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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21화 (221/385)

야안 221화

비록 그 정신은 상급 현자 비기너에 달하였지만, 그 육체는 병약한 시골 소녀에 불과했으니 자신이 일정 이상의 힘을 찾기 위해서는 보호를 받아야 했다.

1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그녀는 자신의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 시간과 마나가 부족하여 그녀가 알고 있던 마법을 펼칠 수 없었지만, 그녀는 왕국에서 두 손안에 드는 현자였다. 특히나 그녀의 지식은 그녀의 스승의 영향으로 폭넓은 지식을 자랑했다.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는 듯 그녀는 아주 간단한 형태인 조잡한 마케 마법진을 여러 개를 만들어 집 구석구석에 설치하고, 또한 작은 형태의 마법진을 만들어 그것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녀는 룬 조각에 대한 지식이 뛰어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고작 몇 한도 되지 않는 마나로 별다른 재료도 없이 그 같은 마법진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이것으로도 그녀의 병을 치료하기는 어려웠다. 마케 마법은 몸의 생체리듬을 활성화 하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몸이 스스로 회복되는 것을 도울 수는 있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그녀 또한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이 마케 마법진을 설치한 이유는 이로 하여금 최소한의 힘을 얻기 위해서이다.

바로 약초를 수집하기 위해서이다. 그녀의 약초의 지식은 왕국의 몇 되지 않는 고위 치료사들만큼이나 대단했다.

그녀가 그 같이 약초에 대한 지식이 뛰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스승이 약초에 대해 상당히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의 스승은 아란테라는 약초의 성질을 구별하는 마법마저 만들어내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녀는 뛰어난 약초의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이 아란테라는 마법으로 인해 그녀는 아직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흔하면서 구별하기 어려운 식물들로 고급 약초만큼의 약효를 만들 수 있는 약을 만들어내었다.

그렇게 몸이 어느 정도 움직여도 될 만큼 회복되자 산이나 들에서 여러 형태의 풀들을 캐어내기 시작했다. 그 같은 그녀의 행동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걱정을 살 만한 것이었다.

그녀가 캐어내는 것들은 그저 산에 자리한 흔한 잡초 따위로 보였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약을 잘못 먹어 미친 것이 아니냐는 시선으로 그녀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이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 반년이 지났을 때 더 이상 그들은 그런 시선으로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스스로 만든 약초로 그녀가 점차 생기를 찾아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금 반년이 지나자 그녀는 완전히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

몸을 회복한 그녀는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얻게 되어 사람들의 자잘한 질병 따위를 캐어낸 약초로 조합해 치료하면서 조금씩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금을 모으는 이유는 이 외진 마을의 흔한 시골 소녀 카르샤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외적인 모습과는 달리 그녀는 왕국에서 두 손안에 들어갈 만큼 뛰어난 현자였다. 또한, 그때의 그 비극으로 인해 상급 현자에 오른 뒤로는 왕국에서도 세 손가락에 들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 그녀가 바란다고 해서 이 시골 소녀 카르샤로서의 삶을 살 수 있을 수는 없었다.

거대한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라는 것을 진리의 길을 걷는 그녀는 무엇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여, 그녀는 언젠가 떠나게 될 날을 앞두며 여행 자금을 모으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카르샤로 환생한 지 5년이 되었을 무렵, 그녀는 초급 익스퍼트에 달할 정도의 마법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대단히 뛰어난 마나 수련법을 알고 있었지만, 애초 카르샤의 육체는 워낙 몸이 약한 터라 기본 형태의 마나 수련법으로 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몸이 회복되고 난 뒤, 그녀가 알고 있던 마나 수련법으로 마나를 모으기 시작했고, 불과 3년 만에 초급 익스퍼트 정도의 마나를 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위 현자 비기너 수준의 지혜를 지니고 있었기에 무리를 한다면 초급 마스터에 달하는 마법도 가능했고, 마정석 같은 마나가 깃든 물건이 있다면 마법진을 응용하여 그 이상의 마법을 펼칠 수도 있었다.

또한 초급 익스퍼트 정도의 마나를 모았다고 하지만 상위 현자 비기너의 지혜를 담은 만큼 그 마나의 손실이 대단히 적어 여타의 초급 익스퍼트 현자보다 다섯 배는 빠른 속도로 마법을 시전할 수 있었고, 마나도 삼 분의 일 수준의 손실로 마법을 펼칠 수 있었다.

하니, 현재 그녀는 홀로도 능히 초급 현자 마스터 정도는 제압할 힘을 가지고 있다 하겠다.

그간 치료사로서 모은 돈 또한 상당했지만, 그녀는 떠날 수 없었다. 자신을 진짜 딸처럼 여기며 적지 않은 애정을 보이는 톰에게 그녀 또한 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떠나면 이제 혼자가 되어버리는 톰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발목을 잡았던 이 문제도 톰이 반년 전 마을의 과부였던 빵집 아주머니와 사이가 돈독해지면서 그 염려도 가벼워지게 되었다.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톰에 그녀는 적극적으로 뒤에서 지원을 하였고, 그런 지원 덕분인지 곧 얼마 되지 않아 혼인을 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이제 자신의 마음을 꺼리는 문제가 다 정리되었던 차 그녀는 이곳에서 성인식이 치루는 날 마을을 떠날 생각이었다.

지난 촌장의 부인으로부터 자신이 성인이 되던 날 영주에게 인재 추천을 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로서는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비록 그때의 자신이 악마의 파편에 물들어 있어 자신이나 자신이 아닌 존재였다고는 해도 그가 자신을 죽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을 죽인 자의 밑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진리의 길을 걷는 자라 해도 마음이 내키는 일이 아니었다.

하여 생각한 것보다 빠른 시기에 떠날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생각지도 못한 문젯거리를 아버지가 데려 오고 말았다.

산속에서 나체로 쓰러져 있는 결코 범상치 않은 귀족의 모습을 지닌 사내의 사정도 심상치 않았건만, 그에 앞서 자신이 파악할 수 없는 높은 경지에 있다는 점은 더욱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자를 지금 없애버려야 할까?’

하지만 이내 그녀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늦은 시간이라 하지만 톰이 낯선 자를 데려오는 모습을 본 자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그 힘이나 그의 외모를 보아 그를 찾는 자라면 결코 평범한 자가 아닐 터, 지금의 그녀로서도 도망치는 것이 고작일지 모른다.

‘결국 이자가 부디 호인임을 바랄 밖에 없는 것인가?’

그녀는 말없이 한참을 사내를 바라보다 이내 방을 나섰다.

“으으음.”

야안은 마치 거대한 거인이 머리를 조이는 듯한 고통 속에서 정신이 들었다. 그 고통은 야안조차 견디기 힘든 너무도 지독한 고통이라 신음을 흘리던 야안은 가까스로 스스로 리젠을 펼칠 수 있었다.

신성 마법인 리젠의 영향 덕분에 그는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면서 그는 그제야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자신은 이름 모를 목재로 만든 낡은 집의 침대에 자리를 하고 있었고,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의 재질 등을 보면 자신을 데려온 이가 평민임을 알 수 있었다. 평민이라면 살림이 좋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 이처럼 자신을 도와주었다는 것만 보아도 이 집의 주인이 호인임을 알 수 있었다.

‘마법은 성공한 것일까?’

자신은 그 아리스 님의 예언처럼 부활할 수 있었지만, 과연 드래곤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자신이 과거로 온 것인지 아직 확실한 것은 없었다.

그가 그 의문에 자리할 때 누군가 방에 들어섰다. 사십 대 초반의 사내였는데, 그는 사람 좋은 얼굴을 보이며 그릇에 약탕을 가지고 왔다.

“아이고, 깨어나셨습니까? 쇤네는 톰이라 합니다. 산속에 계신 것을 발견해 데려왔습니다요. 딸 아이 말로는 정신적으로 크게 힘드실 것이라 하는데 괜찮은 신 것으로 보여 다행이십니다. 이것은 정신을 맑게 해주는 약인데 아마 머릿속이 한결 맑아지실 것입니다.”

자신이 귀족임을 짐작하여 공손하게 대하는 톰의 말에 야안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맙네. 그대에게 신세를 지었군. 한데, 이곳이 어디인지 알려 주겠는가.”

야안의 말에 톰은 크게 생각지 않고 얼른 답변해 주었다.

“볼트 자작 가의 마론 마을입니다.”

그 말에 야안은 잠시 망설이다 다시 물었다.

“사정이 있어 그러하니 이곳 왕국 이름이 무엇인지 알려주겠는가?”

“베로시안 왕국이옵죠.”

야안은 그의 말에 작게 감탄사를 흘렸다. 베로시안 왕국이라는 이름은 자신이 있었던 대륙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왕국이었다.

이는 자신이 얼마나 긴 시간을 거슬러 왔는지는 모르지만, 그 놀라운 크로노스라는 초마법이 성공한 것을 말했다.

야안은 잠시 자신을 초조하게 바라보던 톰에 미소를 보이며 그가 건네준 약탕을 받아 마셨다.

약탕을 마시던 야안은 생각 이상으로 이 약탕이 뛰어난 것을 알게 되었다. 리젠으로 머리를 옥죄이던 통증에서 회복되기는 했지만, 아직 잔재의 통증이 자리했는데, 이 약재를 마시면서 그 같은 통증이 완화된 것이다.

누군지 모르지만, 대단히 뛰어난 치료사가 만든 것으로 생각하던 야안은 톰에게 그릇을 내어주며 감사의 표시를 보였다.

“귀한 약인 것 같은데 고맙네.”

그 말에 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귀한 것은요. 사실 이 약은 제 딸이 만든 것이지요. 마을에서도 효용을 본 이가 한둘이 아니시니 귀하신 몸에도 잘 받을 실 것입니다.”

딸을 자랑하고 싶어 이내 냉큼 말을 꺼내는 톰에 야안은 놀라움을 보였다. 그도 한때 약초에 대해 공부한 바가 있지만, 약초를 제대로 다룰 수 있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공들여야 한다.

약초의 상태에 따라 그 연도를 구분하고, 그 약재의 기운을 살펴 다른 약재와 혼합할 줄 알아야 약초의 기초를 떼었다 할 수 있다.

이에 더 나아가면 환자의 몸에 맞게 약재를 구분하여 그 구성을 바꿀 줄 알게 되고, 이에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면, 귀한 약재가 아니어도 평범한 약초들을 조합해 재구성하여 뛰어난 효과를 보일 수 있다.

야안이 다시 생각해 보니 이 약탕에는 귀한 약재가 자리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한데, 이 같은 효용을 보이게 하니 결코 그의 딸이 평범한 자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톰의 나이를 보았을 때 딸의 나이는 스물을 넘기기 어려울 터, 이런 것을 고려해 본다면 어쩌면 그녀는 뛰어난 현자의 재능을 지녔을지도 몰랐다.

야안은 감탄을 하며 그의 딸을 칭찬하였다.

“그대 딸의 재능은 정말이지 매우 놀랍군. 그대의 딸처럼 약초를 다루는 자는 몇 되지 않을 것이네.”

톰은 귀하신 분이 딸을 칭찬하자 실례인 줄 알면서도 입꼬리가 늘어난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그러다, 이내 마을 종소리가 울리자 아차 한 표정으로 서둘러 예를 차리며 인사를 올렸다.

“실례되지만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딸아이에게 말하시면 될 것입니다.”

“그러게. 고마웠네.”

야안은 다시금 예를 보이며 나서는 톰을 바라보다 그제야 스스로 점검하였다. 달라진 것이 있는지에 대해 알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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