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안-332화 (332/385)

야안 332화

5. 야안 제국

이 말을 달리 말한다면 야안이 ‘리젠’ 정도의 신성력을 그 물건을 거치게 한다면 리젠의 상위 회복 마법인 ‘엘린’ 급의 회복이 가능하게 된다.

하니 만약 ‘엘린’급의 신성력을 부여한다면 그 결과는 어떠하겠는가?

소생 마법인 ‘소마’까지는 어려워도 그에 크게 부족하지 않은 엄청난 상급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야안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이 신성력을 이용한 공격이다.

신성력이라는 것이 악마의 천적 이상의 것임을 안 그로서는 ‘젠’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격보다는 회복이나 방어 쪽에 치중한 신성력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렇게 야안이 ‘젠’을 공부한 지 한 달이 되었을 무렵 그는 결국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때 야안을 처음 본 피오들이 말했듯 피오의 왕이 잠든 이곳은 관광지 중 하나로 여겨지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큐 젠’을 통해 영상을 저장하는 피오들이 곳곳에서 보였는데 야안은 그러한 그들의 모습에서 인간들도 저러한 자유와 사상을 가지기를 바랐다.

그렇게 입구에서 한참을 나아간 뒤에야 그는 영상속에서 보았던 피오의 왕의 동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어떻게 한 것인지 모르지만 오랜 세월 속에서도 동상은 그 빛을 바라지 않은 상태였다.

‘피오의 왕이다.’

주술에 확장된 그의 무의식에서 이 동상이 바로 그가 찾고자 한 피오의 왕임을 깨달은 그는 그 동상의 심장 부위에 손을 올렸다.

만약 신성시하던 시절 그러한 태도를 보였다면 대단히 무례한 일이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가끔이지만 그러한 방문객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니.

더구나 발달한 피오의 초문명으로도 피오의 왕의 동상은 흠집하 나 내기 어려울 정도이니 피오들은 그러려니 하며 그의 태도를 무심히 지나쳤다.

하지만 그러한 피오들과 달리 오랫동안 피오의 왕의 동상에서 손을 떼지 못했던 야안은 조금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며 손을 떼어냈다.

‘하마터면 주술이 풀릴 뻔했군.’

그는 고개를 저으며 피로를 잊으려는 듯 잠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피오의 왕과의 접촉 속에서 그의 기억의 일부를 읽은 야안은 왜 그가 바다의 신전을 봉인하여 자신과 피오들을 그 속에 숨겼는지 이해하였다.

‘파란.’

바다의 신 세이란의 자식이자 피오들의 왕의 이름이다.

세이란은 죽음의 지배자의 등장에 의해 모든 신이 봉인될 것임을 알았다.

이는 죽음의 지배자 힘의 근원이 그들에게 있어서였다.

죽음의 지배자는 그들 신이 만들어 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주신 아리스로부터 받은 창조의 힘을 신들은 무분별하게 사용하였고, 그로 인한 반작용으로 죽음의 지배자가 탄생되었다.

당연히 신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죽음의 지배자는 그 힘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데, 그들의 인과에서 나온 존재라 그들이 처리할 수도 없었다.

결국, 주신 아리스께서 세상의 균형을 위해 탄생시킨 드래곤들을 믿고 그들은 스스로 봉인하였다.

그렇게 그들이 스스로 봉인함으로써 죽음의 지배자의 탄생은 뒤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신들이 스스로 봉인함으로서 생긴 파장은 결코 작지 않았다.

그들에 의해 탄생된 수많은 종족이 멸망하였는데, 그 속에서 새로운 종족들이 탄생 되었다.

신화시대가 가고 본격적으로 전설의 시대가 오게 된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신화시대의 종족이 있었으니 바로 피오들이다.

이는 바다의 신 세이란의 편법에 의해 일어난 변수라 하겠다.

피오의 왕 파란은 바다의 신의 자식이자 또 다른 그의 모습이기도 했다.

일종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존재로 그는 바다의 신 세이란이 봉인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힘을 파란이 겨우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아낌없이 넘겨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하나의 예언을 남겼다.

‘언젠가 주신 아리스께서 우리를 찾으려 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분의 종이 찾아올 것이며, 너를 깨우리라.

그날 우리의 인과는 그에 의해 끊어지게 될 것이니 그때 아이들은 긴 잠에서 깨어나리라.‘

세이란은 그 예언을 남기고 스스로 봉인했다.

어머니이자 숭배의 대상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던 파란은 애통한 마음을 뒤로한 채 하고자 한 일을 행하기 시작했다.

위기에 빠진 여타의 종족들과 달리 바다의 신 세이란이 남긴 힘을 이용해 거대한 신전을 지어 올린 뒤 자신의 아이들을 봉인한 것이다.

바다의 지배자라는 말이 결코 부족하지 않을 만큼 뛰어난 지혜의 소유자이기도 했던 그는 언제가 올 그 날을 위해 자신의 아이들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모든 심상을 하나로 엮어 거대한 세상을 구현해 냈다.

이들은 그 세상 속에서 죽고 다시 부활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문명을 발전해 나갈 것이 분명했다.

실로 경이로운 존재이다.

대현자에 오른 야안이라고 해도 그와 같은 일을 해내지는 못할 터였다.

‘과연 신의 자식다운 격이라 하겠구나.’

야안은 그리 생각하며 잠시 그를 바라보다 곧 주술을 거두어들였다.

이번 그의 기억의 흔적 속에서 어떻게 그를 일깨워야 하는지 그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힘을 쓰려면 지금으로서는 본 모습이 아니면 안 되었다.

‘웅성웅성-’

당연히도 주위가 시끄러워져갔다.

피오들의 기준으로 절정의 미모를 자랑하던 이가 갑자기 괴상한 존재로 모습을 바꾸었으니 놀랄 법도 했다.

하지만 야안은 그러한 그들의 반응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채 간절한 마음을 다하며 두 손을 내밀었다.

‘소마.’

소생을 뜻하는 신성 마법인 소마를 일으킨 것인데, 현재 그로서는 일 년에 단 한 번 펼칠 수 있는 신성 마법이었으나 충분히 그 값을 하는 이적 같은 것이었다.

비록 관광지 상품으로 변해 버린 피오의 왕 파란이나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피오들은 본능적으로 깨달은 바가 있었다.

하니 어떤 짓을 하려는 저 괴상한 생물체에 피오들이 본능적으로 막아서려는 가운데 이들은 움직일 수 없었다.

‘젠’을 다루는 그들이었기에 누구보다도 신성력에 예민한 그들이었기에 야안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그 엄청난 신성력을 숨 막힐 정도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절로 꼬리를 접고 몸을 숙이는 가운데, 거대한 빛이 주위를 환하게 비추며 이적이 일어났다.

바로 태초부터 변함이 없었던 피오의 왕의 동상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최초는 빛이었으며, 다음으로는 그들에게 있어 생소할 불이었다.

심해 속에서 일어난 불인 것인데, 그것은 불이면서도 물속에 존재할 수 있는 신성의 불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 야안이 바다의 악마 베로나카를 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던 바란탄과 비슷하면서도 그보다 더 격이 높은 신의 불이라 해도 다르지 않음이다.

그 불 속에서 동상은 조금씩 그 모습이 바뀌어 갔는데, 처음에는 녹는 듯 흐물거리더니 이내 그 속에서 하얀 무언가가 모습을 들어냈다.

바로 전설에서 이야기되던 피오의 왕 파란의 특징이었던 바다의 물거품과도 같은 하얀 피부가 드러난 것으로, 3미르에 달하는 거대한 그가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야안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몸을 꼬꾸라지고 말았다.

리트담 때도 그러했듯이 소마를 펼친 대가로 보름간 죽음과 같은 무력함 속에서 잠에 빠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툭-’

쓰러지는 야안은 거대한 팔이 그를 조심스럽게 감싼다.

다름 아닌 야안으로부터 소생된 존재 피오의 왕 파란이었던 것인데, 그는 어머니의 예언이 결국 실현되었음에 격정 어린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야안이 그러했듯이 그는 다급히 다른 두 개의 손을 그의 이마와 심장에 각각 올리며 기운을 일으켰다.

‘화아아악-’

야안과는 다르지만, 그보다 격이 높은 신성력이 야안의 몸을 감싼다.

바로 의식을 잃게 되면서 야안 그가 자신에게 펼친 마법과 주술이 사라지려는 것을 보고 그를 대신할 힘을 발휘한 것이다.

“정말,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소. 신의 사자여.”

그런 그의 격정 어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안의 입가에 자리한 미소는 쉽사리 사라질 줄 모른다.

* * *

초중은 그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

그의 스승이자 주인인 야안이 사라진 뒤 많은 일이 있었다.

야안의 말을 따라 물러서지 않았다면 정말이지 큰일이 났을 만큼 바다는 거친 모습을 보였는데, 만약 야안 덕분에 주술의 실력이 올라서지 않았다면 그 위험을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을 터였다.

그렇게 만 하루가 넘는 거친 바다와 싸워 이겨낸 그들이었지만 진정한 위험은 지금부터였다.

바로 해양 몬스터들의 습격의 빈도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인데, 처음에는 초중이 따로 나서지 않아도 막을 수 있었지만, 곧 그 또한 전투에 참여해야 했다.

어떻게 된 것인지 해양 중상부에 위치한 몬스터까지 올라와 그들을 괴롭혔기 때문인데, 지난날 격전에서 일말의 깨달음의 실마리를 잡은 초중이 아니었다면 정말이지 큰일이 날 뻔했다.

하지만 그러한 위험을 벗어난 것도 잠시 다시 전보다 더 위험한 해양 몬스터가 등장하였고, 이는 초중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결국, 죽음을 기다리게 되는 가운데 초중은 야안의 말을 떠올렸다.

“위기에 처하게 된다면 주술력을 여기에 부여하라.”

그 말이 떠오른 것으로 그는 서둘러 전사의 명패에 주술력을 부었고, 이내 전사의 명패에서 강력한 빛이 일더니 이내 그 입자가 모여 하나의 존재를 만들어냈다.

신장이 오 미르에 달하며 여섯 개의 팔과 두 개의 다리가 인상적인 괴상한 존재가 나타난 것으로, 그들이 제대로 놀라기도 전에 그 존재는 바다에 뛰어들더니 이내 그들을 괴롭히던 해양 몬스터를 때려잡기 시작했다.

해양 몬스터의 크기가 10미르에 달했지만, 그보다 작은 이 전사를 어찌하지 못했다.

‘쾅, 쾅. 쾅-’

한 번의 주먹질에 엄청난 충격을 주기 시작한 것인데, 그러한 팔이 여섯이나 있었으니 그들을 그토록 곤란케 했던 해양 몬스터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렇게 해양 몬스터의 숨통을 끊은 전사는 이내 주위의 해양 몬스터들마저 다 정리한 뒤에야 배로 돌아왔다.

그때까지 어안이 벙벙한 선원들은 그 무시무시한 전사가 배 위로 올라오자 뒤로 몸을 물러서는 가운데 그들의 선장 초중만이 경의 어린 모습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정말이지. 주인님께서 어떠한 분이십니까?’

악마를 잡으러 간다고 하였을 때 그는 말리지 않은 것을 후회했으나, 이 존재로 인해 그간의 걱정이 무색하다는 것을 그는 알게 되었다.

이것이 그분께서 만든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듣도 보도 못한 신기를 자신에게 내 주는 분이라면 자신의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이라는 것은 그는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뒤부터는 더 이상 그들을 곤란케 할 일은 없었다.

전사의 등장으로 그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으며, 힘든 적의 경우 전사가 처리하였으니 어려운 일은 간혹 거친 바다의 풍랑 정도밖에 없었던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