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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13화 (213/385)

야안 213화

이도 상처를 입었던 검은 도끼이기에 가능한 것이었지, 온전한 형태였다면 감히 이처럼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얀 주먹이 설마 검은 도끼 그를 불러들일 줄이야.’

자신의 주술을 믿고 회복의 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주군을 불러들인 하얀 주먹의 전략은 시기적절했다.

비록 전쟁에 져 세력을 이곳 일대의 오크들의 세력이 새롭게 편성하는 흐름이라 검은 도끼조차 고작 백 마리를 데려왔을 뿐이지만 그 백 마리의 힘은 상당히 뼈아팠다.

백 마리라 하나 이들은 일백의 정예 전사 오크들로 하나같이 상급 유저 수준을 뛰어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진형이 이처럼 어지러워지지 않았을 터이다.

하얀 주먹이 무리를 하면서 검은 도끼를 이곳에 부른 이유는 간단했다. 오랜 세월을 이곳 일대에서 싸워 온 하얀 주먹 또한 모론 경을 입에 가시처럼 여긴 탓이다.

그가 있기에, 승리보다 패배가 많았다는 사실을 그는 직접 상대한 그는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냉철한 판단력과 주군의 뜻을 어떻게 해서든 이루고 마는 그의 뛰어난 전술 능력은 놀라운 점이 많았다.

이자가 꺾이고 그가 이끄는 이 기사단이 사라진다면 지난 패배들을 한 번에 뒤집을 수가 있었다.

모론 경은 그 사실을 알았기에 최소한 기사단만이라도 빼돌리려 했으나 하얀 주먹으로 인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얀 주먹은 반, 탄, 칭, 홀, 매라는 오크 주술사 다섯 계급에서도 네 번째 계급에 있는 홀의 위치에 있는 그는 큰 제사장이기 때문이다.

큰 제사장의 자리에 오른 그의 주술은 놀라웠다. 비록 검은 도끼가 혼을 빼놓는 힘을 보이었으나 그가 그들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주술을 펼치니 그들은 결국 그의 의도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설마 이 같은 전략을 짰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모론 경은 자신의 제자 중 하나인 제2 기사조장인 마켈론이 무너질 듯한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상처를 입은 마켈론은 물론이고 다른 4명의 기사조장은 불굴의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마치 하늘을 쪼갤 듯한 거대한 검은 도끼가 부딪칠 때마다 크게 휘청거리며 거친 숨을 토해내는 그들의 모습은 실상 참혹했다.

하지만 정작 그들 중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자는 모던 경이었다. 그는 이미 한계를 넘어선 기의 운용으로 몸속의 혈맥의 일부가 간신히 유지되어 있을 뿐이다.

실상 운이 닿아 이번 전투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신관의 도움 없이는 다시 재기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점이 많았다.

검은 도끼 또한 부상의 몸으로 실력을 발휘하는 터라 거친 숨을 흘렸으나 단지 그뿐 그의 기도를 본다면 상당히 여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겹군. 이제 그만 끝내도록 하지. 크륵.”

‘카오오-’

인간처럼 말하는 그의 거친 목소리와 함께 그가 부리던 붉은 늑대가 거친 울음소리를 흘리며 힘껏 뛰어올랐다.

그렇게 붉은 늑대와 함께 그들이 합쳐 집약한 검의 구의 영역에 들어선 검은 도끼는 부사를 흘리며 그들의 진형은 단숨에 박살냈다.

‘쿠구구궁-’

요란한 울림소리와 함께 여섯 인영이 흩어졌고, 검은 도끼는 그들 중 한 명을 향해 검은 도끼를 휘둘렀다.

‘퍼석, 쿠궁-’

마켈론의 머리를 흔적도 없이 날려버린 부기는 그 기세를 잃지 않고 대지를 요란하게 뒤엎었다.

모론 경은 크게 열 걸음을 뒤로 물리다 자신의 제자가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 것을 보며 말문을 잃어버렸다.

마치 또 다른 자신의 자식처럼 키운 제자가 죽음을 맞이한 것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탓인데, 이내 그는 가슴 안에서 치솟아 오르는 분노에 휩싸여 거칠게 검을 뽑아 또 다른 조장을 노리는 검은 도끼를 향해 검기를 날렸다.

‘카가가강-’

하지만, 정작 본래의 기세를 잃은 그의 검기는 검은 도끼에게 닿지 못했다. 그 이전 붉은 늑대가 그 날카로운 발톱으로 검기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이를 짐작했다는 듯 모론 경은 이내 검의 구를 한 점에 모아 검은 도끼에게 펼쳤는데, 조금 전 검기를 막아선 터라 붉은 늑대는 그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그처럼 강력한 검기임에도 검은 도끼는 하찮다는 듯한 눈빛으로 거친 콧바람을 흘리며 이내 검은 도끼로 그것을 내쳐 막아섰다.

“크륵. 보잘것없구나.”

간단하게 자신의 일격을 막아선 그에 모론 경은 기합 소리와 함께 다시금 기운을 짜내어 검을 펼쳤지만 이내 가볍게 내치는 검은 도끼에 의해 그는 끈 떨어진 연처럼 허공에 떠올라 요란스럽게 대지를 뒹굴어야 했다.

“콜록, 콜록.”

충격에 장기가 상한 듯 기침과 함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고, 그 모습을 본 남은 네 명의 기사조장들은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마음을 꺾이지 않고 일어섰다.

오직 자신들의 또 다른 스승이었던 그를 돕기 위해서인데 검은 도끼는 그런 그들의 의지를 지겹다는 듯 그 거대한 검은 도끼로 이들을 마무리 지으려 하였다.

수십 가닥의 부기가 일순간에 그 도끼에서 터져 나왔고, 이들은 그 부기에 힘없이 무너질 것 같았다.

‘쿠쾅쾅쾅-’

하지만,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야수에 그 부기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야수는 대단히 컸다. 그 신장만 해도 6미터에 달했고, 움직임은 어느 명마보다도 빨랐다. 몸은 마치 바위에서 일어난 듯 척 보기에도 대단히 견고해 보였는데, 붉은 늑대는 그 기이한 야수의 등장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지만 정작 검은 도끼는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녀석이 검은 도끼인가? 흠~ 잠시 어울려 주지.”

그 말을 꺼낸 자는 가벼운 여행자의 옷차림을 한 사내였다. 그 날카로운 눈매 이외에는 평범한 중년으로 보였으나, 그의 그 말을 헛소리로 치부할 수는 없었다.

그의 한 손에는 하얀 주먹의 머리가 거칠게 뜯긴 채로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머리밖에 남지 않은 하얀 주먹은 얼굴은 믿기지 못한 것을 본 듯한 모습이었다. 사내, 자이한은 그 하얀 주먹의 머리를 자신이 일으킨 야수에게 내 던졌고, 야수는 그것을 거대한 입으로 씹어 댔다.

자이한의 그 여유로움이 거슬렀던 것일까?

검은 도끼는 이내 자신의 도끼에서 부사를 일으켜 자이한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자이한은 그 거대한 힘에 눈 하나 깜짝이지 않으며, 축지술과 주술을 펼쳐 부사를 막아섰다.

야안과의 숱한 대련에서 검사를 상대하는 방법을 파악한 자이한에게 그런 거친 부사는 실상 큰 위협거리는 되지 않았다.

그는 한 손으로는 대지에서 거대한 손 여섯 개를 일으켜 조종하여 붉은 늑대를 압박하였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그의 오감을 흔드는 주술과 세 마리의 야수를 일으켜 그를 막아서기 시작했다.

검은 도끼의 힘은 확실히 대단하였지만, 그를 상대하는 자이한 또한 예사로운 자가 아니었다.

그는 위대한 주술사에 가장 가까운 자이며 고대 주술 제국의 마지막 자손인 만큼 그가 펼치는 주술 하나하나에는 대단한 위력이 자리했다.

상상하기 힘든 형태의 그의 주술에 그간 여유로웠던 검은 도끼의 숨은 거칠어지기 시작했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만약 검은 도끼가 상처를 입지 않았다면 좋은 승부가 되었을 줄 모르지만, 아쉽게도 그런 상황은 벌어질 수 없었다.

그 사이, 야안은 모론 경과 네 명의 기사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특히 모론 경의 경우 상태가 위중한지라 인베토리에서 성수와 엘린을 펼쳐 주어야 했고, 네 명의 기사들 또한 리젠과 그레이트 힐링을 펼쳐 그 회복을 도왔다.

또한 마케를 연달아 펼쳐 그들의 동요된 감정을 추스르고 체력 회복을 도왔는데, 십 분의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들은 어느 정도 신색을 회복할 수 있었다.

“아, 아리스 님이시여!”

절망의 끝에서 본 이 기적과도 같은 일에 모론 경은 물론 기사들은 저마다 감명에 젖어들었고, 야안은 이제 거동이 가능한 모론 경에게 말했다.

“우리는 따로 돕도록 할 테니 그대는 서둘러 진형을 잡으시오.”

야안의 그 말에 모론 경은 그제야 멀지 않은 곳에서 치열하게 전투 중인 자신의 군대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는 감사의 예를 보이며 서둘러 기사들과 함께 오크들의 진형을 가르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크륵. 크륵. 코볼트 같은 것들이.”

이곳 야루스 산맥의 일대에서 왕과 같은 절대자인 검은 도끼는 자신이 이처럼 비참한 꼴을 당하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눈앞의 이 괴상한 주술을 쓰는 자의 힘은 대단히 해괴하고 위력적인 것이나 자신이 본래의 신위를 보였다면 상대하지 못할 자도 아니다.

한데, 이미 자신은 부상으로 그 신위를 제대로 보이지 못했고 더구나 이미 이에 앞서 한 차례 기사들과의 일전으로 힘이 빠진 상태였다.

전투를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는 그에게 있어 이것은 그 어느 때보다 빌어먹을 일이었다. 여타의 오크였다면 그 괴로움에 휩싸여 버릴 수 있을지 모르나 죽음의 지배자에 의한 저주의 영향으로 그 경지가 오르며 한층 더 인간의 이성을 가진 그는 이처럼 일갈을 터뜨리며 자신의 화를 참아내었다.

그래도 다행히 붉은 늑대가 있어, 처음 자이한에게서 이득을 빼앗긴 것 이외에는 팽팽한 일전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자이한이 모든 힘을 발휘하지 않았기에 그런 결과를 보일 수 있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앞서 이야기한대로 그 상황에서 이처럼 대전을 벌인다는 것을 보아도 이 검은 도끼가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휘이잉-’

한줄기의 바람과 함께 어느 순간 자이한이 주술을 거두고 물러서기 시작했다. 한 걸음 크게 물러선다 생각하기 무섭게 그의 신형이 크게 흔들리다 호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격전을 벌이는 전장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하하하. 이만 나는 물러서겠네.”

그의 그 조롱 섞인 말에 검은 도끼는 분개하며 뒤를 쫓으려 했으나 누군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바로 야안이었다.

날카로운 수십 개의 검기가 그의 검에서 터져 나오며 그를 막아섰는데, 검은 도끼는 불시에 부사를 일으켜 막았으나 그 검기에 자리한 힘이 워낙 대단한지라 이겨내기지 못하고 붉은 늑대와 함께 거칠게 땅바닥을 뒹굴어야 했다.

‘크르릉, 크릉-’

거친 숨소리를 터뜨리는 붉은 늑대는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검은 도끼는 본능적으로 눈앞의 야안이 자신이 어찌하지 못할 강자임을 직감했다.

“크륵. 덤벼라!”

하지만 검은 도끼는 호쾌한 소리와 함께 야안을 향해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저주의 영향으로 점차 인간화되기 시작한 그였으나 아직 오크 특유의 근본적인 투쟁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자이한과의 일전에서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상태였다. 한데 그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자가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자 이내 그 근원적인 투쟁심이 눈을 뜨며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야안은 그런 검은 도끼의 모습에서 죽음의 지배자의 저주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또한 깨달을 수 있었다.

문헌에 남은 오크는 그야말로 인간과 철저하게 상극의 존재였다. 본래 오크는 지능이 없는 대신 그 전투적인 감각은 매우 뛰어난 존재일 뿐인데, 그런 오크가 마치 인간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니 그렇게 만들어낸 죽음의 지배자의 힘이 경악할만한 것은 당연한 바이다.

마지막 생명의 근원까지 풀어내어 힘을 쏟기 시작한 검은 도끼의 힘은 매우 강력했다. 부사는 배는 더 두꺼워졌으며, 그 움직임 또한 본래의 신위와 가까웠다.

붉은 늑대도 그 주인의 마음을 느끼고 무아지경으로 따르는지라 거칠 것이 없을 정도였는데, 다만 그 상대가 야안이라는 점이 그들에게 아쉬운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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