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안-273화 (273/385)

야안 273화

16. 악몽

그렇게 영주 성에 들어선 그는 지난 1왕자를 도와 순직한 전대의 영주의 무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영지에서 가장 고귀한 성소였지만, 그 누구도 그를 막는 자가 없었다.

“좋군.”

음산한 악령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모은 두 손에서 검붉은 구슬이 모습을 보였다.

그의 약점이자 모든 힘의 근원지인 어둠의 베슬이었다.

이 힘을 회복하기 위해 수십 개의 산이 허망하게 사라졌고, 수십만에 달하는 생명체가 생을 맞이했다.

그렇게 모든 힘을 회복한 그것을 기반으로 펼치는 권능이 펼쳐졌다.

어둠의 베술에서 일어난 죽음의 불길이 무덤을 뒤덮자 무덤이 갈라지고, 오래전 흙으로 돌아간 전 전대의 현자들을 비롯해, 아직 그 시체의 부패가 많지 않은 전대의 영주가 붉은 해골과 뼈대를 보이며 나타난 것이다.

모두 셋으로 그중 하나를 제외하고는 둘은 리치왕이 바라는 수준의 것이다.

그는 죽음의 언어를 읊으며 권능을 일으키었고, 이내 하나씩 붉은 해골의 눈에서 노란 불빛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타락한 현자 리치들은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부활과 함께 눈앞의 리치왕처럼 어둠의 망토로 모습을 가리며 무릎을 꿇었고, 그는 그 모습에 만족해하더니 다시 그들을 이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악몽의 서장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남은 것인가?’

야안은 무거운 침묵 속에서 생각에 빠지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수장들에게 걸음을 옮겼다.

드워프가 솜씨를 부린 이 건물은 거인족이라고 해도 무리 없이 생활할 정도로 거대한 건물이었다.

야안은 그 건물에 자리한 문을 열고 들어섰고, 그 안에는 그 자신이 보였던 것만큼이나 무거운 침묵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호쾌한 드워프도, 용감한 모롤타도 열정의 카사도, 정의로운 거인족도, 조화의 엘프조차 그 거대한 적을 앞에 두고 긴장을 하는 모습이다.

천문을 보던 하이 엘프가 악마의 별이 그 빛을 크게 발하며 움직이고 있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야안도 뒤늦게 들어와 분위기가 많이 침체되었음에 놀라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용감한 모롤타의 왕 카부사가 그에게 전했다…….

“어둠의 별이 이동하기 시작하였다고 하네.”

그 말은 악마의 별이라 불리는 리치 왕 케르몬이 결국 이곳으로 진격하고 있음을 말해도 다름이 없는 이야기이다.

붉은 노을이 짧게 한 숨을 내쉬며 입을 연다.

“왕께서 과연 때를 맞춰 올 수 있을지.”

위대한 전사인 거인의 왕 붉은 대지가 모습을 보인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거인의 특성상 마법저항력이 뛰어났으니 그들의 왕 붉은 대지는 마법과 상극의 존재일 터.

그가 이 전쟁에 같이 한다면 답이 보일지 모른다.

다만 거인의 왕이 그 시간에 무사히 도착하여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현재 거인의 왕은 무로딘 산맥 너머에서 몬스터 대이동으로 모여든 몬스터들을 모아 거대한 군단으로 삼고 있는 초대형괴물 벨카와 전쟁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벨카는 바 대륙에서 그 영향력이 대단히 뛰어난 괴물로 1,000년을 넘게 산 존재이기도 했다. 2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신장과 500톤이 넘는 무게, 네 개의 머리를 지닌 존재로 제국의 초인 셋이 덤벼야 겨우 막을 수 있으며 다섯이 나서야 겨우 평수를 이룰 수 있는 막강한 전투능력을 지닌 괴물이기도 했다.

다행히도 벨카는 오래전 전대의 거인의 왕과의 전투에서 큰 상처를 입은 뒤 그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 최근들어 회복을 한 모양이었다.

거기에 더해 엄청난 몬스터들이 몰려들어 그의 영향 아래 들어갔으니 붉은 대지는 전대의 왕이 미처 끝내지 못한 일을 하기 위해 일어섰다.

더 이상 그가 세력을 모으게 둘 수는 없었다. 이대로 더 시간이 흐른다면 무로딘 산맥은 끔찍한 절망을 맛보아야 할 것이니 말이다.

붉은 대지는 출정의 과정에서 무로딘 산맥의 연합 전선에 대한 일을 듣고 마땅하다 판단했다. 하여 그는 유망한 후계자로서 주목받는 붉은 노을에게 이 일을 맡겼다.

그를 따르는 대전사들과 병력의 십 분의 일을 맡기어, 보낸 것이다. 이후, 그는 남쪽에 자리한 벨카를 치기 위해 움직였다.

이후 전령으로 갔던 전사가 돌아왔고, 그 전쟁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 전사의 입을 통해 들은 그 전쟁은 생각보다 크게 낙관적이지는 않았다.

80만이 넘는 전사들과 70에 달하는 대전사들이 붉은 대지를 필두로 나선 그들의 위용은 무시무시한 것이었지만. 벨카가 이룬 몬스터 군단도 그 못지않았기 때문이다.

숫자만으로 본다면 500만이 넘었고, 그중에 섞인 초대형 몬스터들의 숫자도 적지 않았으니 그 저력으로만 본다면 거인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질적으로 크게 우세한지라, 그것을 중점으로 몬스터들을 몰아붙이고 있었지만, 워낙 병력의 차이가 컸기에 승기는 크게 기울어 지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붉은 대지가 벨카와 다섯 번을 부딪쳐 다섯 번 모두 승리했다는 것이다.

벨카가 전투에서 지고 도망칠 때마다 몬스터 병력을 크게 잃었으니, 이는 승기를 굳히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렇게 다시금 몇 번의 전투를 이기면 더 이상 벨카도 물러설 수 없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지긋지긋한 악연도 끊어지게 될 터.

한데, 리치왕이라는 전설의 시대의 악마가 모습을 나타냈고 진격을 하고 있다고 하니 붉은 대지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벨카를 이대로 두고 움직인다면 다시 녀석은 세력을 회복하고, 진격할 것이니 이번 전투에서 죽어간 전사들에게 어떤 면목을 보인다 말인가?

결국 붉은 대지는 고민 끝에 모든 전력을 끌어모아 그를 치고 움직이기로 결단을 내렸다. 승기가 자신에게 왔으니, 후회의 여점을 남겨두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후 세 번의 전령이 오갔고, 마지막 전령으로부터 들은 소식은 거인의 왕께서 드디어 승리를 굳혔다는 것이다.

다만 벨카가 그 와중에 다시 몸을 내뺀 터라 그것을 마무리 짓기 위해 아직 움직이지 못하다고 하셨다니 그 소식을 접한 붉은 노을로서 한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리트담은 이 거대한 일전을 눈앞에 두고 새로운 주술을 완성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말로만 듣던 죽음의 지배자에게서 파생된 악마와 일전을 벌이는 것에 그는 한층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수습하고, 그 과정에서 두 개의 주술들을 하나로 합쳐 새로운 강대한 주술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유피테르는 봉인된 기억 속의 파편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야안은 이번 전투에서 남은 스탯을 다 소모할지도 모른다 판단했다. 아니, 그것을 소모한다고 할지라도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변수라면 붉은 대지가 언제 도착하는 것인가? 였다.

* * *

리치왕 케르몬은 야안을 죽이기 위해 끊임없이 세력을 끌어모았다.

어둠의 마법을 통해 그 존재가 이종족과 함께 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멍청한 몬스터들 때문에 주인의 명을 완수해야 할 시기가 점차 길어지고 있었다.

세상은 만 년 전 그 봉인 이전에 비해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당시 거의 패망 직전까지 갔던 인간들은 어느새 그때보다 더 거대한 문명을 이룬 상태였다.

어쩌면 당시 인간들을 견제하던 이종족들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생긴 반작용일지 모른다.

그 이유야 어쨌든 그로서는 기쁜 일이다.

그가 타락시킬 수 있는 존재는 인간들뿐이었으니.

이는 인간이 혼돈의 존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혼돈 속에 자리한 그 어둠은 자신들 악마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고 그것을 이용한다면 타락을 시키는 것은 손쉬운 일이었다.

현재 이룬 이 놀라운 문명만큼이나 강자들 또한 많았고, 그 인간들의 숫자도 어마어마했다. 못해도 그 숫자가 10억은 넘어 보였으나, 그 또한 지난 난세에서 덧없이 생명을 잃으며 크게 줄어든 숫자였다.

그로 하여 그의 세력을 모으는 일은 어려움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주인님을 위해 되도록 인간들과 마찰 없이 움직이던 그였지만, 난세인 만큼 수많은 한 서린 시체들이 세상에 널리 자리해 있었고,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병력을 끌어모으게 되었다.

그렇게 모은 리치의 숫자만 일천에 달했으며 그중 초인에 준하는 리치들은 아홉이나 되었다.

또한 상위 현자 비기너에 준한 자들이 오십에 달했고, 중급 현자 마스터에 준한 이들은 이백에 달했다.

또한 죽음의 기사들은 어떠한가?

그 숫자가 벌써 이천이 넘었고, 그들이 부리는 스켈레톤은 삼십 만에 달했다. 시쳇더미를 모아 만든 어보미 또한 오천에 달했다.

죽음의 기사 중 초대형괴물과 동급인 이들의 수가 일백이며 상급 익스퍼트 기사에 달한 자가 그중 오백이다.

스켈레톤은 중급 유저에서 상급 유저의 사이를 오갔고, 어보미는 능히 투 헤드 오우거와 비교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니 그야말로 재앙이며 악몽의 발현이다.

대륙에서는 수많은 시체가 사라지는 현상들이 벌어지자 그 연유를 조사하기 시작했지만, 당장의 전쟁을 앞둔 상황이라 많은 인력을 투입하지 못해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이때쯤 시체가 사라지는 현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미궁으로 빠뜨리게 한 채 역사의 뒤로 사라지게 되었다.

“후우우우.”

긴 심호흡을 끝으로 야안은 심상의 수련을 끝을 내었다.

그는 모든 것을 최고로 가다듬은 상태였다. 완성되지 못했던 뇌전검법의 3초식을 완성하였고, 현자 익스퍼트의 경지에 완곡하게 자리를 잡았다.

큰 주술사에 올라서며 새롭게 이룬 주술의 힘은 이제 숨 쉬듯이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유피테르 또한 한 차례 스스로 강제 각성을 하여 야안은 중급 정령 마스터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뇌전검법의 바탕이 되어준 심연의 일격에 뇌전의 정화의 정수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랬다.

지난 시간 동안 이 정화의 정수의 봉인을 풀기 위해 공들였던 그는 강제 각성을 한 유피테르의 도움을 받아 지난 새벽에서야 겨우 봉인을 풀 수 있게 되었다.

[뇌전의 정화

등급 : S+

신화시대 뇌전의 돌로 자리하다 정령의 왕의 매개체로 사용되어 진화한 물건이다. 정령의 왕 유피테르의 뇌전에 못지않은 힘이 내재해 있다.

* 모든 사마의 존재들과 천적의 기운을 지니고 있다.

* 지니고 있으면 사마가 보이는 힘에 상당한 항마력을 지닌다.

* 아직 미숙한 그대로는 단 한 번 이 힘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뇌전의 정화가 가져다주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단 한 번의 기회이지만, 그 절망적인 존재인 리치왕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였으니

아니, 정령의 왕 유피테르의 뇌전에 못지않다고 했으니, 이를 보건대 멸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1대 전설의 현자인 라블랑카스와 계약을 맺음으로서 현신한 그의 힘은 죽음의 지배자를 봉인할 수 있을 정도로 몰아붙일 수 있었으니, 그것만 보아도 그의 힘은 위대한 정령의 왕으로서 부족하지 않다.

이를 생각한다면 죽음의 지배자의 파편에서 나타난 리치왕을 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야안의 생각은 과함이 아닐 것이다.

그의 심연의 일격은 과거 그가 드래곤에게 펼쳤던 것 이상의 진화를 보이고 있었다.

이 심연의 일격은 이미 검의 종주 끝자락에 자리한 그도 어디까지 진화를 할지 예측할 수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