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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23화 (323/385)

야안 323화

봉인이 풀린 현자의 지팡이는 그야말로 SS급에 걸맞는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다.

하위 현자 마스터의 손에 쥐어준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능히 고위 현자 비기너에 못지않은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물건이었다.

문제는 앞서 이야기한 바대로 너무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있고, 이는 진리의 길을 걸어가야 할 현자가 엉뚱한 사이한 길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말과도 다르지 않다.

마치 예전 야안이 전설의 검을 사용한 뒤에 사마에 휩쓸렸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악의 현자가 모습을 보일 것이 분명했다.

‘전설의 현자 전용 무기라 하더니 역시나 죽음의 지배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게 되는구나.’

사실 그 사실만으로도 이 현자의 지팡이는 이만한 등급을 부여받기에 그 자격은 충분하고도 남았다.

‘우우웅-’

봉인이 풀린 현자의 지팡이는 1,000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지난 끝에 다시 자신의 주인이 될 자를 맞이하게 되자 이를 반기다는 듯 청아한 울림을 보여댄다.

마치 어린아이를 다루는 듯 야안은 조심스레 현자의 지팡이를 쓰다듬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야안의 인사에 현자의 지팡이는 짧게 청아하게 다시 울림을 보이더니 이내 사그라졌다. 그 안에 담긴 대단한 힘의 잠재력을 잠시 느끼던 야안은 곧 그것을 자신의 허리춤에 묶었다.

앞서 말한 바, 현자의 지팡이의 외형적인 모습은 마치 오랜 세월 사람의 손때를 많이 탄 전형적인 지팡이의 형태라 그것의 귀함을 알기란 어려움이 많아 보였다.

야안이 그렇게 허리춤에 꽂으니 그저 여행자가 애용하는 지팡이처럼 보일 따름이다.

“그나저나, 어째서 드래곤께서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인지?”

혹시나 자신으로 인해 과거와 현재의 역사가 바뀐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사실상 야안은 이를 각오하고 저 과거의 세상에서 일을 벌인 것이었지만, 하나께서는 고개를 저으며 이 어긋난 역사에 대한 것은 내가 책임을 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 이야기하셨다.

하나의 가르침을 받는 동안 드래곤의 그 끝없는 지혜에 감탄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던 야안인지라 하나의 그 단언한 말은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해도 무방할 일이었다.

“한데, 선물을 보내신다니? 도대체 그것이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

야안으로서는 여전히 의문이 많았으나 하나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 말을 하지 않았다.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던 야안은 이내 고개를 털어내며 자리에 일어섰다.

“드래곤께서 말없이 자리를 비우시지는 않으실 터.”

하나를 통해 드래곤이 얼마나 철저한 계산적인 면에서 살아 있는지 잘 알던 야안은 그분이 남긴 메시지를 찾기 시작했고, 이내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메시지를 찾을 수 있었다.

“이런.”

야안은 발견한 메시지 마법에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생명체 특유의 파동에 맞추어 조작한 메시지 마법을 발견한 야안이었지만, 문제는 이 메시지 마법이 야안의 복귀 과정에서 펼쳐진 크로노스 마법의 영향에 손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잠시 고민을 하던 야안은 이내 손을 들어 최대한 복원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곧 복잡한 수식이 담긴 마법진이 그려지며 복원작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마법에 상식이 있는 자라면 지금 야안이 하는 일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알 수 있을 터였다.

마법이 깨어졌다는 것은 그 근본인 마나가 대우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말은 더 이상 마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야안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떤 물건에 불에 타 재가 되어버린 것을 다시 재에서 불을 통해 본래의 물건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했다.

물론 세상의 간단한 물리적 법칙을 아는 자라면 이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알 것이고, 현재 야안은 그런 터무니없는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나마 메시지 마법이 깨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행이군.’

흩어진 의념의 흔적이 남아 있어 그것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올리던 야안은 긴 시간 끝에 메시지 마법을 창조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애초 이적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말도 안 되는 시도였던 만큼 30% 정도의 메시지 내용만이 복구되었을 뿐이다.

“생각보다 잘 되었군. 역시 드래곤의 의념은 대단하구나.”

야안은 감탄과 함께 자신의 파동을 메시지에 접촉해 마법을 시동했다.

곧 회귀 전에 들었던 근엄한 드래곤의 목소리가 동굴 내를 울리기 시작했다.

[그대의 귀환을 축하하네.

……때가 되어 크로노스의 마법을 펼치었으나 그대는 나타나지 않았네. 분명 마법은 성공적이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하던 중……. 다행이라 할지…… 나는 하나를 깨우러…… 구십여섯.

앞으로 이십 년이 남았네. 부디 그때까지 현자의 힘을 얻었으면 좋겠군.

그날이 오면 우리는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네.]

“구십 여섯이셨군요.”

이 말의 의미는 컸다. 최소 이 시대에 존재했던 드래곤의 숫자가 구십 여섯이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천 년 전 죽음의 지배자의 술수로 깨어나지 못한 드래곤들의 숫자가 형편없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걱정했던 야안으로서는 작은 안도감이 뒤를 따랐다.

“이십 년 이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비록 메시지의 내용이 중간 중간 끊겨 버려 자세한 상황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예측해보자면 이십 년 뒤 뭔가 거대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게 그의 추측이다.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는 말을 살펴본다면 그 뜻을 두 가지로 나누어야 할 터였다.

구십 여섯이 그를 찾아 만나야 할 일이 있다거나, 아니면 드래곤들과 함께 만나야 할 일이 생긴다거나.

‘후자라면 시간이 너무 촉박하군.’

비록 아리스의 축복으로 이방인의 능력을 지녀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지만 드래곤의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하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것을 그는 이미 하나를 통해 깨달은 상태였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성장의 속도를 보였으니.’

그랬다. 야안은 아리스의 축복이라는 이능의 혜택을 보긴 했으나 결국 마법으로 대현자의 경지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겨우 3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에 올라선 것이니 이는 말 그대로 기적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전설의 현자의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될 마법을 대성하게 되었다는 것은 이제 어떤 악마를 상대한다고 해도 그가 걱정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을 말하기도 했다.

현재 야안이 그 3년간 이룬 바는 이러했다.

[레벨 : 3,000

직업 : 전설의 현자 비기너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용사, 제왕지기, 영혼의 악사 (위대한 대장인 : 미착용)

생명력 : 261,200

마나량 : 201,200

명성 : 12,000

힘 :1,300(+60)

민첩:1,500(+60)

행운 : 1,600(+60)

지혜 : 2,602(+60)

신력 : 60 (+60)

마나 : 10,000(+60)

정령력 : 1,610 (+60)

각성의 스탯 : 0

분배되지 않은 스탯 : 580]

레벨이 거의 400단계나 올라선 것인데, 이는 하나가 야안의 이방인 특성을 살리기 위해 행한 일이었다.

다행이라 할까? 드래곤의 세계는 환각이 아닌 심상의 세계로 이루어져 있어 이 안에서의 전투 또한 세계라는 개념 아래 경험치를 얻을 수 있던 야안이었다.

덕분에 하나가 심상의 세계에서 만들어낸 용아병과의 전투를 통해 레벨을 올릴 수 있었는데, 문제는 하나가 그때마다 그 타격을 받았던 탓에 이 400레벨을 올리는 과정에서 하나의 큰 희생이 있어야만 했다.

그렇게 400레벨을 올린 야안은 이번에도 각성의 스탯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그는 이 각성의 스탯의 혜택을 이번에도 얻게 되었다.

이번의 각성의 스탯을 얻게 되면서 그가 갈 길은 총 세 가지였다.

[상위 비기너 정령사.

위대한 정령의 왕 유피테르의 힘을 일깨우는 것이 가능하다.]

[고위 신관.

희생과 봉사로 아리스의 뜻을 따르는 신관인 그대에게 내리는 축복이다. 고위 신관으로서 아리스 님의 뜻을 이어 받으라.]

[전설의 현자 비기너

직업인 미숙한 전설의 현자에서 진화한다. 전설의 현자의 길을 가고 있는 그대에게 권유한다.]

야안은 이 중 두말할 것 없이 전설의 현자 비기너를 선택하였다.

하나와 야안이 지금 이 같은 시간을 보내는 이유에는 이 전설의 현자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였으니.

하나 또한 이 전설의 현자 비기너라는 직업의 등장에 대단히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미숙한 전설의 현자의 칭호가 가져다주는 이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전설의 현자 비기너를 선택하였고, 그 결과 야안은 놀라운 경험을 맞이했다.

가장 직접적으로 느낀 것은 올 스탯이 다시 40에서 20이 올라가 60으로 올라갔다는 것에 있다.

또 다른 점은 전설의 현자의 칭호의 혜택이라 할 수 있는, 예전 두 가지를 조합해 펼치던 것을 이제는 세 가지까지 가능하다는 것인데, 당시에는 비기너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지 못해 이 세 가지를 온전히 조합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바로 아리스의 축복이 이 각성의 스탯과 연계가 되었다는 점에 있다.

깨달음을 임의로 주는 각성의 스탯에 적용되어 그 깨달음의 이적이 가장 필요한 마법에 부여된 것으로 야안은 이로써 막연했던 대현자의 길에 크게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었다.

하나는 잘해야 대현자로서의 각성의 단초를 잡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건만, 이런 일이 벌어지자 하나는 어쩌면 자신의 손으로 두 명의 현자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야안을 그야말로 끝없는 진리의 탐구에 이끌기 시작했고, 하나는 아슬아슬하기는 했으나 무사히 그를 대현자의 길에 올라서게 하는데 성공했다.

대현자로 올라선 야안은 초대 전설의 현자이신 라블랑카스가 남긴 하나의 초(超)마법을 배울 수 있었다.

라블랑카스가 남긴 하나의 위대한 유적.

‘현자의 탑.’

오직 주신 아리스와 드래곤들에게 인정을 받은 자. 전설의 현자만이 대대로 펼칠 수 있는 초마법을 얻게 되면서 야안이 앞으로 가야 할 마법의 길은 이곳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이곳에서 새로이 만들어질 것이다.

지금에 이르러 수많은 현자의 탑이 만들어지기는 했는데, 바로 이 현자의 탑은 고대 시대의 기록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며 고대에서는 그 전시대의 기록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현 시대에 기록이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현자의 탑은 본래 최초의 현자가 일으킨 것을 보고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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