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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54화 (254/385)

야안 254화

이지를 상실한 것처럼 죽음을 도외시하며 달려들 던 몬스터는 본능적인 위험을 느끼고 주춤거리는 이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곧 그 전장에 이탈하는 몬스터들이 생겨났다. 압도적인 전력에서, 뇌전의 그 천적의 기운에 공포를 느낀 몬스터들이 살기 위해 도망을 치는 것이다.

“후우우우.”

야안은 일순간에 소비한 힘을 한 번의 긴 호흡으로 가다듬으며 이내 검을 들고 몬스터들을 정리해나갔다.

‘사사사삭-’

한 번 검을 펼칠 때마다 수십 개의 검기가 파생되는 것 같았다. 그것은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기쁨의 념이 검에 자리 잡으면서 생기는 신기였다.

그렇게 야안은 유피테르와 자신이 일으킨 괴수들과 함께 전장을 크게 뛰어들었고, 수많은 몬스터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야안이 일으킨 검기에 자리한 뇌전의 기운과 그의 대마법들이 일으킨 변화는 진정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마치 거대한 거인의 철퇴가 떨어지듯이 몬스터들은 크게 한 움큼씩 짓이겨 버리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할 정도였다.

어느새 일 만에 달하던 몬스터들은 도망을 치고, 야안의 손에 명을 달리하는 경우를 가지면서 겨우 몇백 단위 정도를 남기게 되었다.

야안은 이들마저 검을 들어 대부분 쫓아내듯이 베어버린 뒤 이내 마나와 힘, 민첩, 주술, 정령력에 각각 1씩 스탯을 올린 뒤 거대한 전장이 자리한 평야를 향해 내려갔다.

칸은 어느 순간부터 몬스터들이 크게 동요하면서 그들 스스로 잡은 군진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곤도를 잡은 것인가!”

그렇게 말하는 칸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물론 야안이 곤도를 잡는다는 것에 대해 의심을 한 적은 없으니 그에 대한 놀라움 따위는 아니다.

그저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시간에 몬스터의 벽을 뚫고 곤도를 처리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 생긴 그 무위에 대한 순수한 감탄이었다.

과연 곤도를 잡게 되니 그의 측근들부터 이지를 상실하며 제정신이 아니었다. 저마다 자신들이 왜 이 전투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보였고, 그 파생은 고스란히 몬스터들에게 반영되어 일부 몬스터들이 전장에 이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십만이 넘는 몬스터들인지라 여전히 벅찬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칸은 동요하는 이제 겨우 셋밖에 남지 않은 곤도의 측근 수하들을 다시금 도강을 일으켜 베어내었고, 이내 몸을 날려 자신의 군대의 약한 측면을 돕기 시작했다.

스탯을 하나씩 올리면서 평소의 절반이 약간 넘는 힘을 회복하게 된 야안은 어느새 하산하여 가장 후미 쪽에서부터 몬스터들을 갈라놓기 시작했다.

유피테르로부터 도움을 받아 몸의 반응속도를 올렸으며, 토레와 바람의 술을 스스로 펼친 야안은 그야말로 하나의 거대한 창이 되어 몬스터 군단을 찢어 놓기 시작한 것이다.

십만이 넘는 몬스터 군단은 후미에서 갑자기 나타난 일인에 의해 다시금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 자신들을 지배하던 곤도의 죽음에 대한 동요가 채 가시기도 전에 자신들의 천적과도 같은 존재가 학살을 시작하자 우왕좌왕하며 동요하기 시작한 것이다.

후미에 있던 몬스터들은 그 공포에 눌려 앞으로 움직이다 그 강력한 압력에 몸이 터져 죽는 몬스터가 한둘이 아니었다.

갑자기 몬스터의 동요가 더 커지자 고개를 돌린 칸은 고개를 돌렸고, 이내 후미에서 이들을 갈기갈기 찢는 야안을 발견할 수 있었다.

‘꿀꺽-’

절로 침이 고여 든다.

전장의 신이 강림한 듯한 그의 무위를 바라보던 칸은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보고 있음에도 거짓말 같은 야안의 그 강력한 전력에 왜 그처럼 짧은 시간에 곤도가 죽음을 맞이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몬스터들이 찢어지면서 자신들을 압박하던 힘이 크게 줄기 시작하자, 칸은 진형을 바꾸었다.

자신과 대전사들을 필두로 쐐기 형태의 돌격진형을 만든 것이다.

야안이 후미에서 이들을 갈기 찢어 놓으니 자신들 또한 그들을 베어버리기로 한 것인데, 과연 투기가 절정에 치달은 이들의 돌격력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삼천에 달하는 그들의 돌격을 맞을 수 있는 몬스터들은 없었다. 모두가 뭉개지듯이 죽음을 맞이했고 그 기세에 놀라 물러서던 몬스터들 또한 그 뒤를 따라온 전사들에 의해 목이 베였다.

말 그대로 피가 강이 되고 시체가 산을 이루기 시작했다.

봄이 되어 푸름을 찾아가던 초원은 마치 단풍이 물들 듯이 붉게 물들어 갔고, 대기는 저 피어오르는 석양처럼 붉게 물들었다.

전장은 해가 저물 때쯤에야 마무리되었다.

그 끝없을 것 같은 전투 속에서 야안은 다시금 전 스탯을 하나씩 올려야 했다. 통제를 잃고 혼란에 빠진 몬스터들이라 하지만 그 숫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느 순간부터는 몬스터들은 전장에 흥분하여 죽음을 도외시하며 날뛰기 시작했던 터라 상대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하기에 칸을 비롯한 이들 전사들은 크게 승리를 하였음에도 쉽사리 기뻐하지 못했다. 그 전력을 다한 전투에 지쳐 환호할 힘을 내기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야안 또한 몹시 지쳤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전투로 600에 달하는 사상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중에 일백이 훨씬 넘는 이들은 그 생사를 알 수 없었고, 86명이 사망하였다. 삼백이 조금 넘는 이들 중 거동을 할 수 있는 이들은 겨우 백이십여 명에 불과했다.

야안은 아직 기력이 남아 있는 전사들로부터 가장 위급한 환자부터 분류하게 한 뒤 치료에 나서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이들 태양 종족은 몸에 태양의 기운을 담은 이 답게 워낙 생명력이 뛰어난 터라 리젠만으로도 엄청난 회복을 보였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다 죽어가던 이도 리젠의 축복에 크게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날 정도였다. 다행히 야안의 신력은 적지 않은 터라, 이들의 반에게 리젠을 펼칠 수 있었다.

부족해진 신력에 의해 리젠을 펼칠 수 없게 되자 야안은 신력에 4스탯을 찍어 올렸다. 하나를 올리기 위해서 다섯 스탯을 찍어야 했지만, 생명이 죽어가는 데 그런 것에 연연할 수 없었다.

이런 날을 위해 스탯을 모았던 것이 아닌가?

그 후에도 야안은 다시금 신력에 2스탯을 더 올려야 했고, 그제야 이들을 모두 치료할 수 있었다. 치료를 받은 이들 대부분은 죽음을 맞이할 것으로 판단된 이들이라, 이렇게 기사회생하게 되자 야안에 크게 감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이로 인해 야안의 명성이 늘어나게 되었다. 300에 달하는 명성이 늘어난 것인데 이는 신력 3스탯이 늘어난 것과 같았다.

그렇게 단번에 9스탯이나 올리게 되어서일까? 야안은 그 영향으로 인해 새로운 신성 마법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제노스 리젠

전설의 시대의 언어로 제노스는 집단을 의미한다. 리젠에 비해 그 회복능력은 약한 편이나 한번에 열 명에게 회복을 발휘할 수 있다. 병들고 상처를 입은 자를 위한 그대의 마음에 감명한 아리스가 그대에게 내리는 축복이다.

* 리젠 두 번을 펼칠 수 있는 양으로 이를 시전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놀라운 축복이었다.

예상치 못한 큰 선물에 야안은 절로 아리스 님을 경건하게 마음속으로 외쳤다. 신께서 자신을 보아준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았다.

야안은 이내 이 제노스 리젠을 이들에 비해서는 괜찮으나 상당한 상처를 입은 전사들을 모아 펼쳤다.

비록 리젠에 비해 60~70% 정도의 회복을 보일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전사들의 상처를 낫게 하고 지친 몸을 추스르기 충분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투에서 가장 앞장섰던 칸에게 리젠을 펼쳤던 야안은 그제야 스스로 보살피기 시작했다.

칸이 직접 경계를 서준 터라, 야안은 마음 놓고 심법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1타콤의 시간이 지났고, 그제야 상당 부분 몸을 회복할 수 있었던 야안은 스스로를 살피다 어느새 퀘스트를 성공했다는 창을 확인하게 되자 야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전투로 인해 많은 것을 얻었구나.”

야안이 곤도를 잡음으로서 그의 레벨은 단숨에 40단계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그 이후 몬스터들을 잡으면서 얻은 스탯에 비한다면 그리 큰 경험치는 아니었다.

이들 몬스터를 잡으면서 86개의 스탯을 올렸으니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하건만, 퀘스트를 성공하면서 생긴 경험치는 그 못지않았다.

68개의 스탯이 더 올라가게 된 것인데. 이 같은 야안의 급격한 성장은 지난 드래곤을 찾아가면서 하얀 오크와의 일전 이후 처음 이었다.

실상 이런 변화는 야안의 경지를 레벨이 따라가지 못해 생기게 된 것인데, 본래의 이방인이 이 같은 성장을 하기도 어렵거니와 하였다 치더라도, 그 레벨은 못해도 3000대를 넘겨야 이에 가까운 능력을 보유할 수 있을 터였다.

야안은 스스로 상태를 정확히 알기 위해 정보창을 열었다.

[레벨 : 713

직업 : 전설의 추종자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용사, 제왕지기(대장인 : 미착용)

생명력 : 9,260

마나량 : 44,860

명성 : 5,200

힘 : 438(+25)

민첩 : 420(+25)

행운 : 342(+25)

지혜 : 412(+25)

신력 : 27 (+25)

마나 : 2,208(+25)

정령력 : 402 (+25)

분배되지 않은 스탯 : 196]

약 196스탯의 여유가 그에게 자리했다. 또한, 그간 수련에 의한 스탯의 변동도 있었다. 야안은 잠시 자신의 정보창을 살펴보다,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기운을 차린 태양종족의 전사들이 이 처참한 시체 산을 정리하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섰다.

‘기반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인가?’

이 초원의 존재는 야안에게도 여러모로 중요했다.

이 초원을 기반으로 거대한 이종족들의 연합이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야의 크기는 상당한 터라 이곳과 본래 태양 종족의 기반이었던 곳을 합하면 작은 왕국 정도의 대지를 얻을 수 있을 터였다.

그 정도의 공간이라면 단순히 동맹만이 아닌 일부 여러 이종족이 이곳에 합류할 수 있을 터였다.

듣기로 인간들이 대륙의 노른자와 같은 땅을 지배하게 되면서, 식량의 부족에 애를 먹는 이종족들이 많다고 하니 식량으로 그 호의를 사 이곳을 거대한 동맹 연합체의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계획에는 인간들은 쳐다 도 안 볼 파래가 있기에 가능했다. 맛은 끔찍했지만 영양 면에서는 다른 곡식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파래는 그들에게 훌륭한 식량이 되어 줄 것이다.

이곳 바 대륙에 자리한 이종족의 수는 밝혀진 것만 해도 모두 아홉 종족이었다. 더 찾아본다면 그 이상의 이종족이 있을 테지만, 알려지지 않는 것을 보면 모두 극소수의 부족을 이루는 종족일 터였다.

물론 이 같은 그의 계획은 칸 부르케산이 야안의 뜻에 동의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명예를 최고로 생각하는 이들에게서 종족의 미래만이 아닌 대륙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도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었다.

칸의 아들이자 이제 다음 대의 칸이 될 마토론산은 오랫동안 야안과 동행하면서 그를 흠모하고 있었던 터라, 적극적으로 야안을 돕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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