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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31화 (331/385)

야안 331화

잠시 그 놀라움에 젖어 있던 야안은 문득 생각 난 것이 있어 묻는다.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비공식적으로 존재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야안의 물음에 그들은 머리를 긁적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왕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위대한 분이시라. 사실 아리스 님처럼 신으로 받들어 모시는 분이시지요.”

야안은 사내의 말에 그가 자신이 찾고자 한 피오의 왕임을 직감했다.

“그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방법이 있습니까?”

야안의 물음에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사내는 말을 잃은 채 머리를 긁적였다.

대신 머리가 유난히 큰 피오가 다가와 대신 답해 주었다.

“그분은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아니, 사실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는 분이시지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그는 품속에서 작은 수정체 따위를 꺼내더니 이내 손가락으로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에 따라 휙휙 거리며 무언가 기이한 영상들이 지나쳐 가는데, 잠시 후 그는 찾았다는 듯 툭툭 거리더니 이내 수정체에서 불쑥 빛의 입자들이 모여 세워졌다.

아주 작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동상이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야안은 갑자기 그러한 것을 만들어 낸 사내에 놀라다 이내 그것이 빛의 입자들이 만든 허상임을 알았다.

‘정말 신기하구나. 마법도 아닌 것 같은데.’

차라리 마법으로 인한 형태의 것이라면 이리 놀라지 않았으리라. 야안은 당황한 가운데, 그 사내 피오가 보여 준 것이 익숙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내 그것이 이곳 심상의 세계에 들어오기 전에 보았던 피오의 동상의 주인공임을 안 것이다.

“역시 이분이 피오의 왕이셨군요. 하면 이 동상으로 굳어진 탓에 그리 말씀하신 겁니까?”

야안의 물음에 피오의 사내들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리고 처음 야안과 이야기를 나누던 덩치 큰 피오가 말문을 열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동상입니다. 그저 문헌에서 문헌으로 사람들의 입속에서 입으로 그 동상이 우리 피오의 왕임을 말씀하실 뿐이지요.”

너무도 오랜 시간 전의 일이라 그들에게는 확신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미 아리스로부터 받은 퀘스트에서 그 숨겨진 이야기를 아는 야안은 그들을 위로하듯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한다.

“저분은 그대들 피오의 왕이십니다. 그대들을 지키기 위해 지금의 형태를 보인 것뿐입니다. 저는 저 동상과 마주하고 싶군요.”

야안의 위로에 피오들은 가슴이 뭉클거리는 것을 느끼다 이내 그의 부탁에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라 할지 지금에 와서는 저 동상에 다가가는 데 제한이 없습니다. 훼손을 할 수도 없거니와, 지금은 그저 관광지 중 하나로 여길 뿐이니 말입니다. 다만…….”

다만 피오들의 입장에서 야안의 모습은 너무도 괴상하고 특이한 것이었다.

그러하니 아마 그 절차가 복잡할 수도 있을 것으로 말이 있는 가운데 야안이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

그리고 주술로 자신의 모습을 변형하기 시작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야안은 피오가 되었다.

“헉! 시발 뭐야. 뭐지?”

“이게 무슨 일이래.”

“우와! 졸라 잘생겼어. 연예인들 다 발라 벌릴 정도인데.”

“뭐 이리 황당한 일이 다 있어?”

갑자기 인간에서 자신들과 같은 모습으로 변한 야안에 그들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그 모습이 현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잘 생긴 모습이라는 게 더욱 그러했다.

피오의 외형으로 바뀌는 김에 그 밸런스를 쉽게 잡을 수 있는 형태로 바꾸다 보니 그렇게 되어버린 것인데, 만약 이곳에 여성체의 피오가 있었다면 난리가 났을지 모른다.

“제가 가진 힘 중 하나입니다. 잠시 여러분의 힘을 빌린 것이니 그리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만약 야안이 주신 아리스의 신성력을 보이지 않았다면 야안을 위험한 존재로 여기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쉽사리 그들의 흥분이 진정되지 않자, 그들의 소란스러움에 피오들이 몰려드는 것을 느낀 야안은 그들 중 호들갑을 떠는 피오의 머리에 손을 툭 쳤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곧 그의 손가락에 접촉된 피오는 잠시 의식을 잃고 멍한 표정을 보였다.

예전 여급에게 펼친 기억을 읽는 신마법을 펼친 것으로, 그는 이로써 피오의 문명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인지의 술을 펼친 그는 갑자기 자신이 사라지자 당황하는 피오들에게 목례를 보이고는 이내 어디론가 사라졌다.

“엄청난 곳이군.”

생각한 것 이상으로 피오 국가는 엄청난 크기였다. 바 대륙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초거대 제국인 것인데,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곳에는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전설의 시대 이전 신화시대의 흔적들이 이곳 대륙 곳곳에 남겨져 있음을 야안은 보았다.

그 흔적들을 통해 새로운 학문의 흐름을 보기도 했는데, 현재 야안이 가장 흥미롭게 보는 것은 바로 피오들이 다루는 ‘젠’ 이라는 힘이었다.

그것은 마법이나 주술, 검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힘으로 이 ‘젠’은 그가 연구한 결과 신성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확히는 주신 아리스의 신성력이 아닌 피오들을 탄생시킨 물의 신 세이란의 신성력으로 그들은 세이란의 축복 아래 그 신성력을 타고나면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들은 이 신성력을 손과 꼬리를 다루듯이 사용할 줄 아는데, 이를 그들은 ‘젠’이라 불렀다.

이를 신성력이 아닌 ‘젠’이라고 따로 부르는 이유는 그들이 타고난 신성력의 수준이 매우 미약한 형태의 것이기 때문이다.

하니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그 힘을 증폭하거나 변형시키는 등의 일을 벌이지 않고서는 이 힘을 크게 이용할 수 없었다.

현재 그들의 문명을 이루는 데 이 ‘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젠’을 일종의 물질들과 결합하여 그 힘을 저장하거나 신호를 보내어 정보를 전달하는 일 따위를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마법과 비슷하면서도 그 효율은 비교할 수 없이 높았다.

이러한 그들 사이에서도 간혹 주신 아리스의 신성력을 이어받아 각성한 성자들이 있었다.

인간들보다 더 희귀한 존재들로 한 세대에 두, 세 명이 나타나면 많은 존재로, 사실 그들의 수준은 사실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겨우 리젠을 펼칠 수 있는 초급 신자들이라 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것으로도 이곳에서는 무시무시한 일을 벌일 수 있었다.

‘젠’이라는 학문 때문에 그런 것으로 초급 신자들이 가지는 신성력은 피오들이 타고난 평균적 신성력에 비해 몇 벽배나 많은 양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신성력의 근원은 바다의 신 세이란을 탄생케 한 주신 아리스의 것으로 그 격에 있어서도 월등히 앞섰다.

그러한 힘을 가진 존재가 욕심 없이 세상을 떠돌며 주신 아리스의 말씀 아래 세상을 바로 잡으려 노력하니 존경을 아니 할 수가 없었다.

피오들이 탄생된 성자들을 대단히 높이 취급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야안은 ‘젠’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자 했다.

다행히도 이곳에서도 그가 가져온 금속들이 가치가 있었던 터라 그것을 팔아 적지 않은 화폐를 마련할 수 있었다.

재밌게도 금이나, 은 이런 것보다는 그보다 크게 가치가 떨어지게 보는 구리를 그들을 비싸게 쳐 주었다.

구리가 ‘젠’을 펼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물건이기 때문으로 아쉽게도 이곳에서는 구리 광산이 몇 되지 않았다.

그것도 그 매장량이 많지 않아 초일류의 상급 사회에서도 소수의 인원이 사용하고 있었으니 야안이 가져온 구리에 그들이 눈이 휘둥그렇게 뜨이는 것은 당연했다.

덕분에 여행의 자금과 더불어 ‘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던 야안은 그들 문화에 맞는 복장을 갖추고 사람들이 다들 들고 다니는 ‘큐 젠’이라는 수정을 사들였다.

피오들이 만들어 낸 ‘정보 저장 검색소’와 영상 신호 따위를 읽을 수 있는 물건으로, 야안은 그 편리함에 혀를 내둘렀다.

특히나 그 안에 자리한 정보는 엄청난 양으로 그가 원하고자 한 ‘젠’에 대한 학문들을 이 ‘큐 젠’을 통해 얻어낼 수 있었다.

물론 처음과는 달리 좀 더 깊은 학문을 얻고자 한다면 상당한 금액을 내야 했지만, 이미 구리를 팔아 엄청난 돈을 얻은 그에게 있어 그러한 것은 별다른 문제가 아니었다.

덕분에 그는 내내 ‘큐 젠’을 손에서도 눈에서도 떼지 않은 채 여행을 해 내갔다.

“와! 처음 봤어. 저게 ‘오나’인가 봐.”

“정말 잘 생겼는데 아깝다.”

“우와 ‘오나’ 짓을 해도 여자들의 대시가 끝이 나지 않네. 역시나 남자들도 잘생기고 봐야 한다니깐?”

“빌어먹을 세상.”

그러한 피오 사내들의 부러움과 달리 야안은 번번이 학문의 수행을 방해하는 주변의 일 때문에 곤란함을 겪었다.

애초 종이 다른 인간인 야안으로서는 그들의 미적 감각을 이해할 수 없었던 터라 다른 모습으로 변하려고 해도 그 미묘함을 이해하지 못해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오히려 하면 할수록 더욱 호감을 이끄는 외모를 가지게 된 터라 지금은 포기한 상태로 불편함을 감수할 뿐이다.

벌써 일곱 번째의 대시를 거절한 야안은 다시 ‘큐 젠’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미 대현자에 올라선 야안의 지혜는 드래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당연히도 ‘젠’을 배워나가는 그의 학습 수준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이는 미숙한 전설의 현자의 혜택 덕분에 다른 학문들의 사상과 원리에 부딪히지 않게 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젠’이라는 학문을 대한지 이제 열흘이 지났을 뿐인데 그는 이미 초급 부분을 떼어내었는데, 초급이라고 해도 타고난 ‘젠’의 감각을 지닌 피오들이 십 년을 족히 파고들어야 얻을 수 있는 학문의 양이었다.

그러한 것을 열흘 만에 떼어낸 것이니 이미 천재라는 개념 자체를 넘어서는 수준이라 하겠다.

더구나 단순히 이 ‘젠’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감을 잡기 위해 읽은 논문들은 얼마나 많은가?

초급과는 달리 중급부터는 그 난도가 크게 올라가게 되는 터라 그 익혀야 하는 학문의 수준 또한 열 배 이상에 달했다.

당연히 야안이 배워야 할 양은 그 수십 배에 달했는데, 그러한 것에 걱정하기보다는 야안은 오히려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기뻐하고 있었다.

‘젠’이라는 학문을 익히면 익힐수록 그저 막연하기만 했던 신성력의 실체에 좀 더 다가가는 느낌 받기 때문이다.

단순히 회복 마법인 ‘리젠’을 ‘젠’으로 변형하면 그 수십 배에 달하는 공격 마법이나 다수 인원의 체력을 회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마법의 룬처럼 ‘젠’을 언어로 풀어쓴 ‘텐’을 통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 데 확실히 구리로 만드는 경우 그 위력을 최소 다섯 배 이상을 증폭하는 게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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