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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42화 (242/385)

야안 242화

7. 수행

특히나 이곳 베론 도시에서도 유명한 세 개의 현자의 탑은 모두 80층에 달했고, 최근 5년 전에 지어진 도론 대공 소유의 주택가는 102층에 달할 정도였다.

베론 제국의 15%에 달하는 경제를 움직이는 손다운 면목이다.

야안뿐만 아니라 마케론산은 이 휘황찬란한 거대한 건물들의 숲에 들어서면서 감탄에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과연 베론 제국의 위명은 헛된 것이 아니었군.”

그간의 베론 제국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 놀라운 수준의 문명을 구축한 베론 도시를 살피자 그는 확신하게 되었다.

이 베론 제국이 움직이면 자신의 종족은 안전을 찾을 수 있을 것을 말이다.

그렇게 다시 칠일을 말을 타고 들어서던 야안은 드디어 베론 도시 안의 중심지인 황성의 영역에 들어설 수 있었다.

과연 베론 제국의 주인이 자리하는 곳이라 할까?

지난 보았던 거대한 건물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황성은 멀리 내성에 들어서기 무섭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거대한 산이 구름이 끼듯 황성의 꼭대기는 저 멀리 구름을 뚫고 있었다. 그 꼭대기에는 최초의 드워프 황제가 탄생될 때 올린 거대한 신비한 보석이 자리해, 날이 맑은 날이면 오색빛깔이 황성을 뒤덮는다고 한다.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다 생각했던 그들이었지만, 막상 황성을 보게 되자 이들은 다시금 감탄에 감탄을 보였다.

“대단하구나. 베론 제국이여.”

마케론산의 말에 야안도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과연 황성 도시라 그런지, 이곳에서 자리를 잡은 이들은 대다수가 부유한 이들이었다. 저마다 대 여섯에 달하는 노예들이 주인을 받치고 있었다.

그렇다고 노예들의 생활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성 바깥에 있는 평민들보다 더 잘 차려입고 그 생활 수준도 높았다.

화려한 삶을 위해서는 그 바치는 노예들도 그만큼의 뛰어난 학식이 자리해야 한 탓이다. 또한, 주인의 기세가 높으면 그 노예의 권위 또한 대단했는데, 이런 현상 때문인지 빈민 사이에서는 부유층의 노예에 들어서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야안은 그런 기이한 현상에 절로 고개를 저어댔다.

‘과연 물질만능주의라 할까?’

자신의 세상이었다면 아무리 큰 혜택이 있다고 해도 스스로 자원하여 노예의 신분에 들어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누가 무어라 해도 노예는 생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재산의 가치 따위에 두고 있으니 말이다.

놀라운 물가를 자랑하는 여관의 한 곳에 자리 잡은 야안은, 황성에 들어서기 위해 이곳의 관리사무실을 찾아갔다.

예전 저주받은 숲의 부족에게서 얻은 뛰어난 천으로 이곳 귀족의 형식에 맞춰 옷을 지어 입은 야안은 대귀족의 대공자다운 귀티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나 초인의 경지에 오르면서 자연스레 절대자의 기운이 은은히 흐르는 터라, 사람들은 위압감을 느낀 터라 귀족들을 상대하면서 다소 오만해진 이곳의 관리들도 야안의 모습에 절로 몸을 숙여야 했다.

“이곳에 어떤 일이신지요?”

그들 중 관리 사무장이 움직여 하는 말에 야안은 검은 망치에게서 받은 명예 장로의 인장과 그의 추천서를 건네었다.

“검은 망치 님의 소개로 황제 폐하를 뵙고자 합니다.”

그의 의사에 그곳에 자리한 관리들은 대부분 놀란 모습을 보였다.

자신들이 이 관리 사무소에 들어선 후로 이런 일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보통 일반적으로 황제를 만나고자 하는 이들의 신분은 대귀족에 달하는 자들이기에, 황제의 면접과 관련된 일들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문서들은 대부분 황성의 관리들 선에서 끝이 났던지라, 관리 사무장은 야안에게 몸을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하위 관리직이라,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야안은 이미 어느 정도의 시간을 걸릴 것임을 예측한지라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푸른 잎 여관에 머물고 있을 터이니 결정이 나면 소식을 전해주기 바랍니다.”

그간 오만한 귀족들을 만나 시달린 경력이 있었기에, 큰 고난을 겪을 것으로 생각한 그들은 야안의 그 같은 배려에 다시금 감사를 하며 야안이 사무실을 나서기 무섭게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실로 오랜만에 이종족으로부터 인정받은 명예장로였다. 그것도 다음 대의 황제로 유력한 검은 망치의 추천을 받은 자였으니, 웬만한 대귀족 못지않은 권위를 지닌 자인 것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들 정도는 한순간에 길거리에 나앉게 할 수 있는 자였으니 비록 그가 온순한 태도로 그를 대했다지만, 귀족들에게 치인 경험이 있던 그들은 평소와 달리 이처럼 다급히 일을 처리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의 그 같은 행동 덕분인지, 본래라면 나흘이 걸렸을 절차가 이틀 만에 끝이 나게 되었고 야안은 황성에서 나온 고위 관리의 안내를 받으며 황성에 들어설 수 있었다.

현 황성의 황제가 하이 엘프이기 때문인지 모르나, 황성에서 나온 고위 관리에 있던 이는 인간이 아닌 엘프였다.

그것도 중급 현자 마스터에 자리한 실력이 있는 엘프였는데, 그는 보기 드물게 하급 정령이기는 하지만 정령을 다루는 정령사이기도 했다.

하이 엘프가 아니고서는 일반적으로 엘프들은 정령사나 현자 중 둘로 나뉘기 마련인데, 드물게 이 둘을 같이 다루는 엘프가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경우 어느 하나 높은 경지에 오르기 어려웠는데, 이 엘프는 상당히 오랜 세월을 살았다는 듯 중급 현자 마스터에 올라서 있었다.

그는 야안에게서 정령의 기운을 읽어서인지 만족해하다가, 마케론산 일행들 특유의 기운에 미간을 찌푸렸다.

‘기이한 종족이구나. 순리에 맞지 않다.’

하늘에 자리한 태양을 몸속에 넣은 것 같은 특유의 괴리감에 하늘 바람은 짧게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만약 그가 이룬 경지가 낮거나 마토론산 일행이 이룬 경지가 낮았더라면 이처럼 불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중급 현자 마스터에 오른 그의 수양은 뛰어난 터라 이내 그런 기색을 지워냈다. 이는 상대성의 가치관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실례했습니다. 이쪽으로 따라오시지요.”

그는 우아하게 마토론산 일행에게 사과의 예를 보인 뒤 안내했다.

베론 제국의 그 명성답게 황성은 깊이 들어설수록 더욱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분명 천장은 닫혀 있건만, 그 천장에는 에멜라드 빛깔이 찬란하게 내뿜고 있어 성안의 어디에도 어둠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또한 어떻게 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중앙으로 들어설수록 정령 특유의 기운이 짙어졌고, 마나 또한 농밀해졌다.

그렇게 십여 분을 더 들어가자 마치 환영 같은 생명체들이 성안을 돌아다니며 그 아름다움을 뽐내었다.

나비도 새도 아닌 그저 아름답다고밖에 표현 못 할 이 생명체들은 마치 정령처럼 벽을 넘나들었는데, 야안이 신기한 것인지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지 않고 저 멀리서 야안을 바라보았다.

하늘 바람은 그런 그들의 반응에 놀라워하였다.

‘인간치고는 드물게 정령을 다룬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를 내는 것 같은 아름다운 소리가 이 생명체들 사이에서 속삭이듯이 퍼져갔다.

하늘 바람은 다시금 그런 그들의 바람에 야안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내심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생명체들의 소리가 끊이지 않을 때쯤 성 안에 자리한 화원으로 그들을 안내할 수 있었다. 중심에 자리한 하얀 색으로 도색된 것 같은 신비로운 나무로 야안과 일행들을 이끈 그는 나무에 손을 올려 엘프어로 중얼거렸고, 이내 하얀빛이 일렁이더니 나무에 하얀 문이 만들어졌다.

“하늘 산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는군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야안은 나무문을 만들고 물러서는 하늘 바람에 인사를 하고는 이내 하늘 문의 손잡이를 꺾어 열었다.

문을 여는 순간 야안은 그 안에 자리한 광경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나무속의 작은 공간을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나무문 안에는 거대한 숲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야안은 천천히 그곳으로 발을 내밀었고, 이내 마토론산 일행들 또한 잠시 머뭇거리다 야안의 뒤를 따랐다.

‘화아아악-’

그들이 들어서기 무섭게 이내 나무문은 묘한 빛을 바라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 * *

무언가 야안의 볼을 간질거리며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조금 전 보았던 그 생명체 중 하나였다. 하얗다 못해 투명한 나비와 같은 그것은 두어 차례 야안을 맴돌더니 이내 야안의 머리에 걸터앉았다.

평소의 야안이었다면 그 같은 생명체의 반응에 다정한 모습이라도 보였을 것이지만 그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위대한 마법을 보았기 때문이다.

“황성이 아니다…….”

그의 짧은 중얼거림 속에 그의 대담한 심장마저 두근거리게 한 의문이 자리했다.

환각 계열의 마법 따위가 아닌 공간을 뛰어넘는 공간이동의 마법이었다. 물론 시간을 뛰어넘는 마법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공간이동의 마법은 자신의 시대에서는 불가능하다 판정받은 마법이었다.

빠르게 움직이거나 날게 하는 마법이라면 모르지만, 공간을 뛰어넘어 다른 공간에 자리하는 마법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자리했다.

온전히 하나의 물체를 다른 곳에 옮겨야 하는데 생기는 변수는 너무도 많았다. 그것이 단순한 형태의 무생물체인 경우에도 그렇건만, 생명체인 경우 그 변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다.

전설의 드래곤이라면 가능한 스케일의 마법인 것이다.

한데, 지금 그 이적을 겪었으니 야안이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야안에 비해 마토론산 일행은 별로 놀라지 않았는데, 이는 마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가휘지께서는 무슨 고민이 있으십니까?”

마토론산의 물음에 야안은 짧게 고개를 저으며 그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혔다.

“아닙니다. 아! 유피테르.”

야안의 심경의 변화에 어느새 모습을 보인 유피테르는 어느 한 곳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흥미롭군. 하이엘프중에서도 저같이 뛰어난 자는 예전에도 보기 어려웠건만.”

유피테르의 말에 곧 야안은 그제야 초감각도 쉽게 간파하기 어려운 한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피테르의 말에 야안은 공감을 한 듯 작게 끄덕이며 긍정을 표하고는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는 마토론산을 이끌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부르르-’

야안의 머리에서 한 차례 날개 짓을 떠는 생명체에 유피테르는 귀엽다는 듯 작은 미소를 보이다, 기척 없이 자신의 모습을 보이는 하이 엘프에 고개를 돌렸다.

마토론산 일행은 아무런 기척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존재에 주춤거리다, 이내 그가 바로 베론 제국의 황제인 하늘 산임을 알고 예를 표했다.

“태양의 종족의 마토론산이라 합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베론 야안이라합니다. 검은 망치 님으로부터 미력하게나마 명예 장로의 직을 받았습니다.”

마르닌의 깃털 부족의 하이 엘프인 쪽빛 하늘과는 달리 하늘 산의 모습은 거칠었다. 2미터는 넘는 거대한 체격에 투박한 외모 사이에 하이 엘프 특유의 모습이 자리했다.

하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만으로 그가 상상을 할 수 없는 깊은 지혜를 지니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였다.

유령처럼 그 모습을 보인 하늘 산은 야안과 마토론산의 인사를 받았다.

“놀라운 손님들이구려. 만나서 반갑소. 하늘 산이라 하오.”

그는 그렇게 그들의 인사를 받고는 이내 유피테르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이내 크게 예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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