이고, 또 하나는 자이한에게 고대 주술 제국 황가의 주술을 배웠다는 것이다.
나는 그중 황가의 주술에 중점을 두었다.
이 고대 주술 제국의 황가의 주술은 참으로 기이하게도 이것을 익히며 행운의 스탯 또한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왔다.
보통 행운 스탯은 레벨을 통해서 얻은 스탯으로 올리거나 여러 특정한 조건들에 의해서만 올리는 것이 가능한데, 이 황가의 주술은 그런 점을 무시하였다.
황제는 제국의 가장 뛰어난 위대한 주술사이기를 바라는 염이 담긴 황가의 주술이기에 그런 놀라운 일이 생긴 것 같았다.
또한 자이한으로부터 자신의 리트담의 주술과 황가의 주술이 기이할 정도로 궁합이 맞아떨어진다는 말을 들은바 그로 인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주술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소통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 만큼 그 무의식 속에서 일어난 리트담의 저서의 삶에 이 황가의 주술로 인해 그 경계가 모호해지며 자신의 의식이 잠시 끼어들게 된 것이다.
여하튼 이 같은 기이한 일에 대한 놀라움도 놀라움이지만 지금껏 그랬듯이 이번 우두머리 삶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은 적지 않았다.
행운 스탯이 26이나 늘어난 것은 둘째 치더라 그 삶 속에서 이뤄 낸 마나와 지혜 또한 같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레벨 : 178
직업 : 전설의 추종자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용사, 제왕지기(대장인 : 미착용)
생명력 : 5,006
마나량 : 21,800
명성 : 3,800
힘 : 228(+25)
민첩 : 227(+25)
행운 : 189 (+25)
지혜 : 230(+25)
신력 : 13 (+25)
마나 : 1,040(+25)
정령력 : 176 (+25)
분배되지 않은 스탯 : 0]
지혜가 48이나 올랐으며 마나는 150이나 올라가게 되었다. 그 같은 변화도 놀랍건만 앞서 보았듯이 제왕지기라는 기이한 칭호 또한 지니게 되었다.
[제왕지기 (칭호)
등급 : B
리트담의 저서로 인해 얻은 기운의 형태이다. 제왕으로서의 기운이 은연히 흘러나오게 되었다. (칭호의 중복이 가능하다.)
* 모든 스탯이 각 5가 상승하였다.
* 수하들의 충정을 쉽게 얻어낼 수 있다.
* 전투 시 그대 수하와 동료들을 어떤 상황이든 그 지닌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게 만든다.
* 고난과 역경을 같이 이겨낼 때 수하와 동료들의 성장을 한층 크게 진일보시킨다.]
그야말로 제왕지기라는 칭호가 잘 어울리는 능력이었다.
이것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앞날의 험난한 전투를 생각한다면 상당히 도움이 될 힘의 형태였다.
죽음의 지배자가 부활하게 된다면 지난 자신이 저주받은 숲의 부족들과 함께 악마와 싸운 것처럼 수많은 강자와 함께 싸워 나가야 할 때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힘이다.
굳이 거기까지 생각지 않더라도, 자이한과 함께 레필 공작을 상대할 때도 도움이 될 터였다. 어떤 상황이든 그 지닌 능력을 100% 발휘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퀘스트를 완수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다.
신관으로서도 성장하게 되었는데, 새로운 신성 마법은 없었지만 대신 기존에 신성 마법들을 펼칠 수 있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었다.
정화의 불꽃인 바란탄을 한 달에 한 번에서 보름에 한 번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리젠의 상위 신성 마법인 엘린의 횟수가 2배로 늘어났으며 하루 세 번 쓸 수 있는 타문은 다섯 번으로 그 횟수가 늘어났다.
지혜와 행운 스탯이 늘어나게 되면서 생긴 변화도 적지 않다.
마법 시전 속도나 줄어들었고, 예전에 어렵게 행한 대마법 또한 이제 한결 수월하게 펼치게 되었다.
또한 자이한에게서 주술을 배우게 되면서 생각했던 주술과 마법이 교차된 마법 물품의 제작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마법과 주술의 형태를 교차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 벌써 제작을 시도한 지 열흘이 넘은 지금도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
현재 야안이 만들려고 하는 마법 물품은 바로 축지술과 토네를 함께 교차한 물건이었다.
토네로 저항을 없애고 축지술을 펼친다면 지금까지의 움직임과는 차원이 달라질 것이 분명했다.
물론 야안은 이 마법 물품을 만들지 않아도 이 축지술과 토네를 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야안이 이 마법 물품을 만드는 이유는 이 두 가지를 시전하게 된 경우 다른 형태의 주술을 펼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마법인 경우 상위 현자 비기너에 오른 만큼 여타의 마법을 펼칠 수 있었지만, 주술은 비록 많은 발전이 있다 해도 한 번에 2가지 이상을 펼치지 못했다.
하니 주술의 쓸모를 잘 아는 그로서는 이 같은 마법 물품을 만드는데 주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바이다.
이미, 토네와 ‘카’의 마법이 담긴 마법 물품을 자이한에게 선물한 결과 그가 극성으로 펼치는 축지술의 움직임은 초인의 반열에 오른 야안조차도 쉽사리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상태에서 기이한 주술들이 펼쳐지니 그 괴이함과 위력은 배가 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잠시 간판에서 머리를 식히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던 야안은 석양이 지고 달이 떠오르기 시작해서야 선실로 돌아갔다.
방에 도착하니 자이한이 저녁거리를 가져와 자리하고 있었다. 어디서 얻었는지 도수가 높은 보드카를 마시고 있던 그는 야안이 들어서자 웃음을 흘리며 그를 반겼다.
“어딜 갔다 온 것인가?”
“날이 좋아 잠시 갑판에서 바람을 쐬고 있었네. 마침 배가 출출했는데 덕분에 다행일세.”
“하하. 지금까지 식사도 안 하시고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은 것인가?”
자이한은 웃음을 흘리며 야안을 잔에 술을 따라 야안에게 건넸고, 야안은 선뜻 잔을 받으며 맞은편에 앉았다.
자이한이 가져온 음식은 보드카와 잘 어울리는 레몬즙으로 향을 돋운 연어구이였다. 또한, 식초에 절인 생선고기에 채소를 끼운 샌드위치가 자리했는데, 먹기가 간편하여 배의 선원들이 즐기는 음식이기도 했다.
간단히 배를 채우고 자이한과 잡담을 나누던 야안은 보드카가 비워 질 때쯤 그에게서 술법에 대해 강연을 듣기 시작했다.
지난 리트담의 서에 의한 주술의 영향으로 이미 야안은 땅의 술을 완성하여 물의 술에 입문한 상태였다.
자이한은 야안에게서 리트담의 저서에 대한 비밀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유례없는 속도로 주술을 습득해 나가자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람의 술, 땅의 술, 물의 술, 불의 술, 진체의 술 이 다섯 가지의 술은 그다음 단계로 넘어서면서 점차 배는 더 어렵고 난해해지는 것을 생각한다면 황가의 술을 익힌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이 같은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기를 사용한 황가의 직계 황태자에게도 없었던 일이었다.
자이한 또한 이 같은 경지에 올라서는 데 7년의 세월이 걸렸으니, 그의 놀라움은 당연했다.
이미 이론적인 부분에 있어 야안에게 모든 것을 가르쳤지만, 이론을 안다하여 실제 주술을 펼치는 것이 쉬울 수는 없었다.
그는 물의 술을 펼치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며 그가 잘못 생각하는 점들을 바로바로 잡아 주었다.
그렇다 하여도 여타의 주술사였다면 쉽사리 고칠 수 있는 문제점이 아니었겠지만, 야안에게는 초감각이 자리했고, 그는 그로서 본능적으로 그의 조언을 큰 어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후 그 축지술과 토네를 혼합한 마법 물품을 만드는 데 자이한이 옆에서 조언을 해주었고, 야안은 그의 조언에서 문제점들을 조금씩 수정해나가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 자이한이 가족에게 돌아간 뒤에도 야안이 있는 선실의 불은 쉽게 꺼지질 않았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나서야 야안은 그 마법 물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중급 마정석이 2개에 하급 마정석이 5개나 소비해서야 완성된 이 마법 물품은 야안이 만족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향상된 토네의 조각.
등급 : C+
주술인 축지술과 마법인 토네가 결합해 만들어진 마법 물품이다. 주술과 마법의 양쪽에 경지에 오른 자만이 만들어낸 놀라운 물건이다. 하루 세 번 사용이 가능하다.
* 주술의 경지가 낮아 반영구적인 10년의 사용기간이 자리한다.
* 뛰어난 무인이라 할지라도 이 물건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상당한 숙련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로 인해 룬 조각의 습득률도 2.5%나 올라섰고 행운도 3이나 올라서게 되었다. 하루 세 번 시전 할 수 있을 뿐이라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