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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68화 (268/385)

야안 268화

그들은 엘프 연합에게서 무로딘 산맥의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무로딘 산맥이 무너진다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 삶의 거대한 위기가 찾아온다는 말과 같았다.

대평원에 자리한 그들의 주식인 들소와 같은 기타 짐승들은 몬스터들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말도 되었다.

본래 모롤타 종족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매년 2번의 거대한 출정을 일으켜 평원의 몬스터들을 정리하는데, 저 너머에 자리한 수많은 몬스터들이 무로딘 산맥을 넘어선다면 그들로서는 더 이상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실정이었으니 모롤타 종족 또한 서둘러 전사들을 모아 출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엘프 연합으로부터 그에 대해, 들은 바가 있어 오래전부터 출정의 준비를 하던 이들은 연합 전선이 만들어진다고 하자 두말할 것도 없이 함께 할 의지를 엿보였다.

그렇게 다섯 종족의 연합이 사실상 결정된 것과 같은 의지를 보이게 되었고, 이들은 현재 가장 최전방에 자리한 엘프 연합으로 향하고 있었다.

야안 또한 검은 불꽃의 명예 장로의 자격으로 이 연합과 함께할 수 있었다. 야안은 이 연합에서 그들을 도와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이후 자신의 뜻을 알리어, 바 대륙의 이종족 연합의 완성과, 라 대륙에서 현재 구축 중인 왕국을 건설하고자 하였다.

겨우 지원은 둘 뿐이었지만, 다수의 적에게 있어 어느 대부족의 힘보다 강력한 일인군단인 야안과 그에 못지않은 리트담의 존재는 이 연합 전선에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검은 불꽃 드워프 마을에서 이른 새벽에 나서게 된 그들의 숫자는 3,000에 달했다. 최소한의 방어 기반을 남겨 둔 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전투는 석궁과 도끼를 들고 하는 것에 치중하기보다는 거대한 연합전선에 어울리는 성을 짓는 공병(工兵)이나 또는 엘프들과 함께 만들게 될 무기인 대인병기인 포신을 다루는 포병으로 구분이 될 터였다.

현재 검은 불꽃만이 아닌 무로딘 산맥에 거주하는 17개의 드워프 부족에서 이동하고 있었고, 그들은 저마다 중간 지점에서 만나 뭉쳐 움직일 예정이었다.

4개의 대부족과 13개의 중소부족의 드워프들의 예상 인원은 모두 2만이었으며, 이들은 저마다 마을에 정제해 두었던 주괴들을 마법주머니에 챙겨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인간보다 크게 빠르지는 않지만, 워낙 체력이 강한 종족이라 중간에 쉬거나 뒤처지는 일이 없어 현재 가장 빨리 엘프 연합이 전선을 펼치고 있는 곳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크아아악. 카아악-’

요란한 몬스터들의 울음이 산맥을 뒤흔든다. 1타콤 전까지만 해도 그 숫자가 1만에 달하던 몬스터들이었지만, 지금은 겨우 5, 600마리 정도만이 자리할 따름이다.

그마저도 리트담의 손길에서 일어난 땅 지렁이에 의해 잡아먹히는 위기에 처해 앞다투어 가며 도망을 치고 있었다.

이번에 검은 불꽃과 합류하다 몬스터들에게 쫒기고 있던 2개 집단의 드워프들은 눈앞에 벌어진 이 압도적인 모습에 말문을 잃고 말았다.

예전 검은 불꽃들이 그러했듯이 믿어지지 않는 리트담의 기괴하고 웅장한 주술과 야안의 압도적인 저력에 질려버리고 만 것이다.

자신들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재앙과도 같은 몬스터 군단을 마치 장난치듯이 멸해버리니 질리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검은 불꽃의 수장이자 지금의 무리를 이끄는 갈라진 불길은 그런 그들의 마음을 이해한 듯 그들을 다독이며, 이제 전투가 끝나 부상당했던 드워프들을 치료해주는 야안과 리트담을 소개해주었다.

사실, 그들은 야안이 아리스 님의 종을 뜻하는 신성 마법을 펼치는 신관이라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뛰어넘는 존경을 하고 있었기에 야안과 리트담을 받아들이는데 벽은 사실 존재하지 않았다.

리트담의 치료의 행위는 특히 놀라운 면이 많았다. 그의 힘은 마치 마법과 신성 마법의 중간의 성질을 띠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신성 마법에는 미치지는 못하지만, 주변의 마나를 이용해 회복마법의 역할을 만드는 동시에 타인의 의지에 비해 강력한 의지를 지닌 그로 인해 두뇌에서만 생성이 되는 기적 같은 물질을 만들어내었고, 그것은 이내 부상당한 몸을 무서운 속도로 회복하게 했다.

물론 그 같은 물질을 임의로 타인의 두뇌에서 생성하게 하는 것은 그라고 해도 어려운 일이었기에, 큰 부상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주변 마나를 이용하거나, 신체의 리듬을 크게 강화하는 것이 그의 치료의 주였다.

두 족장들이 합류한 뒤 그들 무리는 5,000으로 늘어났으며, 다시 그렇게 며칠에 걸쳐 다섯 번의 합류가 있게 되면서 총 이만하고도 1,600명에 달하는 드워프 연합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네 번의 크고 작은 전투가 있었지만, 그들 드워프들의 전투력도 대단했을뿐더러 야안과 리트담이 크게 활약하면서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몬스터들도 이만이 넘는 병력이 움직이니 소소한 몬스터 집단으로는 그들을 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검은 불꽃 마을에서 10일이 지난 뒤에야 엘프 연합의 전선에 들어설 수 있게 되었는데,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잠시 소강상태였다.

하지만 그간의 전투 흔적들을 보노라면 얼마나 치열했던 전장이었는지를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성은 다섯 번이 함락되었는데, 만약 연합 엘프들 중 땅 속성의 정령사들이 미리 대비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밀어붙이는 몬스터들로 인해 거대한 피해를 봤을 터였다.

이 전장에서 현재 가장 큰 공을 세우고 있는 자는 역시나 땅 속성의 상위 정령 마스터이자 하이 엘프인 붉은 흙이었다.

많은 땅 속성의 정령사들이 있다지만, 사실 그 거대한 전선의 성을 순식간에 복구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오직 그가 있었기에 성은 몰락하기 무섭게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었고, 지금의 전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

본래 성이라는 건축물 자체가 엘프들에게 필요치 않은 물건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기술로는 전선을 만들기 위한 성을 만들 수는 없었다.

현재 이 엘프 연합의 초인들은 모두 일곱으로 그중 세 명이 하이 엘프였다.

이들 중 하이 엘프는 저마다 땅, 물, 바람의 정령을 마스터한 자들이었고, 저마다 전선의 중심지에서 이 전장이 무너지지 않게 유지하고 있었다.

야안은 엘프 연합에 자리한 하이 엘프가 셋이나 된다는 이야기에 얼마나 엘프들이 이 무로딘 산맥을 중요시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이 엘프는 세계수의 분신과도 같다. 세계수의 힘을 나누어 받은 존재이며 그 자신이 죽고 나면 세계수는 엘프 중 한 명에게 축복을 내려 하이 엘프를 탄생시켰다.

하니 하이 엘프가 셋이라는 말은 이 무로딘 산맥에 세계수 세 그루가 존재한다는 말과도 같다.

세계수는 그 영향이 미치는 곳은 악을 멀리하고, 삿된 마나를 정화하는 등의 큰 힘을 가지고 있지만, 세계수의 특성상 거대한 자양분을 필요로 한다.

잘못 뿌리를 내리면 일대가 죽음의 땅으로 변하고 마는데, 다행히 이 무로딘 산맥은 그런 것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모양이었다.

‘이 무로딘 산맥이 본래 내가 있었던 곳에서 없었던 것은 단순히 죽음의 지배자의 저주 때문인가?’

천 년이라는 시간이 대륙의 지형을 바꾸어놓았지만 야안 정도의 초인이 이를 유추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만히 생각하니 현재 이곳 이종족들이 다수 존재하는 무로딘 산맥과 평야는 천년 후의 대륙과 비추어 본다면 야루스 산맥의 끝자락에 있는 곳이었다.

비록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야기로만 들은 그 지형은 여기서 보았던 것과 많은 차이가 있다. 이처럼 생명력이 넘쳐나지도 않았으며, 그곳에 자원이 있다는 말 또한 들어본 적이 없다.

그곳은 그야말로 죽음의 산맥이라고도 부른다. 이유는 말 그대로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만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풀 한 포기가 없으니 거대한 산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흙의 입자는 너무나 작아 가벼운 바람에도 끝없이 흩날리곤 했다.

그로인해 야루스 산맥의 억척스러운 생명력을 지닌 오크들조차 그 근처는 가까이하지 않는다고 한다.

언제 산사태가 일어날지 모르는데 그곳에 마을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아니, 과연 그 흩날리는 모래에 기둥이라도 세울 수 있을 것인가?

혹시나 만약 지금처럼 강물이라도 흐른다면 모를까? 비조차 오지 않는 곳이라 하니 생명이 살아갈 근본마저 없는 셈이다.

그런 곳이 천 년 전에는 이처럼 많은 이종족이 어울려 살았다는 것이 야안은 쉽사리 믿어지지 않았다.

잠시 소강상태를 틈타 하이 엘프들을 비롯한 7명의 초인을 비롯한 다수의 엘프들이 모여 드워프들을 크게 환영했다.

이 드워프들이 합류를 하게 되면 이 어설픈 성의 방어력을 극복할 수 있게 될 터이니 그들의 환영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더구나 예전 드워프들과 함께 만든 포신의 위력은 이번 전투에서 큰 빛을 보았으니, 그 수가 확보된다면 힘겨웠던 전장은 숨을 돌릴 틈이 생길 것이다.

이후 거인들이 도착한 뒤부터 이 전선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며 그 후 카사 종족과 모롤타 종족이 뒤를 따르면 견고하게 이 전선을 다질 수 있을 터였다.

검은 불꽃을 비롯한 17명의 드워프 족장에게 큰 감사를 표하던 하이 엘프들은 그들 무리에 섞인 두 인간 사내에 눈을 돌렸다.

아니, 사실 처음부터 내내 관심을 두고 있었으나, 일의 순서가 있기에 드워프들을 환영을 끝낸 뒤에야 이처럼 눈을 돌린 것이었다.

이들은 크게 감탄의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두 인간 사내가 단순히 인간들만이 아닌 모든 이종족을 통 들어도 그만한 힘을 가진 자를 찾기 어려움을 알아서였다.

하이 엘프인 자신이나 견주어 볼만 할까? 다른 엘프 초인들로서는 홀로는 이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하이 엘프는 그런 감탄도 잠시 두 사내 중 야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는데 이는 그들이 익힌 정령술로 인해 본능적으로 야안과 계약한 유피테르의 힘을 느껴서였다.

땅의 상위 정령 마스터이자 하이 엘프인 붉은 흙은 자신과 계약한 정령이 몸서리칠 정도로 그 감정을 내보이자 놀라워하며 그를 불러들였다.

곧 조금 전 성을 보수하느라 힘을 비축하던 땅의 정령이 그 스스로 존재의 위엄을 드러내며 땅 위에 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땅의 정령이 나타나기 무섭게 그 옆에 자리했던 하이 엘프들의 바람의 정령과 물의 정령이 그 옆으로 모습을 보였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그 자리에 있던 두 명의 초인의 정령들 또한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다수의 상급 정령들이 모습을 보이자, 그 고차원적인 힘에 그 자리에 있던 드워프들을 비롯해 많은 엘프가 절로 걸음을 물려야 했다.

야안은 이들 정령들이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잘 알았기에, 그저 미소를 보이며 유피테르를 불렀다.

“그대의 백성들이 왕을 그리워하는구나. 치하하지 않을 것인가?”

야안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야안의 몸에서 한줄기 뇌전이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화려한 빛과 함께 유피테르가 미소를 머금으며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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