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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40화 (340/385)

야안 340화

하지만 악마가 둘이라면 그 승부의 방향은 어려워진다.

플로메티아라는 기물이 있으니만큼 최소한 패하지는 않을 자신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피테르가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유피테르의 힘은 철저하다 할 만큼 악마와 상극의 힘이었고, 그의 견제가 있다면 악마가 둘이라 해도 충분히 멸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현명한 왕 유피테르가 아무 이유 없이 사라질 리 없으니 이에 대해 불편할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아리스 님께서 지켜 봐 주시기를 바래야겠지.”

초탈한 듯한 스승의 말에 한스 또한 그러기를 바라며 주신 아리스에게 부디 승리를 가져다주기를 빌고 또 빌었다.

희소식이라고 할까?

그간 바 대륙에서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있던 저주받은 숲에서 복속의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런 그들의 대표자로 붉은 눈 부족의 왕자와 하얀 까마귀의 부족의 족장이 함께 찾아왔는데, 야안은 그들이 누구인지를 알고 몹시도 반겼다.

붉은 눈 부족의 왕자는 그의 오래 된 친우인 라진의 아들이었으며 현 하얀 까마귀의 부족의 족장 또한 잠깐이지만 안면이 있던 사이었기 때문이다.

하얀 까마귀 족장은 긴 세월이 지났음에도 변함이 없는 야안에 놀람을 금치 못했고, 붉은 눈 부족의 왕자 텐은 이분이 그 아버지가 존경하던 위대한 분이라는 것을 알자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만나는군. 파로 족장.”

하얀 까마귀 족장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는 야안에 감격한 모습을 보였다.

“짧은 인연이었음에도 이리 기억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덕분에 하얀 까마귀 부족은 편안한 나날을 보내었나이다.”

그러한 하얀 까마귀 족장의 말에 야안은 그 아득한 옛날을 회상하였다.

악마를 잡기 위해 나섰던 첫걸음이었고, 이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터였다.

저주받은 숲은 야안 제국의 국경과 겹친 곳에 위치해 있었으나, 이곳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했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괴상한 곳인데다, 무엇보다 이곳에서의 몬스터는 상대하기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야안 제국이 자랑하는 정보 단체도 이곳에 대한 정보는 간접적인 것이 주였는데, 이제 동맹을 맺게 되면서 이 저주받은 숲에 대한 정보를 확연하게 알게 되었다.

당연히 몇몇 야안에게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이를 제외하고는 저주받은 숲에 대해 알게 되면서 놀라 하는 모습이 주를 이루었다.

야만스러울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들의 문화는 전반적으로 뛰어났기 때문인데다, 무엇보다 그 사상은 어떤 면에서 안정적인 면이 많았다.

더구나 가장 놀라운 것은 그들이 보유한 무력의 수준이었다.

야안이 나타나기 전에도 그들은 대단한 수준의 무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의 등장 이후 저주받은 숲의 부족들은 전반적으로 무력을 키우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야안이 말이 다르지 않다면 앞으로 대륙에 상상을 초월할 위험이 다가올 것이라는 말인데, 이대로 정체된다는 것은 큰 위험을 보고도 손을 놓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서였다.

우선적으로 부족들은 좀 더 명확하다 싶을 정도로 통일성을 갖추었다.

붉은 눈 부족을 중심으로 칠대 부족들이 나서 뭉쳤으며 그들 칠대 부족들은 자신의 관할 아래 있는 소수부족들을 다시 뭉쳐 하나로 만들었다.

여타의 왕국들이 그러했듯이 영지라는 개념을 주어 국가의 소속을 상기한 것인데, 겉으로는 크게 변한 것은 없어 보였으나 사실 사상의 변화는 가장 큰 것이었다.

이후 국가라는 개념 아래에서 부족한 것과 많은 것을 서로 교환하였으며, 신분을 가리지 않고 각 뛰어난 인재들은 붉은 눈 왕실에 모여 뛰어난 지도자 아래에서 그 역량을 키워나갔다.

그렇게 50여 년의 시간이 지났고, 저주받은 숲에는 붉은 눈 왕국의 왕 라진을 중심으로 총 다섯 명의 초인이 탄생하였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듯이 인재들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몇몇 초인들이 탄생한 것인데, 그중 하나가 바로 왕자 텐을 보필하며 온 파로 족장이었다.

공식 명칭은 하얀 까마귀 공작이었으나 옛 그리운 추억 때문인지 그는 족장으로 불리기를 좋아했다.

소드 마스터인 그는 저주받은 숲에서의 검술의 특징답게 대단히 실전적이다.

어떻게 보면 야비하다거나 치사하다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생사의 갈림길 사이에서 그러한 것 따위는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파로 족장은 만나기를 고대했던 야안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기를 원했다.

사실 저주받은 숲에서 초인인 그를 보낸 것에는 그들 자신의 힘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몇몇 제국에 복속되는 것을 불만인 이들에게 야안 제국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야안은 실로 오랜만에 드는 검에 기쁜 듯 입가에 긴 호선이 그어진다.

‘휘이이이익-’

하나 그도 잠시 이내 변칙적인 타이밍에서 검을 펼치는 파로 족장의 검이 그를 노렸고, 그에 야안의 검이 그의 검 끝을 향해 나아가더니 기묘한 움직임과 함께 그의 기세를 거짓말처럼 사그라지게 했다.

기습적이라 할 수 있는 자신의 공격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리는 야안에 파로 족장은 얼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야안의 제자이자 그의 심정을 짐작한 테리 공작은 그런 파로 족장의 얼굴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충고를 하였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는 게 좋을 것이네. 후회가 없으려면.”

파로 족장은 테리 공작의 충고 어린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든 전력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유형의 무학인 검강이 10미터에 달 할 만큼 뽑아내기 시작한 것으로 이로써 그의 검의 구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천재지변과도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역시나 저주받은 숲의 초인답구나.’

테리는 파로 족장이 보인 검강에 잠시 말문을 잃었다.

스승인 야안에게서 들어 저주받은 숲의 초인은 그 생활 터전의 환경 때문에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고 알고 있었으나 이 정도일 줄은 그는 알지 못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초인에 올라선 지 10년이 다 되어갔으며 여전히 끊임없는 노력을 퍼붓는 테리였지만 파로 족장의 검을 본 그는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며 채찍질을 하였다.

실제로 파로 족장이 보인 검강은 매서웠다.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강기의 흐름이 담긴 파로 족장의 검의 구는 빈틈이 없어 야안 또한 본격적으로 검을 다루어야 했기 때문이다.

뇌전검법을 펼치기 시작한 것으로, 확실히 방어를 위주로 했던 전과 달리 공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그 단단하고 매서웠던 파로 족장의 검의 구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콰가가강. 콰가강-’

만약을 위해 야안이 대현자 급의 대마법을 펼친 연무장이 아니었다면 황성은 그 둘의 공격의 여파에 반파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본격적으로 뇌전 검법을 펼친 지 20초식이 넘어갔을 때쯤 파로 족장의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했고, 다시 10초식이 넘어갈 때쯤 그 복구되어가던 파로 족장의 검의 구의 재생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50초식에 다다랐을 때는 더 이상 검을 들 힘도 없던지 검을 내려놓고 말았는데, 그에 맞추어 야안 또한 자신의 기세를 거두어들였다.

‘쿠우웅-’

요란한 소리를 내며 뒤로 몸을 누운 파로 족장은 힘겨워하면서도 즐거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하아. 하아.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힘은 보이지 않은 채 오직 검 하나만으로 자신을 이처럼 압도한 야안에 그는 그저 놀랍고 경이로울 따름인데, 특히나 파로 족장의 강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붉은 눈 왕실의 왕자 텐의 놀라움은 매우 컸다.

“정말 나는 우물 안에 있었구나. 세상은 넓다.”

텐은 자신에게 세상이 넓음을 알려 준 야안에게 목례를 보이며 감사를 표했고, 야안은 그러한 친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몇 개의 소국을 빼고 바 대륙의 세력들이 카이엘 제국에 복속된 가운데 저주받은 숲에서 일어난 붉은 눈 왕국이 야안 제국에 복속되었다는 말에 야안 제국의 사람들은 큰 안도와 환호를 보였다.

나라에서 발표하기를 다섯 명의 초인이 있는 붉은 눈 왕국이 야안 제국에 붙었으니만큼 승리는 따 놓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제 야안 제국의 주 전력인 초인이 16명이나 되는 것이니 만약 전의 카이엘 제국이었다면 압승하였을 터였다.

하지만 워낙 수많은 대군과 카이엘 제국에 의해 무장된 오크라는 변수는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방도가 없었다.

그렇게 불안함과 기대를 앞둔 전쟁은 붉은 눈 왕국이 복속된 지 두 달이 지났을 무렵 시작되었다.

‘쿠오오옹-’

거대한 코를 채찍처럼 쓰는 10 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괴물들이 모습을 보이며 진형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도칸이 다룰 수 있는 코로우라는 초대형 괴물로 워낙 마항력은 물론 기본적으로 그 피부가 두꺼워 단창으로도 쉽사리 피해를 주기 어렵다.

‘으아아아악-’

코가 움직일 때마다 무장한 병사들이 방패째로 날아가는데 그 모습이 매우 위협적이기 그지없으나 병사들은 버티고 또 버텼다.

이대로 진형이 완전히 밀려버린다면 저 치열한 접전 중인 오크 전사들에게 몰살당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버텨. 버텨.”

조장들과 선임 병사들의 독려 속에서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가운데 무언가 그들의 머리 위로 누군가 날아오르듯 지나쳐갔다.

나타난 이는 피부와 눈, 복식부터가 다른 자들인데 다름 아닌 저주받은 숲의 대전사들이었다.

“하하하. 용감한 자들이로군. 늦게 도착해서 미안하다.”

그들 중 대표로 보이는 대전사가 그리 외치며 코로우를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상급 익스퍼트에서도 끝자락에 올라선 듯 그의 검은 매섭기 그지없어 순식간에 그 어마어마한 코로우의 방어를 깨버리며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힘도 얼마나 강한지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엄청난 체격을 지닌 코로우의 몸이 주춤 거리는 것이 느껴졌는데, 확실히 상급 익스퍼트에 올라선 자답게 코로우를 주살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쿠우우웅-’

요란한 먼지구름을 만들어 내며 코로우가 색색거리며 거친 숨을 토해내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병사들이 달려들어 코로우의 마지막 숨을 끊어버린다.

그러한 현상은 이곳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는데, 그들의 등장 덕분인지 점차 전장의 흐름은 야안 제국 쪽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초인에 올라선 뒤 9구역 중 동북 지역의 총사령관으로 올라서게 된 제로스 후작은 특별한 마법을 준비 중이었다.

아직 초인에 올라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된 초인의 위용을 보이지 못하지만, 마정석과 함께라면 얼마든지 고위 익스퍼트 현자급의 마법을 쉽사리 펼치는 게 가능했다.

“사라져라. 사악한 것들아!”

그가 펼치는 마법은 부정한 존재에게 치명적인 효과가 있는 고대의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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