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327화
3. 악마 베로카나
그가 살던 곳에서 주술사의 위치는 이곳에서 의미하는 귀족 이상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내의 말에 야안은 크게 반기는 모습을 보이다 물었다.
“조건이 무엇입니까?”
야안의 말에 사내는 긴장 어린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위험한 일이다 보니…… 200…… 아니 100골드만 내 주신다면.”
100골드.
실버로 친다면 1,000실버나 되는 어마어마한 거금이었다.
대귀족이 아니고서는 선뜻 활용하기 힘든 거금을 요구하는 것인데, 사실 그만한 자금이면 100톤 정도의 배를 중고로도 구매할 수 있을 자금이기도 했다.
사내는 말하면서도 자신이 너무 높게 부른 것인가 싶어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최소 그 정도의 금액이 아니면 안 되었기에 무어라 입을 열려던 그는 이내 닫고야 말았다.
이번 태풍으로 인해 구매한 물건들의 반수가 깨지면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 그로서는 이대로 돌아간다면 파산이었다.
그 정도의 금액이 있어야 향해 때 자신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일부 돈을 줄 수 있으며, 불안해하는 선원들을 설득시킬 수 있었다.
야안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진실의 눈을 그에게 펼쳐 그의 사정을 읽고 있었기 때문인데, 그가 뱃사람으로서의 능력이나 성품이 괜찮은 것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좋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을 들어준다면 500골드를 내 드리지요.”
“……!”
받아들인다는 말에 기뻐하던 사내는 이내 야안이 자신이 이야기한 금액의 다섯 배인 500골드를 이야기하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500골드라면 그가 타고 있는 500톤 급의 배를 새로 만들 수도 있는 금액이었다.
그러한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안이 조건을 이야기한다.
“이틀, 카르미안 해양 주위를 이틀간 오가시면 됩니다.”
생각보다 위험한 야안의 조건에 사내는 잠시 고민하다 곧 그의 조건을 수락했다.
그와 그의 선원들이 익힌 주술은 물의 주술이 주였기에 만약의 일이 있음에도 빠르게 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신하였기 때문이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자신의 조건을 받아들인 그에 야안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베론 야안이라고 합니다. 이야기가 잘 되어 다행이군요.”
“초중이라 합니다. 초씨라고 부르시고 편히 대해 주십시오.”
대 주술사에게 존대를 받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그의 태도에 야안은 곧 받아들였다.
“그러지.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네.”
대 주술사의 그 말에 초중은 이해 간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린다.
오래전 대 주술사의 그 놀라운 신위를 지켜보았던 그로서는 이해가 가는 모양이었다.
대 주술사까지만 되어도 주술의 특성상 초인들 못지않은 활용 능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초중과 계약을 체결한 야안은 이틀 뒤 마지막으로 점검을 끝낸 이른 오전에 떠나기로 했다.
그로부터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야안은 그 시간 동안 새로운 마법 물품을 만들어 냈다. 아니, 마법과 주술을 하나로 합쳐 만들어낸 신마법 물품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전사의 명패
등급 : A+
전설의 현자 비기너의 칭호와 위대한 장인의 칭호를 동시에 받은 이가 만들어낸 물품이다. 마법과 주술이 결합된 신마법이 든 물품으로 일정 이상의 주술을 부여하면 상급 익스퍼트의 급의 전사가 소환된다.
* 단 횟수는 다섯 번으로 제한된다.
* 소환된 전사가 죽었을 경우 명패는 사라진다.
* 한 번 소환 시 한나절이 지나면 자연스레 귀환한다.]
놀라운 신마법 물품인 것으로, 시스템에서 위대한 장인이라는 칭호를 얻지 못했다면 감히 만들 생각을 할 수 없을 물건이라 하겠다.
사용되는 마정석이 만약 최상급에 달하는 것이었다면 그 횟수도 크게 늘어날 것이고 소환된 전사 또한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 분명할 것이나 그가 가지고 있는 마정석은 상급은 몇 되지 않았다.
겨우 세 개 받게 없었던 터라 그것을 그의 뛰어난 마법진으로 대신 보완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만약 판다고 한다면 엄청난 돈을 긁어모을 수 있는 물건이 분명했다.
품속에 상급 익스퍼트 급의 전사를 소환할 수 있는 물건이 있다는 것은 그자에게 있어 목숨을 구할 비장의 무기가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대다힌 귀한 물건이지만, 야안은 이것을 초중에게 내 줄 생각이다.
만약 자신이 없을 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이 전사의 명패를 통해 그 위기를 극복하기 바라서였다.
야안은 그동안 만난 그와 그가 데리고 있는 항해사 등이 생각했던 것보다 마음에 들었던 터라 이 같은 선물을 마련한 것이기도 했다.
떠날 준비를 마치고 방을 나서는 데 그간 짧은 인연을 나누었던 여급이 아쉬운 눈빛으로 그를 마중 나왔다.
눈빛이 투명하고 맑은 이 아이의 눈이 앞으로도 변함이 없기를 빌며 그는 품속에서 작은 나무 명패를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다.
다름 아닌 오래전 만들어 두었던 마케의 목걸이로 그가 오래전 부모님께 선물했던 그것과 효능이 비슷한 물건이었다.
알록달록한 색감이 정교하게 자리한 그것에 여급은 감동한 눈을 보였는데 야안은 그런 여급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그간 고마웠다. 그럼 앞으로 행복하려무나.”
그리 말하며 떠나는 야안의 뒷모습에 여급은 한참이나 망부석처럼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초라는 글자가 새겨진 깃발이 있는 배에 도착한 야안은 확실히 제대로 정비가 끝났음을 인지했다.
초중은 야안이 내어 준 선금 50골드를 가지고, 그간 생각으로만 두고 미루어 두었던 배 내부와 외부를 새롭게 보완하였는데, 덕분에 그 내구성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승된 상태였다.
“이쯤 되면 악마의 바다도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감 어린 그의 말에 야안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와 선원들이 보이는 주술이 함께 한다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배 안은 생각보다 넓고 쾌적했으며, 그를 위해 마련된 제법 넓은 선실은 상당히 좋은 여관의 방을 상기하게 만들 정도였다.
곧 돛을 걷어 올리고 말아 두었던 천을 펼친 그들은 향해를 시작했다.
‘구우우웅-’
괴음과 함께 움직이는 범선의 모습이 마치 굳어 있는 몸을 풀기라도 하듯 기지개를 피는 듯 요란하기 그지없다.
* * *
야안 일행이 배를 탄 지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간 야안은 틈틈이 검과 주술 등을 익히는 한편 초중과 선원들에게 가르침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초중에게 그 가르침을 내리는 것을 집중했는데, 이는 초중의 재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스승만 옆에 있었다면 능히 지금쯤이면 그가 존경하는 대 주술사에 올라설 수 있을 재능이었다.
실제로 야안으로부터 제대로 주술의 가르침을 받기 시작하면서 초중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하고 있었다.
뱃사람 일을 하면서도 그의 주술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그 지루하고 어려운 주술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련해 왔는데 지금 그것이 빛을 발하는 중이었다.
기초가 대단히 튼튼하니 무엇을 올려도 어렵지 않게 세울 수 있었다.
더구나 초중은 야안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을 때면 신음을 전폐할 정도로 몰두하며 이를 받아들이는데 안간힘을 다했으니 발전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많은 제자를 들이고 가르쳤던 야안으로서도 그런 초중의 태도가 마음에 들어 아낌없이 그 가르침을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야안이 기꺼워하는 마음 이상으로 초중이 야안을 생각하고 대하는 마음은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주술이라는 것은 비인부전의 것으로, 가족끼리라 해도 함부로 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하니 그가 아무리 대단한 재능을 타고났다고 해도 그것을 키워나갈 만큼의 토양이나 씨앗을 제공받기는 어려웠다.
지금의 것도 마을의 장로가 그의 재능을 대단히 높게 보아 몇 수 가르친 것에 불과했고, 그는 그것을 갈고 닦아 지금의 수준까지 이끌어 올렸다.
한데, 현재 야안은 마치 그러한 인세의 암묵적인 법칙 따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시하며 그에게 가르침을 내렸다.
처음에는 큰 것이 아니라 생각한 것들이, 가르침을 받은 지 보름이 지난 지금 엄청난 가치를 가진 가르침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그의 놀라움은 엄청났다.
“정말이지 이분은…….”
그가 얻은 가르침을 잘 수습만 한다면 대 주술사에 올라서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정도인지라, 초중은 그때야 야안이 자신의 생각한 것 이상의 힘을 지닌 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위대한 주술사에 올라선 분일지도.’
가볍게 흘린 말에도 현기가 자리했으며, 감히 마주볼 수 없을 만큼 격이 다른 존재감이 자리했다.
자연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그는 감히 스승이라 말하기에도 죄송스러워 그저 주인처럼 대하는 야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야안 님께서는 위대한 경지에 오르셨습니까?”
초중이 가져온 술과 식사를 끝내고 가르침을 내리려던 야안은 그의 물음에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그 대답에 초중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충격을 받았다.
예상은 했었지만 실제로 확인한 뒤에 오는 그 놀라움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위대한 주술사가 가지는 힘은 놀랍고 놀랍다.
바 대륙의 그 놀라운 야안 제국만 보아도 그러하다. 그 초석을 닦은 자이한만 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는가?
100년에 한 명이라도 나오면 많이 나온 것으로 생각하는 위대한 주술사가 또다시 등장하였으니 초중의 놀라움은 작은 것이 아니었다.
초중은 잠시 떨리는 마음을 붙잡다 겨우 다시 말문을 열었다.
“위대한 분께서는 악마의 바다에 가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의 물음에 야안이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베로카나라 불리는 악마를 죽이기 위해서이네.”
초중은 생각지도 못한 야안의 답변에 얼이 빠진 듯 그 벌어진 입을 쉽사리 닫지 못했다.
야안이 뜻을 정하고 향해를 가던 그날 밤 야안은 새로운 퀘스트를 받게 되었다.
[악마 베로카나를 멸하라.
등급 : SS
베로카나는 블루드래곤에 대항하기 위해 죽음의 지배자가 만든 악마 중 하나이다.
* 수중의 몬스터들을 변형시키는 권능을 지니고 있다.
* 물속에 있을 때 물 속성 악마의 마법은 120% 강화된다.]
본래 자신의 시간대에 와 처음으로 받게 된 퀘스트에 야안은 다시금 아리스에게 기도를 드렸다.
이 같은 퀘스트가 보일 때마다 주신 아리스가 그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그에게 큰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 퀘스트로 인해 그는 이 악마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었고, 그는 강화된 물 속성 악마의 마법에 대비하여 여러 가지 수단들을 생각하며 대비하는 중이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초중은 정신을 차렸는데, 이는 야안이 그에게 마케를 펼쳐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