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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44화 (344/385)

야안 344화

그런 그에 리트담이 다시금 말을 꺼낸다.

“자네는 야안 님이 어디에 계시는지 알고 있는가?”

포프 백작은 갑자기 야안을 이야기하는 이 정신이 나간 것 같은 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당장에라도 미친 소리를 하는 이 자를 강경하게 대항하고 싶었지만, 리트담이 격이 다른 강자임을 아는 포프 백작으로서는 그러한 속마음을 내뱉지 못했다.

그나마도 최소한 상대가 카이엘 제국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서 그는 안도를 느끼는 것이 고작이다.

자극해서 좋을 것 없다 판단한 포프 백작은 리트담의 물음에 답했다.

“그분에 대해서 어찌 물으십니까?”

포프 백작의 대답에 리트담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기묘해서 그러네. 분명 이 세상에 있는 듯하면서도 아니니. 어찌 된 영문이 알기 어렵군.”

포프 백작은 리트담의 말이 점점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이미 그가 정신에 문제가 있는 이로 판단했던 터라 따로 궁금증을 보이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포프 백작은 어차피 말해도 알 수 없는 곳에 있는 야안의 위치에 대해 선선히 대답해주었다.

“그분께서는 현자의 탑에 계실 것입니다.”

현자의 탑이라는 말에 리트담이 궁금증을 보였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현자의 탑이기에 나의 관조에서 벗어난 것인가?”

리트담의 이해되지 않는 그 말에 포프 백작은 낮은 한숨을 흘리며 답했다.

“후~ 현자의 탑은 물질이나 물질이 아닌 곳입니다. 또 다른 세상이라 할 수 있지요.”

한 때 그곳에서 머물며 스스로 벽을 넘어선 포프 백작의 말에 리트담이 절로 고개를 저어댔다.

“이해하기 어렵군. 미안하지만 잠시 실례하겠네.”

그러며 발을 떼는데 어느새 리트담의 몸은 포프 백작의 한 걸음 앞까지 다가와 있었고, 거리를 내 준 포프 백작이 검을 빼어내려는 순간 그는 멈추고 말았다.

이미 리트담의 손이 포프 백작의 미간에 손을 올린 뒤인 것으로 그의 의식은 이미 리트담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다.

그 수많은 정보의 바다에서 리트담은 주술을 통해 정보를 빼내었다.

어떻게 카이엘 제국과 야안 제국이 싸우게 된 것인지부터 시작하여 어째서 야안이 이 전쟁에서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것인지 그는 대략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악마에 대해서는 포프 백작도 알지 못했지만, 이미 악마들과 그 타락된 자들과 싸웠던 그가 상황을 유추하지 못한 것을 없었다.

“야안 님께서 대현자에 오르셨다면 황제가 검의 종주에 올라섰다고 해도 막지 못할 이유는 없겠지. 그렇다면 최소한 한 마리 이상의 악마가 그를 돕고 있다는 것인데.”

야안과 계약한 모든 정령의 왕인 유피테르에 대해 알고 있는 리트담으로서는 어쩌면 이 일에 관련된 악마가 두 마리 이상일지도 모른다 판단했다.

“그나저나 가장 큰 변수는 다른 시간에 야안 님께서 도착하셨다는 거겠지.”

과거로 회귀한 것에 대해 세상의 인과가 적용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리트담은 잠시 그런 생각을 하더니 이내 포프 백작과 여러 가지로 이야기할 것이 많음을 알았다.

무엇보다 시급한 이곳의 7전장을 정리하려면 그들 7인의 강자들을 만나야 했다.

다음 날.

이른 새벽부터 기습적으로 쳐들어온 오크들이었으나 예상 외로 야안 제국에서는 그런 기습에 대한 것에 빠르게 수습했다.

이는 다른 때와 달리 7인의 강자들이 적극적으로 전쟁에 나섰기 때문인데, 이러한 그들에 대해 병사들은 기뻐했으나 무장들은 우려를 보였다.

이것이 오크들이 노리는 수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7인의 강자들이 나서야 할 때는 호도칸이 모습을 보여야 할 때였다.

호도칸들과 7인의 강자들의 실력은 백중지세였으니, 그전에 이렇게 힘을 빼 버린다면 당연히 7인의 강자들이 패배하는 것은 뻔할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그들의 우려를 종식 시킬 일이 벌어졌다.

바로 7인의 강자들과 함께 있던 존재들.

전신을 철로 된 갑옷으로 도배한 자들 때문으로, 이들은 호도칸들이 모습을 보이기 무섭게 몸을 날렸다.

포프 백작의 옆에 있던 2미르 가량의 거대한 체격을 지닌 철거인은 그 높은 성에서 가볍게 뛰어내리더니 이해되지 않는 미증유의 힘으로 주위의 오크들 사이를 헤집어 다니기 시작했다.

부딪히기 무섭게 오크들이 터져나가는 데 아무리 전장의 광기에 미쳐 있던 오크들이라도 묵묵히 자신들을 죽여대는 철거인에 겁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콰아아앙-’

결국, 상급 익스퍼트에 달하는 절정의 검기를 뿌리며 자신을 노리는 호도칸을 만나게 되었는데 철거인은 그러한 호도칸의 공격을 맨주먹으로 막아내더니 이내 타격을 가했다.

만약 호도칸이 아니었다면 그 공격에 몸이 터져나갈 것이 분명한 힘이었는데, 역시나 다시 재차 공격을 가하는 이 철거인을 호도칸은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어깨가 부서지고 허리가 분질러 지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머리가 과일처럼 터져나갔다.

‘우우우웅-’

요란한 진공음 소리가 일으키던 철거인은 몸에서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며 자신을 노리는 오크 주술사를 향해 불을 뿜어내었는데, 그 불길이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 그 중간에 있던 오크들을 잡아먹은 뒤에도 한참을 뻗어 나가 결국 오크 주술사를 먹어치우고야 말았다.

이러한 철거인의 활약은 이곳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바로 일곱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었으며, 당연히도 강력한 지도자들을 잃은 오크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어났다.

그나마도 그간 잘 정비하며 주시한 군율 때문에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지만,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코, 지친 기색 없이 오크들을 두들겨 패는 철거인들에 이들의 군율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7인의 강자들은 그러한 전장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였고, 동시에 기세가 오른 병력을 이끌고 그들을 몰아가기 시작했다.

길고 길었던 수모의 시간을 되갚아 줄 때가 온 것이다.

엄청난 검기를 뿌려대며 호후도칸들을 하나둘씩 정리하던 포프 백작은 저 멀리 오크들을 학살하고 있는 철거인들을 보며 리트담에 경의를 보였다.

“지금 보니 도칸 급의 무력을 지닌 존재로구나. 도대체 이러한 존재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어 주다니.”

마치 자신에게 별다른 부담이 없다는 듯 내어주는 리트담의 모습인지라 그저 감탄을 하는 가운데 그는 마치 야안 님을 보는 듯한 반신의 힘을 보여주던 그를 상기하며 중얼거렸다.

“지금쯤이면 1전장에 도착하였을지도 모르겠구나.”

말 없는 마차를 타고 쉬지 않고 간다고 해도 꼬박 이틀을 가야 할 먼 거리였지만 그는 당연히 리트담이 지금 도착하였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철거인 만큼이나 기괴했던 신수를 만들어 타고 날아가던 것을 생각한다면 결코 그의 생각은 과한 것은 아닐 터였다.

겨우 버티는 수준의 7전장, 2전장과 달리 1전장은 호각지세를 보이고 있었다.

제국에서 무려 다섯 명의 초인을 비롯해 수많은 강자를 지원한 전장이었지만 오크 측에서도 칸과 도칸 등 그들의 주 전력이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두 전력이 부딪히면서 생긴 여파는 엄청났다.

상급 익스퍼트 수준의 강자들이 호도칸들과 부딪히면서 생긴 여파도 대단했지만, 그보다 무시무시한 것은 칸과 초인들의 전투였다.

현 야안 제국에서 그 서열로 따진다면 선두를 다투는 다섯 강자의 힘과 그에 맞서 쉽사리 물러섬이 없는 칸의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더구나 도칸들이 그런 칸을 받쳐주니 이곳 전투가 호전되기란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 서로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섣불리 힘을 빼기도 모험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칸은 아쉬울 일이 없었다.

이미 황제에게서 그 정도만 해 주어도 충분하다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장 우세를 보이고 있는 2전장의 레필 공작이 승리한다면 자연 1전장이 우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한 것인데, 이 때문에 야안 제국에서는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었다.

‘콰가가강-’

엄청난 화염이 터지며 수많은 강기의 파편들이 대기를 무겁게 일렁거리는 가운데, 그러한 모든 공격을 오직 힘으로 제압하는 칸이 껄껄 웃음을 흘린다.

“점점 조급해 가는구나.”

칸 답게 오크보다는 인간에 가깝게 말을 꺼내는 그의 모습은 참으로 괴이한 것이었다.

마치 가면을 쓴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인데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자이한이 눈에서 불꽃이 터지는 듯하더니 이내 인지의 술로 칸을 속박해 나갔다.

그 뒤를 이어 한스 또한 야안에게서 전수받은 마법으로 그를 속박해 갔으나, 그 결과는 좋지 못했다.

큰 주술사 때문으로 이 주술사가 매번 그런 그들의 속박의 힘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 방해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칸은 그 정도의 도움으로도 그들의 속박을 깨뜨리기에 충분한 강자였다.

“빌어먹을! 도대체 얼마나 괴물인 건지.”

바람의 정령사 케들러는 이번에도 속박이 깨어지는 것을 보며 절로 터져 나온 욕지거리를 막을 수 없었다.

처음 다섯이나 되는 초인이 상대를 해야 한다는 한스의 말에 자존심이 상했었건만 지금 보니, 한스의 판단은 정확했다.

테리 공작은 그런 케들러에게 눈짓을 보였고, 이내 케들러는 잠시간의 공백을 보여주는 틈을 노리는 테리 공작에게 정령을 붙여 그를 보호했다.

이글거리는 그의 강기가 칸을 노리는 가운데, 다시 한스가 마법을 펼치었으며 자이한이 불과 바람의 술을 동시에 일으켰다.

‘쿠르르릉-’

하지만 이번에도 칸은 기어이 그들의 합공을 막아내고야 말았다.

물론 부상이 있기는 했으나, 칸 특유의 엄청난 재생력은 트롤 따위는 오래전에 뛰어넘은 것으로 사실 부상의 의미는 없었다.

대신 그만큼의 체력이 소모될 뿐인데, 그 정도야 칸의 엄청난 체력을 생각한다면 사실 큰 부담도 아니었다.

이렇게 공격에 성공해도 맥없어지니 자연히 힘이 빠질 수밖에 없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은 초인들이었다.

그 힘만큼이나 강력한 정신력을 무장한 자들인 만큼 그들은 그 허무함에 쉽사리 무너지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이렇게 전장이 마무리되는 것인가?’

한스는 도무지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칸과 도칸들을 바라보며 그 답답함을 쉽사리 토해낼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현 황제까지 나서야 할 판이다.

레필 공작이 2전장을 무너뜨린다면 그러한 부담을 안고 가지 않고서는 답이 없었다.

그렇게 석양이 져 가는 것을 보며 오늘의 전장을 살피는 가운데, 그가 그토록 바라던 변수가 생겼다.

저 멀리 하늘에서 초인에 오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엄청난 기운의 파장이 일어난 것인데, 그들 중 가장 놀란 이는 다름 아닌 자이한이었다.

“이…….이건.”

그 기운의 파장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이한은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주술력이 그 힘의 정체였고, 그 수준은 위대한 주술사의 경지에 오른 자신도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위대한 것이었다.

‘쿠우우우웅-’

그가 꿈에서도 꾸지 못하는 그런 한 성질의 주술력인 것인데, 곧 그 기운을 일으키는 존재가 요란한 충격음을 일으키며 전투의 중심에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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