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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41화 (241/385)

야안 241화

도칸인 마토론산이 자리한 곳은 자신들이 머물던 여관이었다.

그들은 자금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이 같은 문명의 혜택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서인지 모르지만 갑갑해 보이는 작은 방에 생활하고 있었다.

그래도, 방 안에는 웬만한 것은 다 갖춰져 있는 터라 그들은 야안을 테이블에 모시고는 여관에서 내어주는 차를 건네었다.

마토론산이라 불리는 이종족은 두 수하로부터 이 베론 야안이라는 사내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음에 큰 감사의 예를 표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것은 저희 태양의 제국의 큰 손님이라는 표시로 우리는 가휘지라 부릅니다.”

그러며 손에 기이한 문양이 일렁이는 빛을 보이던 마토론산이 야안의 허공에 띄웠다. 별다른 마나의 기운도 없이 홀로 빛을 발하는 그에 야안은 신기하다 생각했다.

‘예전 거인족에게서 받은 문양을 말하는 것인가?’

야안이 그 빛에 손을 뻗자 이내 빛은 야안의 몸속으로 들어섰는데, 초감각을 지닌 야안도 그것이 어디로 간 것인지 알지 못했다.

다만, 눈앞의 마토론산을 비롯해 두 태양의 종족이 다시금 인사를 표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인식을 하는 모양이었다.

“다시 인사드립니다. 가휘지시여.”

후에 야안이 알게 되는 것이지만, 가휘지란 이들 태양의 종족 한 세대에서도 몇 되지 않는 것으로 드워프가 준 명예 장로와 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마토론산은 그렇게 야안을 가휘지의 예로 표하면서 그제야 자신들의 두건을 벗었는데, 그 두건이 걷히면서 야안은 짧게 침음을 흘려야 했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건을 벗은 그들의 모습은 자신이 이 고대 시대에 오기 전 숱하게 보았던 오크와 몹시도 유사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들의 얼굴은 멧돼지를 보는 듯했다. 거친 털과 큰 입 날카로운 송곳니 부리부리한 눈을 지닌 그들의 모습은 오크와 상당히 유사했다.

아니, 앞서 그 사정을 몰랐다면 오크로 단정 지었을지 모른다.

야안이 다소 놀라면서도 이내 감추는 모습을 보이자 마토론산은 약간은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저희 종족의 외모를 타 종족이 꺼리는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여 분쟁을 막으려 이같이 두건으로 외모를 감춘 것이지요.”

야안은 그 말에 짧게 사죄를 표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본래 야안의 성품이라면 그들이 코볼트보다 더 거친 외모라 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나, 혹시나 했던 일이 눈앞에 벌어지자 마음의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런 것이 태양의 종족이 바로 자신의 시대에 카이엘 제국마저 어찌 하지 못한 세력을 지닌 오크들의 시초였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비록 기운 자체의 성질은 죽음의 지배자의 영향 때문인지 판이하다 싶을 정도로 틀렸으나, 그 골격과 같은 부분을 보면 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오크라 하겠다.

‘죽음의 지배자,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존재로군.’

말을 나누어 본 태양의 종족은 그 사악한 몬스터에 불과한 오크를 연상할 수 없을 만큼, 한 종족으로서 그 문명을 이룬 자들이었다.

마치 강해질수록 인간을 흉내 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오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하니 도대체 이들과 죽음의 지배자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같이 거칠지만 찬란한 빛을 발하는 종족을 몬스터로 추락시킨 죽음의 지배자의 능력은 상식을 뛰어넘는 성질의 것이었다.

야안은 다시금 자신의 상식을 뛰어넘는 기이한 일에 한동안 마음이 어지러웠으나 그간의 수련 덕분에 곧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이같이 이들을 만나게 된 것은 아리스 님이 보살펴 주신 것이 아닌가 싶구나.’

야안은 이들을 잘 이끌 수 있다면 이들로부터 파생되는 오크들의 존재를 없앨 수 있을지 모른다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들 종족에 대해 여러 가지로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이들과의 여정은 그들에 대해 아는 중요한 시간이 분명했다.

야안은 다시금 말을 꺼내는 마토론산으로부터 자세한 사정을 들으며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자세하게 토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야안은 이들 태양 종족과 합류하며 여정을 떠나게 되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 엘프들의 영역인 남부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처음 도착한 곳은 천둥소리라 불리는 대부족 엘프가 자리한 곳이었다.

그곳은 드워프들의 성보다 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도시였는데, 도시의 70% 이상이 숲과 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처음 보았던 그 성벽이 아니었다면 도시라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곳 천둥소리라는 도시에는 의외로 드워프의 도시만큼이나 상당한 수의 이종족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인간들이 상당했다.

개척하는 성격이 강한 인간들이었지만, 또한 자신들의 상황에 적응능력이 뛰어난 존재이기도 한지라 그들은 이곳의 주인인 엘프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이곳에 놀라울 정도로 적응한 상태였다.

자연을 훼손하는 것을 싫어하는지라, 대부분의 집들은 흙으로 만든 붉은 벽돌들과 마법을 이용한 건물이 대다수였다.

또한 말케라는 엘프들과 인간들이 함께 만든 흙이 있었는데, 이 흙은 물과 반죽하여 마법적인 열을 가하면 강철만큼이나 단단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기이하면서도 놀라운 형태의 모습들을 살필 수 있다.

말케로만 이루어진 집도 자리했는데, 뛰어난 숙련자들에게 넉넉한 비용만 치를 경우 집 하나 짓는 것은 하루도 채 안 걸릴 정도였다.

이 도시를 둘러싼 성벽 또한 말케를 이용한 것이기도 했다. 그 강도가 여타 왕국의 성벽보다 뛰어나기까지 했다.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이 말케는 드워프 이외에도 베론 제국에서 널리 사용하는 재료였다.

다만, 못해도 중급 현자 비기너에 달하는 현자가 마법으로 가공을 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기에 엘프와 동맹을 맺어 상당한 현자가 많은 베론 제국이 아니고서는 여타 왕국에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 천둥소리 대부족이 자리한 도시에 들어선 야안 일행은 이 말케로 지어진 여관에 머무르게 되었다.

이곳 주인은 그 조상이 엘프와 피가 섞였는지, 하프엘프에게서나 보이는 특유의 기운이 자리했다.

물론 대가 지나면서 엘프의 피가 흐려진 탓에 그 겉모습은 상당한 미모를 지닌 인간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엘프 특유의 특징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곳은 엘프들이 주인인 곳이라 그런지 거리는 도시치고는 상당히 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야안의 고향이었던 마크 영지의 시골 변두리의 영지를 보는 듯한 느긋함이 이곳에 자리했다.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엘프들에 동화되어서인지 대체로 그 성격이 느긋했는데, 그나마 도시 같은 활기를 보이는 곳은 시장 쪽이었다.

거래를 하러 온 상단은 하루가 늦으면 그만큼의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다급한 형태를 보이는 상단과 어딘가 한가한 주위의 모습을 같이 보고 있노라면 한편의 희극을 보는 듯하다.

“며칠을 묵을 실 생각이십니까?”

점잖은 모습의 주인은 야안의 귀티 나는 모습에서 그가 고위 귀족임을 짐작하여 말을 높였다.

“이틀 정도 있을 생각이네. 이분들은 내가 안내하는 귀한 손님이시니 특별히 신경을 써 주길 바라네.”

그 말에 주인은 엘프의 피를 이어서인지 어딘가 거친 느낌을 받는 복면인들에게 몸을 숙이고는 그들을 안내했다.

그간 야숙을 함께 한 마케론산은 야안의 그 같은 배려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들의 방에서 같이 식사를 나눈 야안은 인간보다 최소 다섯 배는 먹는 그들의 식성에 감탄을 표했다.

야안도 초인이라 소화기관이 뛰어났지만, 이들처럼 매 끼니를 그렇게 섭취하기에는 어려웠다.

대체로 태양의 종족은 미각이 매우 발달되어 있어, 인간들이 먹지 못하는 맛없는 음식에도 맛을 찾을 정도로 음식을 가리지 않았는데, 처음 야숙을 같이 하면서 그들이 지어준 음식을 먹은 야안은 이후 스스로 음식을 하기로 자처했다.

이들이 내어주는 음식은 야안의 발달된 미각으로도 그 맛을 느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 그들에게 있어, 음식이란 그저 영양분을 섭취하는 정도에 불과했는데 이는 그 섭취하는 양에 비해 식량이 부족하면서 생긴 현상 때문이다.

그 같은 설명을 들은 야안은 이들이라면 파래도 그 맛을 느낄 것으로 생각하여, 그들에게 파래를 권해주었는데 과연 그들은 인간이라면 마치 진흙을 먹는 듯한 것에도 맛을 느끼는 듯 음미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마크 영지에서 개량된 파래가 아닌 데도 적은 양으로 배를 채울 수 있다는 것에 그들은 상당히 호감을 보였다.

오크의 조상이기도 한 태양의 종족의 성정이 마음에 드는 야안은 자신의 계획인 왕국에 합류하려 했지만, 이들의 식성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다, 이내 그 문제가 해결되는 듯하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토스 종족의 합류로 식량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었지만, 태양의 종족들만이라면 모를까 여타의 다른 종족들을 모두 먹여 살릴 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야안은 이들과 여관에서 내주는 식사를 마치고, 밖을 나섰는데 이는 말케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기 위해서이다.

빠른 시간에 왕국을 세워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이 말케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말케의 제조방법은 큰 비밀은 아니었던지라 검은 망치에게서 받은 명예 장로의 신분을 통해 이 말케 제조법을 알 수 있었다.

야안은 말케 제조법을 배우면서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이는 말케라는 물건이 마법보다는 주술의 성격에 가깝게 제조되었기 때문이다.

벌써 진체의 술을 입문한 야안이었기에, 본래 말케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것이 만약 내가 생각하는 최종형태에 달한다면 이것만으로도 문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하지만 금빛 구슬을 통해 자이한이 가르쳐준 황가의 주술, 리트담의 주술은 서로 보완하며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지만, 그럼에도 현재 술법은 마치 예전 상급 현자의 문을 두들겼을 때처럼 그 길이 갑갑했다.

그래도 금빛 구슬의 묘용으로 인해 조금씩이나마 억지로 그 길을 나아가고 있었으니, 그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하기야 자이한과 같은 주술의 천재도 몇십 년이 걸린 일이었으니, 야안이 아무리 이방인의 재능이 있다 해도 불과 십 년도 채 되지 않아 그에 준한 경지에 들어선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게 말케에 대해 알아낸 야안은 이를 긴 시간을 두고 연구할 것을 생각하며 천둥소리 대부족의 도시를 떠났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야안은 베론 제국의 중심이기도 한 황제 하늘 산이 자리한 베론 도시에 도착했다.

베론 제국의 황제가 거주하는 만큼 베론 도시는 지난 드워프들의 도시보다 더 화려했고, 엘프들의 도시보다 더 질서 있는 느낌이 자리했다.

입구에 자리한 경비병은 최소가 중급 유저에 달했고, 그 군기가 강해 대충 살펴보아도 강군임을 알 수 있다.

본래 베론 도시는 베론 제국의 시작이 되었다는 곳이었던 만큼, 사실 도시라기보다는 하나의 왕국으로 보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그 인구수만 해도 베론 제국의 십 분의 일이 자리한 곳이라, 상당히 북적북적한 느낌을 주었다.

그 엄청난 인구수 때문인지 중심부로 갈수록 건물은 최소가 십 층에 달할 정도로 고층이었다.

야안은 지난 카이엘 제국에서 화려한 고층의 건물을 보았지만, 이곳에 비한다면 화려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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