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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17화 (317/385)

야안 317화

멀리서 황금 심장을 발견한 리트담은 크게 웃음을 흘린다.

“하하. 정말 오랜만이군.”

야안을 통해 알게 된 거인족들의 성정은 그 자신과 잘 맞는 터라 엘프 종족과 더불어 가장 가까이하는 종족이었다.

6개월 전 거인들의 왕 붉은 대지로부터 위대한 전사의 힘을 다루는 법을 배워 다시 만나게 된 붉은 노을은 현재 라 대륙에 넘어가 거인들의 터전을 잡고 있었다.

암흑의 숲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더니, 그의 가장 측근인 황금 심장이 온 모양이다.

크게 성큼성큼 다가가는 자신에 거인 전사들과 멀머던 전사들이 막아서며 경계를 보였는데, 그런 그들에게 리케하르산 가문에서 만든 신분패를 보이며 그들의 경계를 물러서게 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를 경계하는 모습이 연연했다.

그들 중 상급 거인 전사 한 명이 황금 심장에게 다가가 그에 대해 말을 꺼내었는데, 황금 심장은 자신에게 손을 들어 보이는 엘프를 보고 무어라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이한 엘프로군!”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황금 심장만이 아니라 멀머던 족의 켈란 후작 또한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무언가? 분명 엘프인 것은 맞는데.”

긴 금발에 맑고 고운 하얀 피부를 지닌 전형적인 엘프이건만 그럼에도 엘프와 교류를 한 이들이라면 경계를 할 수밖에 없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마나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신체를 지닌 엘프와는 달리 이 엘프는 달랐다.

차라리 하프 엘프였다면 이해하련만, 마치 저주에 걸리기라도 한 듯 분명 엘프의 특성을 지녔건만 그 마나와 접하는 신체 구조는 인간과 유사했다.

그러면서도 기도와 상관없이 막연하게 강자라는 느낌이 드니 이들로서는 경계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 그들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 다가온 리트담의 몸이 흔들거리더니 이내 본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눈을 피해 움직여야 하는지라 이런 모습을 보였소. 오랜만이오. 황금 심장.”

그리 말하던 그는 이내 다시 엘프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그 놀라운 주술에 황금 심장과 켈란 후작은 크게 감탄을 보였다. 특히 처음으로 그의 주술을 접한 켈란 후작의 놀라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섭구려. 그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설마 아예 다른 종족으로 모습을 변하는 재주가 있을 줄은 누가 알았을까?

이내 황금 심장의 안내로 켈란 후작과 인사를 나누었던 리트담은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기를 원했고, 그에 가까운 곳에 자리한 임시 처소로 안내를 받았다.

임시 처소라 하지만 거인족인 황금 심장이 부담 없이 들어서도 될 정도로 제법 넓고 쾌적했다.

그곳에서 리트담과 가볍게 안부를 주고받은 황금 심장은 궁금한 것에 대해 말을 꺼냈다.

“한데, 야안 님께서는 어디 계시오? 듣기로 도착하였다 들었소만.”

그에 대한 궁금증은 켈란 후작도 같은 터라 의문을 보이며 리트담을 바라보았고, 리트담은 조금은 곤란한 표정을 보이며 말을 꺼냈다.

“야안 님께서는 이번 전쟁에 같이 하지 못하시오.”

생각지 못한 이야기인지라 황금 심장과 켈란 후작이 매우 놀라며 묻는다.

“그것이 무슨 말이오?”

“혹시 야안 님께 변고라도 있으신 것이오?”

그들의 궁금증에 리트담은 크게 손을 저으며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렇게 꺼낸 리트담의 이야기는 그들이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그 일은 불과 이틀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야안은 리트담으로부터 주술에 대해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아니, 서로의 주술을 주고받아 교류를 했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야안이 제 3대 전설의 현자 자이웅에게서 받은 주술의 일부는 탈인의 경지에 오른 리트담조차 크게 감탄을 하여야 했으니 말이다.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리트담이 크게 앞서나간 부분도 있었지만 자이웅은 본래 주술 이전에 검, 마법, 정령의 끝자락에 올라선 이였다.

세상에 존재한 어떠한 이보다 진리에 가장 가까운 자였으니만큼 그의 생각의 폭은 리트담이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이었다.

야안은 그저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할 뛰어난 제자였고, 리트담은 주술에 있어 이미 신천지를 개척한 자였다.

그 사이에 자이웅에게서 받은 그 놀라운 주술이 있었으니, 그 시너지 효과는 범인의 상식을 뛰어넘었다.

주술의 진정한 묘용을 리트담으로부터 하나둘씩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교류의 시간은 리트담으로서는 매우 기꺼운 일이었다. 그는 실상 황가의 주술을 탈인의 경지에 끌어 올리는 것에 대해 여러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애초 그 자신이 만들어낸 함루어와 황가의 주술은 하나의 교착점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제시한지라 오히려 높은 경지에 오를수록 짙어지는 안개에 사라져 버리는 듯했다.

물론 시간이 충분하다면 주술에 한해서 전무후무한 천재인 그가 해내지 못할 이유도 없었으나, 그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야안에게 이 시간 속에 있을 시간은 이제 고작 4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 시간 안에 황가의 주술을 탈인의 경지까지 끌어올려, 자신의 주술인 함루어를 이 둘과 하나가 되어 자신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주술의 마지막 그 무언가에 도달해야 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도달한 그 깨달음을 야안에게 남겨 주어야 하였으니 그로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자이웅이 남긴 새로운 형태의 주술의 해석과 이론들을 얻게 되었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외부의 일을 처리하는 가운데 리트담의 대부분의 시간은 이 주술에 대해 깊이 고찰하는 데 쓰였다.

야안도 그러하여 늦은 새벽까지 수련을 같이 하던 중 그들은 낯선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다.

“안녕하신가?”

조용한 새벽의 여명과 함께 찾아온 일어난 목소리에 야안과 리트담은 명경지수의 상태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을 수 있었다. 주인은 어른 팔뚝 정도에 불과한 몸체를 지닌 유난히 작은 페어리였다.

리트담은 이미 야안에게서 이야기를 들은바 페어리를 왜 자신이 감지 못하는지 알 수 있었으나, 실제 다시 이 같은 겪으니 그저 쓴웃음만이 나왔다.

‘만약 이런 형태로 다가올 수 있는 악마가 있다면 나로서는 꼼짝없이 당할지 모르겠군.’

놀란 것도 잠시 야안은 그 페어리에게 인사를 건네며 묻는다.

“야안이라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야안의 인사에 페어리 또한 마치 고명한 학자처럼 잊힌 예를 보이며 자신을 소개했다.

“둘이라 하네.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 미안하군.”

사과를 하는 둘에 야안이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 페어리의 정체가 드래곤의 사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라 이들 페어리가 헛된 이유로 찾아올 리 없다는 것을 잘 알아서였다.

“그 무슨 말씀을. 중요한 이야기인 듯한데 자리를 마련하리까?”

지난 자신이 만난 페어리들이 유난히 와인을 즐겨 하신다는 것을 알아 말을 꺼낸 것인데, 둘은 그런 야안의 말에 크게 손을 저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으시네. 사실 다급하다면 다급한 일인지라.”

망설이는 모습이 보이는 터라 야안은 의문을 보이며 물었다.

“무슨 일이신지 모르나 편히 말씀하시지요.”

야안의 그 말에 둘은 자신의 그 곱게 늘어진 은빛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야안의 팔에 부착된 플로메티아를 보며 웃음을 흘린다.

“허허. 우선 축하의 말을 하겠네. 그것이 황금 드워프들의 유산인가? 결국 그들이 완성하였나 보군. 봉인이 되었음에도 이 정도라니. 실로 전설의 검 못지않네.”

설마 야안이 그것을 완성하였을 줄 상상치 못한 터라 그리 말하는 둘이었지만, 야안은 따로 그에 말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실제 그분들은 놀라운 것을 남기셨지요.”

“아! 정말 좋군. 그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구나.”

위대했던 그들을 떠올리며 그리 말하던 그는 이내 숨을 두어 번 내쉬다 본래 하고자 했던 말을 꺼내었다.

“하나, 그분을 깨우는 의식이 거행되었네. 다행히 죽음의 지배자 녀석의 간섭으로 인해 의식의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지. 하지만 불행히도 결과는 좋지 못했네. 세월이 변수였네. 노화가 시작된 것이지.”

노화, 그것은 인간이 상상치 못한 세월을 살아가는 드래곤에게도 결국 오고야 마는 자연의 흐름이었다.

“그것은 아주 아쉬운 일이었지. 본래라면 하나께서 노화의 과정을 밞을 시기는 아니었네. 하지만, 지난 전쟁의 여파가 그분을 그렇게 만드셨지.”

잠시 그리 말하던 그는 이내 짧게 한 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이 노화의 진행으로 하나께서는 가수면 상태에 빠지셨네. 하나가 사라진 것으로 분명 의식은 있으신 것이 확실하나, 문제는 깨어나기 위한 힘이 그분에게 없으시네.”

둘의 그 말은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야안이 물었다.

“깨어나기 위한 힘이라니 그것이 무슨 말씀인지요?”

그 물음에 둘은 야안과 리트담이 자세한 사정을 모른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고는 설명해 주었다.

“ 드래곤들께서 긴 세월 잠드신다는 것을 자네들도 알고 있을 것이네. 이 이야기를 하려면 죽음의 지배자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 죽음의 지배자는 탄생과 희망, 빛 등의 반대급부로 탄생된 자이네. 그 존재가 나타남으로서 새로운 인과관계가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가장 큰 힘을 가진 존재인 드래곤들께서 그 인과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었지.

죽음의 지배자가 깨어나 있을 때라면 모를까? 그가 봉인이 된 상태라면 모든 드래곤들은 깨어나실 수 없네. 그 거대한 힘을 지닌 그들이 모두 활동한다는 것은 그 죽음의 지배자가 깨어날 시기를 앞당기는 일이기 때문이지.

우리 페어리 종족이 탄생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네.”

야안과 리트담은 드래곤의 수면에 그 같은 이유가 있음을 알고 놀라다 이내 다시 말을 잇는 둘에 귀를 기울였다.

“다섯 일족 중 그 피해가 가장 큰 한 일족만이 깨어나 활동을 하였네. 숫자가 적고 힘이 쇠약해진 그분들은 죽음의 지배자와의 일전을 대비하셨지.

한데 지난 마지막 전설의 현자이신 자이웅께서 죽음의 지배자를 봉인하기 위해 인과의 법칙을 이용하셨네. 그로서 그를 봉인할 수는 있었으나, 문제는 이 인과의 그물에 휘말려 모든 드래곤들이 잠들어야 한 것이지.

이번에 불사왕 케르몬으로 인해 이 인과의 법칙을 물릴 수 있었으나, 문제는 노화로 인해 그 본래의 인과를 쳐 내지 못한 것에 있네.

큰 힘에 당연히 큰 반작용이 있는 법이고, 우리가 깨운 하나께서는 그분들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으신 에이션트 드래곤이셨으니 그 인과는 대단하네. 노화의 단계에 접어든 그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지.”

야안과 리트담의 궁금증을 풀었던 둘은 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그에 야안이 다급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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