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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56화 (356/385)

야안 356화

성기사로 올라섰다고 하지만 수련하는 그의 모습은 여타의 검객과 다르지 않았다.

이는 당연했다.

초인에 준한 힘을 얻은 것은 어디까지나 신성력을 일으킨 뒤의 변화에 불과했다.

성검이라 불리는 그의 검은 검기와 신력이 하나가 되어 생긴 것인데, 그 힘은 검강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성기사만의 신성 마법인 밸런은 육체의 수준을 몇십배로 증폭시킨다.

신력(神力)을 발휘하는 것이 가능한데다, 움직임과 기감에 있었어도 초인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

하니 확실히 초인에 준할 만한 존재가 된 것인데, 다만 초급 익스퍼트에 준한 검술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최소 상급 익스퍼트에는 올라서야만 여타의 소드마스터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존은 그러한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았고, 하여 최근 들어 검을 수련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전쟁에서 검을 얻은 그였다. 워낙 그 자질이 뛰어나 익스퍼트에 올라선 것이지, 사실 제대로 된 검술과 기본이 없는 그가 그 위의 경지에 오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탁-’

존은 살짝 굳은 표정으로 검을 내렸다. 이런 방식으로 안 된다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짝짝짝-’

어둠 속에서 갑자기 박수소리가 울려 퍼진다.

존은 아무런 기척도 없는 가운데 갑자기 일어난 박수소리에 놀라 검을 쥐고 경계를 보였으나, 그런 그의 반응과 달리 그 박수를 친 존재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놀라게 했다면 미안하네. 생각했던 것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지라 나도 모르게 감탄을 하였네.”

그렇게 말하며 다가오는 터라 사내에 존은 검을 천천히 내렸다.

어둠속이었지만 익스퍼트에 오른 그가 사내의 윤곽을 몰라볼 정도는 아니었다. 그 느낌이 선한 얼굴을 지니고 있었는데, 실제로 어디에도 악의 따위는 그 얼굴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완전히 경계를 풀 수 없었다. 어쨌든 자신의 기감을 완전히 속이고 들어온 이가 아니던가?

그의 판단이 맞는다면 최소 상급 익스퍼트에 오른 이가 분명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존이 물었고, 그는 그의 물음에 대답 대신 손을 들어 기운을 보였다.

‘화아아악-’

하얀빛이 크게 일렁거렸는데 존은 그것의 정체를 알고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그가 보인 기운이 신성력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인데, 어느새 일어난 하얀빛은 그의 육체에 다가와 그를 회복시켰다.

단순히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마저 회복되었는데, 그것으로 존은 눈 앞의 이가 자신보다 급이 높은 사제임을 알았다.

“처음입니다. 다른 아리스 님의 종을 만나게 된 것은 말입니다. 존이라고 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존의 인사에 그 또한 미소를 보이더니 정중히 인사했다.

“야안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야안이라는 말에 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야안이라는 이름은 본래 흔한 이름인데다 제국으로 올라선 뒤 그 이름을 가지는 이들이 더욱 많아졌다.

매우 흔하고 흔한 이름인 것이다.

하니 설마 눈앞의 야안이 지금의 야안 제국을 탄생시키게 된 배경이 된 야안임을 그는 인지할 수 없었다.

야안 또한 그런 존의 생각을 알았지만, 그것이 급한 것이 아니었다.

“밤늦게 실례를 한 것 같아 다시금 사죄드립니다. 당신에 대한 소식을 듣고 한시라도 빨리 만나고 싶었습니다.”

야안은 그렇게 말을 마치더니 바로 본래의 목적을 위해 말을 이었다.

“당신을 통해 성기사단을 만들고자 합니다.”

상상치 못한 야안의 말이었던 터라 존은 놀란 표정을 쉽사리 감추지 못했다.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성기사단이라니요?”

그가 들은 것이 틀리지 않다면 자신 같은 성기사들로 기사단을 꾸리고 싶다는 말인데, 어디 그것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던가?

하지만 야안이 그에게 그런 파격적인 말을 꺼낸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존의 각성 이후 그에게 뜬 새로운 퀘스트가 그것이다.

[성기시단 퀘스트.

등급 : SSS

대륙의 누군가가 성기사로 각성하였다. 팔로딘의 칭호를 얻은 그대 그를 시작으로 성기사단을 꾸려라.

* 주신 아리스의 검의 축복이 그대에게 내려졌다.

* 조건을 만족시키면 그대가 만든 성기사단에 들어설 성기사가 탄생된다.]

[검의 축복.

등급 : SSS

팔로딘인 그대에게 주신 아리스가 권한을 내려 주었다.

* 조건을 만족시킨 자에게 검의 축복을 내리는 순간 그는 성기사로 각성한다.

* 조건은 두 가지로 하나는 신관으로 각성해야 하며, 두 번 째로는 검으로 익스퍼트에 올라서야만 한다.]

실로 엄청난 형태의 퀘스트인 것인데, 성기사가 하나가 아닌 둘이 되어 단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퀘스트이다.

여기에 팔로딘이라는 칭호가 내려지면서 성기사단을 꾸리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신의 군대가 만들어질 수 있게 된 것인데, 죽음의 지배자에 비해 그 힘이나 세력이 크게 약한 인간들에게 있어 이 퀘스트의 의미는 매우 컸다.

야안은 믿기지도, 믿을 수도 없어하는 존에게 이 퀘스트에 대해 설명하였으며, 존은 그제야 야안이 진실의 신전을 연 고위 신관이자 지난 대륙 전쟁에서 황제와 악마를 베었던 영웅이었음을 알고는 크게 감명 어린 표정을 보였다.

검을 든 자로서만 아니라 아리스의 종으로서도 존경받기에 마땅한 야안이었으니 그는 그에게 있어 아리스 다음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부족한 저라도 괜찮다면 야안 님의 짐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는 그리 말하며 야안의 제안을 수락했고, 그로서 인류는 역사상 존재치 않았던 성 기사단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현재 야안 제국에 있는 신관들의 숫자는 1,376명에 달했다.

그중 나이가 어리거나 혹은 검을 제법 다룰 줄 아는 이들의 숫자는 생각보다 적지 않았다.

무려 103명에 달했는데, 야안은 그들을 설득하여 이들을 성기사단으로 끌어들였다.

103명 중 서른이 채 되지 않은 이들은 49명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외의 신관들이 나이가 많다고 해도 다들 아리스의 뜻을 따르는 신관답게 건장한 체력을 자랑했다.

그들 중 검을 한 번도 잡지 않은 이도 적지 않은 터라 그 시작부터 어려움을 예상했으나, 이는 리트담이 나서면서 해결되었다.

탈인의 경지에 오른 그의 주술은 차원이 다르다 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그렇기에 없는 무의 재능마저 개화시킨 것이다.

이외에도 인지의 술로 그 수련의 속도를 세 배로 이끌어 올렸는데, 그들의 수련을 돕기 위해 소드마스터 세 명이 이곳에 왔다.

이들 중 역시나 가장 큰 성장을 한 이는 존이었다.

본래 검의 재능이 뛰어나 기초가 없음에도 익스퍼트에 오른 자였다. 리트담에 의해 안 좋은 습관들을 강제로 차단시키고 그 재능을 더욱 이끌어 올린데다 인지의 술도 다른 자들과 달리 5배나 되었다.

하니 성장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곳에 온 지 석 달 만에 중급 익스퍼트에 올랐을 정도이니 존 그 자신도 놀랄 지경이었다.

야안은 존의 그 같은 성장에 크게 기꺼워하며 그에게 성 기사단의 부단장 자리를 내주었다.

부단장 자리라고 하지만 바쁜 야안의 특성상 사실상 단장 자리나 다름없었다.

존 또한 그 의미를 잘 알았기에 그 책임감을 다하기를 마음속 깊이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야안 제국은 이외에도 샤 대륙에서도 검에 재능이 있는 신관들을 이끌었다.

옛 조 나라의 영토를 바탕으로 야안 제국은 샤 대륙에 크게 영향을 발휘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신관들과 접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씩이지만 샤 대륙의 신관들 몇몇이 성기사로 전향(轉向)하기로 결정을 내리는 일들이 많아졌다.

이처럼 성기사단의 퀘스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그 못지않은 거대한 일이 현재 야안 제국에서 진행 중이었다.

바로 테슬러의 제작이 그것이다.

테슬러.

그것은 고대 시대 마법의 총화라 불리는 물건으로 본래 타이탄으로 시작된 물건인데, 리트담은 이것을 차원의 틈을 통해 가져왔다.

그가 가져온 테슬러는 총 스무 개체로 X부터 R 버전까지 모든 종류가 다 가지고 있었다.

이미 뱀파이어와의 전쟁에서 그 쓸모성을 깨달은바 리트담은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본 것이다.

그리고 그의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테슬러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마정석이다.

가장 등급이 낮은 테슬러 X부터 중급 이상의 마정석이 필요로 한다.

당연히 그 이상의 등급투터는 그 투입되는 마정석의 등급도 그 개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문제는 야안 제국에서 개발한 인공 마정석에 의해 해결이 되었다.

리트담은 설마 마정석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대단히 큰 충격을 받았다. 고대 시대에서도 인공 마정석은 그저 꿈에나 그릴 법한 물건이었는데, 이것을 주술과 마법의 결합으로 이루어낼 줄 상상치 못한 것이다.

물론 인공 마정석은 본래 진품과는 달리 그 담긴 마나의 수준이 형편없었다.

마법진을 통한 인공 마정석이 연계되지 않는다면 말없는 마차를 운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니 인공 마정석으로 테슬러 중 가장 등급이 낮은 테슬러 X도 다루기 어려운 것은 당연했다.

그에 야안 제국은 인공 마정석을 진화시키기로 결정을 내렸다.

실로 엄청난 인력과 자금이 드는 일이 시작된 것이다.

야안 제국이 감히 그 같은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에는 바로 리트담과 야안이 있어서였다.

주술과 마법의 끝자락에 오른 그들이라면 겨우 그 기본 뼈대만을 잡은 인공 마정석을 발전시키는 게 불가능하다 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그 실험을 위해 엄청난 자금과 인력이 들었으나, 대신 인지의 술을 통해 그 연구의 속도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무려 10배에 달한 속도인데, 당연히 지난 3년이라는 시간은 30년의 세월과 다르지 않았다.

당연히 상상을 초월하는 연구 결과들이 그 시간 속에서 이루어졌다.

이미 목표로 잡았던 중급 마정석 정도의 인공 마정석은 1년 차에 이룬 뒤였다.

현재 그들은 그 이상의 등급인 상급 마정석을 대신할 인공 마정석과 테슬러 R급에 투입될 최상급 마정석 급의 인공 마정석의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성기사단의 기틀이 잡히기 시작될 때쯤 그들은 그 목표를 이루고야 말았다.

당연히도 이 일에 투입된 모든 주술가와 현자들 사이에서 난리가 난 것은 당연했다.

“정말, 정말 성공하고 말았어.”

“상급 마정석을 인공 마정석으로 대신하다니. 이게 꿈은 아니겠지.”

“그것도 그거지만 설마 최상급 마정석마저 만들고야 말다니.”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라 이 사실을 아는 이들은 연구원들 외에 소수에 불과했다.

엄청난 물건을 만드는 것이니만큼 자칫 외부의 잡음에 연구에 방해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일을 완성하였으니 그간 비밀을 지키기 위해 고생했던 연구원들은 이제 그 시름을 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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