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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50화 (350/385)

야안 350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야안 제국이 카이엘 제국을 흡수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생각보다 거친 반발이 있었다.

전력 면에서부터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벌어졌으나 귀족층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저항하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제국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반발이 한풀 꺾인 일이 생겼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카이엘 제국의 초인 바람의 현자 귀순이 그것이다.

그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재기를 꿈꾸려던 이들은 좌절하게 된 것인데, 이 때문에 그들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댔으며 결국 무너져내렸다.

그렇게 수많은 기득권층의 피가 대륙에 뿌려졌다.

야안은 이를 안타깝게 여겼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누가 옳고 그른 것이었다면 모를까? 사상은 그른 것이 아닌 다른 것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결코 공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자신들을 지배하던 기득권층들이 헛되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며 카이엘 제국의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버렸다.

귀족들의 목숨을 저처럼 쉽게 여기는 데 하물며 그보다 천한 자신들을 어떻게 다룰지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일부 악덕 적인 일로 부를 축적하던 부호들을 단호히 징벌할 뿐 그들을 상대로 무엇을 하려는 움직임은 이들에게 없었다.

오히려 무리한 전쟁의 발생으로 피폐해진 그들의 살림에 도움을 주었는데, 이외에도 교육부가 곳곳에 생겨나면서 그 신분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그 교육을 받게 하였다.

일상에 도움이 되는 간단한 학문부터 시작하여 야안 제국이 추구하는 사상의 자유를 그들에게 주입시키는 것인데, 확실히 어린아이들의 경우 쉽사리 받아들였지만 이미 굳어진 그들의 사상을 깨뜨리는 것은 어렵게 진행되고 있었다.

‘스스로 변하도록 유도하라.’

그것이 상부의 지시였고, 이에 강제적이지 않은 사상의 교육으로 인해 교육부들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나의 나라를 통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오랫동안 대륙의 반을 차지한 제국의 경우는 더욱 그러했다.

엄청난 재물이 소모되는 일이었는데, 이에 대해 각오하였던 한스였지만 생각보다 이 일은 쉽사리 해결되었다.

제국의 기득권층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축적해 온 실로 엄청난 재산을 흡수하였기 때문인데, 오히려 통합하는 비용을 제외하고도 상당 액수가 남을 정도였다.

한스는 나라가 커질수록 통제하기 어려워짐을 잘 알기에 이 금력을 이용해 해결책을 내고자 했다.

각 지역에 수정구를 비롯해 기차라고 명한 마차를 대륙 전역에 까는 것을 요청한 것이다.

황제는 한스의 그러한 요청을 받아들이었으며 이후 바 대륙은 유례없는 엄청난 공사가 시작되었다.

많은 인력이 필요한 작업이었기에, 전쟁에 피폐해져 살 길이 막막했던 카이엘 제국의 백성들은 누가 할 것도 없이 이 공사에 투입되었다.

그 보수나 대우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를 이용해 야안 제국의 사상이 널리 알려지기도 하였다.

그렇게 바 대륙이 통일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쟁의 중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야안과 리트담은 그런 그들과는 상관없는 공간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정확히는 태초의 공간에 소환된 현자의 탑에 머물고 있는 것인데, 그들은 이곳에서 수련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리트담은 야안에게 자신이 완성한 새로운 체계의 주술을 알려주었으며, 야안은 그에게 부탁받은 대로 자이웅이 주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심상의 변화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리트담이 완성한 주술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모호하기까지 한 주술의 사상들을 세세하게 정립하여 하나로 통합하였으며, 수련의 방식의 효율적으로 바꾸었다.

어떻게 보면 선택된 자만이 수련이 가능했던 마법과도 다르지 않았던 주술을 노력을 기울이면 어느 정도 그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검과 같은 형태로 바꾼 것이다.

전설의 현자들과 달리 이 주술 하나에 두 생을 받친 천재가 이룬 업적답게 그가 만든 주술은 검보다도 더 뛰어난 결과물을 얻는 것이 가능하였다.

물론 올라갈수록 지난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에서 주술은 이제 사람들의 기피대상이 될 수 없었다.

야안은 리트담의 주술의 장점을 한눈에 알아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이제 대륙에 새로운 바람이 불겠구나.’

그 재능을 중시하는 사상이 지닌 야안 제국이었으니만큼 마법보다 자유로운 면이 있는 주술의 특성상 많은 이들이 이를 배우려 할 것이다.

주술의 끝을 보기 위해 리트담은 자신의 주술의 체계를 처음부터 뒤엎어 버렸다. 황가의 주술과 자신의 주술을 온전히 하나로 합하기 위해서는 그 시작점에서 같아야 함을 깨달은 것이다.

이 때문에 야안 또한 그의 주술을 배우기 위해 처음부터 주술의 체제를 다시 쌓아 올라가야만 했다.

이는 설사 초인이라고 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다행히도 그는 대현자에 오른 자였으며 또한 그를 가르치는 이가 리트담이었다.

마법의 길에서 그 끝을 본 야안이었기에 리트담은 야안에게 인진의 술을 펼치는 것이 가능했다.

덕분에 야안은 리트담의 인도 아래 40배에 달하는 인지의 술을 펼치었고, 그로서 그는 시간을 크게 앞당기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렇게 야안이 수행을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되는 날이었는데, 그의 시간으로 친다면 1,200일이었다.

1,200일이나 되는 시간 동안 주술에 전심한 것이었으니 리트담이 만들어낸 그의 주술을 야안은 기어코 위대한 주술사의 경지까지 끌어올리고야 말았다.

“정말 무시무시한 것을 만들어내었군.”

야안은 위대한 주술사의 경지에 오른 뒤에야 리트담이 만들어 낸 주술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었다.

예전의 그의 주술도 대단히 뛰어난 것이었으나 그 효율성과 위력에 있어 리트담의 주술과 비교할 수 없었다.

예전의 그의 주술이 1의 힘으로 1을 만들었다면 현 리트담의 주술은 1의 힘으로 3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했으니 말이다.

물론, 이는 위대한 주술사의 경지에 올랐을 때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리트담의 주술은 사실 상식의 선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위대한 주술사의 경지에서도 이러한데 탈인의 경지는 말 할 것도 없었다.

아마 경천동지(驚天動地)한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을 터였다.

하기야 그러한 주술이었으니 당시 그 미진했던 주술력으로 그 존재를 상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완성된 이 주술의 힘은 죽음의 지배자 그와의 싸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리 생각한 가운데 야안은 더 이상 주술에 대해서 더 이상의 발전이 없음을 알았다.

아직 리트담이 야안에게 펼친 주술의 시간이 열흘이 남아 있었고 당연히도 야안은 그 시간을 다른 공부에 전념하도록 결정했다.

마법이나 검에 그 시간을 투자해도 좋지만 야안은 그보다 과감하게 ‘젠’에 그 시간을 투자하기로 하였다.

신화시대에 존재하였던 ‘젠’이라는 학문은 파고들수록 경이로운 것이었다.

지난날, 유피테르를 만나기 위해 벌인 그 놀라운 일처럼 이 힘은 한계가 없었다.

어찌 보면 주술과도 비슷한 공부이기도 했으나, 그 힘의 성질이 달랐다.

주술은 인간의 의지를 극으로 다루어 자신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라면 ‘젠’은 신성력을 완전히 통제하여 그것을 극에 달하도록 활용하는 학문이다.

격으로 따진다면 ‘젠’이 더 고차원적일 수 있는데 다만 애초 신성력은 자신의 것이 아니기에 그 힘의 크기에 있어 주술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바다의 신 세이란의 아들이며 또 다른 신격을 이룬 존재 피오의 왕 파란 정도가 아니면 ‘젠’의 그 힘의 놀라운 가능성을 뽑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야안은 피오의 왕 파란의 힘을 눈앞에서 직접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경이 그 자체였다.

마기에 오염되어 몬스터화가 되어가는 바다의 생명체들을 정화한 것인데, 그 넓은 바다를 뒤덮던 그 빛이 파란의 힘의 흔적이었다.

그야말로 대현자의 그것과 비교하여도 그 격이 다른 힘이었는데, 인간에게 있어 가장 취약한 부분인 바다는 그의 존재만으로도 해결이 될 정도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파란 님께서는 지금 준비가 잘 진행되고 있을까?’

피오들은 실로 오랜 시간을 봉인 되어져 왔었다.

그리고 이제 왕의 귀환으로 그들은 저마다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금 찾아갈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피오들은 왕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일어나고 있는 혼란을 수습하고 있었는데, 야안은 적어도 피오들이 다시 바다에 모습을 보이려면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았다.

현재 야안이 다루고 있는 ‘젠’은 파란의 것이 아닌 피오들이 발전시킨 것이었다.

바다의 신으로부터 직접 그 신성력을 나누어 받은 파란의 ‘젠’의 성질이 너무 독특하기 때문에 이방인이라 할 수 있는 야안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야안이 다룰 수 있는 ‘젠’의 수준은 초급 신자의 리젠 정도의 힘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야안은 이적과도 같은 일을 벌일 수 있었는데, 만약 자신의 모든 신성력을 단번에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아마도 그 위력만을 따진다면 초마법 못지않을 것이 분명했다.

하니 야안이 ‘젠’을 눈여겨보는 것은 당연했다.

다행이라 할지 야안은 그의 인벤토리를 통해 ‘큐 젠’을 가져올 수 있었는데, 다만 그것을 쓸 수 있는 곳은 현자의 탑과 같은 곳에서만 가능했다.

같은 심상의 공간이었기에 이루어지는 현상이었다.

인벤토리에서 꺼낸 그의 ‘큐 젠’에는 엄청난 수준의 학문이 압축되어 있었다.

통신이 되지 않음에 피오들이 그처럼 신경 써준 것인데 덕분에 그는 현자들의 유희 아닌 유희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어느새 열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리트담이 펼친 주술의 효력이 끝이 난 것인데, 그때를 맞추어 리트담이 그가 머문 방을 방문하였다.

어딘가 피곤함이 가득해 보이는 리트담이었는데, 그런 모습과 달리 그의 안광이 전보다 깊고 밝은 것이 그 시간 동안 적잖은 것을 깨달은 듯했다.

“역시 야안 님이시군요. 정말이지 뛰어난 재능이십니다.”

리트담은 다시금 초인의 길까지 밟고 올라온 야안에 감탄을 쉬이 감추지 않았는데, 야안은 그런 리트담의 말에 낮은 웃음을 흘려댔다.

“이거 스스로 얼굴에 너무 금칠하시는 거 아닙니까?”

단순히 배우는 것이 아닌 그것을 만든 장본인이 할 소리가 아니라는 야안의 농인지라 리트담 또한 낮은 웃음을 흘려댔다.

그런 리트담을 바라보던 야안이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

“적지 않은 것을 얻은 듯한데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도 되겠소?”

야안의 그 물음에 리트담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답했다.

“지금의 주술에서 다시 한 걸음 나아갈 길을 발견했습니다. 정말이지 자이웅 님에게 저는 크게 감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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