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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15화 (315/385)

야안 315화

리트담 공작 측의 군대에 비해 황제측이 앞세울 것이 바로 그 병력의 양이건만, 그 이점을 포기하니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여러 대신이 이에 대해 말을 꺼냈으나 황제는 자신의 의견을 철회하지 않았다.

대신 병력을 소수정예화하기 시작했고, 효과적이고 위력적인 새로운 무기를 만드는 병기청을 개설하였다.

또한 리트담 공작이 그러한 것처럼 이종족들과의 교류의 장을 열었으며,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인간의 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순차적인 계획을 설정했다.

그에 대한 지원에 많은 자금과 인력이 소모되었지만, 앞서 그저 덩치만 컸던 군대의 해산에서 얻은 이득만으로 충분히 이를 해결하고 남았다.

빠져나가는 자금의 손실이 줄어들어 사회에 다시 환원되자 제국은 그 성장이 가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트담 공작이 사심이 있어 움직이려 한다면 지금이 기회였다. 하여 많은 이들이 리트담 공작을 주시하였으며, 일부는 그 승부가 기울었다 해 리트담 공작에게 조공을 바치려는 귀족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예상과 달리 리트담 공작 가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여전히 군사의 정예 훈련이 이루어지고 병기청에서 무기가 만들어지는 모습이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전에도 행했던 모습이라 특별할 것도 없었다.

리케하르산 리트담.

제국의 수많은 관심을 한몸에 받는 이 이국적인 외모가 유독 눈에 뜨이는 그는 세인들의 예상과 달리 그가 마련한 수련실에서 무섭게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었다.

현재 공식적 행사나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그가 주술을 펼쳐 만든 아바타로, 그것은 예전 야안에게 만들어 주었던 그 괴물의 형식에서 한 발 발전된 것이다.

그 자신 특유의 분위기나 목소리 습관까지 완벽하게 카피해 만든 이 아바타는 그 전투 능력은 홀로 상급 익스퍼트 급 둘 정도는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었다.

리트담의 의식이 연결되어 있어 중요하고 어려운 결정을 하는데도 불상사가 생기지 않았다.

모두가 마다할 수 없는 아름다운 부인을 얻어 신혼을 즐기는 마음이 클 것이련만 그는 그런 신혼의 행복도 포기한 채 가문과 영지가 어느 정도 틀이 잡히자 바로 수련에 들어섰다.

리트담의 수련에 가장 협력적인 이는 그의 부인인 푸른 들꽃이었다. 그녀 또한 사랑하는 이의 곁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으나, 그런 개인의 욕심을 차리기에는 앞으로 지금의 시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리트담은 그런 부인의 지지에 고마워하며 수련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가 수련에 나서기 시작하자 대부분의 시간을 수련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하루빨리 자신의 경지를 끌어 올려야만 했기 때문인데, 그가 최종적으로 목표로 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주술과 황가의 주술 이 두 개를 하나로 엮어 그 주술의 끝을 보기 위해서이다.

아니, 과연 그것이 주술의 끝일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으나 적어도 진화라는 어울릴 만큼 그의 주술은 크게 진보할 것이다.

눈 앞에 가야 할 길이 있고 그 끝에 달콤한 과실이 있음을 아는 그로서는 그처럼 미친 듯이 수련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그가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그 자신이 이루었던 과거의 리트담의 경지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황가의 주술로 인해 효율적으로 그 주술을 펼칠 수 있을지언정 실제 그는 그 자신이 이룬 틀 안에서 걷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리트담의 저서를 만들었던 그 자신에 비해 전투 능력만을 따진다면 지금의 그도 한 수 아래라 하겠다.

리트담의 저서를 통해 전투 경험을 공유하며 그 자신이 이룬 경지를 온전히 수습해 올라서게 되었지만, 문제는 주술의 응용 능력에 있다.

아무리 그 지식과 전투 경험을 공유했다지만, 주술의 응용 능력만큼은 끝없는 반복 속에서 상승된다.

리트담이 황가의 주술을 도움을 받아 효과적인 주술을 펼친다고 해도 과거의 리트담 또한 그에 못지않은 주술을 펼쳐 막아설 수 있다.

아니, 막아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뛰어난 응용 능력으로 전투 도중 그 주술을 자신의 것을 만들어 복제할 수 있으며 그에 앞서 변형된 주술로 그의 허점을 노릴 수도 있으니 전투 능력에 있어 아직은 뒤떨어진다고 할 수밖에 없다.

리트담은 그런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에 이에 대해 수련을 시작했는데, 다행히 그에게 황가의 진체의 술이 있어 그 시간을 앞당겨 주었다.

인지의 능력을 활성화해 긴 수련의 시간을 짧게 줄여주게 된 것인데, 그는 그보다는 황가의 술을 탈인의 경지에 올리는데 주력했다.

지난 두 번째 인지의 술을 펼쳐 그 시간을 앞당긴 그는 야안이 그에게 가르쳐 준 황가의 술을 완성 직전까지 앞 둔 상태였다.

황가의 술을 탈인의 경지에 끌어 올리는 준비를 드디어 마치게 되는 것으로 그는 최근 들어 수련에 더욱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에게는 또 다른 중요한 사명감이 있었다.

바로 본래의 시간대로 돌아가야 하는 야안에게 그가 본 주술의 최종 진화형을 건네어야 하는 사명감으로 이런 이유로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빛도 바람도 없는 완전히 폐쇄된 공간의 중심 속에 앉아 수련을 하던 그의 몸이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이내 저 끝 너머에 모습을 보였는데, 그의 눈은 그 어둠 속 너머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히 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어떤 기척도 없건만, 도대체 그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리 생각하는데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그 소리와 함께 그가 만들었던 반경 800m가 넘던 수련장이 배 이상 확장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리트담은 기이하다는 듯 눈에 이채를 보인다.

믿기 힘들지만 이것은 분명 주술이었다.

그것도 최근 그가 주력하던 황가의 술이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그 주술의 자연스러움은 그를 뛰어넘은 상태였다.

“설마!”

그 자신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보일 수 없는 놀라운 주술의 묘용이라 그는 뒤늦게 누군가를 떠올리고 입가에 미소를 보인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날카로운 수백의 바람의 송곳니를 향해 손을 뻗어 크게 어루만지듯 허공을 뒤집었다.

‘화아아악-’

수백 개에 달하는 바람의 송곳니들이 그의 손짓에 사그라지는가 싶더니 이내 그 중심에 거대한 불이 그 모습을 나타냈다.

그 크기가 20m에 달할 정도로 거대해진 그것은 마치 불의 정령인 것처럼 이리저리 형태를 잡더니 이내 불의 거인이 되어 어둠속 한곳을 향해 움직인다.

불의 거인이 일으키는 열기는 순식간에 초고온에 달했는데 갈수록 뜨거워져 어느 순간부터는 대지조차 녹여 버릴 정도였다. 순식간에 2km에 달하는 이 거대한 공간은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쿵-’

그런 불의 거인에 대항하는 듯 거대한 소리가 공간의 끝에서 울려 퍼지더니 이내 거센 한파가 어디선가 일어나 그 열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적-’

뜨거운 열기와 한파가 번갈아 일어나자 그 여파에 이 거대한 동굴은 요란스럽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갈라지는 것만이 아닌 동굴 전체가 무너질 것 같았는데, 그런 모습에도 리트담은 동요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몇 마디 함루어를 중얼거리며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 이 붕괴되던 동굴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 사이 어느새 자신이 일으킨 불의 거인을 잠재운 한파에 리트담은 크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말 놀랍군.’

지금 보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짐작을 한참 넘어선 터라 그리 생각한 리트담은 본격적으로 주술의 힘을 끌어올리었다.

곧 함루어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하며 그의 두 손은 각각 다른 주술을 펼쳐지기 시작했는데, 공간 전체가 울렁거리더니 마치 내뱉듯이 어둠속에서 한 인영이 그 모습을 들어냈다.

근 1년 만에 만나게 된 야안이었다.

야안은 설마 자신의 극의에 달한 진체의 술이 이처럼 간단히 파헤칠 줄 몰랐다는 듯 놀란 표정을 보이다, 이내 수백 배에 달하는 중력의 주술이 자신을 압박하자 곧 다급히 주술과 마법을 펼쳐 이를 막아냈다.

‘과연 리트담. 그답구나.’

야안은 리트담 그가 예전보다 한 층 더 성장한 것을 보고 감탄을 흘렸다. 간단히 펼쳐 보인 그의 중력의 주술은 지난 자신이 보았던 것보다 더 그 밀집도가 농축되고 짙어진 터라 그 불필요한 힘의 소모가 없었다.

이 같은 정교한 주술을 하나도 아닌 두 개나 동시에 펼쳐져 보이었으니 야안의 감탄은 작은 것이 아니었다. 이후 수식 간에 수십여 개의 주술이 리트담에 손에서 펼쳐지기 시작했고, 야안은 이에 대항하여 주술과 마법을 바쁘게 펼쳐 보였다.

자이웅의 그 힘을 얻게 되면서 주술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던 야안이었지만, 역시나 주술만으로는 리트담을 당해 낼 수 없었다.

그간의 진전이 있었던 마법이 함께 한 뒤에야 겨우 리트담의 주술들에 대항할 수 있었는데, 사실 예전 검과 정령까지 같이 해야 평수를 보였던 때를 생각한다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의 리트담은 야안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발전한 터라, 야안은 뒤로 갈수록 주술과 마법으로 버틸 수 없는 상태에 몰리게 되었다.

결국 검을 들 수밖에 없게 된 것인데, 주술의 힘이 야안을 삼키려 할 때쯤 손목에 부착되어 있던 플로메티아에서 환한 빛이 강렬하게 뿜어지기 시작했다.

모든 공격의 위력을 반으로 줄인다는 플로메티아가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그 능력을 보인 것이다.

‘사아아악-’

리트담은 극에 달한 불과 절대 온도에 달하는 얼음을 동시에 다루며 야안을 압박하다, 야안의 손에 부착된 무언가에 자신의 공격이 어이없을 정도로 힘이 줄자 놀라 크게 뒤로 물러섰다.

“그것은……. 그것은 무엇입니까?”

자신의 주술을 마치 삼켜 버리듯이 지워버린 플로메티아의 존재는 리트담에게 여러 가지로 큰 충격을 주는 것으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야안은 어느새 그 빛이 가셔진 플로메티아를 바라보며 미소를 보이다 말을 꺼냈다.

“이것은 위대한 황금 드워프들이 죽음의 지배자를 대항해 만든 유물입니다. 전설의 검을 뛰어넘기 위해 그분들의 그 끝없는 희생 끝에 탄생된 것이지요. 마족에 의해 미완성되었던 이 유물은 아리스 님의 가호 아래 저는 완성할 수 있었고, 저는 이 유물의 이름은 플로메티아라 명했습니다. 모든 공격의 위력을 반으로 줄여버리는 힘을 가진 전설의 현자의 세 번째 무구이지요.”

리트담은 야안의 그 이야기에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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