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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74화 (274/385)

야안 274화

뇌전검법의 초식들을 하나하나씩 완성해 보일 때마다 이 심연의 일격 또한 그 진화를 함께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뇌전검법의 모든 초식을 완성한 뒤에 나타난 심연의 일격은 그 옛날 검의 끝을 보았던 로블랑의 검에 다다를지 모른다.

현재 그가 심연의 일격을 펼칠 수 있는 여력은 모두 세 번이지만, 그는 그 세 번의 숫자에 연연하지 않았다.

단 하나라는 숫자만을 기억하였고, 그 한 번의 검에 이 전쟁의 향방이 바뀔 것으로 그는 직감했다.

‘아직, 아직.’

리트담은 스스로 위험 신호를 보이는 뇌의 부하에도 그는 아직 을 반복하며 외쳤다.

그는 스스로 주술을 걸었다. 그가 자신에게 건 주술은 지금까지 없었던 위대한 주술이었다.

그랬다. 정해진 시간 속에 모든 기억과 경험을 받아들이기에 그 시간은 너무 짧았다.

지독한 운명 속의 중심지에 자리한 그 위대한 분의 뒤를 지키고 싶었건만, 아직 완전한 각성을 이루지 못한 자신의 힘으로는 그분을 지키기에 부족함이 많았다.

하여 그는 그 자신이 만들고 악마의 마법보다 더 괴기하다고 생각한, 인과의 법칙이 무너지는 그 위대한 주술을 그 자신에게 펼쳤다.

이 주술의 정체는 바로 시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뇌의 인지 속도를 이용한 것으로 그 원리 자체는 간단하다.

평범한 이들도 일생에 여러 번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한눈에 빠져 버린다거나 무언가에 집중한다거나 하는 기이한 경험을 말이다.

나중에 다시 생각하면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일인데, 당시의 느낌은 시간을 거스르는 듯 몹시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리트담은 그 원리에서 시작하여 이 주술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잠시 몇 초가 아닌 며칠에 걸쳐 그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인간의 뇌로는 어려움이 크다.

더구나 그가 원하는 비율은 100:1이었고, 그 말은 단 3일하고도 6타콤이면 1년의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인지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믿어지지 않는 주술이다.

사실 이 주술은 오직 그밖에 적용할 수 없다. 초인이라 할지라도 100:1의 비율로는 반나절도 되지 않아 뇌가 녹아내릴 것이다.

오직 무의식과 의식을 이동이 자유로운 그가 황가의 주술인 진체의 술로 1차적으로 보호를 하며 2차적으로 리트담의 주술로 뇌에서 파생되는 회복의 성질을 지닌 분비물을 계속 뿜어야만 가능한 일인 것이다.

물론 그의 검은 지팡이가 그의 자아를 붙잡는 것을 돕지 않았다면 아무리 그라 해도 이틀을 넘기기 어려웠을 터였다.

한데 그는 이 검은 지팡이의 힘을 빌려 벌써 열흘째 이 주술을 행하고 있었다. 이제 한계 가까이에 다 달해 더 이상 주술로도 보호하기 어려워 뇌는 끊임없이 그에게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만약 주술을 거두고 다시 펼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그도 이 주술을 거두었겠지만, 문제는 이 주술을 펼친 뒤 최소 반년은 다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하니, 그로서는 아직이라 외칠 수밖에 없었다.

열흘, 100:1의 비율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으니 그에게는 천일의 시간이 되겠다.

그 천일의 시간동안 그가 이룬 것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500일 째, 그 자신이 자신에게 준 지식과 경험들을 모두 수습하게 되었고, 700일째에 그 지식과 경험들을 기반으로 그 리트담의 저서에 자리한 리트담의 경지를 노려보게 되었다.

그리고 300일이 지난 지금 그는 그 경지에 오르기 위해 중요한 기점에 자리한 상태였다. 하니 아무리 뇌에서 위험신호를 보낸다고 해도 그로서는 지금 주술을 거두기에 아쉬움이 너무 컸다.

그렇게 아슬아슬함 사이를 오가며 다시 하루가 지났을 때쯤.

그 스스로 걸었던 주술이 거대한 힘에 튕겨져 나가듯이 사라졌고, 그는 실제적으로 머릿속이 부서진 듯한 느낌을 받아야 했다.

그랬다.

각성의 순간이었다. 위대한 주술사를 뛰어넘은 경지 그 스스로 탈인이라 한 경지에 그는 완전히 올라선 것이다.

탈인……. 인간을 벗어나다. 라고 스스로 명한 만큼 그 각성은 위대하였다.

온전히 탈인에 들어선 리트담은 스스로 힘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의 힘이라면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이라도 거침이 없을 것 같았다.

‘왜 스스로 이렇게 직감했는지 이해가 되는군.’

황가의 주술의 위대한 주술사 수준을 넘어서려면 이 탈인의 경지에 올라서야 한다고 직감했는데, 실제 이 탈인의 경지에 올라서니 확실히 그 방도가 보였다.

다만, 생각보다 황가의 주술이 완성도가 높고 대단히 난해한지라 이 정도의 수준에 올라서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 다시 이 비시(非時)술을 펼친다면 그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지.’

그러나 그렇게 펼친다 할지라도 못해도 10년을 두고 보아야 할 터. 2년 안에는 이 경지에 올라설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인가? 그 시간을 오분의 일로 줄일 수 있었으니.

리트담은 지금 자신이 오른 경지를 찬찬히 살피다, 어느 순간 흠칫 튕긴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눈은 저 멀리 서쪽의 무언가를 바라본다.

“이것인가? 야안 님과 하이 엘프들이 말을 한 것은.”

탈인의 경지에 오른 그의 감각은 야안의 초감각을 넘어섰으니, 그 기운이 가지는 그 전율할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 탈인의 경지에 올라 일어선 자신감은 어느새 가라앉았다.

‘과연 이 전쟁 이길 수 있을까?’

그 하나의 의문만이 머릿속에 맴돌던 그의 몸이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한 점의 바람이 되어 그 모습을 감추었다.

야안 또한 유피테르로부터 그 전율할 존재가 오고 있음을 듣고 밖을 나섰다. 이미 정령술을 마스터한 하이 엘프들은 그 존재에 대해 파악한 듯 바쁘게 전투를 준비 중이었고, 거인족도 붉은 노을을 필두로 그 진열을 가다듬고 있었다.

한쪽에서 카사 종족과 모롤타 종족이 함께하였으며, 드워프들은 저마다 그간 만들어 놓은 포신을 손질하고 성의 보수를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지난 전투의 승리로 사기는 끝없이 올라서 있었으며, 그간 호흡을 맞춘 이종족들의 그 다양한 병과의 상승 작용은 본래 지닌 기력을 두 배 가까이 올라서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승리를 장담하는 자는 없었다.

특히 그것은 저 멀리서 검붉은 기류를 파생하며 모습을 보이는 군대가 등장했을 때부터 더더욱 그러했다.

모든 초목이 메말라 사라졌다.

그들이 걸었던 대지의 흙은 회색으로 변했고, 하늘은 불을 지른 듯 검붉게 물들어갔다. 그것은 삼십만이 넘는 불사의 군단에게서 흘러나오는 기류였다.

그 불사의 군단 앞에 선 이천에 달하는 죽음의 기사들의 기운 또한 무서울 정도였으며, 오천에 달하는 거대한 어보미들은 괴음을 흘리며 대기를 진동시켰다.

그 뒤에 자리한 일천의 리치들은 검붉은 망토를 휘날렸고, 그 뒤로 초인에 준하는 기운을 흘리는 아홉에 달하는 리치들이 무어라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이 거대한 악몽을 만들게 한 존재 리치왕 케르몬은 그 중심에서 들어 올린 손을 앞으로 내민다.

‘키이이익-’

딸깍딸깍 거리는 뼈 부딪히는 소리와 괴기한 악령의 울음소리가 큰 진동을 보이며 전장을 뒤엎었다.

동시에 일천에 달하는 리치들의 손에서 검은 지옥의 불들이 일어나더니 곧 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쾅쾅쾅-’

이미 정령을 준비한 하이엘프들을 비롯한 수많은 정령사가 그 지옥의 불들을 막아섰고, 거인들 또한 그 정령의 방어를 뚫고 들어온 마법들을 손으로 쳐 없애버리더니 이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진격과 함께 성문이 열렸다.

십만에 달하는 거인들이 보이는 걸음에 그들이 보이는 그 끔찍한 악령의 울음과 진동이 묻혔다.

그들을 필두로, 카사 종족들도 불의 정령을 소환하거나, 스스로 하나의 푸른 불이 되어 좌측에 자리를 잡고 나아갔으며 모롤타 종족 또한 야수화를 보이며 그 우측을 자리 잡았다.

‘콰아앙. 콰앙.’

드워프들 또한 그간 한 단계 고강해진 포신들을 쏘아대며 어보미를 비롯한 스케렐톤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 포신에서 터져 나오는 화기는 반경 5미터에 달하는 피해를 주었지만, 정작 큰 피해는 주기 어려웠다.

소드 중, 상급 유저에 달하는 스케렐톤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어렵거니와, 맞았다 해도 머리가 완전히 박살이 나지 않는 이상 그들은 다시 복구되어 움직였으니.

어보미 또한 투헤드 오우거 못지않은 방어력을 가지고 있어 몇 번의 화력으로는 답이 보지 않았다.

이십 여 방에 달하는 화기가 적중하자 그제야 어보미는 뒤로 무너졌지만, 리치들이 공급하는 사기에 빠르게 복구되어 다시 천천히 그 육중한 몸을 일으켰다.

앞서 나아가던 10만의 거인들의 진격은 어보미들로부터 저지되었다. 그 신장은 두 배에 부피는 4배에 달하는 어보미의 육중한 무게는 무시무시한 돌격력을 저지하기 충분한 것이다.

물론 그로서 어보미들 일천이 그 충격에 산산조각 나 버렸지만, 거인들로서는 손해를 보는 상황에 다다랐다.

이천의 죽음의 기사들이 이들을 맞이한 것이다.

일백에 달하는 초대형 몬스터 격의 기사들은 가장 앞서 있던 붉은 노을과 대전사들을 상대하였으며, 500에 달하는 상급 익스퍼트 급의 죽음의 기사들은 이천의 상급 전사들을 그리고 중급 익스퍼트 급의 죽음의 기사들은 어보미와 불사의 군단들은 남은 거인 전사들과 카사 전사와 모롤타 전사들을 막아섰다.

그 뒤로 초인의 경지에 달하는 아홉의 리치들이 강력한 일천의 리치들을 이끌고 엘프들과 부딪혔다.

워낙 그 힘이 천적에 관계에 있고 또한 리치들의 어둠의 힘은 파괴에 치중된 터라 하이엘프들을 위시한 일곱의 엘프 초인들이 이끄는 엘프들도 그들을 상대하기란 어려움이 컸다.

특히나 검붉은 어둠의 망토에는 상당한 마항력이 자리하여 엘프들의 마법과 그 강력한 정령술의 힘이 쉽사리 통하지 않았다.

설사 통했다 해도 어둠의 베슬로부터 복구가 되어 버리니 수적으로 앞서 있다 해도 그 전투의 행방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가 없는 일이다.

말 그대로 그들은 불사의 군단이었다.

그런 그들의 전투 속에서 야안은 리치왕 케르몬을 바라보았고, 그 또한 야안을 노리고 있었다.

리치왕 케르몬을 쓰러뜨리지 않는 한 이 전쟁은 답이 보지 않는다는 생각한 야안이었지만, 그것은 리치왕 케르몬이 노리는 바였다.

애초 불사의 군단은 자신의 일을 방해할 이종족 따위를 치우기 위한 것이었으니.

야안과 리치왕 케르몬이 서로 마주하며 견제하는 것을 그 옆에서 바라보던 리트담은 이내 치열한 전장의 한 가운데에 뛰어들었다.

‘팡, 팡. 팡-’

두 손으로 대지를 크게 내려치기 시작했고, 내려칠 때마다 지난 모습을 보였던 강철의 거인이 대지를 가르며 그 모습을 보였다.

한데 그 등장한 강철의 거인들 기운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 숫자는 셋밖에 되지 않았지만, 하나하나 초인에 준하는 초대형 몬스터들의 힘을 지니고 있던 것이다.

바로 이번 탈인의 경지에 오르면서 황가의 주술을 크게 보완한 것인데, 과연 그들이 진격하자 팽팽했던 전장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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