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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81화 (281/385)

야안 281화

페어리들이 워낙 인세에 흥미를 잃고 홀로 진리를 탐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물건은 야안에게 상당히 큰 도움을 줄 물건이었다.

하늘 산이 말씀하신 페어리가 거주한 곳이 이곳에서 크게 멀지 않음을 상기하던 야안은 운이 닿는다면 그들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판단했다.

“저에게 중요한 물건이군요. 감사합니다.”

푸른 풀은 야안이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듯한 눈치로 크게 마음에 들어 하자 그 또한 기뻐했다.

“필요로 한 것 같아 다행일세.”

애써 찾은 보람이 있는 듯해 미소를 보이던 푸른 풀은 가벼운 음식들을 야안과 리트담에게 제공하며, 현재 전장의 정리 과정과 현재 새로운 전쟁을 시도하는 그들의 소식들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리트담이 말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내용이었고, 대부분의 이야기가 점차 전장이 호전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기야 위대한 전사에 오른 거인의 존재가 둘에 정령을 마스터한 하이엘프가 둘 그 외 엘프 초인이 넷에 카사 종족과 모롤타 종족마저 같이 하니 전장이 호전되지 않는 게 이해되지 않을 일이다.

다만, 그럼에도 이 전쟁은 쉽게 끝날 기세가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그만큼 모여든 몬스터들의 숫자가 상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바 대륙에 흩어진 몬스터들 중 상당수가 이곳에 모였고, 그렇게 모인 몬스터들 중 90% 이상이 모인 것이니 어찌 그럴 수 있을까?

더구나 그들을 지배하는 벨카는 그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교활한 구석이 있어 능숙하게 병력을 움직이며 시간을 끌어대거나 약한 부분을 집요하게 괴롭히니 만약 연합군이 그동안 맞춰보지 않았다면 상당한 피해를 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벨카라도 그의 최후가 이 전쟁에서 끝이 날 것을 의심하는 자는 없었다. 서로는 거인의 왕인 붉은 대지가 동으로는 연합군이 치고 올라오고 있었으니.

야안은 푸른 풀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예전 그가 거주했던 곳을 찾았다. 드워프가 만들어준 이 집은 엘프들을 생각하여 흙을 구워 만든 벽돌과 마법으로 만든 것으로 인간의 눈으로 보아도 상당히 미적인 요소가 자리했다.

실내도 상당히 넓은 터라 적당한 수련 정도는 무리 없을 정도이다.

야안은 거실 중심에 자리를 잡아 가부좌를 틀고 스스로 살폈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인데, 다행히 리트담의 치료와 세계수의 보살핌 덕분에 몸은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후, 정신을 차렸을 때부터 눈앞을 일렁이던 정보창을 불러들이었다.

그 내용은 리치왕 케르몬의 퀘스트를 성공한 것에 대한 알림창이었고, 그에 대한 경험치를 남긴다는 내용이기도 했다.

과연 어떤 변화가 있는 가 싶어 그는 스스로 정보창을 열었다.

[레벨 : 999(99.7%+)

직업 : 전설의 추종자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용사, 제왕지기(대장인 : 미착용)

생명력 : 10,920

마나량 : 51,260

명성 : 5,600

힘 : 521(+25)

민첩 : 482(+25)

행운 : 454(+25)

지혜 : 478(+25)

신력 : 31 (+25)

마나 : 2,538(+25)

정령력 : 664 (+25)

분배되지 않은 스탯 : 0]

그리고 보여준 정보창의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레벨에 자리한 부분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S+ 퀘스트라고는 하지만.’

분명 대단히 위험이 자리한 퀘스트였다. 만약 리트담의 기지와 붉은 노을의 각성이 아니었다면 실패를 하는 것이 당연한 퀘스트인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전쟁 전에는 고작해야 9.8%를 넘지 못했던 것이 이 단 한 번의 전쟁을 통해 99.7%라는 놀라운 레벨 상승세를 보였다.

0.3%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인데 그만큼 엄청난 량의 경험치를 받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물론 그렇게 되는데 쓰인 스탯은 182였지만, 어쨌든 하나라도 새로운 스탯이라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하면 마지막 위기에 이 스탯을 쓸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잠시 정보창을 살피다 이내 지운 야안은 곧 오랜 잠에서 깨어난 육체를 일깨우기 위해 천천히 수련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겨우 한 달의 시간이었지만, 리트담과 야안이 크게 성장을 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 이유는 그간 야안의 문제와 혹시나 모르는 성의 방비를 위해 미루어 두었던 수련을 리트담이 시작했기 때문이다.

엘프들이 큰 범위를 두어 수색을 했지만 큰 무리의 몬스터들은 없었는지라, 한동안 리트담이 나서지 않아도 되었고, 만약의 경우라도 야안이 나서면 되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수련은 중간에 끊기도 어렵거니와, 끊어도 여러 면에서 손해였다. 그가 하고자 하는 수련은 바로 인지를 이용한 수련이었는데 이번에 그 수련 기간이 열흘에 달했다.

100:1의 비율로 수련을 한 것이니 천일을 수련을 한 셈이고, 그 기간 그가 얻은 것은 적지 않았다.

황가의 주술이 더욱 고차원적으로 끌어 올리게 된 것인데, 이로 인해 그의 주술의 범위나 기괴함은 배로 늘어났다.

이후, 리트담은 이번 수련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타인에게도 이 인지의 주술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대상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야안이었다.

사실 이 인지의 주술을 타인에게 펼칠 수 있기는 하지만 웬만한 자들은 이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야안은 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자신과 달리 야안의 경지가 아직 큰 주술사에 불과했지만, 다행히 두 번 초인의 환골탈태를 겪은지라 이 주술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맞아떨어졌고, 곧 그의 보호 아래 야안은 20:1의 비율의 체감속도를 가지며 주술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 주술을 펼치기 이전 리트담에게서 그가 이 시간 동안 해야 할 것들을 자세히 풀어 준 터라, 그의 배움은 거침이 없었다.

8일의 시간이 지나 리트담은 야안에게 펼친 주술을 거두었다.

더 이상 해도 무방할 것도 같지만,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펼치는 것이니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 안전한 선에서 물러서는 게 옳다 여겼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는 리트담이 야안을 자신의 주군으로서 모시는 마음이 지극했기에 한 일이기도 했다.

겨우 8일이라는 시간에 거의 반년 치에 가까운 폐관수련을 하게 된 야안은 놀라울 정도로 주술에 발전이 있었다.

이에는 탈인에 경지에 오른 리트담이 정확하게 야안이 이 시간 동안 행하여야 할 공부를 체계적으로 잡아 주었던 것이 컸다.

야안은 이번 폐관수련에서 두 차례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이로써 자이웅이 지난 드래곤과의 일전을 앞두고 얻은 무인식의 주술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는 리트담이 황가 진체의 술의 주술에서 얻은 것을 주술력의 비율이 좋은 함루어의 주술로 바꾸어 만든 것으로, 그 주술의 대상자를 주위의 세계와 격리하는 주술이다.

물론 위대한 주술사가 아니기에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으나, 그 상대가 초인 수준의 기감을 지닌 자이거나 또는 자신이 먼저 상대를 건드리지 않는 인식의 대상에서 제외의 대상이 되는 것이 가능했다.

지난 리치왕 케르몬과의 전투에서 리트담이 펼친 주술이기도 했다.

물론 위대한 주술사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기에 무인식의 주술은 지난 자이한 수준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그래도 겨우 8일의 시간 만에 그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은 경이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하여 위대한 주술사로 가는 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위대한 주술사의 벽은 어떤 의미로 다른 초인들의 벽을 넘어서는 것보다 어려움이 있었으니 말이다.

잠시 그간의 깨달음을 음미하던 야안은 눈앞에 자리한 리트담에게 목례를 보인다.

“리트담님 덕분에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 야안의 성장을 자신의 성장보다 더 기뻐하던 리트담은 미소를 보였다.

“역시나 야안 님이십니다. 어쩌면 무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예상 이상으로 따라와주시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는 그렇게 감탄을 하며, 야안의 얻은 깨달음을 굳건하게 하려고 이에 대한 대담을 요구했고 야안은 다시금 감사하며 그의 대담을 받아들였다.

벨카가 이끄는 몬스터 군단과의 전쟁은 그 한 달 사이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근 한 달 사이 총 9번을 부딪쳐 모두 승리한 것이다.

이로써 처음 전력의 30%정도만을 남긴 벨카의 몬스터 군단이었고, 이제 그 마지막 대전을 앞둔 준비가 한창이었다.

물론 그만한 대전들이었으니 이종족 연합과 거인 전사들도 적지 않은 손실이 있었다.

10%의 병력의 손실이 생긴 것인데, 그 거대한 몬스터 군단을 상대로 이 정도의 손실이라면 큰 이득을 본 것이라 할 것이다.

역시나 이 같은 이득에는 붉은 노을의 돌격 역할이 컸었고, 이종족 연합의 절묘한 병력의 구성도 큰 역할을 하였다.

이들은 그렇게 무로딘 산맥의 마지막 불화의 씨앗을 끊어내기 위해 천천히 진용을 갖추며 진격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더 이상 이쪽의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푸른 잎으로부터 그쪽 소식을 들은 야안은 성벽의 한 곳에서 살펴보다, 유피테르로부터 2,000에 달하는 몬스터 군단이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거리가 제법 멀어 아직 수색을 하는 엘프들에게 발견되지 않은 듯 보였다. 몬스터의 숫자가 대단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들이 부딪히면 사상자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야안은 지난 리트담으로부터 얻은 주술을 시험하기에 좋은 상대들이라 생각하며, 크게 발을 박차며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성벽을 뛰어내리는 그 사이에 순식간에 축지술과 바람의 술, 토네를 펼친 터라 그는 마치 가벼운 나뭇잎처럼 팔랑거리며 대지를 밟더니, 밟기 무섭게 다시 앞으로 쏘아 나아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의 몸은 지난 전투로 평야가 된 지형을 넘어 숲 속에 들어섰고, 작은 기척이 있는가 싶더니 그 기척이 사그라질 때쯤 이미 그는 산속에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그의 그 속도로도 20타(20분) 정도를 움직인 뒤에야 몬스터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대형 몬스터들의 숫자가 많았다.

오우거는 물론 곰과 비슷한 형태인 조로콘마저 있었는데, 이 조로콘은 투헤드 오우거만큼이나 강력한 힘을 자랑했다.

움직임 자체도 빠른 편인데다 항마력이 뛰어나 초급 익스퍼트 기사 혼자서는 버거운 상대였다.

그런 조로콘의 숫자가 서른이 넘었으니, 수색하던 엘프들이 이들을 만났다면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야안에게 있어서 이번에 올라선 주술의 경지를 시험하기에 적지도 많지도 않은 딱 좋은 상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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