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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04화 (204/385)

야안 204화

초인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마법으로 보호된 경기장이라 할지라도 쉼 없이 파괴되어 버린다.

검술 대회에서 있었던 그 현란하고 위대했던 대전들조차 이 초인들의 대전에 비한다면 어린 장난에 불과하다.

왕성 도시에 자리한 레필 공작 저택의 위치는 왕성과 매우 가까웠고, 하기에 자칫 그 피해가 그곳에 자리할 수도 있었다.

하기에 그는 왕성 도시에 바깥에 자리한 이제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폐쇄된 경기장에 그를 초대한 것이다.

그 날짜가 다음 날 새벽인지라 자이한은 작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생각한 것보다 일이 급하게 돌아가는군. 뭐~ 이 또한 우리에게 유리한 형태이니. 하면 나는 이만 일어서겠네. 지금부터 주술을 점검해야 할 것 같군.”

자이한이 방문을 나서고 유피테르 또한 곧 돌아간지라, 야안은 집무실에 홀로 앉아 그 또한 자신의 몸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새벽이라 하지만 겨울의 밤은 유난히 길어 여전히 짙은 어둠이 가득했다.

작은 마법등이 그 짙은 어둠을 가르기 시작한다. 왕성 도시의 외곽에 자리해서인지 이곳은 요란한 겨울 축제의 열기도 채 오지 못했다.

그런 외진 곳에 작은 마법등 하나에 의지한 두 인영이 목적지에 곧 도착할 때쯤 누군가 불쑥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중급 익스퍼트의 끝자락에 자리한 이로, 풍채가 뛰어난 자였다. 그 움직임이 은밀하여 상급 익스퍼트의 경지에 들어선 자라 해도 이 같은 어둠이 함께 한다면 그를 발견하기가 어려울 듯 보였다.

나타난 사내는 곧 야안과 자이한을 확인하고는 이내 몸을 숙여 예를 보였다.

“지금부터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의 말에 야안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그의 뒤를 따랐다.

경기장의 입구까지 오게 되는 데 야안이 파악한 무인들의 수는 적지 않았다. 모두 열여섯이었는데 놀랍게도 그들 중 다섯이나 중급 익스퍼트에 들어서 있었다. 또한 그 외에 자들도 초급 익스퍼트의 끝자락에 자리했기에 레필 공작 가의 저력을 알 수 있었다.

‘이 또한 레필 공작 가의 일부에 불과하겠지.’

웬만한 한 강성 왕국도 홀로 상대한다는 레필 공작 가였으니 이 힘도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생각한 것보다 많은 숫자였지만 야안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가 걱정해야 할 것은 경기장에 다가갈수록 초감각에 느껴지는 레필 공작이었다. 검술 대회에서 워낙 그 거리가 멀어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지만, 이제 지척에 다가가게 되자 그의 경지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랬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그는 이 짙은 어둠조차 날려 버릴 듯한 그의 잠재된 기도를 초감각으로 보고 느낀 터라 절로 몸에 전율이 흘렀다.

‘생각한 것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구나.’

곧 녹슨 철문을 직접 열어 야안과 자이한을 안내하던 사내는 그들에게 인사를 올리더니 이내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들이 철문 너머로 들어선 입구는 이미 마법등으로 환하게 밝혀져 있어 길을 찾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밝혀진 곳으로 움직이면 경기장 내부에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곧 그들은 한적함이 자리한 경기장 내부에 레필 공작이 홀로 하늘 위의 별을 바라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잠시 상념에 젖어 있다 이내 인기척을 느끼자 곧 시선을 돌려 야안을 반겼다.

“폰 발론 경. 이렇게 만나게 되니 매우 반갑네.”

그의 말에 야안과 자이한 또한 예를 보였다.

“대륙의 위대한 검을 마주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레필 공작은 야안의 인사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다 그와 함께 온 사내를 보며 고개를 작게 저었다.

“신기하군. 그대의 아들은 마치 검을 모르는 자처럼 보이면서도 또한 웬만한 기사들도 상대하지 못할 것 같은 기이한 기도를 가진 것 같네.”

하지만 그런 의문을 보이는 것과 달리 레필 공작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야안의 비밀과 관계가 있을지 모르는 가문의 비기를 묻는다는 것은 실례이기 때문이다.

야안은 레필 공작과 가까이 마주하게 되면서 그제야 그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이대로 발전하여 최소 십 년이 지나야 그를 마주 상대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위대한 경지에 자리해 있었다.

물론 이 마주 상대한다는 말은 검만이 아닌 그의 모든 기량을 부었을 때를 말한다. 검만으로 그 같은 경지에 오르려면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리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하기야 레필 공작이 검의 마스터에 오른 지 벌써 50년이 지났다. 초인으로 오르며 몸이 재구성되면서 그의 나이 130세에 달하였건만 그는 아직 오십대 초반의 사내로 보일 뿐이다.

초인으로 올라서며 새롭게 가지게 된 육체는 놀랍다. 웬만한 독은 효과도 볼 수 없으면 어떤 병도 그의 몸에 접근할 수가 없다.

또한 평민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수명을 가지게 되어 보통 180~200살에 가까워진다.

현재 구존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이가 190살이었으니 사실 레필 공작의 나이는 초인 중에서 많은 것은 아니었다.

이미 직계 손자들도 늙어 죽고 증손자조차 죽을 나이를 기다리고 있는 그 같은 인생을 사는 것은 참으로 기이하다.

하지만 범인이 아닌 귀족가였고 그보다 더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는 세계이기도 했다.

본래 레필 공작의 자리는 방계든 직계든 그들 중 가장 무위가 뛰어난 자를 뽑아 그 후계를 잇게 한다.

아직 초인으로서 나이가 젊은 편인 레필 공작에게는 후계자가 없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전대에 비하면 늦은 편이다.

보통 120세가 넘어서면서 준비를 하지만, 레필 공작은 아직도 후계를 준비할 생각이 없었다. 역대 레필 공작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강한 그였기에 좀 더 검을 수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 검술 대회도 황제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피하였을지 모른다.

“그럼 어디 시작해 보도록 하지.”

담백하게 말을 하는 레필 공작에 야안은 천천히 자신의 본래 무위를 보이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서는 기세를 거두는 주술을 지워내자 상급 익스퍼트로 보이던 야안의 기세는 단숨에 초인의 기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매우 강렬한 기세였지만 그것은 범인에게 그렇게 보일 뿐이고 같은 초인이 본다면 미숙한 점이 많았다. 아무리 이방인의 능력을 지닌 야안이었지만 초인의 경지에 들어선지 아직 일 년도 넘지 않았기에 그런 미숙한 점은 어쩔 수 없었다.

레필 공작은 그 같은 미숙한 모습을 이미 짐작했다.

초인의 눈으로 본 야안의 육체나이는 이제 오십대 초이다. 레필 공작 가뿐만 아니라 대륙 전체를 보아도 그 같은 이른 나이에 초인의 경지에 올라선 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검의 천재라 일컫는 자신도 수많은 가문의 지원과 가문의 보물에 힘입어 70이 되어서야 초인에 올라설 수 있었으니, 실상 그 나이에 폰 발론 경이 초인에 올라섰다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확실히 레필 공작은 야안이 초인의 기세를 보이자 감탄을 보였다.

“혹시나 했건만, 확실히 그대는 초인에 올라섰구려.”

그는 그렇게 말하며 가문의 보물이자 신물인 신검 제로미스를 꺼내 들었다. 신검 제로미스는 지난 야안이 암시장에 팔았던 그가 만든 검과 어깨를 나눌만한 것이었다.

암시장에 판 그의 검이 B-급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확실히 놀라운 검이라 할 수 있다. 과연 제국의 삼대 신검 중 하나였다.

야안이 가진 전설의 검이 B급임을 생각하면 제국의 신검의 힘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전설의 검의 봉인이 풀린다면 감히 비교의 대상이 될 수도 없겠지만.

현재 야안의 검 또한 C+급이었기에 제로미스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 않았다.

레필 공작은 아직 야안이 검강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을 짐작하였기에 검사를 일으켜 검의 구를 생성하여 주었고, 야안 또한 검의 구를 일으키더니 이내 레필 공작의 검의 구 영역에 먼저 들어섰다.

‘쿠구구궁-’

거대한 힘의 마찰에 의한 그 굉음은 대기를 크게 어지럽혔다. 만약 레필 공작 가에서 가져온 마법 물품으로 경기장 바깥으로 퍼지는 소리를 지우지 않았다면 황성 수호대가 움직였을지 모를 정도로 큰 위력을 지닌 소리였다.

자신의 검을 어렵지 않게 상대하는 레필 공작에 의해 야안은 그제야 자신이 만든 뇌전검법을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뇌전검법의 제1 초식인 기쁨 정도만을 펼칠 수 있게 되었고, 그 또한 사실 초식만이 완숙했을 뿐 의념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하지만, 정작 그 검을 상대하는 레필 공작은 크게 놀라며 뒤로 한 걸음 물리며 이내 검에 기운을 더 부여하여 검강을 펼쳐서야 야안의 검을 막을 수 있었다.

‘설마 검사에 의념을 부여할 줄이야.’

완전한 유형의 형태를 띤 검강이 아닌 불확실한 경계에 자리한 검사에 의념을 담는다는 것은 들어 본적도 없는 기사이다.

어떻게 그 이해되지 않는 일을 펼친 것인지 의문을 보이는 가운데 다시 야안이 검을 펼쳐 보였다.

이번에도 뇌전검법의 1초식이었기에 레필 공작은 감탄과 놀람을 함께 보이며 그의 검을 막아섰다.

그때였다.

그들의 옆에서 말없이 그 대전을 지켜보던 자이한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그는 눈앞에 본 레필 공작이 얼마나 무서운 자인지를 알았기에 그는 은밀하게 주술을 준비하고 있었고, 마침 주술의 준비가 끝이 날 때쯤 야안의 검에 잠시 신경을 빼앗긴 레필 공작을 보게 된 그는 망설이지 않고 주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자이한의 주술은 그림자 술법을 응용한 것으로 매우 은밀했다. 또한 인간의 사고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주술이 펼친 것으로 익스퍼트에 오른 절정의 무인이라 할지라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주술을 위해 자이한이 공을 들인 시간은 자금만치 200일이 넘었고, 그 연습량은 그 일수에 몇 배에 달했다.

자이한과 같은 주술의 대가가 그 같은 공을 보이었으니만큼 이 주술은 실패를 몰랐다.

물론, 만약 레필 공작이 검강으로 검의 구를 펼쳤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레필 공작은 야안의 검에 대한 예우로 검사로 검의 구를 형성하고 있었다.

‘딸칵-’

작은 비음 소리와 함께 어느새 신검 제로미스에 부착되었던 황금 진주는 모습을 감추었다. 야안은 그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토네와 축지술을 펼쳤다.

레필 공작은 순간 야안의 신형이 마치 땅에 꺼지듯이 일순간 그 모습을 감추자 놀래다 이내 자신의 뒤에서 검을 찌르는 야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만약 검으로 오른 초인이 아니었다면 최소 경상은 입힐 수 있는 한 수였지만, 상대는 검으로는 대륙에 상대할 수 있는 이가 없다는 존재였다.

어느새 검에서 일어난 검강이 시공간을 뛰어넘는 듯한 모습으로 야안을 검을 막아섰고, 이미 그 정도는 짐작한바 야안은 극성의 건곤대나위로 그 힘을 풀어내며 다시 반공에 나섰다.

‘쿠구구궁-’

거대한 충격음 소리가 요란하게 경기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힘의 충격에 레필 공작은 놀란 눈빛을 보이었다.

‘일순간 검이 달라졌다. 도대체가?’

야안의 그 같은 공세에 놀란 탓인지 아직 레필 공작은 자신의 검에 부착된 금빛 진주가 사라졌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는 레필 공작에게 아직 적의가 없다는 것으로 그것을 알기에 야안은 이 순간 조금이나마 레필 공작에게서 피해를 주려 하였다.

그런 그의 결심처럼 야안의 무위는 일순간 달라졌다.

우선적으로 검을 들지 않은 왼손에서 파이어 핑거와 파이어 피스트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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