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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39화 (339/385)

야안 339화

7. 전쟁

그렇게 ‘젠카’라는 마법을 통해 그녀가 제국에서 얻은 정보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제국의 다른 세력이 개입되지 않은 채 카이엘 제국의 황제가 직접 오크의 왕 칸과 마주하였고, 이러한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무언가 이해되지 않는군.’

젤로는 그 과정이 이해되지 않았다. 오크의 자존심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드높다.

특히나 그것은 강한 힘을 지닌 오크일수록 그런 면이 돋보이는데 그 대상이 칸이라 생각한다면 볼 것도 없었다.

하여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파악한 결과 젤로는 사형 한스가 생각한 바가 맞았음을 알았다.

“피를 각성했다?”

이 정보를 얻기 위해 제국에 투입된 인원의 3분의 1이 죽어나갔지만, 확실히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만약 이 사실을 모르고 충돌했다면 야안 제국은 자칫 희생 불가의 타격을 입었을지 모를 일이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그녀의 스승 야안 또한 목숨이 위험해졌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한 것인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당시의 정보들을 조합해 보자면 황제는 칸을 한 권의 책으로 그를 복속시켰다.

하지만 역시라고 할까?

그 자존심이 하늘에 닿은 자답게 칸은 자신보다 강하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의 칸은 초인이 최소 셋 이상은 되어야 맞수가 될 수 있음이니 상식적으로 어림도 없는 일인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황제는 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리고 결과는 놀랍게도 황제의 승리로 끝이 났다고 한다.

이후 칸은 황제를 자신의 주인으로 받아들였는데, 이 덕분에 오크들은 현재 완전히 제국의 복속이 된 상태였다.

당시 황제의 힘을 멀리서 지켜본 자가 말하기를 황제의 모습은 제국의 전설에서 나오는 카이엘 초대 황제를 보는 듯하다고 했다.

그의 검에서 흘러나오는 그 카이엘 특유의 짙은 회색빛이 세상에 모습을 보일 때면 생명을 지닌 자라면 두려움에 몸을 웅크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말은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황제가 검의 종주 자리에 올라섰다는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되지 않지만 본래 카이엘의 존재는 제국에서도 비밀투성이인 존재였다.

여하튼 이 일로 제국의 발목을 잡았던 두 가지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었다.

그들의 족쇄가 되었던 오크들은 그들의 든든한 수하가 되었으며, 전대의 황제와 황제의 형제들이 남긴 흔적들은 이제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제국 전체적으로 황제의 이름 아래 모든 권력이 집결되고 있었는데, 딴마음을 품었던 몇몇 대공들 또한 스스로 큰 재물과 군대를 황제에게 바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이 외 오크들의 힘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었다.

오크들의 발목을 잡았던 무구들을 제국이 그들의 신체의 규격에 맞춰 제작해주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만년 문제였던 식량 또한 제국의 넉넉한 살림에서 떼어 주니 오크들의 세력이 시간이 갈수록 부강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오크들이 다루는 몬스터들은 또 어떠하던가?

회색 늑대 종들은 물론, 그들이 다루는 초대형 몬스터들의 경우 전략적으로 잘 다루기만 한다면 전쟁터의 여러 가지 변수로 나아질 것이 분명했다.

“휴~ 과연 이번 전쟁 승리할 수 있을지.”

스승님이 나타났을 때만 해도 대륙을 일통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던 그녀는 지금은 그 결과를 쉽사리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 * *

야안 제국과 카이엘 제국과의 전쟁을 앞두면서 바 대륙의 정세는 어지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특히나 바 대륙에 아직 남아 있던 왕국들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을 미룰 수 없게 되었다.

두 제국의 세력이 백중세인 만큼 이 전쟁이 어떻게 끝이 나든 승리한 제국은 대륙을 통일하게 될 것이다.

하니 전쟁이 일어나기 전 그들은 카이엘 제국을 선택할지 아니면 야안 제국을 선택하여야만 했다.

바 대륙에는 7개의 공국과 3개의 왕국이 있었고, 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제국으로부터 최대한 몸값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었다.

현재 상황을 놓고 본다면 이들은 야안 제국보다는 카이엘 제국 쪽으로 몸을 돌린 상태였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골칫거리였던 오크들을 카이엘 제국이 완전히 복속시켰다는 것에 있다.

오크 문제만 해결되더라도 그들의 입장에서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이 야안 제국을 꺼리는 이유에는 바로 야안 제국의 사상 때문이다.

이들이 전쟁 전 제국에 복속하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 자신들의 이권을 최대한 지키고 싶어서인데, 야안 제국의 사상은 그들의 사상과 거리가 멀다.

신분제를 타파하는 중이라 신분보다는 그 능력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또한, 우민(愚民)을 없애는 정책을 유도하고 있으니 자칫 잘 다스려지고 있는 자신들의 백성이 물들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들은 카이엘 제국에서 오크들을 복속시켰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무섭게 그들의 밑으로 들어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적이었을 때 그 무엇보다 무시무시했던 상대인 오크들이 같은 편이 되었으니 아무리 기세등등하게 성장하고 있는 야안 제국이라고 해도 어려울 것으로 본 것이다.

그렇게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실로 오랜만에 야안 제국에 희소식이 들려왔다.

‘지이이이잉-’

천지를 갈라버리는 듯한 거대한 빛 기둥이 일어서는가 싶더니 이내 기묘한 공명음을 남기며 사라진다.

그리고 8개월 전 사라졌던 야안 제국을 대표하던 천 명의 인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지난 8개월의 시간이 결코, 쉽지 않았던 모양인지 그들 하나하나의 몰골이 좋지 못했다.

입고 있던 옷들이 걸레짝이 된 것은 물론이며, 자신의 무구들이 그 형태도 알 수 없게 부서진 이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쉽사리 볼 수 없는 것은 겨우 8개월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볼 수 없을 만큼 성장한 그들의 기량이었다.

저마다 오랫동안 자신을 막아서던 한계를 돌파한 것인데, 고르고 골랐던 인재들인 만큼 그들의 성장은 야안 제국의 국력에 엄청난 상승을 불러들였다.

이번에 탄생 된 초인의 숫자만 네 명이나 된 것으로, 이 일로 야안 제국은 총 11명이라는 경이적인 초인을 보유하게 되었다.

특히나 야안의 제자로서 그 놀라운 기량을 보였던 제코가 상급 정령 익스퍼드에 올라선 것은 안 그래도 강력했던 야안 제국에게 있어 큰 축복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외 상급 익스퍼드 급의 강자들이 200명이나 탄생했고, 상급 비기너 급의 강자들은 500명라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올라갈수록 그 한 단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모르는 바가 아닐 터이니 이번 전쟁에서 그들의 활약은 실로 대단할 터였다.

그리고 그 놀라운 일을 해낸 야안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심상치 않은 제국의 기운을 알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역시라고 할까? 스승님께서는 이적을 행하셨구나.’

카이엘 제국의 그 이해되지 않는 현상 속에서 앞으로의 전쟁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하던 한스에게 있어 야안이 안겨 준 이 이 선물은 이적과도 다르지 않았다.

그 스스로 초인의 벽을 넘기를 포기하였던 제자 엘룬도 1년도 안 되는 시간 속에 벽을 넘어서게 하였으니 어찌 이를 이적이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더구나 그 엄청난 전력의 상승이라니.

이만한 전력이라면 충분히 오크들과 제국의 합격에도 해볼 만한 전력이라 하겠다.

그리 생각하던 한스는 갑자기 집무실의 공기가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때문으로, 과연이라 할지 환한 빛이 일렁이더니 이내 야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딘가 초췌한 모습을 보이는 스승님에 한스는 놀라 다가가 걱정하였는데, 그제야 야안은 스스로 몰골을 알고는 피식 웃으며 스스로 리젠을 펼쳤다.

이내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어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야안에 한스는 잠시 고개를 젓다 현 대륙의 상황에 대해 묻는 스승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야안은 역시나 심상치 않은 그 현상을 걱정하는 듯 찌푸려진 그의 미간은 쉽사리 펴지지 않았다.

한참의 침묵이 있은 뒤에야 야안이 무겁게 말을 꺼낸다.

“어쩌면 카이엘 그자는 악마 베델의 힘을 얻은 자인지 모르겠구나.”

한스는 갑자기 악마를 이야기하는 스승에 놀라 크게 눈을 껌뻑이다 다급히 묻는다.

“악마라니요? 카이엘 그가 인간이 아니었단 말입니까?”

난데없는 악마의 이야기에 혼란스러운 하는 제자에 야안이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 말을 이었다.

“현자의 탑에서 나는 선대 전설의 현자들의 전쟁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분들께서 싸웠던 수많은 악마 중 여러 면에서 까다로웠던 존재는 바로 이 악마 베델이었지.”

그러며 악마 베델에 말하기 시작하는데 한스는 야안의 그 이야기에 실로 답답한 듯 고개를 저어댈 수밖에 없었다.

악마 베델은 전설의 현자 자이웅이 있던 시절 죽음의 지배자가 인간들을 상대하기 만든 기생형 악마였다.

베델은 하나이나 하나가 아닌 악마였다.

또한 기생형이라는 말이 맞는 만큼 이 악마는 홀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 치명적인 대가를 치르게 하는 힘이 그에게 있었다.

바로 재물을 통해 인간과 계약하여 자신을 분열해 그 인간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것이다.

인간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전설의 현자를 통해 뼈저리게 느낀 죽음의 지배자는 이것을 역이용할 발상을 한 것인데, 생각보다 큰 효과가 있었다.

인간들은 그 어느 종족보다 무리를 이루고 계급을 나누는 것을 보편화한다.

당연히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일수록 그 종족을 이끄는 것은 당연한데, 달리 말하자면 베델의 숙주가 된 인간은 그들의 지도자가 되어 큰 혼란을 야기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다행히 1,000년 전 고대 시절에 나타나지는 않았으나, 어떻게 된 것인지 카이엘 제국의 초대 황제 카이엘은 이 베델과 접촉하게 되었고, 그로서 큰 힘을 얻게 된 모양이었다.

이후 카이엘이 남긴 피를 통해 베델과 계속적으로 거래를 하던 카이엘 제국은 무언가의 개입으로 베델과의 계약이 새롭게 갱신되었던 모양이었다.

야안 또한 지금의 칸을 죽이지 않고 제압하였다는 것에서 카이엘 제국의 황제가 검의 종주에 올라섰다고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또 악마로구나.”

죽음의 지배자의 흔적들은 언제나 그러했지만 무섭기 짝이 없다 생각하던 야안은 긴 한숨을 흘리며 말했다.

“베델이 홀로 계약을 갱신하였을 리 없다. 아마 또 다른 악마가 개입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냉정하게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며 말하는 야안에 한스는 현재 수정되고 있는 전쟁 계획들을 다시 재검토해야 할 것임을 알았다.

“이럴 때 유피테르 그가 다시 모습을 보인다면 좋을 것인데.”

이미 한 차례 바다의 악마와 싸워 이긴 경험이 있던 야안인 만큼 악마 한 마리라면 어려울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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