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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36화 (236/385)

야안 236화

야안이 그간 올린 스탯은 57스탯이나 되었고, 지난 그가 모은 스탯을 합친다면 여유 스탯은 70에 달했다.

야안은 카케온의 갑주가 방호구로서 뛰어난 물건임을 잘 알기에, 이를 사용하기 좋게 갈라 인베토리에 넣어두었다.

카케온의 덩치가 상당한 덕분에 못해도 50개의 갑주는 나올 듯했으니 앞으로의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코롱 산맥에 들어선지 열흘째 되던 일이었다.

그렇게 코롱 산맥의 세력을 홀로 지워 낸 야안은 다시금 여정을 재촉했다. 그간의 그 거친 전투로 인해 심신이 괴롭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그 정도의 어려움은 그에게 있어 언제나 있던 것이었다.

‘끼이이잉, 끼이잉-’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조의 울음소리가 어디선가 저 하늘 너머에서 울려 퍼진다.

야안은 족히 이십 미터는 넘는 거대한 거목의 높은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괴조의 울음소리에 눈을 떠 환하게 비춰진 달을 바라보았다.

‘천 년 전에도 저 달은 변한 것이 없구나.’

오래전 뇌전의 정화를 얻기 위해 처음 야루스 산맥에 들어섰을 때를 상기하던 야안은 자신의 영지에 남겨진 이들을 상기하다, 어둠 속을 가르고 울려 퍼지는 괴음에 회상을 멈추었다.

귀를 기울여보니 흡사 전쟁을 하는 듯한 거친 전장에서나 들릴 법한 괴음이 울려 퍼진다.

‘아무래도, 앞서 움직였던 상단이 고난에 처한 것 같구나.’

그 생각이 들자, 야안은 이내 짐을 챙기고 그 높은 고목에서 몸을 날렸다. 토네와 바람의 술이 야안의 몸을 지탱하였고, 축지술을 펼쳐 고목들을 차며 나르자, 그 움직임은 활에서 날아가는 화살을 보는 듯 날렵했다.

한 호흡에 이백 미터를 날듯이 움직이던 야안은 이내 이십 호흡이 넘지 않아 치열한 전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족히 이천에 달하는 군대와 육천에 달하는 몬스터 군단이 그곳 전장에서 치열한 혈전을 보이고 있었다.

대체로 그 숫자가 적은 인간들의 군대가 조금씩 이득을 취하고는 있었지만, 코볼트와 같은 소형 몬스터들 사이사이에 자리한 오우거와 같은 대형 몬스터들 때문에 승기를 잡으려면 못해도 절반의 희생은 각오를 해야 할 듯했다.

이 상행을 보호하는 군대의 병사들은 못해도 하나같이 하급 유저에 달하는 실력자였고, 그들을 이끄는 백인장은 상급 유저였으며, 익스퍼트에 달하는 기사가 다섯에 그 수장은 중급 익스퍼트의 끝자락을 밞고 있지 않았다면 이 절반도 가능한 일이 아니다.

확실히 그 구성원을 본다면 대귀족 세력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야안은 검을 뽑고 이내 검기를 뿌렸다.

그 한 번의 검기에 오우거의 몸이 두 동강이 났고, 그 주위에 포진되었던 몇몇 코볼트는 무너진 오우거의 몸에 깔려 숨을 거두었다.

트롤과 같은 중형 몬스터들이 야안을 발견하고 광기를 보이며 달려들었지만, 그의 검의 구 앞에 들어서는 순간 사지가 분열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몬스터들의 후미를 치며 가르는 야안 덕분에 순간적으로 조여오던 몬스터들의 기세가 확연하게 줄어들자 인간들의 군대는 그간의 압박을 복수라도 하는 듯 일순간에 힘을 터뜨리며 몬스터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오우거와 같은 대형몬스터들을 상대하던 기사들은 창날이 되고 병사들은 그 창날을 움직이는 자루가 되어 몬스터들을 가르기 시작했고, 투헤드오우거를 비롯해 그 몬스터들의 진열을 휘젓던 수장 또한 수하들과 합류하여 그 붙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반나절이 지나 새벽의 기운이 멀리서 보일 때쯤 전쟁은 끝이 났다.

거친 숨소리가 끝이 난 고요한 산속을 울렸고, 역거운 혈향이 대기를 가로질렀다. 격렬한 전투에 몸이 녹초가 된 것 같았으나 병사들은 쉬지 않고 몬스터 사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가죽을 벗겨 거두고, 내장 따위를 태우는 횃불이 여기저기서 쉬지 않고 일어나고 있었다. 대형 몬스터와 같은 질긴 가죽은 백인장이 나섰고, 기사들은 일부의 병력을 돌려 이 피냄새를 맡고 오는 몬스터들이 없는지 견제를 하였다.

가렌 후작가의 제2 기사단장인 보르햄은 그런 수하들을 살피며 지도하기보다는 겨우 10%의 희생으로 끝을 내게 해 준 은인을 맞이하고 있었다.

덥수룩한 수염 때문에 그 나이는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아무리 쳐 주어도 삼십대 초반은 넘지 않을 것 같은 사내였다.

그럼에도 그 실력은 자신의 윗줄이라 생각했는데, 이는 그 거친 전장 속에서도 호흡의 흐트러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실력이 자신처럼 중급 익스퍼트인 것처럼 느껴짐에도 위화감이 드는 것은 이자가 상급 익스퍼트를 코앞에 두고 있어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국의 사람인가?’

숱한 교류가 일어나는 베론 제국의 사람이라면 이처럼 젊은 나이에 이 같은 놀라운 무위를 보이는 인재가 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여러 생각을 하던 보르햄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곧 눈앞의 사내에게 다가가 크게 예를 보였다.

“가렌 후작가의 2기사단장인 발리 보르햄이라 합니다. 도움을 주어 감사드립니다.”

그 말에 사내 또한 미소를 보이며 답했다.

“베론 야안이라 합니다.”

소속에 대한 말은 없었지만, 성을 붙인 것을 보면 귀족 출신임은 틀림없는지라, 보르햄은 간단히 마련된 자신의 천막에 야안을 초대했다.

“이르기는 하지만, 식사를 하시겠습니까?”

거친 전장터에서 소모된 체력을 채우려는 듯 이미 여기저기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잠도 잠이지만, 험한 코롱 산맥에서는 틈틈이 음식을 챙겨 먹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웠다.

언제 다시 전장터로 변할지 모르는 것이 이곳이었으니 만큼, 이미 여기저기서 몬스터 부산물로 피운 불에 간단한 요리를 만들어 먹는 병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불어오는 음식냄새에 내심 식욕이 생긴 터라 야안은 보르햄의 식사권유를 받아들였다.

전장 중심에서 즉석에서 준비된 음식치고는 마련된 음식은 생각한 것보다 훌륭한 편이었다.

냉장형태로 보관된 송아지 뒷다릿살을 저며 만든 스테이크와 품질이 좋은 최고급 포도주, 그리고 방금 구운 듯한 흰 빵은 하나같이 절묘하게 어울려 고급 음식점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다.

“식사가 만족스러우셨는지 모르겠군요?”

정중히 대하는 보르햄의 말에 야안은 작게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긍정을 보였다.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야안의 감사의 인사에 보르햄은 서둘러 손을 저었다.

그러며 그는 또한 안도했다. 도움을 받은 입장이라 하지만, 그 상대가 생각보다 호인을 알자 보르햄은 마음이 기꺼워졌다. 만약 그가 어려운 자신의 사정을 비추어 무언가를 바란다면 자신들은 무리한 그의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 주어야 했다.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면서 생긴 법도인데, 다행히 야안은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 말을 나눌수록 마치 예전 로망이 가득한 시대에서나 볼 듯한 기사를 보는 듯한지라, 보르햄은 절로 고개가 숙였다.

자신보다 못해도 스무 살은 어린 자이나, 그의 몇 마디 속에서 보이는 그의 사고방식은 존경하기에 충분했다.

보르햄은 처음과 달리 매우 호의적인 태도로 비워진 야안의 잔에 와인을 채워주며 물었다.

“혹시, 제국으로 향하시는 길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동부 지역에 가고 있습니다.”

베론 제국은 크게 5곳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 중 동부 지역은 드워프들의 인구 비율이 높았다. 네 종족이 같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종족의 특성이 다른지라 온전히 섞이기는 어려움이 컸다.

하여 동부는 드워프가, 서부는 엘프, 남부는 인간, 그리고 바다와 인접한 북부는 멀머던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중심에 자리한 중부에는 베론 제국의 황성이 자리하고, 서로의 종족을 대표할 수 있는 거대 세력이 조화를 이루며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덕분에 이곳의 시장은 다른 두 대륙에서도 일부러 찾을 정도로 대단히 번화 된 곳이었다.

단순히 물질적인 것만이 아닌 서로의 이해타산을 합리적으로 하기 위해 문명의 수준도 전체적으로 올라선 곳이기도 했다.

보르햄은 야안의 답변을 대단히 반겼다.

“저희 또한 동부 지역으로 가고 있습니다. 혹시 괜찮다면 저희와 같이 길을 떠나시지 않겠습니까?”

베론 제국의 드워프들과 직접적으로 거래를 할 정도의 대상단에서 낯선 이를 합류시킨다는 것은 실상 보기 드문 일이다. 이해관계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려운 일인데, 그만큼 보르햄이 야안을 좋게 보았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그렇게 해주신다니 감사드립니다.”

야안 또한 그 사정을 알았기에, 보르햄의 호의에 목례를 보이며 감사를 표했다.

보르햄과 담소를 나누며 밖을 나서니 이미 그를 위한 천막이 완성되어 있었다.

보르햄은 전투가 워낙 고된 탓에 약식 목책과 간단한 마법 물품으로 트랩을 만들어 두며 한나절을 휴식을 취한 뒤 움직일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부는 전장을 정리하고 일부는 저마다 만들어둔 약식 천막에 휴식을 취하는 2교대 형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군대가 같이 자리하는 대상단에서 만들어준 천막은 조금 전 들렸던 보르햄의 천막에 비해 조금도 뒤처지지 않았다.

고급스러운 침가 뿐만 아니라, 고풍스러운 테이블과 의자는 물론, 목을 축일 수 있는 와인들이 한쪽에 자리한 진열장에 정리되어 있었다.

또한 마법 욕조에는 물이 가득 자리해 언제든지 씻을 수 있었고, 질 좋은 짐승의 가죽이 거친 산속의 바닥에서 보호해 주었다.

“흠, 이거 좀 부담스럽군.”

앞으로 제국에 도착할 때까지 이런 대접을 받을 것 같은지라, 야안은 볼을 긁적였다.

그래도 역시, 오랜 산속의 여정에서 이런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여러 면에서 만족감을 느끼게 했다.

나무 위에서 얇은 잠을 자며 기척을 자는 것을 상기한다면 이 푹신한 침가 위에 눕는 것은 하늘의 구름 위에 눕는 듯한 착각을 준다.

더구나, 카케온을 잡기 위해 이틀 동안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무리한지라 지금의 이 안정적인 휴식은 그에게 너무도 달콤했다.

다른 때와 달리 복수면이 아닌 두어 시간 정도의 달콤한 잠을 이룬 야안은 일어나 뇌전신공을 운기하고, 이후 뇌전의 정령 호흡법을 끝냈다.

호흡법을 끝냈을 때쯤, 이곳 병사들도 휴식을 마쳤는지 천막 밖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상당했다.

받아둔 물로 간단히 몸을 씻고, 옷을 바로 한 야안은 짐을 챙기고 밖을 나섰는데 천막의 앞에는 누군가 자신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어제 전장에서 마주쳤던 백인장이었다.

그는 자신이 천막에 나서자 크게 예를 보이더니 이내 보르햄이 같이 식사를 하기를 원한다는 말을 하며 자신의 의사를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쾌히 승낙한 야안은 곧 백인장을 따라 보르햄의 천막에 들어섰고, 천막 안에는 지난 전장에서 본 4명의 기사를 비롯해 몇 명의 상인들이 야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드리게. 지난밤, 우리를 도와주셨던 베론 야안 님이시네.”

그 말에 그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야안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하였고, 야안 또한 예를 보이며 그들의 인사를 받아들였다.

그들은 이미 보르햄으로부터 야안의 실력이 제 2기사단장인 보르햄 자신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들은 지라 그 태도가 하나같이 조심스러웠다.

아직 식사가 준비 중으로 음식이 나오기 전이라 다들 와인으로 입가심을 하고 있었는데, 야안이 자리를 잡아 앉자, 한쪽에 대기를 하고 있던 상단을 책임지는 상인 한명이 야안에게 자루를 건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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