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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22화 (322/385)

야안 322화

야안 3부 돌아오다 : 1. 어긋난 시간들

“아!”

하나는 야안의 감탄사에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자신을 만났을 때도, 그리고 이곳이 바로 자신의 심상의 세계라고 했을 때도 이처럼 심정의 변화는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놀라게 한 것인가?’

그런 하나의 생각이 담긴 눈빛을 받았음에도 야안은 평소와 달리 지금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글에 놀라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퀘스트 : 전설의 현자의 첫 관문.(대현자)

등급 : S+

그대는 긴 세월이 지나 이제 하나가 되어버린, 전설의 현자를 이끌 운명을 지닌 드래곤과 마주하게 되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다시 비틀어 버린 인과의 법칙에 깨어난 하나의 의식은 그야말로 기적이고 그대에게 있어 축복이리라.

* 오직 전설의 현자만이 대현자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다.

* 그대가 만들어낸 기적에 주신 아리스가 그대에게 축복을 내린다.]

[아리스의 축복

등급 : S+

* 지금부터 그대가 본래 세상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습득(習得)하는 것을 2배로 늘려준다.]

창들의 내용을 보자면 아무리 야안이라도 감정의 변화가 없을 수가 없는 게 당연했다.

퀘스트를 받은 것인데 S+이라는 극악의 등급을 받게 되었다.

이제 3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에 대현자에 올라서야만 하니 사실 S+도 오히려 그를 높이 평가했다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진정 그가 놀란 것은 바로 뜻하지 않았던 아리스 님의 축복이다.

바로 습득하는 것을 2배로 늘려준다는 간단한 설명이 있었을 뿐이지만, 그 등급이 S+이라는 게 이상할 만큼 그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권능인 만큼 이 축복은 절대적인 가치를 지녀, 단순히 시간 따위와는 무관하다.

말 그대로 자신이 두 배에 달하는 만큼 무조건 늘려준다는 것으로 이는 유형적인 것이 아닌 무형적인 것까지 포함된 것을 이야기한다.

단순히 운동의 효과나 얻는 마나를 두 배로 늘어난 것과는 달리 검, 마법, 주술, 정령술 등, 여하튼 뭐든 그것에서 얻는 깨달은 바를 별다른 노력이 없어도 그에 배에 달하는 대략적인 측정치를 자신에게 부여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신이 깨닫지 못한 것을 깨닫게 되는 것임을 말하는 것으로, 이는 아무리 세상의 모든 것에 초탈한 현인이라도 이것만큼은 욕심이 동할 축복이다.

하니 항상 잔잔한 바다와 같은 야안의 마음에 큰 폭풍이 온 것 같은 형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일.

그러나 그간의 공부가 적은 것이 아닌지라 이내 격랑 어린 마음을 잠재우려 잠시 긴 한숨을 보이던 야안은 그제야 하나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야안은 미소를 보이며 자신이 받은 퀘스트와 그와 함께 부여받은 아리스 님의 축복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그에, 하나 또한 드래곤답지 않게 놀란 듯 순간 그의 심상의 세계는 긴 풍랑이 어지럽게 불어대다 사그라졌다.

“하! 이방인이라. 아리스 님께서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인지.”

비록 이 세계를 아리스 님이 만드셨다고는 하지만 아리스 님이라고 해도 자신이 만든 법칙을 자유롭게 바꿀 수는 없었다.

현재 세계는 그야말로 교묘하게 짜 맞추어 올린 탑이라 해도 무방했고, 그것을 마음대로 짜 맞추었다가는 무너지거나 더 이상 탑이 아니게 되어 버린다.

그러한 이치를 잘 아는 하나였기에 이 이방인이라는 존재들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존재들인지 그는 알 수 있었다.

‘마치 아리스 님과는 무관한 아니, 그 너머에 있는 어떤 이질적인 무언가에 영향을 받는 듯한……. 그래, 어쩌면 이자라면.’

하나는 복잡한 심정이 담은 눈빛으로 야안을 바라보다 곧 그가 얻은 것에 대해 축하해주었다.

“아리스 님께서 그대에게 행하신 축복은 오직 그대 이방인에게만 가능하신 것. 부디 아리스 님의 뜻을 받들어 진정한 마법의 종주가 되기를 바라네.”

야안은 하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퀘스트를 받아들였다.

하나는 심상의 세계를 조종하여 야안이 수련할 수 환경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그동안 야안은 둘에게 그간의 친분을 쌓은 이들에게 보낼 편지들을 써 맡겼다.

“부디,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전해주십시오.”

하나는 야안의 말에 그저 미소를 띠다 이내 그가 건네준 편지를 가지고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야안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촌각과도 같은 시기를 보내게 되었다.

* * *

야루스 산맥의 중심지.

오래전 하얀 오크들의 근거지였으나, 무슨 이유인지 이곳은 오크들조차도 다가오지 못한 금지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사이한 존재들은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숨이 끊겼기 때문인데, 본래 사이한 존재들인 오크의 영역이기에 사이하지 못한 자는 이곳에 다가오지 못한다.

이런 연유로 이곳은 생물체의 기척이 없어진 지 상당한 오랜 세월이 지나버렸으면 지금에 이르러는 그 본래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오크들은 이곳을 하얀 지옥이라 부르며 그들의 두려움을 담아 내었다.

그런 하얀 지옥의 중심지를 기반으로 산 전체가 떨리는 듯한 지진이 일어났다.

그 거대한 힘의 영향에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쌓이고 쌓였던 눈이 해일처럼 밀려 내려갔는데, 오크에게는 다행히도 화이트 헬이라 부르며 멀리하였기에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다만 이 갑작스러운 재앙은 살아남은 오크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던 터라 더욱 이 화이트 헬이라 불리는 지역을 멀리하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이 산사태를 만들어내 버린 화이트 헬의 중심지에서 직경 500M 아래에 자리 잡은 거대한 동굴은 밖의 지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엄청난 힘의 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동굴이 만약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마법으로 보호받지 않았다면 이미 오래전에 무너졌을 것이 분명했을 터였다.

천지가 뒤바뀌는 조화는 그렇게 동굴 안에서 미친 듯이 울렁거리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번쩍이는 강렬한 빛과 함께 잠잠해졌다.

‘치이이익-’

그렇게 눈 부신 빛 사이로 기이한 열기가 사방을 후끈거리더니 이내 그 속에서 한 인영이 튀어나왔다.

무슨 이유인지 그 나타나기 전 변화만큼이나 기묘한 모습이다.

마치 막 태어난 어린아이처럼 흠이라고는 잡을 수 없는 매끈한 피부에 길고 긴 머리카락을 지닌 사내가 알몸으로 나타난 것인데, 그는 그 천지조화와 같은 형태에서 나온 만큼 쉽사리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하루 밤낮을 꼬박 지낸 뒤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 이곳은?’

깨어난 이는 다름 아닌 야안이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육체에 영혼이 깃든지 얼마 되지 않아 약간 멍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릴 수 있다.

천천히 주위를 잘 살피던 야안은 곧 그가 떠나기 전 크로노스의 마법을 펼치기 위한 촉매체로 쓰인 현자의 지팡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순간 그는 이곳이 다름 아닌 자신을 과거로 보내주었던 드래곤의 던전임을 인지했다. 다만 정작 자신을 불러내었을 것으로 판단한 드래곤이 보이지 않자 그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음. 이런 꼴로 만나 뵈었다면 정말 부끄러울 일이겠지.”

서둘러 인벤토리를 열어 옷을 꺼내어 입은 야안은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을 기다렸을 현자의 지팡이를 억세게 꽉 쥐어 보였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군.”

세계수의 가지와 전설의 시대에서 엘프들의 왕이라 불렸던 하이엘프의 정기를 담아 만든 현자의 지팡이를 감회가 새로운 눈빛으로 야안은 바라보다 입가를 크게 일렁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현자의 지팡이(성장하는 아이템)

등급 : B-(봉인된 지팡이)

세계수의 가지를 재료로 전설의 시대에 존재하던 하이엘프의 정기를 담아 만들어졌다. 전설의 시대에서부터 내려오는 현자에게 더 할 수 없는 보물이다. 영성을 띤 지라 수식의 절반만 풀어도 마법을 펼칠 수 있다. 시전자와 대우주의 마나의 길을 활성하게 하여 그 위력을 높이게 해준다.

*아직 마법에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한 그대에게 있어 너무도 과분한 아이템이다. 당신이 고민하는 마법의 발현은 이 지팡이로 인해 눈을 뜰 수 있을 것이다.

*현자의 지팡이와 관련된 전설의 현자의 비밀을 알게 되는 날. 이 지팡이의 봉인을 풀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신이 1,000여 년 전의 세상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만 감히 봉인을 풀 엄두가 나지 않았던 지팡이었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럼 저에게 본 모습을 보여주시겠습니까?’

그런 물음을 머릿속에 그리던 야안은 이내 다섯 개에 달하는 마법진들을 허공에 거침없이 풀어내기 시작했다.

믿기지 않은 속도로 다섯 개의 마법진을 허공에 그려내는 데, 그 마법진 하나하나가 고위 익스퍼트 현자라 해도 발현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런 것을 다섯 개나 만들어 풀어내는 것인데, 검을 마스터의 경지까지 오른 자답게 현재 그가 마법진을 그리는 속도는 그는 머릿속에서 풀어내는 속도와 똑같았다.

‘참으로 놀라운 안배를 만들어내었습니다.’

그는 이 안에 깃든 전대의 대현자이자 기묘하고 복잡한 인연을 가진 테무드의 안배가 담긴 마법을 마법진으로 풀어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과연’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대현자 테무드의 당시 마법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인데 앞으로 자신이 이루어야 할 마법이 저것임을 야안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마법진을 이용해 현자의 지팡이를 주물럭거리던 야안은 곧 다섯 개의 마법진을 하나의 마법진으로 합치자 현자의 지팡이는 부서질 듯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쏴아아악-’

거대한 마나의 해일이 일순간 현자의 지팡이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은빛의 가루들이 터져 나왔는데, 야안은 그것이 다름 아닌 신의 금속이라 불리던 오르하르콘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오르하르콘을 기점으로 현자의 지팡이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형되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타난 현자의 지팡이는 전보다 더 겉모습이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초인의 경지에 오른 자들이라면 이 지팡이에서 풍기는 그 기세를 알 수 있을 터였다.

세상에 돌아다녀서는 안 될 신기임을 말이다.

‘왜 봉인을 했는지 알겠군.’

야안은 봉인을 푼 이후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현자의 지팡이를 바라보며 절로 그 생각이 떠올랐다.

[현자의 지팡이

등급 : SS

세계수의 가지를 재료로 전설의 시대에 존재하던 하이엘프의 정기를 담아 만들어졌다. 전설의 시대에서부터 내려오는 현자에게 더 할 수 없는 보물이다. 영성을 띤 지라 수식의 절반만 풀어도 마법을 펼칠 수 있으며, 그 마나의 쓰임을 반으로 줄여주는 효과를 만들어준다. 시전자와 대우주의 마나의 길을 활성하게 하여 그 위력을 배로 늘려준다.

* 사이한 존재들에게 있어 이 현자의 지팡이로 펼쳐진 마법은 낮은 확률로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이 현자의 지팡이를 통해 펼쳐지는 마법은 죽음의 지배자에게까지 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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