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205화
이 파이어 핑거와 파이어 피스트는 정령력과 마법을 결합한 신마법이라 그 힘은 고위 현자급의 대마법에 달했다.
그런 대마법이 압축되었을 뿐만아니라 검기의 형식을 빌려 날카로우며 또한 회전의 형태를 띠어 그 공격의 방향이 자유롭게 되니 검강을 꺼내기 시작한 레필 공작도 그 힘에 놀람을 적잖이 감탄을 보였다.
초인에 올라서기 전이었다면 무리한 형태의 마법의 형식이겠지만, 육체의 진화가 그 모든 것을 감당케 하였다.
육체가 마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손쉬워지고 육체 내의 마나의 응용력의 폭이 크게 향상되면서 생긴 변화였다.
신마법이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유피테르가 체외로 나왔음을 의미한다.
아무리 야안의 능력이 다방면으로 뛰어나다 할지라도 정령력과 마법을 결합하는 것은 정령의 왕인 유피테르의 권능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유피테르는 모습을 보이기 무섭게 레필 공작을 향해 뇌전을 내리쳤다.
‘번쩍-’
마법등의 밝음도 뇌전의 그 강렬한 밝음에 압도되어 일순간 그 빛을 잃어버렸다. 곧 땅이 무너질 듯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바로 뇌전과 검강이 부딪히면서 일어나면서 생긴 후폭풍의 결말이었다.
유피테르의 뇌전에 대해서는 레필 공작조차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아야 했다. 강맹함으로 최고라 치는 검강이었지만 뇌전 또한 세상에 존재하는 강맹한 기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피테르가 정령의 왕이라 하지만 그 경지가 하급 마스터인지라 정령력의 반을 이 뇌전에 투자한 결과였지만 그래도 레필 공작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 한 순간의 틈 사이로 자이한 또한 주술로 금빛 진주를 야안에게 보낸 뒤 이내 그 또한 주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가 보인 것은 지난 야안과의 전투에서 보인 주술로 리트담의 주술 덕분인지 그의 주술은 한 차례 더 고명한 모습을 보였다.
그 신형이 나누어지고 레필 공작의 사지를 제압하는데 단 한 호흡에 이루어질 정도였으니 그의 주술이 얼마나 대단해졌는지 알 수 있는 일면이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 레필 공작을 제압한다는 것을 감히 생각지 않았다. 그저 레필 공작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정도라면 만족하였다.
물론 이 주술을 펼치기 위해 80%에 달하는 주술력을 소모해야 했지만, 실제 레필 공작의 움직임이 7% 가량 둔화의 모습을 보이니 그것으로도 그는 충분히 만족할 결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더 이상 야안 일행은 그에게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가 이룬 단단한 검강의 검의 구 앞에서는 모든 의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야안의 마법도 그의 검도 뇌전도 그의 검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 모든 변화가 레필 공작의 기도가 순간 바뀌면서 생긴 일이었다.
“그대들은 누군가? 누구인데 가문의 보물을 가져가려는 것인가?”
레필 공작은 유피테르의 뇌전이 직격한 뒤에야 금빛 진주가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수백 년을 함께 한 가문의 보물이 그냥 사라졌을 일은 만무할 일이니 그 연유를 찾는다면 당연히 눈앞의 자들이 한 일이다.
그는 처음 보는 형태의 주술이 자신의 몸을 억제하고 놀라운 극상의 검과 기이한 형태의 마법, 그리고 믿기 힘들지만 뇌전을 다루는 정령이 가문의 보물을 가져간 존재임에도 다급한 기색이 없었다.
마치, 자신이 허락하지 않는 한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실제 그러하기에 야안과 자이한은 섣불리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밖에 자리한 레필 공작의 수하들 또한 놀라운 검사들이나 그들에게서 몸을 빠져나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검강을 시전한 검의 구의 반경은 범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가 마음을 먹는다면 이 넓은 경기장조차 그의 검의 구 반경 안에 자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기에 야안과 자이한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맞설 수밖에 없었다.
레필 공작은 자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자신을 상대하며 일순간의 틈을 노려 벗어나려는 그들의 정체가 궁금했다.
‘도대체 이들은 가문의 보물을 어떻게 알고 있는가?’
그의 머릿속을 채운 것은 바로 이 하나의 질문이었다. 도대체 가주와 후계자, 둘만이 알고 있는 이 보물의 정체를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그 이외에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많았다. 무엇보다 야안의 그 능력이다. 검으로 초인의 길에 오른 것도 대단한데, 그는 정령을 펼치고 마법을 펼친다. 그 수준이 낮지 않았다. 아니, 그 마법만 보아도 13강 중 다섯 번째의 자리에 있는 불의 탑의 수장인 지니 후작과 맞설 만했다.
그 강맹한 불길이라니.
검사에 비한다면 부족한 면이 있지만, 그 활용 폭이나 그 형태를 생각한다면 상급 익스퍼트의 검기보다 무서운 면이 있다.
또한 그의 아들이라는 자의 기이한 힘도 놀랍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레필 공작은 이 힘이 바로 주술이라는 것을 이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주술이라는 것이 설마 현 인류 중 육체 진화의 최정점에 있다는 자신을 압박할 수 있는 수준일 줄은 몰랐다.
그가 전설로만 듣던 위대한 주술사였다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신위를 들어낸 그자의 힘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아직 초인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 자라는 말인데, 그 말은 그의 주술 수준 자체가 매우 뛰어나다는 말이 된다.
어쩌면 여러 명의 소드마스터들이 다듬은 가문의 검보다 더 수준이 높을지 모른다.
여러 상념을 지우는 듯 레필 공작은 작게 한숨을 흘리며 야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후~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나, 그것은 그대들이 가져갈 물건이 아니네. 제국에 보인 공을 생각하여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니 내놓으시게나.”
야안은 점잖게 자신을 타이르는 레필 공작의 그 말에 감탄을 보였다. 이 물건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레필 공작이라면 그 귀중함을 모르지 않을 터, 정신 수양의 깊은 이라도 불같이 화를 보일 것이련만 레필 공작은 그러하지 않았다.
하기야 검의 완성을 앞둘수록 칠정과 오욕을 통제하며 진정한 그 의미를 깨닫게 되니 그의 검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야안은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꺼내었다.
“이것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잘 압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이것을 레필 공작님에게서 가져간 이유는 이 물건이 인류를 위해 쓰일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말하던 야안은 조금 전 레필 공작에 의해 찢어진 오른팔 위의 상처를 ‘리젠’으로 치료하며 말을 이었다.
“저의 말은 아리스 님의 종의 입장에서도 맹세할 수 있습니다.”
레필 공작은 야안이 마법과 정령, 주술, 검 이외에도 신성 마법까지 펼치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야안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은 둘째라 치더라도 먼저 아리스 님의 신관께서 그런 맹세를 하니 그의 말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아무리 초인이고 제국의 영광스러운 두 기둥 중 하나라지만 결국 아리스 님 앞에서는 보잘것없는 하나의 생명체에 불과하다.
하기에 그 또한 신관을 존중하지만 그 가져간 물건은 그야말로 레필 공작 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그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군. 그대의 청을 받을 수가 없겠네.”
그런 그의 말에 야안은 이해한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 물건의 가치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그도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뇌전의 정화 못지않은 보물이 이 금빛 진주였으니 아무리 신관으로서 그 맹세를 보인다 할지라도 포기할 수 없음은 당연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희 또한 포기할 수가 없군요.”
야안의 말에 레필 공작은 아쉽다는 듯 고개를 내 저었다.
“내 검이 무정하다 하지 마시게.”
그렇게 말을 꺼내기 무섭게 그의 검에서 일어난 검강이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야안은 그에 앞서 자신의 검을 인벤토리에 넣기 무섭게 전설의 검을 꺼내어 그의 검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과연 전설의 검이라 할까?
아직 봉인이 풀리지 않았지만, 이제 완전히 통제하에 들어선 이 검에서 일어난 검사는 검의 특징대로 두 배에 달하는 기운이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뇌전검법의 위력이 배가 되고 주술과 마법이 보조를 이루며 건곤대나위가 극에 달하며 펼쳐지자 공간을 가르던 그의 검강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또한 자이한이 주술을 펼쳐 그의 몸을 압박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과연 초인이라 할까? 익스퍼트 경지에 이른 자였다면 그 미묘하게 무너진 힘의 경계에 검이 흐트러짐을 보일 것인데, 그의 검은 평소보다 다소 무거워 보이는 것 이외에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하지만 역으로 그 상대인 야안도 초인이라 그 조금의 차이 덕분에 겨우 그의 극성에 달한 검강을 벗어날 수 있기도 했다.
유피테르는 이제 반도 남지 않은 정령력으로 자이한의 주위를 맴돌며 그의 기감을 어지럽히며 다시금 일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쿠구궁, 카가강-’
그들의 전투는 그야말로 천지가 뒤집어지는 것만큼 요란했다.
아무렇지 않게 휘두른 일검에는 성벽도 무너뜨릴 힘이 자리했고, 중간 중간 야안의 손바닥에서 펼쳐진 파이어 팜은 대지를 붉게 물들였다.
야안의 파이어 팜은 그가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 중 하나로 실제 그가 펼칠 수 있는 마법 중 가장 강력한 위력을 지닌 것이기도 했다.
단순한 불의 정화가 아닌 신마법의 형태를 띤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수식은 상급 현자 비기너 수준인 야안도 한계에 가깝게 계산해야 했다.
여하튼 이 같은 파이어 팜은 야안을 향해 조여오는 숨통을 조금이나마 트이게 해 주었다.
야안의 마법 공격의 형태가 단순히 큰 폭발력을 위한 형태로만 그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어스를 펼치기도 했는데, 이 또한 신마법의 형태를 보이며 그야말로 대지가 역으로 뒤집어지며 산사태 같은 모습을 보이어 레필 공작의 지반을 어지럽히기도 했다.
또한 중간 중간 ‘카’의 마법을 펼쳐 레필 공작의 시야를 멀게 하려고도 했는데, 검강으로 이루어진 검의 구는 차원이 다른 터라 그의 마법들은 번번이 실패로 끝이 났다.
자이한은 남은 주술력의 10%를 이용해 상대의 오감을 어지럽히는 주술을 펼치려 했지만 역시나 자신의 육체를 완전히 통제하는 그를 어찌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의 격전에도 야안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에게는 아직 남은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심연의 검이었다.
미숙한 심연의 검과는 그 격을 논할 수 없었다. 그 설명에도 있듯이 절대적인 일검인 심연의 검은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단 한 번 밖에 펼칠 수밖에 없었으니 야안은 그 다급함 속에서도 신중에 신중을 보이며 기회를 엿보았다.
다행이랄까? 불행이라 할까?
새벽의 기운이 물러나 동이 틀 때쯤 큰 희생과 함께 그 기회가 찾아왔다. 야안의 생각을 읽은 유피테르가 자신의 몸을 던져 그 기회를 만든 것인데, 그 강력한 뇌전의 일격에 견고한 검강의 벽 일부가 무너진 것이다.
그로인해 유피테르는 검강에 큰 충격을 받아 먼지처럼 흩어지며 야안의 몸으로 들어서야 했고, 그로서 상당 기간을 유피테르는 의식을 잃어야 했다.
야안은 고귀한 존재인 유피테르가 자신의 부족한 능력 탓에 이 같은 피해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그 짧은 순간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