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318화
“저에게 방도가 있는 것입니까?”
그 말에 둘은 미소를 보인다. 과연 이번 대의 전설의 현자는 참으로 명석하다.
“그러하네. 전설의 반지가 그 답이네.”
야안은 생각지 못한 답을 들었다는 듯, 놀란 모습을 보였다. 전설의 현자로 가기 위한 길을 알려주는 그 반지에 무슨 다른 묘용이 있다는 말인가?
그런 야안의 생각을 알았던 것인가? 인벤토리에서 꺼내기 무섭게 전설의 반지는 크게 빛을 발하더니 새로운 퀘스트를 그에게 내 주었다.
[에이션트 드래곤을 깨워라.(전설의 반지 퀘스트)
등급 : B
전설의 반지는 본래 현자의 지팡이에서 파생된 것이다. 후인을 위해 제 3대 전설의 현자 자이웅이 그 일부를 나누었고, 드래곤들의 정기로 그 반지를 만들었다. 그 정기를 이용하여 그를 깨워라.
* 이 정기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전설의 반지는 그 효용가치를 다해 사라지게 된다.]
전설의 반지를 희생하여야 만이 에이션트 드래곤을 깨울 수 있다는 이야기에 야안은 잠시 고민했으나 이내 그 퀘스트를 받아들였다.
자신은 이미 전설의 추종자를 넘어섰다. 물론 그것이 미숙한 전설의 현자에 불과했으나 야안은 그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드래곤의 도움이 필요했다.
앞으로 백여 년 뒤에 나타날 죽음의 지배자를 막기 위해서는 그분의 지혜가 필요한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이것이 마지막 전설의 반지 퀘스트겠구나.’
잠시 반지를 바라보며 만지작거리던 야안은 곧 반지를 손에 끼웠다. 그리고 리트담을 바라보았는데 리트담은 야안의 시선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트담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인간들이 모르는 드래곤의 숨겨진 비사에 그들은 놀란 심정을 감추기 어려웠다. 잠시 감정을 다스리던 황금 심장이 잘게 떨며 중얼거린다.
“그분께서는 그렇게 다시 길을 떠나셨군요.”
인류를 위해 에이션트 드래곤을 깨우러 길을 떠나시던 그의 이야기는 마치 구전으로 전해오는 신화 속의 이야기와 같아 쉽사리 현실감이 다가오지 않는다.
리트담은 그런 황금 심장을 잠시 바라보다 이내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찬란하게 타오르는 태양이 마치 그분을 보는 듯하다.
그는 태양을 향해 잠시 목례를 보였고, 이내 몸을 돌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계획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야안이 빠진 만큼 그의 몫을 감당하려면 앞으로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탓이다.
곧 해가 중천에 뜨기 시작하면서 요란한 뱃고동 소리가 저 멀리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백여 척에 달하는 거선들을 받아들이는 바다는 성난 것처럼 요란하게 파도를 쳐올린다.
야안이 둘과 함께 여정을 나선 지 어느새 보름이 흘렀다.
마법과 주술로 만들어 낸 그 신장이 3미터 달하는 거대한 청동말은 평야는 물론 험준한 산악도 아무렇지 않게 뛰어넘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으며 움직인지라 본래 예정보다 빠르게 그들은 셀리온 제국의 서쪽 끝에 자리한 사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신의 시대에서도 이곳 사막은 그 악명이 높았다. 모든 걸 집어삼키는 모래폭풍은 죽음의 신이라 할 만큼 두려운 존재였다.
특히 사막의 몬스터들은 그 악명이 높았다. 그 자체로도 매우 강력했으며, 또한 사막의 이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어 전성기 때의 제국에서도 절반도 채 개척하지 못한 곳이기도 했다.
물론 모든 역량을 보인다면 못할 것도 없지만, 얻을 수 있는 자원이 제한적인 이곳에 그 같은 미친 짓을 할 이유는 없었다.
자신의 시대에 비해 이곳 사막의 범위는 좁은 편이었다. 그가 알기로는 제국의 범위에 달했는데, 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재 이곳 사막은 범위는 제국의 40% 정도에 불과했다.
하기야 나흘 전에 지나친 백작 가의 영지가 자신의 시대에 세워졌던 연합 왕국 소속의 사막 왕국 칼렌이 세워진 곳이었으니 그 천년의 시간동안 엄청난 속도의 사막화라 할 수 있으리라.
야안은 드래곤들이 바 대륙에 거주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으나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는데 설마 이 죽음의 땅에 자리를 잡으신 줄은 몰라 놀란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둘은 껄껄 웃음을 흘리며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그분들은 저마다 주관하는 힘이 다르시지. 우리가 만나는 그분은 골드 족의 수장이시네. 땅과 그 친화력이 가장 뛰어나신 분이시지. 그분들이 이곳 사막에 거주하신 이유는 이 사막화를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네.”
이 사막은 지난 세 번째 부딪혔던 격전에서 파생된 결과라 한다. 죽음의 지배자의 저주로 인해 대륙은 사막화가 크게 진행되었고, 이를 막기 위해 골드 드래곤들이 거주를 옮겼다는 것이다.
야안은 둘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골드 드래곤들의 영향 때문인지 모르지만, 샤 대륙에서 보았던 사막과 달리 오아시스만이 아니라, 중간 중간에는 작은 숲이 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드래곤들의 영향에 사막화가 막아서면서 죽음의 지배자가 남긴 저주는 다른 형식으로 그 영향을 주어 이곳 몬스터들은 상대하기 어렵게 변한 상태였다.
상급 익스퍼트급 검사가 포함된 파티가 아니라면 감히 여정을 꾸리기도 어려워 보일 정도였다.
더구나 이곳의 일교차가 50도에 달해 웬만큼 수련한 자가 아니고서는 적응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한 점을 보았던 야안은 왜 제국이 이곳 사막을 포기했는지 다시금 알 수 있었다.
‘키에에엑-’
몰래 함정을 파 자신이 걸리기를 기다리던 사막귀신들은 야안이 함정의 중심지에 들어서 아래로 푹 꺼져 들자 이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거미 형태를 지닌 그 신장이 4미터에 달하는 대형몬스터들로 그 숫자가 무려 일곱에 달했는데, 그 움직임과 힘은 오우거에 못지않아 보였다.
웬만한 파티라 해도 일순간에 무너져 버릴 녀석들의 공격이었지만, 어느새 야안의 신형은 함정을 벗어나 그들 위의 허공을 점한 상태였다.
‘탁-’
어느새 검을 빼 든 야안의 어깨가 흔들리다 싶더니 이내 그의 검에서 수십 개의 검기가 터져 나와 녀석들의 사지를 모두 찢어버렸다.
사막의 몬스터들은 마항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했지만, 야안의 검 앞에서는 얇은 종이와 같았다.
녀석들이 만들어낸 함정은 사막귀신들의 무덤이 되어 이내 사막 밑으로 사라졌고, 야안은 잠시 그곳을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정말 기이하다 싶을 정도로 몬스터들이 많군.”
사막에 들어선지 이제 한나절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벌써 세 차례나 몬스터들을 만나게 되었다. 모두가 이처럼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몬스터들. 야안은 그것이 의문이었다.
몬스터도 살아 있는 생명체이다. 저 엄청난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식량이 필요로 할 것인데, 이같이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 그런 식량을 구하기란 어려움이 컸다.
그러한 것을 생각하면 몬스터들의 숫자가 크게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건만, 어떻게 된 것인지 그 숫자는 물론이고 덩치도 우람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저녁이 되어 그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면서 그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로 성인 남자 얼굴 크기만 한 벌레들이 땅 위에 슬금슬금 기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자세히 보니 제국에서도 있는 벌레들로 보였는데, 아무래도 죽음의 지배자의 저주로 인해 이 같은 이상 현상이 일어난 것처럼 보였다.
이곳 벌레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소형 몬스터들 못지않은 위험을 보였다. 크기는 작지만, 본래 곤충들이나 벌레들은 자신의 신체 비해 괴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같은 벌레들은 군집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위험도가 대단히 높았다. 그 집게로 무는 힘이 대단해 인간들에게 있어 적지 않은 위협거리였다. 물론 상대하는 요령만 안다면 잡는 것은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그 방어력이 뛰어난 사막 몬스터들에게는 이런 벌레들은 전혀 위협거리가 되지 않았기에, 그들에게 있어 매우 좋은 식량이 분명했다.
‘몇몇 종류는 독성이 있군.’
군집 생활이 아닌 몇몇 곤충은 그러해 보였는데, 그 외에는 보기에는 징그러워도 인간이 식용해도 무리 없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사막 왕국에서는 곤충들을 먹는 게 일상적이라고 했지.’
그것이 아니었다면 사막에 왕국을 건국하기란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야안은 중간 중간 이곳 사막에 철광석과 같은 고급 자원이 있음을 발견하면서 사막 왕국 탄생의 비밀을 옅 볼 수 있었다.
지금 고대 시대에서야 크게 가치가 없는 자원이지만, 본래 자신의 시대에서 이 같은 자원들은 대단히 큰 가치를 자랑했다.
주술로 벌레들이 들어서지 못하게 단단히 고정한 야안은 그 위에서 주술로 불을 피워 올렸다.
사막에 들어서기 전 사들인 사막의 벌레들을 쫓는 향초를 피우니 다가오던 벌레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인베토리에서 음식을 꺼내 음식을 데우던 야안의 곁에 둘이 그 모습을 보였다.
마치 본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타난 그의 움직임은 놀라운 것이었으나, 야안은 이미 여러 번 곁은 바 놀라지 않았다.
대신 인베토리에서 포도주를 꺼내어 그에게 건네어 주었는데, 둘은 그런 야안의 배려에 작게 목례를 보이며 받아들였다.
어느새 자신의 덩치에 맞게 줄어든 포도주를 마시던 둘은 만족한 얼굴로 식사를 하는 야안에게 말을 꺼냈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나흘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네.”
야안은 생각보다 일정이 빨라진 것에 고개를 끄덕이다 물었다.
“드래곤들의 수면기간 그분들을 지키는 가디언들이 있다고 하셨지요. 그들의 모습은 어떤 모습입니까?”
둘은 야안의 말에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가디언들은 저마다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인간의 형태를 지니었네. 그 본질은 드래곤들의 뼈와 이빨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드래곤만이 지닌 권능이기도 하지. 사실 그러했기에 처음 그대가 주술로 만든 괴물들에 놀라기도 했네.”
그는 담배를 한 모금 길게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그 용아병은 그분들의 뼈나 이빨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그 능력 또한 드래곤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네. 아마 이번에 자네가 만나게 될 용아병들은 자네 정도의 실력자가 아니라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일세.
지치지 않는 체력. 상상을 뛰어넘는 항마력. 위력적인 마법 공격과 힘. 엘프전사도 감히 따르지 못하는 움직임을 지니었으니. 아마 초인이 아니라면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네.
문제는 그런 용아병들은 본래 근원이 하나라 합공을 펼칠 때 그 위력이 무서워진다는 것에 있네.
사실 이들 용아병들은 지난 죽음의 지배자와의 전쟁에서 많은 공을 세우시기도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