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안-217화 (217/385)

야안 218화

“너무도 긴 시간이 지났도다.”

그랬다. 천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고 말았다.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했으나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그것은 앞으로 차차 알아보면 될 일이었다.

그는 자신을 지배하는 사기를 물러서게 만든 자가 눈앞의 두 인간임을 알 수 있었다. 하나, 다만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결코 그들의 경지로는 자신의 사기를 물러서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기에 의해 정신이 혼탁해지고 그 힘이 약해졌지만 그렇다 해서 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사기를 물러서게 하기는커녕 과연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어려운 것이 이들의 수준이었다.

그것이 아리스 님이 지상의 생명체에게 부여한 축복의 달이 뜨는 오늘일지라도. 이들은 성공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드래곤은 잠시 의문을 보이다, 이내 동굴 속 한곳을 밝히는 뇌전의 정화와 그와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금빛 진주를 발견하고는 그 고요한 눈빛에 놀라움이 일어섰다.

‘어떻게 저 기물들이. 저것을 사용할 줄 아는 자라면 이해되지 못할 것도 없구나.’

그런 드래곤은 곧 위대한 영혼이 숨결이 자리한 검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비록 그 자신의 대에서 모습을 감추었기에 본 적이 없었으나 그것이 전설의 시절 모든 종족이 인정한 현자가 사용하던 그 전설의 검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아 진실로, 그 전설의 현자의 길을 가는 자란 말인가?’

그는 생각이 거기까지 잡히자 이내 두 눈으로 야안과 자이한을 살펴보았고, 이내 그 둘은 허공에 둥실 떠오르더니 회복되기 시작했다.

부서진 뼈가 제자리를 찾아가 맞춰지기 시작했고, 흘러내리던 피가 멎었으며, 균열이 일어난 내장은 저마다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본래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마치 고위 신관이 성수와 함께 회복하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이것은 놀랍지만 마법의 한 종류였다.

바로 고대 대현자인 테무드가 사용했다는 회복마법의 최종단계인 바호핀이다.

이 바호핀은 본래 드래곤의 전용 마법으로 대현자 테무드 조차 부담감을 느껴 평생에 몇 번 펼치지 못한 마법이었다.

마법의 끝자락에 자리했던 테무드가 그 같이 힘겨워할 정도인 바호핀이라는 이 마법은 절대 마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마법의 혜택을 본 자는 그 어떤 상태라 할지라도, 그 모든 법칙을 무시하며 본래의 신색에서 60% 정도로 회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60%의 회복은 단순히 육체적인 것에 제한되어 있지 않다. 그 존재가 신관이든 정령사든, 검사든, 마법사든, 주술사든간에 그 지닌 기운 또한 그런 회복을 보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절대적인 마법이라 전투에서 팔다리가 잘리고 숨이 넘어가는 이에게 펼쳐진 순간 그는 온전한 육체를 새로이 얻으며 그같이 회복을 할 수 있었으니, 그에 대한 반동이 크지 않는다는 것이 더 이해되지 않을 일일 것이다.

실제 드래곤 또한 그 계급에 따라 다르지만 일 년에 펼칠 수 있는 횟수가 한 손을 넘기질 못하는 제한이 있는 마법이었다.

그런 마법이었으니 큰 중상에 자리한 야안과 자이한을 그처럼 회복시키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드래곤은 그 숨이 고르기 시작한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더니 다시 스스로 바호핀을 펼쳐 회복을 하였다.

곧 드래곤에게도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간 자신의 몸을 점령한 사기에 의해 망가진 육체가 무서운 속도로 회복하기 시작했고, 윤을 잃은 일곱 개의 뿔들도 그 본래의 신색을 찾아 성스러운 기운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신색을 회복한 드래곤은 짧은 한숨을 흘리더니 이내 야안과 자이한을 향해 소리쳤다.

“마간돔.”

그 울림과 함께 환한 빛이 일어나며 그들을 감쌌는데 곧 야안과 자이한은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끼며 의식을 차렸다.

이 마간돔은 전설의 시대에 자리한 정신회복 마법으로 고대 마법을 정리하는 중 사장된 마법 중 하나이다.

야안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크고 거대한 존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에 이내 현재 상황을 이해하였다.

자신의 몸은 미증유의 힘에 의해 허공에 자리하였는데, 야안이 그 힘에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야안의 몸은 이미 대지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 그것은 자이한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그는 드래곤의 눈과 부딪힌 순간 그 깊고 지혜로운 눈에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드래곤이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면 그는 아직도 몸이 굳어진 것에 대해 어찌하지를 못했을 것이다.

야안은 드래곤이 사기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깨달았다. 하여 서둘러 한쪽 무릎을 꿇어 예의를 취하였다.

“위대하신 존재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베론 야안이라 합니다.”

야안의 그 모습에 자이한 또한 예의를 보여 인사를 드렸고, 드래곤은 그들의 그 태도가 재밌다는 듯 드래곤은 그 지혜로운 눈이 가늘어지다 다시 커지며 대답하였다.

“나 또한 전설을 잇는 자를 만나 기쁘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그러니 그대의 생을 살펴보아도 되겠는가?”

야안은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기에 허락하였다.

“물론입니다. 위대한 존재시여.”

“고맙네.”

드래곤은 짧게 감사를 표하더니 이내 야안에게 진실의 눈을 펼쳤다. 야안이 크게 마음을 열었던 덕분에 드래곤은 야안의 지난 생의 일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본래 진실의 눈은 드래곤의 마법이었으니 그 효과는 야안의 진실의 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드래곤은 그 거대한 눈을 감으며 진실의 눈에 의해 얻은 정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이내 감았던 눈을 떴다.

그렇게 눈을 뜬 드래곤은 매우 흥미로운 눈길로 야안을 바라보았다.

“이방인이라? 아리스 님께서는 정말 기묘한 축복을 내려놓으셨도다. 한데 어째서 천년이라는 시간이 넘도록 그대 같은 이방인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인지 기이한 일이야.”

그렇게 말을 꺼내던 드래곤은 또한 슬픔과 아쉬움이 자리한 감정을 보이며 말을 뱉어냈다.

“흠~ 오직 인간만이 자리한 대륙이라니. 그 많은 종족들이 그처럼 허망하게 가버렸다는 것이 비통한 일이로다.”

그 거대한 머리를 잘게 흔들던 드래곤은 자신을 바라보는 야안에게 자신이 챙긴 전설의 검과 뇌전의 정화, 금빛 진주를 내어 주었다.

야안은 드래곤이 손수 챙겨 준 물건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드래곤은 잠시 그런 야안의 인사를 받아들이다, 이내 자이한을 살펴보았다.

“음~ 그대가 자이웅 님의 후손이던가? 자이웅 님이 남기신 주술이 그처럼 큰 발전을 이루었다니 정말이지 놀랍도다. 이것은 나를 일깨워준 것에 대한 보답이도다.”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허공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보였다.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하얀 색의 빛이었는데, 그것은 자이한의 정수리를 꿰뚫듯이 들어섰다.

자이한은 그 하얀 빛이 정수리에 들어서자, 매우 놀라다 이내 멍하니 무언가를 바라보듯이 허공에 그 시선이 자리했다.

그 모습에 야안이 궁금증을 보였고, 드래곤은 그런 야안의 생각을 알아 웃으며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주었다.

“전대의 드래곤에게서 받은 기억의 한 자락이네. 그 드래곤께서 보신 자이한이 주술을 펼치는 모습과 그가 완성하였던 주술에 대한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네. 그대에게는 이르겠지만, 지금의 이자라면 능히 그 기억 속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네.”

드래곤의 그 말이 사실인 듯 조금씩 자이한의 눈에 현기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는 이번 깨달음에서 위대한 주술사에 오르기 위한 큰 단초를 발견하였던지 그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감사드립니다. 위대한 존재시여.”

드래곤은 그런 그의 인사를 받아들이더니, 이내 야안에게 말을 꺼내었다.

“그대에게 칠각이 있는 것을 아네. 미약하지만 그것으로 보답을 보이겠네. 그대 그것을 꺼내주시겠는가?”

드래곤의 그 말에 야안은 곧 인베토리에서 칠각을 꺼내었고, 드래곤은 그것을 허공에 높이 띄우더니 이내 그 칠각을 향해 불길을 내뿜었다.

그러자 칠각에서 황금빛이 일어나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드래곤이 이번에 뿜은 그 불길은 동굴을 녹였던 불길보다도 더 강력한 화기가 자리했다. 능히 동굴의 한 곳을 파괴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힘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칠각이 그런 불길을 모두 흡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은은한 황금빛 속으로 그 거대한 불길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칠각은 투박한 모습을 지워내고 현재 드래곤의 뿔과도 같은 성스러운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거대한 불길을 토해내던 드래곤은 그 성스러운 기운을 보이는 칠각을 야안에게 내어주었다.

야안은 그 성스러운 기운에 놀라며 그를 받아들였는데 이내 그의 눈을 어지럽히는 정보창이 모습을 보였다.

[드래곤의 칠각

등급 : A

드래곤의 일곱 개 뿔 중 마지막 뿔로 전설의 시대 자이웅이 죽음의 지배자와의 격전에서 죽은 드래곤이 남긴 잔해의 하나이다.

드래곤에 의해 본래의 모습을 갖춘 이 칠각에는 범인은 감히 상상치 못하는 지혜가 자리한다.

그대를 가로막는 벽을 만나게 되었을 때, 이 칠각은 비로소 그 진가를 보일 것이다.

* 끊임없는 고된 수련을 가는 그대에게 있어 이 칠각은 축복과도 같다. 벽을 만나게 되었을 때 이를 한시도 몸에서 떼어놓지 마라.

* 단 한 번의 사용으로 칠각은 사라질 것이지만, 아쉬워 말라. 칠각은 충분히 그 보답할 것이다.]

생각도 하지 못한 칠각의 진정한 묘용에 놀란 야안은 다시금 드래곤에게 감사의 말을 올렸고, 드래곤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말을 꺼내었다.

“만족하니 다행이로다. 그럼 그대가 이곳에 오게 한 그 퀘스트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시간인가?”

야안은 칠각의 존재에 잠시 생각을 하지 못하다 이내 그를 상기하고 드래곤에게 부탁하였다.

“유피테르의 말에 의하면 위대한 존재시라면 그 해결 방법을 아신다 하였습니다. 부디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야안의 그 말에 드래곤은 고개를 저었다.

“아쉬운 일이지만 나 또한 그에 대해 말할 수 없도다. 죽음의 지배자가 남긴 저주는 나로서는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니.”

그 절망스러운 말에 야안이 안타까움을 보이는 데 드래곤이 다시금 말을 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직 이방인인 그대이기에 가능한 방법이기도 하다. 붉은 일족이 만들었고, 푸른 일족이 다듬었으며 전대인 골든 일족이 완성한 이 마법은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한 마법이라 하였도다.”

죽음의 지배자의 그 저주조차 미치지 못하는 마법이라는 말에 야안은 크게 흥미가 일어난 터라 다급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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