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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15화 (215/385)

야안 215화

그야말로 오크로 두른 결계였다.

그 숫자가 너무도 상당한지라 야안과 자이한은 시간이 촉박했으나 크게 주의하며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우선적으로 이들의 우두머리 할 수 있는 자들을 척살의 대상으로 잡았다. 주술사가 2명에 호다칸 오크들이 셋이면 이들의 합공만으로도 초인을 묶어 놓을 저력이다.

이들 한두 마리가 그들과의 일전에서 합류한다면 자신들은 별다른 이득을 취하지 못한 채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기에 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은밀하게 그들 사회에 침입하여 이들을 척살하는 데 모든 힘을 부어야 했다.

다섯 곳에 퍼진 그들의 수장을 꺾어 내기 위해 그 정확한 위치를 유피테르가 그 드높은 하늘 위로 올라 살펴보았으며, 야안은 그와 시선을 같이하였다.

이로 인해 야안은 사각이 사라지며 그는 주위에 자리한 모든 것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 정령사의 가장 무서운 점 중 하나이기도 했다.

모든 것을 정령의 눈으로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니 준비된 술수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시선의 공유는 본래 상위 정령사에게나 가능한 것이었는지라, 유피테르는 정령의 왕의 권능으로 이를 가능하게 하였다.

하지만, 이 시선의 공유를 한 상태에서는 직접적인 전투에 합류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자리한다.

그러나 단순히 전력으로만 따진다면 부족함이 없었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상대의 수장을 치고 빠지는 데 필요한 투로였다.

남은 시간은 열흘이었고, 그들은 사전의 준비를 이틀을 소비해야 했다. 셋째 날 이른 새벽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이는 오크들의 오감이 밤이 되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들이 처음 노린 자는 주술사였다. 오크들의 주술은 거칠지만, 인간 주술사가 보아도 이해되지 않는 괴기한 형태가 많았던 탓인데, 그를 잡기 위해 가는 그 투로는 매우 힘겹고 거칠었다.

바람의 술로 밀어주고, 축지술로 땅을 접어 나아가며 토네로 저항을 줄인 이들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나는 새라 할지라도 따라잡기 어려울 터였다.

그러하기에 그 진형의 반에 가깝게 별다른 접전을 벌이지 않고 들어설 수 있었지만, 오크 전사들이 있는 진형에 들어서면서 이들은 험난한 접전을 벌여야 했다.

제 죽음은 도외시한 채 덤벼드는 오크 전사들은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다. 그 숫자가 이천에 달하는 오크 전사들이 겹겹이 모여 그 투로를 방해하며 시간을 끌자 뒤늦게 소식을 접한 오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일만이 넘는 오크들이 모여들었는데, 야안과 자이한은 그들의 결속력에 감탄을 보이면서도 그 몸은 쉬지를 않고 그들을 베어 넘겼다. 이들 중에서는 호후도칸 족장들도 자리했던지라 아무리 그들이라 해도 쉽게 볼 수는 없었다.

이대로 시간을 더 끌면 가까이에 자리한 다르 오크세력들이 합류할 가능성이 높았던 터라, 결국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야 할지를 고민하는데 다행히 운이 닿았던지 주술사가 모습을 보였다.

‘란’과 도칸이 이곳에 오기 전까지 그들을 묶어 놓기 위해서인데, 야안은 그가 모습을 보이기 무섭게 건곤대나이를 극성으로 펼쳐 몰려드는 주위 오크들 사이를 비집어 들어서더니 뇌전검법 중 2초식인 노여움을 검에 담아 그를 베어 내었다.

그것은 급작스러운 기습이었던지라 오크 주술사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할 수 없었다.

뇌전의 기운과 검강 특유의 그 힘에 의해 오크는 살 몇 점도 제대로 남기지 못한 채 피륙이 되어 무너져 내렸다.

야안이 그자를 베어내기 무섭게 자이한은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는 일시적으로 자신이 일으킨 야수들에게 저돌적인 공격으로 오크들을 밀어붙이라 명하였고, 그로 일어난 잠깐의 틈 사이로 그 집결된 오크들의 진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야안 또한 거침이 없었다.

하늘을 나는 듯한 그는 자신을 향해 내려치는 오크의 거대도끼조차 지지대로 삼아 가볍게 밟았고, 호후도칸 족장의 검기도 파이어 피스트로 막아서며 그 반발력으로 속도를 높였다.

유피테르가 허공에서 주위의 세력의 흐름을 보고 있던 터라 야안과 자이한의 투로는 그 유동적인 상황에서도 무너지기 쉬운 약한 곳을 공략하며 나아갔다.

그렇게 한 나절의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그들은 오크들의 세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야안은 거목의 가장 높은 가지에 올라 자이한의 회복을 도왔다.

리젠은 물론 마법들을 펼쳐 그의 회복을 도운 야안은 반나절 간 정비를 마치고 다시 다른 주술사가 있는 오크 진형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주술사가 그렇게 당했다는 사실이 오크들 사이에 퍼진 터라 이후 목적을 이루기란 대단히 어려웠다.

다섯째 날의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또 다른 주술사를 겨우 베어낼 수 있었고, 다시 일곱 째 되던 날에 호도칸 족장을 격살 할 수 있었다.

몸을 사리던 주술사와 달리 투쟁심이 강한 전사들은 그런 오크 특유의 성질 덕분에 이 같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는데, 이 덕분에 아홉 날 그 이른 새벽에 다시금 호도칸 족장을 베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함정일 줄은 그들은 당시에는 생각지 못했다.

예전 하얀 주먹이 펼친 속박의 주술과는 그 차원이 다른 속박의 주술로 인해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떤 방식인지 모르지만, 유피테르의 정령의 눈마저 속인 ‘란’의 칭호를 받은 주술사는 과연 오크 최고 주술사다웠다.

결국 야안과 자이한은 ‘란’과 오크 장군인 도칸과 부딪힐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오크의 주술과 검은 창이라 불리는 도칸의 연합적인 힘은 야안의 검강을 가볍게 막아섰고, 자이한의 주술도 어렵지 않게 풀었다.

그로 인한 힘의 반발력에 산자락이 무너질 듯한 거대한 굉음과 폭발력으로 인해 그 주위에 있던 수십의 오크들이 터져 나가거나 뒤로 뒹굴어야 했다.

큰 원을 형성하여 그 중심에 들어선 ‘란’의 주술사는 거울같이 투명한 검은 눈동자로 야안을 살펴보더니 침음을 흘렸다.

“크흠. 이해되지 않는군. 예언에는 너 같은 자는 없었건만. 너무 이른 시기에, 이해되지 않는 불청객의 등장이라.”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주술을 부릴 수 있는 존재이기에 오크 특유의 거친 숨소리도 없이 인간처럼 말하는 ‘란’에 야안은 고개를 내저어야 했다.

그러다 오크가 하는 혼잣말을 들은 야안은 의문을 보이며 그에게 물어 보려 했으나 ‘란’의 주술사의 일갈에 그는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저자들을 죽인다. 특히 검을 든 자는. 우리 부족이 모두 멸하기 전에 이들은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크오오오!’

위대한 주술사인 ‘란’의 명에 오크들은 목숨을 도외시하면 몰려들기 시작했고, 야안과 자이한은 그들을 상대하는데 전력을 퍼부어야 했다.

‘란’의 주술사는 서둘러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부족의 마지막 남은 호도칸 대족장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자신의 수하들이 몰살당하고 있음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야안과 자이한의 힘이 소진되기를 기다렸다.

그 사이 일천에 달하는 오크 전사와 오천이 넘은 하급오크들이 죽임을 당해야 했지만, 그로서 자이한의 호흡이 거칠어진 것을 본다면 그 대가로 부족함은 없었다.

하지만 그도 몰랐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야안이 신관이라는 것이다. 야안은 호도칸 대족장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란’의 주술사와 검은 창이 자신들을 압박하려는 것을 보고는 이내 자이한과 자신에게 리젠을 펼쳐 지친 육체와 정신을 새롭게 가다듬었다.

그 모습에 ‘란’의 주술사는 침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리스의 축복을 받은 자인가? 생각한 것보다 더 어려운 전투가 되겠어.”

자신이 그들을 그 저주받은 곳에 들어서는 것을 막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를 압박했다.

‘못해도 이들의 전력을 최대한 깎아내어야.’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란’의 주술사가 어지럽게 손을 휘젓자 곧 희괴한 주술들이 그들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검은 창이 창사를 펼쳐 자이한의 주술을 끊어놓기 시작했으며 호도칸 대족장이 이들을 보조하였다.

더구나 그 자리에 있는 열이 넘은 호도칸 족장들이 다시금 주위를 맴돌며 그들을 압박하거나 도망치지 않게 경계를 하니 야안과 자이한은 자연 손발이 어지러울 수밖에 없었다.

유피테르는 더 이상 하늘 위에서 주위를 살피는 것이 무의미하다 여겨 이내 같이 그 격전에 참여하여 그 몰아치는 오크들의 기세를 눌렀다.

유피테르와 합류하게 되면서 야안의 왼손에서는 쉼 없이 신마법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자이한을 압박하는 검은 창을 향해 뇌전을 펼쳐 그를 크게 물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야안의 노력에도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쿠구구궁-’

대지가 해일처럼 일어나 거친 포효를 하는 오크들을 뒤덮었다. 야안이 신마법으로 펼친 어스였다. 야안이 펼친 어스로 인해 대지는 파도 타듯이 그들의 주위를 어지럽게 휘감은 터라 날랜 회색늑대들조차 쉽사리 가까이 다가올 수 없었다.

야안은 한 편으로 그렇게 어스를 펼치어 주위를 정리하기 무섭게 자이한과 연계하여 ‘란’의 주술사와 검은 창에게서 이득을 취하려 했으나 번번이 호도칸 대족장이 그 힘의 균형이 깨져갔다.

‘란’의 주술사의 힘은 대단했다. 예전 자신의 스승이셨던 로뎅에게는 못 미치지만, 능히 홀로 현 구존과 싸워 자신의 몸 정도는 언제든지 내 뺄 정도는 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하여 야안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란’의 주술사의 힘의 특징 때문에 그러하다는 것이지 야안에 비해 몇 수 뒤떨어졌다.

하지만 그런 점을 호도칸 대족장이 절묘하게 메꿨고, 검은 창은 자이한과의 일전에서 약간 밀리는 면이 있었으나, 이도 주위의 오크들이 물고 늘어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이득을 취하고 있었다.

중간 중간 틈이 날 때마다 야안에게 날카롭게 일격을 가하였으니 만약 야안에게 초감각이 없었다면 크게 당하였을 확률이 높았다.

답이 나오지 않는 그 상황에서 야안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느새 한나절하고도 반나절이 지나 땀이 터져 나오고 숨은 거칠어졌지만 그는 매번 리젠을 펼쳐 회복 하였다.

자이한 또한 벌써 2차례나 검은 창의 창사에 상처를 입어 위중한 상태에 빠졌으나 야안이 엘린과 리젠을 펼치면서 그 순간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었다.

마법만이 아니라 정령술, 검강으로 인해 야안의 마나 소비량은 엄청났으나, 다행히 야안에게는 스탯이라는 능력이 자리했다.

그간 그가 모은 스탯은 96개나 되었고, 현재 전투 중에서 그 스탯은 다시 늘어나고 있었다. 하니 마나나 정령력, 또는 신력의 소모를 스탯을 소모하여 그는 그때, 그때 회복하고 있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그를 상대하는 오크들은 그를 믿어지지 않는 생명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였고, 그것은 가장 앞서 상대하는 ‘란’의 주술사인 경우 더욱 그러했다.

‘도대체 저자의 마나는 어디까지가 끝인가? 고대 드래곤의 심장이라도 얻은 것인가? 정말이지 이해되지 않는 존재로고.’

그 경지가 자신들의 왕 ‘칸’에 육박한 수준이라면 이해되지 못할 것도 아니지만, 그가 본 상대의 경지는 대륙 인간들의 초월자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다.

하니 그로서는 이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눈앞의 인간이 꺼림칙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란’의 주술사였지만 그의 믿기 힘든 수준의 마법을 주술로 흘리며 확신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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