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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37화 (237/385)

야안 237화

그 부피는 어른 한 주먹 정도의 부피였는데, 야안이 자루를 열자 그 안에는 사파이어를 비롯한 여러 형태의 귀한 보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척 보아도 그 가치가 상당한 것으로 야안이 의문을 보이며 물었다.

“이것은?”

그 말에 상인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전장에서 얻은 몬스터 부산물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베론 야안 님의 몫을 챙겨 드린 것입니다. 듣자 하니 베론 야안 님이 아니셨다면 상당한 피해를 입어야 할 것이라 하여 그 몫을 넉넉하게 챙겨 드렸습니다.”

상인의 말에 야안은 잠시 자신의 머리를 긁적거리다 이내 품속에 넣었다.

이런 것을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지난 이곳 고대 문명의 관례를 보자니 오히려 거절하는 것이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일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불만이 없는 듯한 야안의 모습에 상인은 다시금 미소를 보였고, 그때쯤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이미 자신의 천막은 치워져 있었고, 대신 자신을 위해 준비한 준마 한 필이 준비되어 있었다.

전투마로 길든 것인지 말귀를 상당히 잘 알아들었다. 야안은 자신에게 배정된 말에 이미지 마법을 펼치어 그의 갈기를 긁어주었고, 말은 야안의 존재를 반기는 듯 가볍게 머리로 야안의 어깨를 치며 투레질을 했다.

삼십 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여정의 준비를 마친 상단은 군대의 호위를 받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열흘하고도 여덟 날이 지나서야 코롱 산맥을 벗어날 수 있었는데, 대규모의 집단이 움직인 것을 생각한다면 예정 날짜보다 나흘이 빨랐다.

이렇게 빨리 도착할 수 있었던 것에는 야안의 공이 컸는데, 이는 그 이후 코롱 산맥에서 일어났던 여러 전투에서 그가 나섬으로 그 전장에서의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야안으로 인해 상당한 인적 손실을 줄일 수 있어 거래를 마친 뒤 다시금 코롱 산맥을 넘어서는데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었다.

보통 이렇게 코롱 산맥을 건너온 이들은 제국의 북쪽 지역으로 가 멀머던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오는데, 이로 인한 물적 자원의 손해는 상당히 컸다. 하니 다시 코롱 산맥을 넘어 돌아올 수 있다면 이번 상행은 그야말로 대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제국의 동부 지역은 드워프들의 왕국이라 말할 정도로 엄청난 숫자의 드워프들이 거대하고 화려한 강철의 성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시장이나, 선술집, 여관 등은 타 종족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 이외 거리에는 드워프들이 술을 마시거나 저마다 길거리에 자신의 작품을 보이며 서로의 물건을 평론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거리를 뛰어노는 아직 열 살이 되지 않은 귀여운 어린 드워프를 흥미로운 눈길로 야안이 속한 상단을 구경하기도 했는데, 야안은 지난날의 드워프 마을의 어린 드워프들을 상기하고는 지니고 있던 사탕과 같은 먹을거리들을 나누어주기도 했다.

이곳은 집만큼이나 수많은 대장간이 자리해 망치 두들기는 소리가 끊이지를 않았는데, 그 망치 소리 중에는 대가의 경지에 오른 야안도 감탄할 수준의 대가가 자리한지라, 그는 놀란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그간의 시간 동안 보르담이 속한 상단의 사람들과 상당한 친분을 쌓을 수 있었던 야안은 그들이 거래하는 붉은 벽 부족의 드워프의 수장을 만날 수 있었다.

붉은 돌이라 불리는 족장은 상당히 호쾌한 자였는데, 그는 오래전 거인족과 교류를 한 적이 있었던 덕분에 예전 붉은 노을이 야안에게 한 인장의 의미를 단숨에 알 수 있었다.

하여 그는 마시고 있던 술을 내려놓으며 야안을 대단히 반겼다.

“하~ 거인족의 왕의 인장을 받은 인간이라?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군?”

그러며 그는 야안의 허리를 세차게 껴안다 풀며 말했다.

“나는 붉은 벽 부족의 족장 붉은 돌이라 하네. 예전 작품을 만들기 위해 거인족에게 크게 신세를 진 적이 있지. 하니, 그대는 나에게 도움을 받는 것을 어려워하지 말게나.”

“이렇게 반겨 주시니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야안은 인사에 붉은 돌은 껄껄 웃음을 흘리더니 야안의 소매를 잡고 끌었다.

“자자. 이렇게 있을 때가 아니지. 부족의 친구가 왔으니 축제를 열어야겠군.”

족장인 붉은 돌의 말에 야안의 존재에 대해 크게 환영하던 붉은 돌 부족의 드워프들은 저마다 웃음을 흘리며 환호를 질렀다.

베론 제국에서 생산되는 드워프들과 인간들이 합작한 앵고라는 술이 아낌없이 창고에서 흘러나왔는데, 술이 세다는 야안도 이 앵고라는 술의 그 높은 도수에 절래 머리를 뒤흔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본래 술에 강한 체질인데다 초인에 올라서며 그 체질이 강화된지라, 이내 앵고라는 술을 크게 즐길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본 인간과는 달리 앵고라는 술을 크게 즐길 줄 알자 드워프들은 야안에게 짙은 호감을 보였다.

붉은 벽 부족의 축제는 흥미로웠다.

걸걸한 그들의 노래들은 인간들의 성량에서는 들을 수 없는 웅장한 것이었고, 이들이 치는 악기들은 그 울림이 대단해 능히 드워프들의 노래를 한결 풍성하게 해주었다.

하루의 반이 지나 어느새 아침의 해가 뜨기 시작했다. 그 길고도 긴 시간 동안 붉은 돌은 야안을 가까이해 친분을 다지었다.

그들은 야안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고대 시대의 물질을 중시하여 세속적인 면이 강한 여타의 인간과는 달리 그는 보기 드물게 헌신과 같은 정신적인 것을 중시하는 인격적으로 완성된 자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대가들인 경우 야안이 크게 자신을 감추려 하지 않은 덕분에 그가 이곳 대륙에서 다섯 명밖에 되지 않는 초인의 존재임을 아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야말로 자신들이 평생을 걸친 역작을 빛내는 주인이 되기에 충분한 자이니 자연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제국의 초인은 2명이 자리한다.

현 베론 제국의 황제이자 하이 엘프이신 하늘 산은 상위 현자 익스퍼트의 끝자락에 자리한 현자와 물의 종족이자 바다의 지배자라 해도 큰 무리가 없는 멀머던의 왕 케레는 물의 상위 정령사 익스퍼트에 올라서 있었다.

이곳 대륙에 검으로 초인의 경지에 오른 자는 제국과 가장 먼 곳에 자리한 대륙의 변방에 있는 보볼 왕국의 왕뿐인데, 이미 그에게는 보볼 왕국을 건설한 초대 왕이 남긴 무구가 자리했다.

하니, 그들로서는 당연 야안 그가 자신의 역작을 어떻게 평가를 할 것인지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만든 역작들을 다룰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은 상위 익스퍼트에 들어서는 검객이었으니 말이다.

그것이 방호구이든 검과 같은 무기이든 그 기준이 최소 상위 익스퍼트라 하는 이유는, 자칫 신기와 같은 무구의 마력에 빠져 버려 그 인성이 부패하고 지닌 실력도 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 야안이 전설의 검이 지닌 마력에 빠진 것처럼 중급 익스퍼트 밑에 자리한 검객들은 이를 다루기에 그 위험도가 크다.

이들 대가의 역작은 봉인된 전설의 검에 가까운 무구들인 탓이고 그 무구의 역량이 사용자를 뛰어넘으면서 생긴 현상이다.

야안은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어, 그들의 역작을 하나하나 사용하며 그에 달하는 평을 내려 주었다.

같은 금속을 다루는 자의 입장이 아닌 검을 쥔 무인의 입장에서 평을 내린 것인데, 드워프들은 야안이 어렵지 않게 검강을 형성하는 모습에서 그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뛰어난 자일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내렸다.

붉은 돌은 그런 야안의 평을 감사히 받아들이며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대는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자로 보이는데, 그런 짧은 시기에 그 지고한 경지에 들어섰다는 것이 놀랍네. 아니, 사실 이해가 되기 어렵군.”

드워프였기에 가능한 형태의 태도였다. 사물이나 어느 한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것보다, 타고난 직관력으로 인해 그 실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들은 여타의 종족에 비해 동요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야안은 그런 그의 모습에 미소를 머금었다.

‘처음 푸른 망치도 그랬었지.’

신분의 고하, 예라는 관념은 실제 사회가 형성되면서 생긴 필수적인 결과물이다. 예가 말하는 것은 어떤 무언가에 대해 높고 낮음을 인정하면서 생기는 것인데, 드워프들은 이런 관념이 낮았다.

야안은 붉은 벽 부족을 통해 붉은 망치 대부족의 족장을 만날 생각이었기에, 그는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외부적인 일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성품인 드워프들이지만 그런 그들도 야안이 겪은 이야기를 듣는 순간 놀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

천년을 거슬러 온 이야기부터 죽음의 지배자에 의한 인간을 제외한 모든 종족의 멸망, 드래곤, 아리스 님이 내린 축복과 같은 이방인 등 그 숱한 이야기 중 하나만을 말해도 경악 어린 사실들인데. 그 모든 것과 관련된 이 눈앞의 놀라운 존재는 아무리 드워프라 해도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야안은 그 증거로 인베토리의 존재나 대장인의 칭호로 인한 기세의 변화 신관의 신성 마법을 보여 믿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붉은 돌을 비롯해 장로직에 해당하는 대가들은 한동안 말문을 잇지 못했다. 무거운 침묵을 깬 것은 붉은 돌이었다.

“붉은 벽 부족의 족장의 권한으로 말하네. 이 놀랍고 경이로운 자. 베론 야안을 지원하고자 하네.”

족장인 붉은 돌의 말에 그 옆에 자리한 머리가 벗겨지고 눈빛이 사나운 드워프가 일어서 말했다.

“붉은 돌 족장님의 의견에 나 붉은 주먹이 지지하겠네.”

그의 지지가 있기 무섭게 이곳에 자리한 4명의 다른 대가들도 이내 일어서 그에 지지했다. 야안은 그들의 지지에 감사의 표시를 보였다.

붉은 벽 부족으로부터 지지를 받은 야안은 그들을 통해 붉은 망치 부족을 방문할 수 있었다.

붉은 망치 부족은 제국의 38개에 달하는 드워프 부족 중 가장 큰 부족이었는데, 그 부족의 인구만 해도 백만에 달했고, 대가들의 수는 서른 명에 달했다.

현재 제국의 대가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자라 평을 받고 있고, 그 인품도 그 못지않아 다음 대 황제의 유력한 후보로 손꼽히는 검은 망치는 이 붉은 망치 부족의 족장에 자리해 있었는데, 인간의 직위로 본다면 공작과도 같았다.

그는 자신의 오랜 친우인 붉은 벽 부족의 족장 붉은 돌이 그 자신을 보러 오자, 황제의 자리에 오를 때를 대비해 자신의 역작을 손보다 이내 그 소식에 망치를 내려놓았다.

마법 물품으로 간단히 몸을 씻고 말린 그는 이내 붉은 돌이 자리한 접객실을 열었고, 그는 붉은 돌과 야안과 만날 수 있었다.

“하하하. 이게 무슨 일인가? 자네가 이처럼 직접 방문하다니.”

“크하하하. 정말 오랜만에 보는군? 십 년 만인가.”

그들은 서로의 주먹에 자신의 주먹을 세차게 가져다 대며 친분을 표시했다. 그렇게 붉은 돌을 맞이한 검은 망치는 그와의 해후 뒤에야 그와 함께 온 야안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는 지난 붉은 돌이 그랬듯이 그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하~ 거인족 왕의 인장을 지닌 인간이라?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군?”

그러면서 또한 그는 야안이 여타의 라 대륙의 초인들에 비해 부족함이 없음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겨우 서른도 되지 않은 인간임이 분명하건만, 초인이라. 흠~ 친우여 그대가 왜 나를 만나러 왔는지 이해가 가는군.”

그렇게 말하던 그는 야안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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