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219화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요? 어째서 이방인인만이 가능한 마법입니까?”
야안의 그 물음에 잠시 침묵을 하던 드래곤은 이내 말을 꺼내었다. 그렇게 꺼낸 그의 말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 마법의 이름은 크로노스. 바로 시간 역행의 마법이다.”
“시간 역행!”
“과거로 시간을 돌린다는 말이십니까?”
놀란 것은 야안만이 아니라 마법에 무지한 자이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놀라워하는 모습을 한숨을 흘리며 바라보던 드래곤이 다시 말을 꺼내었다.
“정확히는 한 존재가 과거로 떨어지는 것이네.”
드래곤의 그 말에 야안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 또한 진리의 길을 걷는 자이라, 드래곤의 그 말이 얼마나 말이 되지 않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입니까?”
드래곤은 잠시 야안을 바라보다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하네. 예전 붉은 일족은 가장 빠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최초의 인간이자 최초의 현자인 라블랑카스 님이 답해 주셨지. 그것은 바로 빛이었네.”
“빛. 과연 그렇군요.”
야안 또한 상위 현자 비기너에 오른 자 그가 걸은 진리의 길은 상당한 위치라 왜 빛이 가장 빠른 것이라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 세상에 존재한 것 중 가장 빠른 것은 빛이지. 붉은 일족은 그 대답을 얻고 생각을 하였네. 만약 빛보다 빠르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라고 말이네. 이 마법은 그 의문으로부터 시작되었네.”
그때부터 자이한은 이해하는 것을 포기해 버렸다. 그가 현명한 편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범인들을 기준으로 현명한 것이지, 현자인 존재들과는 비교할 수는 없었다.
그런 그와 달리 야안은 드래곤이 말한 그 발상에 대해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빛보다 빠르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의 뛰어난 머리는 그간 그가 익히고 세운 모든 법칙과 이론들을 적용하여 보았으나 대단히 머릿속만이 복잡할 뿐 답이 보지 않았다.
한숨을 흘리며 드래곤을 보자 그제야 드래곤이 미소를 머금으며 그의 생각을 도와주었다.
“이에 알려면 상대성 이론에 대해 고찰하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멈춰 있는 존재가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는 존재를 보았을 때, 그 존재의 시간은 나보다 느리게 간다고 느끼게 된다.
즉 속력이 빠르면 빠를수록 그 존재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흘러가는 것이다. 그러하니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시간은 거의 멈춘 상태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데 어느 존재가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면 그 존재의 시간의 흐름은 0, 즉 전혀 시간이 흐르지 않게 된다.”
다소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가르침에 야안은 놀라고 감탄하였다. 그런 야안의 생각을 아는지 드래곤은 다시 말을 꺼내었다.
“하기에 붉은 드래곤 일족은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빛의 속도로 움직일 때 시간의 흐름이 0이라면, 그보다 더 빠르면 오히려 시간의 흐름이 음수가 되어 거꾸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지. 여러 가지로 실험한 결과 빛의 질량은 0이기 때문에 더 빠른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붉은 일족은 포기하지 않았지. 그런 물질이 있을 것으로 그들은 믿었고, 그 가정 하에 마법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푸른 일족이 그 마법을 연구하였으나 그들도 그런 물질을 발견할 수 없었다. 새로이 창조하는 방법까지 생각했지만, 질량이 0이 되는 물질은 사실 존재할 수가 없었다.
그들도 결국 그 마법을 좀 더 효율적으로 다듬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지.
그러다 이 마법은 전대의 골드 일족에게 내려왔다. 하지만 전대의 골드 일족도 이 마법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결론만을 내렸다. 다만 그들도 이 마법을 위해 쓰이는 재료가 너무도 엄청나다는 점을 상기해 좀 더 효율적으로 공식을 정리해 에너지를 비약적으로 줄이었지.
그렇게 에너지를 비약적으로 줄이던 중, 전대의 일족의 한 분이 이런 이론을 내어 보았다. 무게가 존재하지 않는 영혼이라면 가능하지 않을 것인가이다.
하지만 이도 이론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이 마법이 놀라운 것이라 해도 영혼을 이용하는 사도의 짓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야안은 드래곤의 그 같은 정의를 내리는 과정에 숱하게 감탄을 하다 영혼이라는 점에서 그는 환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자신은 3번의 부활이 가능한 이방인이었다. 드래곤께서는 그것을 상기하여 오직 나만이 방법이 있으시다 말한 것이다.
다만 과연 자신의 부활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불안한 가운데 드래곤이 미소를 보였다.
“믿어 의심하지 마라. 그대의 기억을 읽던 중, 그대가 읽은 그 고대문헌을 쓴 자는 믿을 만한 자의 것이다. 그 문헌에는 고대 이전 신관이 문헌에 남길 때 쓰이던 표시가 자리했으니 말이다.”
고대 이후 수많은 문물이 파괴되어 대륙의 역사는 새롭게 쓸 수밖에 없었다. 하여 신관들 또한 그전의 신관들이 무슨 일을 하였는지 알 방도는 없었다.
하지만, 드래곤은 그 이전의 시대에서 살아왔고 수많은 신관을 보았던지라 그 같은 특성을 알고 있었다.
야안은 드래곤의 말에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위대하신 존재께서 말씀하시는바 따르고 싶습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물론, 그것은 내가 해야 할 당연한 일 중 하나이다. 다만 지금으로는 어렵도다. 열흘이 지나 내가 잠에서 다시 깨어날 때 그 마법을 펼치겠노라.”
“감사합니다. 위대한 존재시여.”
드래곤은 가볍게 야안의 인사를 받아들이더니, 그 거대한 몸을 웅크려 눈을 감았다. 그러자 마치 거대한 돌산이 눈앞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되었다.
숨결은 물론이며 그 강대한 기운의 발산도 사라졌고, 기척도 없어졌다. 은은히 발하던 금빛 빛마저 사라지었으니 만약 눈앞에서 드래곤이 잠이 드는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기이한 형태의 돌산이 동굴에 있을 것으로 여겼을 것이다.
자이한은 야안과 드래곤의 이야기를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다만 알 수 있었던 것은 드래곤이 눈을 뜨던 날 야안이 과거로 회귀할 것이라는 것이다.
‘진정 드래곤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시구나.’
상식의 선을 가볍게 뛰어넘는 힘도 그렇지만 과거로 회귀한다는 발상을 한다는 것이 너무도 놀라웠다.
시간이 지나 어느새 열흘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 야안과 자이한은 낮에는 수련을 하고 해가 지는 저녁이면 술을 마시며 마지막 정을 쌓아 나갔다.
자이한은 드래곤이 그에게 남겨준 자이웅의 그 가르침을 되새겼고, 야안은 드래곤과의 일전에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뼈저리게 깨달아 스스로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드래곤이 깨어났다.
수면을 하기 전과는 비교하기 힘든 은은한 힘이 드래곤에게 퍼져 나왔다. 그 기세에 놀라 야안은 절로 한 걸음을 물렸고, 자이한은 압도당하여 꿈쩍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눈을 뜬 드래곤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야안과 자이한을 보고 미소를 머금었다.
“아직 완전히 회복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그 마법을 펼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도다.”
야안과 자이한은 드래곤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 절대적인 기세도 본래의 기량에 비해 부족하다니, 하면 그 기량을 전부 보인다면 얼마나 대단하다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드래곤은 야안을 보며 말했다.
“그대가 받은 현자의 지팡이를 꺼내 주겠는가?”
드래곤의 말에 야안은 이내 인벤토리에서 현자의 지팡이를 꺼내 건네었다. 곧 그것을 허공에 띄워 받아든 드래곤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간의 언어가 아닌 드래곤만이 쓸 수 있는 용언이었다. 긴 시간을 지팡이를 앞에 둔 채 용언을 흘리자 현자의 지팡이의 모습이 변모되기 시작했다.
마치 흔하게 볼 수 있는 지팡이로 모습이 변모된 것인데, 더 이상 전설의 검이 들어갈 공간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야안은 놀라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 지팡이에서 느껴지는 그 기운이 대단한 탓이다. 최소 자신의 스승이신 로뎅의 경지에 오르지 않고서는 감히 다룰 수 없었다.
‘팍-’
그렇게 거대한 기운을 흘리던 지팡이는 허공에 떠 있다 요란하게 대지에 내리박혔다. 드래곤은 그 과정을 끝내더니 말을 이었다.
“현자의 지팡이의 봉인을 풀었도다. 임시에 불과하나 그대의 영혼이 자리할 그릇이 되기에는 충분할 것이리라. 그대는 긴 시간을 과거 속에서 떠돌아야 할 것이다. 현재 나의 힘으로는 10년을 그 과거에 자리해야 할 것이다.
그 시간이 지나야 만이 다시금 힘이 모일 것이고 그로서 그대는 다시 죽음으로 본래의 시간으로 돌아오리라.”
드래곤은 그 말을 끝으로 야안에게 작별의 시간을 주었다.
하지만 이미 열흘 동안 술을 마시며 작별을 이야기하였기에 야안은 그저 자신을 말없이 바라보던 자이한을 크게 안아 등을 두들겨 주고 다시금 부탁하였다.
“부디 영지를 잘 지켜주기를 바라네.”
“걱정하지 마시게. 그대가 지키고자 했던 것을 파괴하려면 나를 죽여야 할 것이니 말일세.”
“하하. 그것참 든든하군.”
그렇게 말을 한 야안은 드래곤에게 주술을 펼쳐 무어라 말을 꺼내었고, 드래곤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동시에 자이한이 모습을 감추었다.
“그대의 부탁대로 그는 지금 영지에 자리하고 있도다.”
“감사합니다. 저는 이미 준비가 끝이 났습니다.”
죽음을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야안에 드래곤은 감탄하는 듯 눈을 가늘게 뜨다 준비한 마법 크로노스를 꺼내어 펼치기 시작했다.
시간을 역행하는 초마법인 만큼 그 촉매제로 드래곤의 피로 쓰인 붉은 룬언어가 동굴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거대한 체구인 드래곤이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이지 다른 생명체였다면 감히 이 마법의 준비조차 감당할 수 없을 터이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 모든 과정을 끝낸 드래곤은 이내 마법을 펼쳐 야안의 숨을 끊게 하였다.
‘풀썩-’
야안이 앞으로 쓰러지기 무섭게 현자의 지팡이에서 빛을 발하였고, 드래곤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이내 그가 지닌 모든 마나를 발휘하여 크로노스를 펼치기 시작했다.
곧 붉은 룬 언어는 더욱 짙은 붉은색을 보이다 이내 검게 물들어졌고, 그 지경까지 가서야 룬 언어는 마치 회오리치듯이 현자의 지팡이에 빨려 들어갔디.
그렇게 모든 룬 언어를 빨아들인 현자의 지팡이는 크게 떨리기 시작했고, 그 영향에 야안의 검강도 버티던 대지는 현자의 지팡이를 중심으로 수십 가닥의 긴 호선이 일어나다 현자의 지팡이가 더 이상 떨리지 않자 그제야 더 이상 균열이 멈추어졌다.
드래곤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다 마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자 그제야 안도를 보이며 다시 웅크리어 동면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10년 뒤 야안을 이곳 세상에 불러내기 위해서였다.
곧 동굴을 환하게 비추던 드래곤이 빛을 잃자 다시 칠흑 같은 어둠이 동굴을 뒤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