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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20화 (220/385)

야안 220화

야안 2부 : 1. 불의 마녀 카르샤

베로시안 왕국은 여름이 유난히 긴 지역이다.

왕국을 가르는 야문 강을 중심으로 수많은 물줄기가 자리한 이곳은 습기가 높으며 또한 바다를 끼고 있어 대대로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았다.

그 기후의 특성으로 인해 일 년에 세 번이나 농사를 짓는 것이 가능한 베르시안 왕국은 대대로 농업 중심 국가였다.

그 수출품이 곡류였는데, 이 엄청나게 생산되는 식량으로 인해 베로시안 왕국은 대대로 주위 왕국에 그 입김이 강한 편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식량은 곧 검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습기가 높고 큰 노력 없이도 부족함 없게 먹고 살 수 있어 교육열이 높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나라에서는 매번 인재들을 구하기 힘들어 다른 왕국의 인재들을 데려오기도 했으며, 귀족들은 자기 영지의 뛰어난 인재들을 발굴하여 직접 후원하여 기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베로시안 왕국의 변경에 자리한 볼트 자작 가는 변경백인 마탄 백작가의 가신 가문이다. 이 볼트 자작 가는 최근 이 변경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의 가문이 최근 이 일대를 크게 괴롭혔던 마녀를 멸하였기 때문이다. 마녀는 본래 뛰어난 현자로 이 일대에서 존경을 받는 현자였으나, 고대 사기가 자리한 기물을 연구하던 중 그 사기에 휩싸여 마녀가 되고 말았다.

마에 휩쓸리는 데에는 일반적으로 2가지 방법이 자리한다. 하나는 깨달음을 얻던 중 마가 끼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앞서 이야기한 경우였다.

첫 번째인 경우는 처리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경우 보통 그 발휘되는 힘이 미숙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두 번째의 경우였다. 이렇게 마에 휩쓸린 자는 그 힘도 본래의 경지보다 한 단계 위에 올라서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육체적 능력도 뛰어나 아무리 익스퍼트 검사라 해도 상처를 입히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여러 번의 토벌대를 보내어 마녀를 잡으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 볼트 자작 가에서 이 마녀를 처리한 것이다.

그러하니 당연히 뜨거운 감자로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오 년의 시간이 지났다.

볼트 자작 가는 그때의 공을 인정받아, 영지의 유입된 영지민들이 크게 늘어난 상태였고, 이로 인해 영지는 점차 번화해졌다.

그런 볼트 자작 가의 외지에 마잔 마을이 자리한다. 마을의 규모는 여타의 다른 마을과 달리 큰 규모였다. 전대의 볼트 자작이 영지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얻은 구리광산이 이곳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1,200 세대가 사는 이곳은 내성 다음으로 큰 번화가이기도 했다. 구리를 거래하러 온 상인들로 인해 마을 중앙에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내성 못지않은 일자리와 물건의 유통이 편했다.

톰은 이곳 마을의 토박이로 지금은 구리광산에서 일하고 있었다. 대를 이어 광부 일을 하였기에 그 또한 당연하다는 듯이 광부가 되었다.

그의 가족은 재주가 많은 딸 하나만이 자리했다. 어미 없이 키웠음에도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착실했다.

집안청소는 물론이고 요리도 곧 잘했으며, 어디서 배운 것인지 약초에 대해서도 그 조예가 깊었다.

마을의 촌장님도 감탄할 정도라, 올해 17살의 생일을 맞이하면서 볼트 자작 가의 인재로 추천할 생각이었다.

그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딸의 앞날이 찬란하기를 바랬기에 촌장님의 생각에 찬성하였다.

이번 달, 생일이 되면 이에 대해 말해줄 생각을 하였던 톰은 그날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수풀이 우거진 길 너머로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거기, 누, 누구요.”

영지의 상당한 재정을 책임지는 곳인 만큼 치안이 뛰어나 몬스터를 발견하기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기에 톰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이상하다 여긴 톰은 혀로 메마른 입술을 축이며 그곳으로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하, 사람이구나.”

그랬다. 사람이었다. 다만, 톰은 안심하면서도 또한 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멀리서 보았을 때는 수풀에 가려 몰랐지만 가까이에 다가가니 그가 아무런 것도 걸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늦은 저녁 알몸을 한 사내를 발견한 것이 기이하기도 하고, 혹시 죽은 것이 아닐까 싶어 확인했으나, 다행히 숨을 쉬고 있었다.

“도대체 이런 외지에 무슨 일을 당한 것이지? 강도라도 당한 것인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마을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다만, 그 외모를 볼 때, 보통 귀한 사람이 아닌 듯 보였는데, 톰은 잠시 고민하다 이내 일할 때 입었던 땀이 절은 옷을 그에게 입히고 그를 업고 마을로 데려왔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러다 떠도는 산짐승에게 명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외모로 보아 귀한 자제로 보였으니 어쩌면 이번에 딸이 입관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었다.

건장한 사내를 산지에서 데려오는 것은 광산에서 잔뼈가 굵은 그라 해도 힘든 일이었다. 덕분에 그는 보통 때보다 늦은 시간에 집에 도착하였다.

늦은 시간까지 아버지가 도착하지 않았던 탓에 걱정스러웠던지 늦은 시간에도 집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톰은 땀을 닦으며 곧 문을 두들겼고, 곧 여타의 시골 여인의 모습을 한 어린 소녀가 문을 열었다.

“아버지, 아! 누구시죠?”

그 말에 톰은 미소를 보이며 답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발견했단다. 수풀에 쓰러져 있더구나. 그대로는 죽을 것 같아 데리고 왔단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쓰던 침대에 그를 눕혔다.

그렇게 그를 내려 눕힌 그는 그제야 자신의 딸에게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하였고, 그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그 사내에게 다가가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서 그를 살펴보던 아버지에게 말을 꺼냈다.

“다행히 외관상으로는 깨끗하네요. 아무래도 상당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정신을 잃은 것 같아요. 내일이면 깨어날 것 같아요.”

그 말에 톰은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다 이내 다시 옷을 갈아입히기 시작했다. 아무리 도와주었다지만 귀한 자제로 보이는 자에게 땀에 절인 옷을 입혔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는 옷을 갈아입히기 위해 사내의 옷을 벗기다 이내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사내의 몸은 같은 사내가 보아도 반할 만큼 무섭도록 단련된 몸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자신도 광산 일을 하면서 제법 몸체가 뛰어난 편이었지만, 이 사내에 비하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사내는 큰 근육은 없었으나 아주 조밀한 근육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연결되어 있었다. 그 탄력도 매우 뛰어났는데, 예전에 마을을 시찰하러 오셨던 기사 분도 이자에 비하면 풋풋해 보일 지경이었다.

잠시 감탄을 보이던 그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옷을 갈아입혔다. 정신을 잃고 있음에도 알 수 없는 위엄이 그에게 흘려 나온 터라 톰은 자연히 그 손길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불을 덮어주고 방을 나서니 거실에는 딸이 이미 음식을 데워 차린 뒤, 약초를 손질하고 있었다.

“카르샤. 그것이 무엇이더냐?”

“정신을 맑게 해주는 약초예요. 내일 잠시 깨어날 때 달여 먹이려고요. 신경 쓰지 마시고 식사하세요. 데리고 오시느라 고생하셨을 텐데.”

“그래, 너도 너무 늦게까지 신경 쓰지 말고 눈을 붙이려무나.”

“네. 알겠어요. 아버지.”

톰은 딸의 말대로 상당히 체력 소진을 하여 배가 많이 고픈 터라 허겁지겁 배를 채웠다. 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치우던 그는 그때까지도 약초를 손질하고 딸을 옆에 둔 채 거실에 자리한 소파에 누워 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카르샤는 고단한 하루를 보낸 자신의 아버지에게 담요를 가져와 덮어주고는 이내 사내가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

사내의 호흡은 매우 가늘고 깊었다. 그것은 이 사내가 지닌 무위가 대단히 뛰어나다는 것을 방증하는 증거이기도 했다.

카르샤는 조금 전 그의 아버지 앞에서 보였던 모습과 달리 그 눈빛이 매우 날카로웠고, 그 분위기도 달라져 있어 조금 전 그 순박해 보이는 시골의 소녀로 보이지 않았다.

특히 그 날카로운 눈은 매우 맑고 깊어 그녀의 지혜가 범인을 한참 넘어섰음을 알 수가 있다.

“도대체, 이자는 어떤 자인가?”

중얼거리듯이 말하는 카르샤는 이 사내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작 이십대를 갓 넘어 보이건만, 그 자신이 감히 견주어 볼 수 없는 자라는 것이 카르샤는 믿어지지 않았다.

‘홍염의 현자인 나를 넘어선 자라니.’

세상에 수많은 이기가 자리하지만, 고작 이 나이 대에 홍염의 현자인 자신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그 어떤 천재를 데려와 엄청난 자금을 풀고 지원한다 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그 모은 마나가 부족하였으나, 그녀가 오른 경지는 상급 현자 비기너에 해당하였으니 말이다.

그랬다. 그녀 카르샤는 과거 홍염의 현자로 불리며 수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고대의 유물을 조사하다 마녀가 된 이였다.

본래 그녀의 이름은 마리나였으나, 이미 그녀는 그 과거의 이름을 버린 뒤였다.

5년 전, 그녀의 영혼은 고대의 유물에 의해 의식의 한 편에 봉인되고 말았다. 그 고대의 유물은 전설의 시대에 악마가 남긴 파편의 한 조각이었고, 이 파편은 오랜 세월을 살아오다 영성을 띄게 되었는데 그 실험의 과정에서 기회를 노리던 파편이 그녀가 방심하던 사이 그녀의 몸을 집어삼킨 것이다.

이로 인해 그녀는 오랜 세월 마녀가 되어 그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람들을 학살하거나 기괴한 실험을 하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겨우 마흔을 넘기 나이에 중급 현자 마스터의 자리에 올라선 뛰어난 현자였기에 그녀는 그 의식의 한 편에서 악마를 제압하기 위해 자신의 경지를 넘어서려 하였다.

그 과정은 매우 조심스럽게 흘러간 터라 그 파편도 알 수 없었다. 결국 성공하여 상위 현자 비기너에 올라선 그녀는 그때부터 파편과 힘겨루기를 시작하였고, 그때 마침 볼트 자작이 쳐들어와 그녀를 치게 된 것이다.

당시 볼트 자작의 경지는 중급 익스퍼트에 올라서 있었고, 그 휘하에도 세 명의 초급 익스퍼트 기사가 있었지만, 뛰어난 힘을 지닌 마녀를 어떻게 할 수 있는 저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의식 속에서 그녀의 공격을 막기 위해 크게 힘이 떨어진 마녀는 결국 이들의 합공을 막아서지 못하고 심장이 꿰뚫리며 죽음을 맞이했다.

한데, 그때 놀라운 일이 생겼다. 심장에 자리한 파편이 검에 부서지면서 그 영향으로 인해 그녀의 영혼이 정해진 순리에서 벗어나 버린 것이다.

그렇게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자신이 있던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마잔 마을의 시골 소녀의 몸을 차지하고 있었다.

본래 이 시골 소녀는 몸이 허약하여 치료사로부터 오래 살지 못할 것으로 진단받았는데, 톰이 약을 구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벗어나던 때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한데 그때 마침 방랑하던 그녀의 영혼이 그녀의 몸에 들어서게 되었고, 이로써 그녀는 카르샤라는 이름을 지닌 시골 소녀로 환생하게 된 것이다.

그날, 이후 한동안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하여 이 소녀가 살았던 환경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고생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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