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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65화 (265/385)

야안 265화

13. 마탐

“그들이 위기에 처한 저를 찾았고, 제가 이곳으로 안내했습니다. 그들 중 검을 쓰는 자는 거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자이며 또한 위대한 장인에 오른 자이니 염려하시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저도 저들에 대해 자세한 것은 모르나 그간의 여정에서 검을 쓰는 분은 저 무리의 리더이며 그의 성정이 정의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한 이는 말로만 듣던 주술을 부리는 자로 저기 보이는 강철의 괴물들은 저자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 희괴한 주술을 부리는 자라는 말과 더불어 검을 쓰는 자가 거인의 인정을 받고 위대한 장인이라는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드워프들이 잠시 말문을 잃어야 했다.

이래서야 오히려 더 답답해지지 않은가?

우선 지금 저기 보이는 이해되지 않는 힘을 쓰는 것이 주술이라는 것도 놀랍다. 이는 그들이 아는 주술의 범위의 힘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3, 4대 위에 자리한 조상으로부터 제국이 통일한 당시 놀라운 힘을 지닌 주술자가 있다는 이야기와 그가 벌인 일들을 본 견문의 자료가 자리하지만, 그는 다른 초인에 비교해 크게 뛰어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상식선에 자리한 것이다.

한데, 저자를 보라. 처음 강철의 괴물이 모습을 보였을 때, 자신들은 이 강철의 괴물이 몬스터인 줄 알았다가 다시 혹시 제국이 만든 새로운 병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워낙 인간들이 파괴와 관련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데다 그 유사한 타이탄이라는 것도 있으니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만들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있어야겠지만, 그들이 아는 제국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애써 이해했건만, 그것이 아니란다. 단순히 저자가 펼친 주술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초대형 몬스터에 준하는 힘을 지닌 자 넷을 만들어 부리고도 그 여력이 남아 저렇게 놀라운 주술들을 펼치는 것을 본다면 그 누구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터였다.

그것만으로도 놀랍건만, 더 놀라운 자가 바로 옆에 자리한다.

엘프 연합의 붉은 나비의 검에 비교해도 무방할 정도의 검을 지닌 자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뇌전의 정령을 다루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저것이 마법인가 싶을 정도로 특이한 형태로 펼치는 마법의 위력은 그의 상식 정도는 가볍게 넘어설 만한 성질의 것이다.

저자의 손에 죽은 몬스터 숫자만 해도 벌써 4만에 달했지만, 그 누구도 그 숫자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만큼 사내의 힘은 불가사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3명의 초인이 한 몸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받게 했으니.

한데, 이 하얀 불꽃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내의 능력이 거기서 끝이 아닌 모양이다. 위대한 장인이라니.

드워프들조차 몇백 년간 망치를 잡아도 그중 일부만이 올라설 수 있는 이 경지를 인간이 올랐다는 것은 사실 믿기 어렵지는 않다.

아주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몇백 년에 한 번 씩 그런 인간이 모습을 보였다는 문헌이 있으니 말이다.

한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위대한 망치에 올라선 자가 저 말도 안 되는 무위를 보이는 초인이라는 점에 있다.

그 놀라운 재능을 지닌 자가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을 바친다고 해야 그나마 이해할 수 있건만, 저자의 힘을 보건대 그런 것은 아닌 듯 보이니 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저자는 무엇인가?”

침묵을 깨뜨리며 내뱉는 갈라진 불길의 말에 모두가 그저 침묵으로 대답할 따름입니다.

시간이 지나 날이 저물어 갔다. 그리고 그제야 어지러웠던 전장은 마무리되었다.

근 이십 만에 달하는 몬스터들 대군이었지만, 겨우 반도 채 살아남지 못한 채 뿔뿔이 흩어졌다.

강철의 괴물들과 괴수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아직 숨이 붙은 몬스터들을 찾아다니며 그 숨을 빼앗았다.

리트담은 이번 전장을 통해 확실히 자신이 크게 성장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그 위대한을 뛰어넘은 주술의 경지에 올라선 뒤 비교할 대상이 야안 이외에는 없었던 터라, 이 힘이 전장에서 얼마나 통할 것인가가 궁금했는데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다시금 야안의 전투를 곁에서 보게 되자 그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그에 대한 경외심이 일어날 뿐이다.

십만이 넘는 몬스터들의 80% 이상이 야안의 손에서 그 생을 마감했다.

그들 중 소형 몬스터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 대부분의 몬스터는 상당한 마나저항력을 가지고 있을 터.

크게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야안은 전투가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단 한 번 그 숨이 거칠어진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놀랍건만, 야안은 마치 끝없는 체력과 마나를 지닌 자처럼 아직도 건재한 기운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로서도 이번 전투를 통해 70%를 넘는 주술력을 소진했건만.’

놀라운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한없이 인간적이면서도 전투에 나설 때면 그는 강철의 심장을 지닌 자와 같았다. 수많은 죽음이 그의 손에서 사라졌음에도 그는 정신적으로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

말없이 야안을 보던 리트담은 야안이 자신을 바라보자 절로 고개를 숙이며 예를 보이고는 물의 주술을 펼쳐 괴물의 피와 시체 조각에 더럽혀진 그와 자신을 씻어냈다.

그렇게 야안과 리트담의 몸을 깨끗이 한 물은 순식간에 그 덩치를 몇백 배로 불어나더니 이내 거대한 파도를 치며 강철의 성이 있는 곳까지의 길을 깨끗하게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강철의 성조차 씻어버린 뒤 잔재물들을 태우며 그 자취를 감추었다.

리트담이 한 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가 함루어를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튕기니 물길에 축축해진 땅 위로 돌길이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것은 성의 문까지 그 길을 만들었다.

야안은 그런 그의 행동에 미소를 보이며 가볍게 목례를 취하고는 그가 만들어준 길을 함께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으음~”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드워프가 리트담이 보인 신기에 다시금 말문을 잃어버렸다. 그는 단순히 성만 청소한 것이 아니라, 그 성에 자리한 자신들까지 깨끗하게 씻어냈다.

일만이 넘는 드워프 하나하나를 인식하고 씻겨낸 것이다.

차라리 그 일을 한 것이 물의 정령이었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건만. 이 또한 주술이라고 하니 절로 고개가 저어진다.

그 사내가 한 짓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근 3KM가 넘는 돌길을 마치 장난처럼 만들어 보인 것이다. 과연 대지의 상위 정령사는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을 해내었다.

마치 4대 상급 정령을 부리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다.

이제 그 사내가 만든 길로 이 경이적인 두 초인이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모두가 이들의 공세를 보았던 터라 그저 걸어오는 것만으로도 움찔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갈라진 불길은 과연 검은 불꽃의 족장답게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는 명령을 내렸다.

“무엇을 하는가? 우리 검은 불꽃의 은인들이시다. 성문을 열고 그들을 환영할 준비를 하라.”

쩌렁쩌렁한 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드워프들은 이내 저마다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험이 많은 장로들의 지시에 따라 서둘러 환영의 준비를 마치고 성문을 내릴 준비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들이 준비를 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갈라진 불길은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심장 부위를 두 번 치며 경건한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어서들 오시게. 이름 모를 위대한 자들이여.”

거대한 무게를 지닌 강철 성문의 도르래 소리가 고요한 석양 속에 물들어져 간다.

* * *

천 년 전. 악귀가 있었다.

당시 바 대륙은 모습은 혼란. 혼란 그 자체였다. 난세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인간만이 아니라 이종족들마저 영역 전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 악귀가 자리했다.

악귀는 본래 한 왕국의 작은 영지를 가진 영주의 자식 중 하나였다. 그의 모습은 대단히 보잘것없었다. 허리가 굽은 꼽추였는데 농노도 아닌 귀족이 그런 몰골을 가졌다는 것은 대단히 큰 불행이었다.

귀족의 행사는 물론이거니와 영지의 행사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못했었고, 유년기가 지나자 결국 그의 아버지인 영주는 그가 수치스럽다며 외진 탑에 그를 가두었다.

본래 그는 이 영지의 일곱 번째 자식에 불과했고, 어머니는 농노였기에 사실 그가 영주가 될 것을 예상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운명이란 정말 모를 일이다.

이해되지 않는 사고로 하나씩 영주의 자식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였고, 결국 영주 또한 몬스터 몰이에서 죽음을 맞이하자 결국 왕국의 법에 따라 그는 보잘것없는 탑의 주인에서 영지의 주인이 되었다.

어린 시절이 워낙 험난한데다 장애까지 있으니 영지의 가신들은 이 영지가 암흑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예상했다.

그 같은 콤플렉스를 가진 영주의 폐허는 이미 긴 왕국의 역사에서 수차례 내보인 바가 있었다.

한데 그런 그들의 예상을 비웃듯이 이 꼽추 영주는 조금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대귀족보다 더 귀족 같았다. 명예가 무엇이 알고, 그 보이는 예법은 하나같이 고상했다. 꼽추라는 장애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말이다.

또한 기이할 정도로 머리가 뛰어났다. 영지에 소속된 현자는 그 꼽추의 재능을 그제야 뒤늦게 알고 안타까움을 보였다.

오백 년의 왕국의 역사에서도 이 같은 천재는 없었던 것이다. 만약 어렸을 때부터 진리의 길을 걸었다면 어쩌면 모든 현자의 꿈이자 이제 전설이 된 대현자의 자리에 올라섰을지 모른다.

그래도 다행이라 할까? 어릴 적 받은 귀족의 교육 때문인지 그의 머리는 성인이 된 지금도 굳어 있지 않았다.

그러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현자는 그에게 진리의 길을 가기를 권했고, 이 꼽추 영주는 그의 권유를 받아 들였다.

과연이라고 할까?

이 꼽추 영주는 경이적인 속도로 마법을 익혀 나갔다. 마치 안타까워했던 현자를 비웃듯이 그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 복잡하고 어려운 룬어를 몇 달도 되지 않아 모두 외워 그를 놀라게 하더니, 수식에 있어서는 더 괴물 같은 모습을 보였다.

제대로 진리의 길을 공부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중급 현자 익스퍼트에 달하는 수식들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자는 그 자신으로서는 이 꼽추 영주를 이끌어가기에 많이 부족함을 얼마 되지 않아 인정했다.

자신이 할 수 없다면 다른 이의 도움을 청하리라.

그는 위대한 천재가 이곳에 있다. 그를 보고 그를 인정하신다면 이곳에서 그의 스승이 되어 그를 이끌어 주십시오.

현자는 자신이 아는 모든 명성 높은 현자들에게 이 서신을 보내었지만, 자신의 탑이 아닌 영지에서 누군가를 이끌어 달라는 서신에 움직이는 자는 없었다.

인재라면 자신이 세운 탑에도 충분했다. 진리의 길을 걷는 이들 중 천재가 아닌 자가 어디 있는가?

하니, 겨우 변방의 작은 영지에 소속된 이름 없는 현자의 서신에 깊은 관심을 두는 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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