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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12화 (212/385)

야안 212화

요란한 울음을 터뜨리는 중형 몬스터인 골보 세력을 멸한 야안은 검에 어린 검강을 지워내고는 대현자의 지팡이에 꽂았다.

덤덤한 표정으로 골보 일족을 지워내 버린 야안의 모습에 자이한은 감탄을 흘렸는데, 이 골보 몬스터가 얼마나 골치가 아픈 존재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 중량이 중형 몬스터라는 것인지 골보는 그 바위 같은 껍질과 날랜 힘, 높은 항마력으로 오크 천지인 이곳에서도 당당히 세력을 잡은 몬스터였다.

한데, 그런 골보를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일천에 가깝게 지워냈으니 자이한이 감탄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야안이 검강을 형성하지 못했다면 이처럼 수월하게 잡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검사로는 이 같은 항마력을 지닌 몬스터를 베어내려 했다면 상당한 마나의 손실이 있었을 것이니 말이다.

뇌전의 정화라는 이기와 제자를 가르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은 야안은 이제야 온전히 검강을 펼칠 수 있었고 그 감각을 몬스터를 상대로 적응하고 있었다.

이방인의 재능 덕분인지 아니면, 금빛 진주의 효능 덕분인지 야안은 이제 검강을 상당한 수준으로 다룰 수 있었다.

온전한 검강은 오히려 마나의 손실이 적었다.

이는 완전히 유형의 형태를 띤 것이기 때문이다. 한 번 형성되는데 쓰이는 마나는 적지 않았지만 그렇게 형성된 검강은 마나가 잘 흐트러지지 않았다.

최소 중급 익스퍼트 수준의 검기정도의 강한 충격이 있다면 모를까? 형성된 검강은 지워지지 않았다.

검강은 유형을 띈 힘이라 저마다 고유의 색과 특성이 자리한다.

레필 공작의 검강은 그의 기운의 성질과 그가 추구하는 검의 길처럼 그 성질이 차갑고 유난히 날카로웠다.

그에 반해 야안의 검강은 뇌전의 기운이 은은히 자리했으며 그 성품처럼 상당히 유했다.

하기에 사기의 무리인 몬스터들 앞에서는 더욱 큰 위력을 발휘했고, 그렇기에 일천이나 되는 골보를 베었음에도 호흡의 흐트러짐조차 없던 것이다.

‘레벨이 또 올랐군.’

현재 그의 여유 스탯은 17개나 되었지만 야안은 드래곤을 상대로 하는 만큼 아직 부족함이 많았다.

다행히 이곳의 야루스 산맥의 몬스터들은 끝이 없는 듯했으니 만족할 수준까지 스탯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자이한의 무인식 술법으로 인해 휴식을 충분히 취할 수도 있었으니, 야안은 거칠 것이 없었다.

현재 야안의 수준은 레필 공작과 겨루어도 패하지 않을 수준이라 하겠다.

이는 말 그대로 패하지 않는 수준이라 말이며 정확히는 그와 일전을 하다 얼마든지 몸을 뺄 수 있는 수준임을 말하겠다.

이제 야안 또한 검강으로 검의 구를 형성할 수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고, 또한 그의 마법과 주술, 정령의 힘이 보조했기에 그와 일전에서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야안은 곧 유피테르가 알려 준 몬스터들을 처리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고, 곧 다시금 학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오일이 지날 무렵, 야안과 자이한은 오크 마을을 학살하고 있었다.

오크 마을은 호후도칸급의 족장이 자리한 마을로 일천에 달하는 전사오크와 오만이 넘는 하급 오크들이 자리했지만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자이한이 일으킨 열 마리의 괴수들은 그 힘이 대단해 그 한 마리 한 마리가 일천의 하급오크를 상대하기 충분했으며, 야안이 일으킨 두 마리의 괴수도 자이한의 괴수에는 못 미치지만 하급오크들을 도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더구나 유피테르의 뇌전의 기운은 이런 수준의 오크들에게 있어 천적이나 다름없었고, 파이어 팜이 펼쳐질 때마다 일백에 달하는 오크들이 불에 휩싸여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야안의 검은 이미 족장을 베어낸 뒤였고, 기세를 잃은 일천의 전사오크들 또한 우왕좌왕하는 끝에 모두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도망을 칠 수도 없었다.

자이한이 주술로 마을을 격리했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마을은 오크들의 피로 강을 이루고 말았다.

한나절 만에 오크마을을 지워낸 두 사람은 불의 술과 마법을 펼쳐 주위를 모두 불태우고는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체력과 기력을 회복하였다.

이번 오크 학살에서 야안은 90%에 달하는 오크들을 홀로 멸하였는데, 여타의 초인들이라 할지라도 버거웠을 일이다.

여러 가지의 재능이 있는 야안의 힘의 특성상 이 같은 전쟁이 오히려 유리했고, 그 상대가 사이한 존재라면 더욱 그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상대가 몬스터라 할지라도 그처럼 수많은 목숨을 끊게 하는 것만으로 정신적인 피로는 상당하다.

피에 미쳐 있는 자라 할지라도 몇만에 달하는 목숨을 끊는 것 자체에서 큰 버거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리스 시스템으로 인해 정신적 보호를 받고 있던 야안에게 그런 정신적인 피해는 존재하지 않았다.

굳건한 정신력으로 따지자면 이미 범인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은 자이한 조차 몇천에 달하는 오크를 멸한 것만으로도 상당히 정신적인 버거움을 느꼈을 정도이니 야안의 이 같은 이점은 앞으로 그가 걸어갈 길에 상당히 도움이 될 터였다.

큰 부상은 없었지만, 정신적인 회복을 돕기 위해 자이한에게 리젠을 펼쳐 준 야안은 뇌전신공으로 회복을 마친 뒤 인벤토리에서 건량과 물을 꺼내어 식사 준비를 끝냈다.

리젠 덕분에 정신적인 피로감을 상당히 지워낸 자이한은 야안이 건네준 건량과 물을 섭취하다 이내 대지가 은은히 떨리는 것을 느꼈다.

야안 또한 대지가 떨리는 것을 파악하다 이내 그는 상당 수준의 살기를 초감각에서 느낄 수 있었다.

거리는 멀었다.

산맥의 특성상 말을 타고 가도 두 시간은 가야 할 거리였는데, 야안은 이곳까지 대지가 은은히 떨리고 살기가 느껴지는 전쟁이라면 필시 이곳에서 전장을 정리한다는 인간들의 군대일 것으로 직감했다.

“아무래도 가보아야 할 것 같네.”

생각보다 심상치 않을 것 같은 직감이라 꺼내는 야안의 말에 자이한 또한 선선히 동의하였다. 그 또한 이 정도 규모의 대군이라면 인간들과 오크들이 큰 격전을 벌이고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곧 토네를 펼치고 축지술을 펼친 그들은 나는 새가 무색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산맥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나무 위를 휙휙 날아다니는 그들의 움직임은 아무리 뛰어난 명마라 해도 따라가지 못할 움직임이었다.

“크아아악!”

고통에 가득 찬 병사들의 울부짖음과 함께 전사오크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미 하급 오크들이 좌측에서 치고 있어 우측으로 밀려갈 수밖에 없었는데, 우측에는 수풀이 우글거리고 거목들이 솟아 있어 진형이 흐트러질 위험이 상당했다.

실제로 본래 퇴로는 좌측 쪽에 자리했고 그곳에 오크들을 상대할 수많은 함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라 천인장들은 물론 백인장들 또한 병사들을 독려하며 자리를 지키도록 유도하였다.

자신이 지키고 있는 전장의 선이 무너진다면 그 폐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기에 하는 일이었다.

이곳에서 버티지 못한다면 자신들의 병력은 순식간에 와해 될 것이니 그들은 미련한 짓인 줄 알고 있음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아악!”

단말의 비명과 함께 십인장 한 명이 회색 늑대의 앞발에 머리가 박살이 났다. 이내 그 십인장에 자리한 병사들 또한 그 회색 늑대를 탄 전사오크의 거대 도끼에 학살되기 시작했는데, 희뿌연 누군가가 그곳에 들어서며 전사오크와 회색 늑대를 순식간에 베어내었다.

그는 이번에 기사가 된 찰스 경으로 그는 자신의 첫 전투가 이처럼 난전이 될지는 상상도 하지 못한 듯 얼굴에는 피로감이 상당했다.

다른 곳에서 일전을 벌이고 온 듯 오크 잔해들이 그의 갑옷 여기저기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그는 이내 거대한 함성과 함께 앞으로 진격하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 있던 백인장은 이내 병사들과 함께 그의 뒤를 따랐다.

순식간에 쇄기형태를 띤 진형이 유지된 것인데, 찰스 경의 검의 구에 힘입어 그 사납게 몰아치던 오크 전사들의 진형이 일순간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아아압!”

기합 소리와 함께 전사 오크 중 대장 노릇을 하던 오크 전사를 베어낸 찰스는 그 같은 노력에도 다시금 무너지는 진형에 암담한 심정이었다.

결국 그 진형이 무너지자 찰스 경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이곳에서 버티다가는 그 자신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내 그는 몰려오는 다섯 오크를 크게 검기를 일으켜 베어내고는 이제 열도 되지 않은 병사와 함께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전히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는 뒤로 물러서며 큰 혈전을 보이고 있는 병사들을 규합하기 시작했다.

최소한 일백은 넘어야지 이 거친 오크들의 진형에서 자신의 뒤를 내어 줄 수 있기 때문인데, 그가 막 일백에 달하는 병사들을 모았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기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기사는 가깝게 지내는 기사 중 하나로 자신과 같은 3조에 속한 클라라는 기사였다. 그녀는 제국에서도 드물게 여자로서 기사의 직위를 받은 자로, 찰스가 흠모하는 기사이기도 했다.

붉은 머릿결을 휘날리며 중년의 나이에도 이십대의 꽃다운 아가씨들보다 화사함을 보이는 그녀는 여자로서도 매력적이었지만 기사로서도 충분히 존경할 수 있는 존재이다.

화사한 외모와 달리 털털하면서도 소박한 성정과 육체적으로 불리한 여성의 몸으로 그 어떤 기사 못지않은 훈련량을 감당하는 그녀는 실상 그것만으로 존경의 대상이다.

눈앞의 오크 전사들을 상대하느라 물러서야 할 때를 놓쳤던 클라라 경은, 결국 손발이 어지러워지는 위기에 처할 때쯤 누군가 불쑥 자신을 향해 공격하는 오크 전사의 목을 날리고 개입하자 고개를 돌렸다.

“찰스 경!”

“인사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요.”

짤막하게 그녀의 말에 대답한 찰스 경은 자신이 데려온 병사들과 함께 오크들을 상대하기 시작했고, 그제야 숨통이 트인 클라라는 그 특유의 가벼운 몸놀림으로 순식간에 세 명의 오크 전사들의 멱을 따 버렸다.

두 명의 기사가 함께하는 검의 구의 연격은 놀라운 것이었지만, 이도 잠시의 호기를 보일 뿐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상급 유저의 수준을 뛰어넘는 오크 전사들에 의해 다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말이라도 있었다면, 해볼 만할 것인데.”

클라라는 암담해 하였다. 그 일로 인해 기사들은 말을 잃어버려 크게 전력이 감소되어 있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회색 늑대를 타고 휘몰아치는 그들은 기사인 자신도 셋이 모이면 감당할 수 없었기에 다시금 진형을 뒤로 물릴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형상은 그들뿐만이 아니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고, 이로 인해 인간의 진형은 점차 불리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모론 경을 위시한 다섯 기사는 험난한 혈전을 겪고 있었다.

그 상대는 하나에 불과했지만, 그들은 그 존재를 뛰어 넘을 수 없었다. 그 상대가 이곳 야루스 산맥 일대를 지배하는 오크들의 장군 검은 도끼인 탓이다.

푸른 바람에 의해 상쇄하는 상처를 입은 검은 도끼였기에 이들은 벌써 반나절에 가까운 시간 동안 그를 막아설 수 있었지만 이도 이제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모론 경과 함께하는 다섯 기사는 조장으로 그들은 이미 중급 익스퍼트의 끝자락에 올라선 이들이었고, 이들과 상급 익스퍼트의 경지에 올라선 모론 경의 합격술은 놀라운 상승효과로 대단한 신위를 보였지만 그도 검은 도끼의 공격을 막아서는 정도가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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