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266화
만약 영지에 전대의 영주가 있었다면, 아직 젊은 이 꼽추 영주를 현자의 탑으로 보냈을 것이지만, 그에게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진리의 길이 아니었다.
영주로써 영지를 다스리는 일.
그것이 그에게 주였고, 그 외에는 그를 위한 곁가지에 불과했다.
그렇게 4년이 지나, 이 꼽추 영주는 그의 길잡이가 되었던 현자를 넘어섰다. 중급 현자 비기너에 도달한 것이다.
5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중급 현자에 도달하였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말했다면 그 누구도 믿지 못할 터였다.
그렇게 그가 중급 현자에 도달했을 때 누군가 죽었다. 바로 그의 길잡이가 된 현자였다. 그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주군이자 위대한 천재에 대해 걱정하며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장례를 치르고 얼마 되지 않아 영지에 누군가 찾아왔다. 그는 대마법을 펼치는 고위 현자였지만, 그 누구도 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그는 자신을 소개하기를 자신의 라 대륙의 현자로, 뒤늦게 꼽추 영주에 대한 서신을 보게 되었고, 이제야 도착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꼽추 영주를 시험한 뒤 이내 그를 위대한 천재라 인정하며 그를 제자로 삼았다. 영지 입장에서는 그 같은 강자가 영지의 구성원이 된 것에 대해 기뻐하며 크게 그를 반겼다.
그 무위도 무위지만 정작 반긴 것은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이 같은 강자가 스승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꼽추 영주에 대한 시선이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위 현자가 꼽추 영주를 가르치자 그는 빠른 속도로 진리의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2년이 채 되지 않아 익스퍼트에 오르더니 3년이 지났을 때 다시 그 벽을 깨어 중급 현자 마스터에 올라선 것이다.
괴물. 천재라고는 부족했다. 꼽추 영주는 상식의 파괴를 보이는 괴물이었다.
그리고 다시 5년이 지날 때쯤. 꼽추 영주를 가르치던 고위 현자가 돌연 영지에서 사라졌다. 모두가 그의 존재를 궁금했지만, 그의 제자였던 꼽추 영주도 그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니 미궁으로만 남아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꼽추 영주가 고위 현자의 길에 들어섰다.
그런 그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왕국의 왕은 새로운 강자의 출연에 직접 그를 불러 연회를 열었고, 곱추라 무시하던 수많은 귀족은 그와 친해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르지 않았다.
이제 서른을 갓 넘겼음에도 벌써 고위 현자에 들어선 자였다. 그 말은 그가 미래의 초인에 올라설 확률이 대단히 높다는 뜻이었으니 그들의 그 같은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의 예상대로 꼽추 영주는 고위 현자 익스퍼트의 벽을 깨었다. 고작 10년도 되지 않은 시간에 하늘의 문을 깨뜨린 것이다.
초인에 올라가며 육체는 새롭게 바뀌었지만, 그는 여전히 꼽추의 형태였다. 모두가 그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지만, 정작 그가 초인에 올라선 것은 사실이라 그런 일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왕국에 초인이 나타난 것이 얼마만의 일인가?
꼽추 영주는 단번에 공작의 자리에 올랐고 그로부터 다시 1년이 지났을 때쯤 왕이 의문을 죽음을 맞이했다.
그 누구도 왕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직 60도 되지 않았건만 현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노환이라 지목했다.
모두의 의문 속에서 왕의 후계자가 다음 왕으로 추대 받아 올랐고, 그는 꼽추 영주를 가까이 하며 뛰어난 왕정 정치를 행하기 시작했다.
뛰어난 왕과 고위 현자 익스퍼트에 자리한 초인이 함께하자 왕국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해 나갔다.
그들의 1년은 마치 다른 왕국의 10년을 보는 듯했고, 그렇게 20년이 지났을 때 왕국은 주변의 모든 왕국 중에서 우뚝 솟아올랐다.
그리고 악몽이 시작되었다.
돌연 왕이 정복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목표는 바 대륙의 통일. 이 목표에는 인간들의 영역만을 포함한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바 대륙을 하나로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 대신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대신과 백성들은 이 정복 전쟁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그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외국의 한 사신은 그들을 보며 마치 무언가에 홀린 자들이라고 평했다.
대신들이야 그렇다 쳐도 별다른 이득도 없는 백성들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기뻐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아 그리 평하는 것이었다.
처음 그 왕국의 정복 전쟁의 선포에 바 대륙에 자리한 그 누구도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이 왕국이 강성해지기는 했지만, 그 정도의 전쟁을 일으키기에는 그 역량이 부족하다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광신도의 그것처럼 이들의 군대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고, 지금까지 보지 못 한 강력한 마법무기들이 모습을 보였다.
그 마법무기의 힘은 무시무시할 정도라 일개 병사의 손에 자리한 것조차도 충분히 기사를 위협할 정도였다.
몇 달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 마법무기가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임을 알고 악마의 무기라 하여 수많은 왕국이 그들의 행실에 손가락질을 했지만, 이 왕국의 그 누구도 눈 하나 깜짝이는 자가 없었다.
그리고 주변의 왕국들이 하나, 둘씩 정복당하기 시작했다.
정복한 왕국들은 처절한 식민지의 생활을 겪게 되었다. 수많은 백성이 이 마법무기의 희생양이 되었고, 강력해진 마법무기는 다시금 주변의 왕국을 노리었다.
경각심에 극에 달하자 왕국들은 연맹을 다져 그 왕국과 싸우기로 했고, 당시 자리한 7명의 초인들 또한 그 일어섰다.
하지만, 결과는 어처구니없었다.
7명의 초인은 꼽추 공작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와 상대하여 겨우 살아남은 단 한 명의 초인은 그를 일러 이렇게 말했었다.
‘그가 쓰는 힘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악마의 힘이다. 아니, 그는 악마다.’
상대한 왕국의 반 이상이 멸망하였고, 식민지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 압도적인 힘에서 겨우 살아남은 왕국들은 제국을 끌어들였다.
제국 또한 이제 자신의 세력에 못지않은 이 왕국의 존재가 꺼려졌기에 제국 또한 경각심을 가지고 연합을 하였다.
꼽추 공작…… 아니, 이제 악마라고도 불리는 마탐 공작은 제국이 나서기로 하였음을 알았음에도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
그는 묵묵하게 자신들이 정복한 왕국을 식민지화하며 수많은 자의 생명력을 빼앗아 더 강대한 무기를 만들어냈다.
이미 살아남은 초인으로부터 마탐 공작이 초인을 넘어선 자라는 것을 들었던 제국은 이에 모든 역량을 전쟁에 퍼부었다.
제국 9명의 초인은 물론, 제국이 자랑하는 삼백만 대군이 일어난 것이다. 거기에 제국과 같이 연맹한 왕국들이 모든 기력을 짜 군대를 일으켰으니 그 숫자가 또 백만에 달했다.
단순히 군대의 숫자만으로 본다면 열배에 달하였으니 이번에야말로 이 왕국이 멸망하리라 의심하는 자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의 예상은 틀렸다.
9명의 초인들 중 돌아온 자는 그중 4명에 불과했고, 그들 중에서는 반은 오랫동안 자신의 역량을 보이지 못할 터였다.
군대는 어떠한가?
사백 만에 달하던 군대 중 살아간 이도 60만에 불과했다. 삼백만하고 40만에 달하는 이들이 이 전투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해 왕국의 병력도 반 이상이 깎였지만, 이 악마 공작이 만든 무기는 그것을 든 것만으로도 뛰어난 힘을 가지게 되니 보충은 어렵지 않다.
하니 왕국에 대한 피해는 미비한 것이었다.
대패…… 다시 또 대패.
어느새 왕국들을 먹어치우고 제국의 오분의 일을 먹어치운 그들에 결국 제국은 이종족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인간들의 전투에 관망하던 이종족 또한 그 도움을 요청하기 무섭게 이 전쟁에 참여하였다.
지금의 기세로 보아 이대로는 자신들도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당시의 거인의 왕이었던 붉은 태풍과 엘프 연합의 의장인 푸른 잎사귀, 바람의 종족인 비족의 수장 실란, 물의 종족 도론의 수장 포로텐, 카사 종족의 수장 케패란드를 선두로 백만에 달하는 이종족이 함께 하였다.
그리고 그제야 이 끝을 모르던 왕국의 진보가 멈추어졌다.
푸른 잎사귀와 실란, 포로텐 케패란드, 붉은 태풍은 저마다 초인의 끝자락에 있거나 넘어선 자들이었기에 악마 마탐을 막아설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괜히 악마라 불리고 악귀라 불린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형세가 불리해지자, 진리를 뒤엎는 금지의 힘에 손을 대었고, 그로 인해 무고한 수백만의 인명이 희생을 당했다.
생체 실험이 시작되었고, 전날의 농노였던 자는 하루 만에 인과를 거스르는 힘을 얻었다. 그 과정에서 사고의 회로를 잃고 말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무시무시했다.
이 때문에 몇 년 지나지 않아 끝이 날 것 같은 이 전쟁은 사십 년이 넘게 지속됐고,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연합 단체는 겨우 이 왕국을 제압할 수 있었다.
왕을 꼭두각시로 만들고, 상상할 수 없는 악의를 세상에 보였던 마탐 공작은 초인들의 공세에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저주와도 같은 말을 꺼냈다.
“다시 대륙이 피로 물들 때, 나는 돌아와 완성하지 못한 일을 끝낼 것이다.”
그로부터 천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수많은 일이 있었다. 이종족과 인간들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조약이 만들어지기도 했고, 그 조약을 맺었던 제국은 시간이 지나 갈라지며 수많은 왕국들이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중 가장 큰 왕국이 제국으로 그 모습을 바꿨으며, 제국은 통일 전쟁을 실시했다. 당시 수많은 이종족이 예전의 악귀의 일을 잊지 않아 주목했지만, 다행히 그들의 목적은 인간들 세력의 통합에서 그쳤을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400년이 지나 통일 제국은 무너졌다.
난세가 시작된 것이다. 400년간의 영화는 인간들의 세력을 부풀대로 부풀게 했다. 바 대륙 역사상 그토록 많은 인간이 존재하며 영화를 누린 적이 있었을까?
난세가 시작되자 수많은 인간들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권력자들의 욕심의 발호로 만들어진 이 끔찍한 일상에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고 피를 흘리며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 끝에는 고통에 가득한 마지막 숨을 남기며 사그라졌다.
겨우 난세가 시작된 지 10여 년이 넘었을 뿐이건만, 남은 인간들의 수는 난세가 있기 전에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 수많은 인명의 죽음 속에서도 끔찍하고 끔찍한 난세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것은 전초전이었을 뿐이라는 듯 전쟁은 더욱 치밀해지고 거대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