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305화
강하게 진격을 밟으면 그 주위에 모든 존재가 엄청난 중력에 의해 터져 죽기 시작했고, 말콤 공작 가의 현자들의 마법들의 방향이 뒤집혀 그 자신의 아군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거인들의 수장인 황금 심장이 부상으로 의해 주춤거리던 거인들의 진격은 리트담이 일으킨 괴물이 그를 대신해 다시 거인들은 본래의 전력을 되찾았다.
아니, 초대형 괴물의 힘에 준하는 강철 괴물인 만큼 오히려 그 돌격력은 황금 심장보다 강력했다.
말콤 제국이 자랑하는 바람의 탑의 주인인 체론은 그 압도적인 힘을 보이는 리트담을 묶어내기 위해 속박의 마법을 펼치려 했지만, 이미 그것을 알아차린 리트담이 주술을 펼쳐 그것을 저지하고 어느새 다가가 단 한 번의 손짓으로 그를 갈라 버렸다.
난세를 풍미했던 초인의 죽음으로 보기에 너무도 어이없는 죽음이었다. 실제로 리트담이 탈인이라는 놀라운 경지에 올라서기는 했지만, 난세를 헤쳐 나온 그를 쉽사리 잡아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야안이 그에게 전한 황가의 주술의 진체의 술로 인한 덕이 컸다. 몸을 둘로 나눈 뒤 그중 한 존재가 시선을 끌고 다른 존재가 존재의 의의를 지워 그에게 다가가 기습을 할 줄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그렇게 한 명의 초인을 잃자, 단번에 기세는 뒤집히게 되었다. 이후 말콤 제국이 자랑하는 말콤 황제의 장인이기도 한 아리하키스 공작 또한 큰 상처를 입게 되어 전력에서 제외의 대상이 되었으며, 결국 말콤 제국의 세력은 무서운 속도로 패퇴를 거듭하며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당시 말콤 제국으로 돌아간 그들의 병력이 처음 병력의 겨우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얼마나 끔찍한 패전을 겪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아리하키스 공작은 물러서는 과정에서 자신을 쫒는 존 크리스 공작을 상대하다 전장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후 연합 이종족 세력과 함께 셀리온 제국의 세력은 말콤 제국을 정복하기 시작했는데 그 움직임이 거센 파도와도 같았다.
그 과정에서 대세의 흐름을 깨달은 많은 귀족이 영지를 손수 열어 그들에게 항복을 하였고, 다음 대의 바람의 탑의 주인 또한 전쟁에서 물러섬으로써 그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렇게 말콤 제국이 정리되었을 때, 마르탄 제국은 그들 못지않은 큰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그 전장을 뒤집은 것은 리트담이었다.
그가 일으킨 괴물의 존재로 인해 마르탄 제국이 자랑하던 초인인 호만 현자가 전처럼 큰 활약을 하지 못했는데, 축지법을 중첩하여 펼쳐 단번에 그 먼 거리를 가로질러 도착한 리트담은 지난 말콤 제국과의 전쟁에서도 그랬듯 단번에 호만 현자의 숨통을 끊어냈다.
당연한 일이지만, 마르탄 제국이 패퇴가 이어졌고 탈인의 경지에 오른 리트담이 이끄는 만큼 마르탄 제국의 정복은 무서운 속도로 이루어졌다.
늦가을에 일어난 산불과도 같았는데, 체면에 지체하던 영주들은 그 다음 날이 되어 성벽에 목이 매달린 터라, 겁에 질린 귀족들은 저마다 항복을 하며 충성을 맹세하는 모습을 보였다.
너무도 빠른 정복 전쟁에 의해 후송 물자가 그를 따르지 못해, 결국 이들은 전비의 목적으로 막대한 재산을 축나게 되었는데, 우선적으로 살아남아야 가문을 살릴 수 있었기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황실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였고, 이미 승리가 기울어진 터라 소수의 몇몇 귀족들을 제외하고는 저마다 제 권력을 유지할 방법을 모색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현재 이들의 총사령관이 되어 직접 이들을 이끌고 있는 셀리온 황제는 눈치를 보기 바쁜 대귀족들의 세력은 단호하게 내 쳤다.
제국이 하나로 통일이 된 뒤 이들이 얼마나 껄끄러운 존재가 될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실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기생충들은 빠르게 쳐내야만 했다.
그래야 자신을 믿고 따르는 충성스러운 신하들에게 돌아갈 몫이 주어질 것이며 이로 인해 황권의 강화는 오랫동안 지속될 터였다.
1년.
길다고 하면 긴 시간이었지만, 그 거대한 바 대륙을 집어삼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시간인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상식을 비웃듯 셀리온 제국은 이 두 제국을 겨우 1년 만에 집어삼켜 버렸고, 그렇게 통일 제국은 다시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났다.
여러 반군과 난세의 잔재들을 처치하는 등의 자잘한 이야기들이 자리했지만, 더 이상 중요한 소식은 없었다.
‘만약을 대비해 위시를 맡긴 게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셀리온 제국은 큰 곤경에 처할 뻔했구나.’
설명에 자리하듯이 이 위시라는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현자로서 초인의 경지에 오르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주술과 마법을 함께 펼치는 과정에서 일회용이나 미리 마법 술식과 마력을 비축하여 필요할 때에 쓸 방법을 발견하였고, 그 안배를 통해 리트담을 비롯한 일행들은 연락하기 무섭게 셀리온 제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신이 그러했듯 리트담은 가기 전 자신에게 두 가지 안배를 보였는데, 하나는 사막의 길을 모르는 자신을 위해 만든 제 명을 받드는 안내 강철 괴물이었고, 다른 하나는 한 장의 그림이었다.
여정을 시작하기 전부터 준비하다 결국 완성을 한 이 그림은 리트담의 저서를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실제 리트담의 저서에 자리했던 그림이기도 했다.
태초의 공간에서의 수련과 위대한 대장인의 경지에 오르던 야안은 이미 위대한 주술사의 벽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하여, 그 그림을 보자마자 야안은 예전에 그러했듯 머릿속 어딘가에서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나, 한가롭게 그 경지에 올라설 여유를 가질 수 없어 이 일은 뒤로 미룬 상태였다.
그랬다. 그는 여유를 보일 상황이 아니었다.
황금 드워프들의 유산이자, 전설의 현자의 큰 힘이 될 플로메티아를 만들면서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는지 짐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안 못지않은 무력을 지녔던, 탈인의 경지에 오른 리트담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사이 죽음의 지배자가 무슨 술수를 썼을지 모를 일이다.
예측을 할 수 없는 힘을 지닌 존재가 그였으니.
하여 볼란이라는 이름을 임시로 지어준 이 인간형 괴물을 따라 사막을 건너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야안은 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다행히 리트담의 활약으로 셀리온 제국이 바 대륙을 통일하게 되자 야안은 그제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야안은 배춘만 이외에 친분을 쌓고 싶어 하는 이들과도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상단의 일꾼들이 마련해 준 잠자리를 얻었다.
역시나 상단에서 움직이는 터라 많은 준비를 한 만큼, 그들이 내어 준 잠자리는 사막에서 흔히 쓰이는 간단한 형태의 천막으로 되어 있어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웠다.
볼란은 충직한 수하처럼 그 천막의 입구에 바위처럼 자리를 잡았고, 모용은 그런 볼란을 잠시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돌렸다.
만약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도발을 해서라도 상대하였을 것이지만, 이미 그들로부터 식량이 해결되고 도움을 받게 되었으니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 그의 심정을 짐작한 야안은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아쉽군. 제크 경과 좋은 맞상대가 될 것인데.’
모용의 무기는 검도 아니고 도도 아닌 이곳에서는 예도라 불리는 형태의 무기를 쓰고 있었던 탓에 야안은 절로 흥미가 일어났다.
나중에라도, 한 번은 상대해 그 무기의 이점을 간접적으로 겪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천막에 들어서 주술을 펼쳐 기운을 차단한 뒤 플로메티아를 꺼내 들었다.
[봉인된 플로메티아.
등급 : A+
하이 드워프인 황금 드워프들의 유산이기도 한 이 방패는, 역사상 위대한 대장인의 경지에 두 번째 올라선 베론 야안이 그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것이기도 하다.
* 그대 진정한 전설의 현자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면 이 방패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 모든 공격의 위력을 반으로 줄어들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 그 어떤 것으로도 이 방패를 부서뜨릴 수 없다.]
전설의 검이 기운을 두 배로 증폭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반대로 이 플로메티아는 그 어떤 공격의 위력이든 그 피해를 반으로 줄어들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엄청나다. 그를 고전케 했던 리치왕 케르몬이 펼치던 그 이해할 수 없는 엄청난 마법들을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니.
더구나, 이 방패를 이용한 건곤대나이라면 그 상대가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치명적인 일격을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는 심연의 일격이라는 마지막 한 수가 자리했고, 그것을 만들 바탕을 이 방패가 대신할 것이니.
야안은 지난 이 플로메티아를 완성하게 되면서 ‘위대한 황금 드워프 왕 황금 망치의 유물을 완성하라.’는 퀘스트를 성공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막대한 경험치를 상환받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SS급의 퀘스트였다.
지난 리치왕 케르몬의 퀘스트가 S+급이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야안이 이번에 받게 된 경험치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야안의 상태창은 이러했다.
[레벨 : 2,523
직업 : 미숙한 전설의 현자.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용사, 제왕지기(위대한 대장인 : 미착용)
생명력 : 17,100
마나량 : 62,400
명성 : 7,200
힘 : 815(+40)
민첩 : 780(+40)
행운 : 700(+40)
지혜 : 690(+40)
신력 : 32 (+40)
마나 : 3,080(+40)
정령력 : 1,210 (+40)
각성의 스탯 : 0
분배되지 않은 스탯 : 1,249]
무려 이번 퀘스트로 520레벨이나 오른 것인데, 이는 그 퀘스트를 독식하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이로 인해 그의 여유 스탯은 이제 1,249개나 달했다.
야안은 이 여유 스탯을 촉진제로 삼아 리트담이 내어 준 주술을 발동하려 한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경지도 아니고 위대한 주술사라는 초인의 벽을 넘어서는 것인 만큼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야안은 플로메티아를 살피며 이것을 자유롭게 다루는 방법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의 그 탐구는 천막 안에 피워 놓은 장작불이 꺼져 차갑게 식을 때까지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