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282화
곧, 대지를 내리친 야안은 열 마리의 괴수들을 만들어 냈다. 예전 자이한이 그랬던 것처럼 그 응용할 수 있는 숫자가 열이나 된 것인데, 황가의 주술이 아닌 함루어를 응용하여 펼친 것으로 그 소모된 주술의 양은 반 정도에 불과했다.
그 말은 야안이 무리한다면 열다섯 마리까지 다룰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야안은 우선 이들에게 카와 토네의 마법을 걸어 준 뒤 몬스터들을 떨치게 했다. 이후 불의 주술로 거대한 불길을 만들어 이들을 갈라놓았고, 곧 그가 만들어낸 괴수들이 크르릉 거리며 몬스터들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청동의 재질에 달하는 만큼, 몬스터들의 그 강력한 발톱도 큰 소용이 없었다. 조로콘 정도나 되어야 괴수의 몸통 박치기에 넘어지지 않았지, 대부분 그 거대한 바위나 다름없는 괴수의 몸통과 부딪히기 무섭게 내장이 파열되는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대형 몬스터들이 모여 있었다면, 그나마 괴수들을 둘러싸 잡아 뜯어내거나 부수기라도 할 터인데 야안이 일으킨 불길에 이미 갈라져 버렸으니 그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야안은 불길로 몬스터들을 태워 죽이면서도, 바람의 술로 칼날을 만들어 그들의 목숨을 끊어 놓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만들어낸 바람의 칼날은 리트담의 바람의 칼날에 비하다면 매우 미흡한 수준이었지만, 대신 검의 종주의 길에 오른 야안이었기에 그 힘에 비해 살상력은 대단했다.
몬스터라 해도 생명체. 결국, 숨이 끊기거나, 심장과 뇌가 부서지면 죽게 된다. 하니. 야안은 강력한 칼날을 만들기보다는 죽음에 이를 정도의 위력의 칼날 형태로만 만들어 다량으로 뿌리는 것이 더 효율적인 일이다.
이 또한 검의 구를 형성하는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어느새 죽어간 몬스터들의 숫자가 천을 넘기고, 다시 오백이 더 죽었다. 이제 겨우 악에 받친 오백의 몬스터들 밖에 남지 않게 된 것인데, 그때가 되자 야안은 무인식의 주술을 펼쳐 이를 시험해 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야안이 다가가 바람의 칼로 치고 빠졌을 그 잠깐의 순간에야 인식을 했지, 오백에 달하는 몬스터들 사이를 오가는데도 그를 알아차리는 몬스터는 없었다.
그 자신이 만든 괴수들과 치열한 혈전을 벌이는 몬스터들의 대전을 지근에서 보던 야안은 자신의 무인식의 주술이 이상을 없음을 확인했다.
그렇게 괴수들이 다시 그들 중 오십의 정리했을 때 야안의 안색이 달라졌다.
몇 개의 정보창이 눈앞을 어지럽힌 것인데, 그중 자신의 상태를 말하는 정보창에서 자신의 레벨이 1,003으로 늘어나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기이한 일이군.’
이유는 모르지만 다시 스탯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니 기쁘기 그지없는 소식이다. 아직 확인하지 않은 정보창에 그 비밀이 자리했음을 인지했다.
야안은 이들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이 든지라, 파이어 피스트를 비롯한 파이어 핑거, 파이어 팜을 펼쳐 서둘러 몬스터들을 처리했다.
이후 주술을 거둬 흉흉한 기세를 부리던 괴수들도 대지로 돌아간 뒤에야 야안은 자신의 정보창을 살펴보았다.
[레벨 : 1,012
직업 : 전설의 추종자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용사, 제왕지기(대장인 : 미착용)
생명력 : 10,920
마나량 : 51,260
명성 : 5,600
힘 : 521(+25)
민첩 : 482(+25)
행운 : 454(+25)
지혜 : 478(+25)
신력 : 31 (+25)
마나 : 2,538(+25)
정령력 : 664 (+25)
각성의 스탯 : 1
분배되지 않은 스탯 : 12]
레벨이 1012로 오르면서 분배되지 않은 스탯이 12나 올라선 것인데, 그런 것보다 더 의아스러운 것은 각성의 스탯이라는 것이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 몰라 그에 관련된 정보창을 여니 놀라운 설명이 자리한다.
[각성 스탯.
주신 아리스가 이방인들에게 내리는 축복으로 1,000레벨을 이룩한 그대에게 각성의 스탯을 부여한다. 이 스탯은 그대가 가진 직업의 벽을 넘어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1,000레벨마다 각성의 스탯이 그대에게 주어진다.
* 초인의 각성을 앞둔 경지가 아닌 이상 각성의 스탯으로 초인에 올라설 수 없다.
* 오직 한 단계의 경지만을 상승하게 해 줄 뿐이다.
* 생산직종과 관련된 자는 이 각성의 스탯을 쓰는 데 제한이 없다.
* 사용자가 이미 초인인 경우 다른 직업을 가지지 않은 이상 이 스탯은 그대에게 무용지물과도 같다.
* 직업의 진화가 가능하다.]
이런 설명이 자리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말은 상급 익스퍼트에 오른 자가 별다른 노력과 깨달음 없이 이 각성의 스탯을 활용하는 것만으로 초인에 올라설 수 있다는 말이 되니 말이다.
그야말로 인과의 법칙을 무시하는 축복이라 하겠다. 야안은 주신 아리스의 그 축복에 감사하면서도 왜 이방인에게 이토록 큰 혜택을 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만큼 죽음의 지배자가 상대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존재라 그런 것인가?’
하지만, 이내 야안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자신이었으니 큰 어려움 없이 1,000레벨을 올린 것이지, 999레벨에서 1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는 그가 999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의 합보다 높았다.
하니, 그야말로 미친 듯이 전장에서 피를 뿌리며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을 상기한다면 이 각성의 스탯의 존재가 그리 싸다고는 볼 수는 없다.
오직 목숨이 세 개인 이방인이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야안은 잠시 그리 생각하며 이내 남은 창들을 마저 다 열어 보았다.
[위대한 장인.
역사상 오직 단 한 명 거대한 불꽃만이 이룬 경지이다. 대장인을 이룬 그대에게 내리는 기회의 길이다.]
[상위 비기너 정령사.
위대한 정령의 왕 유피테르의 힘을 일깨우는 것이 가능하다.]
[위대한 주술사.
큰 주술사의 경지에 오른 그대에게 내리는 기회이다. 위대한 주술사로의 갈증을 풀어낼 수 있다.]
[고위 신관.
희생과 봉사로 아리스의 뜻을 따르는 신관인 그대에게 내리는 축복이다. 고위 신관으로서 아리스 님의 뜻을 이어받으라.]
[미숙한 전설의 현자.
직업인 전설의 추종자를 진화한다. 전설의 현자의 길을 가고 있는 그대에게 권유한다.]
남은 창에는 이렇게 총 다섯 가지의 선택의 길이 마련되었고, 자신은 그 선택 중 하나를 강요받게 되었다.
무엇을 선택하든지 놀라운 축복이었지만, 험한 길을 가는 그로서 그의 선택은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주술의 경지가 높아질수록 위대한 주술사로서의 갈증은 더욱 심화되었다. 주술의 경지가 높아진다는 것은 무의식에 대한 개척이 커진다는 것이고, 이는 부가적으로 검의 길과 진리의 길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된다.
그뿐인가? 위대한 장인이라니? 그 옛날 전설의 검을 만들었다는 거대한 불꽃의 경지에 오른다니 불을 다루는 자로 어찌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겨우 중급 마스터에 불과한 경지임에도 초인 못지않은 유피테르를 생각한다면 전력의 상승을 생각할 때 상위 비기너 정령사는 올바른 길이다.
하지만 이 시대에서도 오직 일곱 분밖에 없었던 고위 신관의 길은 그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지난 리치왕 케르몬과의 전쟁을 상기해도 그렇다. 신성 마법이 있었기에 리트담이 살아났고, 그로서 수많은 생명이 살 수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직업의 진화라? 진정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차라리 이것이 없었다면 선택의 고민이 더욱 쉬워졌을지도.
그 자신이 전설의 추종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무엇이 이득인지를 알지 못한다. 모든 스탯 +5라는 것 이외에 어떤 이점이 있는지?
물론 초기에 이 같은 스탯의 작용은 큰 이점으로 오기는 하나, 이미 두 번의 초인을 환골탈태한 야안에게 그것은 그리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첫 스승이자 불굴의 의지를 가지셨던 마론 현자님이 평생을 두고 찾은 전설의 현자의 유물을 이어받으며 얻게 된 것이 이 전설의 추종자라는 직업인데, 그와 함께 받은 퀘스트를 보아 이 전설의 추종자라는 직업이 전설의 현자를 오르게 하는 데 이점을 줄 수 있는 자신은 모르는 이방인의 큰 이점이라는 것을 짐작하는 바이다.
그래, 알고는 있으나 행하기가 어렵다.
이것을 선택하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레벨을 올려 2,000이 되면 이 기회를 다시 얻게 되겠지만, 그것을 얻는데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예상하기 어렵다.
실상 리치왕 케르몬이라는 거대한 적과 S+퀘스트가 있었기에 생각보다 빠르게 1,000레벨을 넘어선 것인지 그것이 아니었다면…….
하니 선뜻 이 선택을 택하기가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오랜 참오의 끝에 야안은 결심을 굳혔다. 마지막에 자리한 창을 선택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미숙한 전설의 현자를 선택한 것인데, 그가 이 선택을 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를 결심을 굳힌 것은 지난날을 돌아보면 과연 자신은 이 직업에 영향을 받지 않았는가에 대한 것의 의문이었다.
하여 그에 대해 참오한 결과 자신은 알게 모르게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올 스탯 +5의 이득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자신이 최초의 이방인이었고 유일한 이방인의 존재였기에 비교 대상이 없어 그런 것인지 지난 행보를 생각하니 기이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 자신이 행하고 있는 다섯 가지의 길의 수련에 대한 것인데, 이 중 신관의 길은 예외로 친다고 해도 너무도 다른 네 가지의 길이 서로 반발을 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을 주고 있는 점이 놀랍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예전 드래곤이 그에게 한 말이었다. 드래곤은 자신의 기억을 살펴본 뒤 아리스 님이 이방인에게 기묘한 축복을 내려주었다고 말하였는데, 당시에는 그것이 이방인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들었으나, 지금 생각하니 그 이방인은 자신의 대명사였음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의 기묘한 축복이란 것이 전설의 추종자에서 파생된 무엇임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깨닫자 그와 관계된 과거를 살피게 되었고, 과연 자신의 생각한 바가 맞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가장 가까이에 자리한 하이 엘프만을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이 엘프는 세계수로부터 선택을 받게 된 뒤 마법과 정령 이 두 재능이 절정에 달하게 된다.
하지만, 그 어떤 하이 엘프도 이 두 길을 가는 이는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법과 정령의 그 너무도 다른 두 길의 괴리감 때문이다. 이쪽에서 당연한 진리가 저쪽에서는 진리가 아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