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364화
또한 야안은 창의 정보에서 그 자신이 검의 종주에 도달했음에도 플로메티아의 봉인이 풀리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신성을 지닌 존재만이 이 무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 때문인 것으로, 당연히 유피테르의 모든 각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금 그가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하니 본래라면 야안이 봉인이 풀린 플로메티아를 사용할 수 없는 일이지만, 기이하게도 그는 이것을 다루는 것이 가능했다.
그에게는 신성은 없었으나 대신 고위 신관에 오르며 받은 엄청난 신력이 그에게 있었고, 플로메티아는 그것으로 신성을 대신했다.
주신 아리스의 종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한 것으로, 만약 야안이 고위 신관에 오르지 않았다면 플로메티아를 이처럼 다룰 수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플로메티아가 신력을 신성으로 인지하자 당연히 플로메티아의 두 번째 특성이 발휘되었다. 바로 신성의 힘을 증폭시킨다는 특성이 그것이다.
물론 온전한 형태의 신성이 아니기에 그 증폭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온전한 형태가 아닌 것에 비할 바인 것이지 결코 그 증폭률이 낮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것으로 대악마의 공격을 찢어낼 수 있었는데, 바란은 물론 바란탄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그것이 가능했으니 그 증폭률이란 놀라운 것이었다.
대략 야안이 느낀 바 300%정도였는데, 확실히 그 정도의 증폭률이 아니라면 바란탄을 펼쳤어야 대악마의 술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억지로 봉인을 풀어 편법으로 다루는 것이니만큼 그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신성을 대신하니만큼 그 신력의 소모가 컸던 것으로, 단순히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않았음에도 신력은 급속도로 소모되고 있었던 것이다.
신성의 형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신력의 소모인 것으로 다만 그럼에도 증폭률이란 이점은 그러한 부작용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물론 신력의 소모가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그것은 야안이 만약을 대비해 모아둔 스탯이 해결해 줄 일이었다.
또한 그 외에도 피오들로부터 배운 ‘젠’이 그 부작용을 약화시켰다. 신력을 통제하며 그 효율을 높인 것으로, 당연히 소모되는 수준도 반으로 줄어들었다.
봉인이 풀린 플로메티아의 등장으로 그들의 전투는 새로운 국면에 처하게 된 터라, 분신은 그 변화에 기뻐했으나 정작 야안의 얼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겨우 대악마를 상대할 수 있는 방도가 생긴 것일 뿐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겨우’인 것이다.
그러한 대변화를 앞에 두었음에도 대악마의 눈은 어느새 야안을 벗어나 하늘을 향해 있었다. 자신을 해할 수 있는 무기를 적이 쥐었으니만큼 오히려 더 큰 주의가 있어야 하건만 이러한 그의 태도는 참으로 기이한 것이었다.
“이런!”
하나 야안은 그러한 대악마가 하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직감하고 서둘러 검을 펼쳤다. 하루 한 번만 펼치는 것이 가능한 바란이 이미 쓰인 이상 대악마를 상대로 그가 낼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수는 그 하위 버전인 바란탄이었다.
‘차아아아아악-’
전설의 검에 이른 바란탄의 기운은 참으로 성스러웠으며 또한 바란을 보는 듯 절대적인 위력을 선보였다.
플로메티아의 증폭이 이룬 이적인 것인데, 다만 그럼에도 그의 검은 대악마에 닿지 못했다.
겨우 몇 번의 손을 겪은 것만으로 그의 힘의 형질을 파악한 것인 듯 그가 친 수십 개의 결계가 야안의 움직임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마법과 주술 그리고 검을 다루는 야안의 조합을 계속적으로 변형시켜야 결계를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형태의 결계였다면 그러할 필요 없이 힘으로 뭉갤 것이지만, 상대는 신성을 다루는 악신이었다.
상대적으로 크게 부족한 신력으로 악신의 신성이 담긴 결계를 깨뜨리려면 조합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했다.
분신은 뒤늦게나마 야안의 일을 돕기 위해 법칙을 이리저리 뒤틀기 시작했다. 덕분에 야안의 검이 결계를 무너뜨리는 속도가 배로 가해져 갔다.
그는 야안이 이러는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리트담이 그에게 부여한 존재감을 바탕으로 그 또한 위기를 의식하였고, 그로서 그는 무리할 정도로 법칙을 뒤틀었지만, 여전히 본신인 리트담이 아니었기에 그로서는 한계가 있었다.
‘깜빡-’
결국 야안의 검이 마지막 결계에 닿았을 때 단 한 번 도 깜빡이지 않았던 대악마의 눈이 처음으로 감았다 떠졌다.
마치 야안에게 때를 놓쳤음을 말하는 듯했는데 실제로도 그랬다.
‘후우우우웅-’
하늘의 검은 구름이 급격하게 늘어나 이곳 일대를 뒤덮기 시작했다. 검은 구름에는 야안이 흠칫 놀랄 만큼 끔찍한 마기가 농축되어 있었고, 그것들은 생겨났을 때 못지않게 압축되더니 어떠한 형태를 빚기 시작했다.
“악마!”
그 모든 것을 바라보던 분신이 소리쳤다. 그리고 그의 판단이 틀리지 않은 듯 형태를 갖춘 그것은 그들이 상대했던 악마가 되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지금껏 상대했던 악마들과 같은 엄청난 존재를 드러낸 악마의 등장은 놀라운 것이었지만 그들이 정작 놀랄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깜빡, 깜빡, 깜빡-’
무시무시하게도 대악마의 눈이 깜빡거릴 때마다 새로운 악마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대악마 하나만으로도 끔찍하건만 드래곤 정도가 아니면 상대하기 어려운 악마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으니 그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대재앙을 세상이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차아아악, 우우우웅-’
야안은 서둘러 대악마가 보이는 이 엄청난 일을 막으려 모든 전력을 퍼부었으나, 그의 검은 이번에도 닿지 못했다.
전과 달리 대악마가 그를 막은 것이 아니었다. 대악마에 의해 현신한 악마들이 야안을 막아선 것으로 넷이나 되는 악마들이 힘을 합치자 능히 모든 전력을 발휘하는 야안을 방해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분신은 숱한 주술을 일으켜 야안의 길을 방해한 악마들을 흩뜨렸으나, 그러한 그의 주술도 대악마가 불러들인 또 다른 악마에 의해 멈추어졌다.
그 악마가 하나였다면 분신이 능히 감당할 수 있었겠지만, 악마가 하나 더 추가되자 분신은 더 이상 대악마를 신경 쓰지 못했다.
이후 다시 악마 하나가 더 추가되니 분신은 그저 막는 것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이 말도 안 되는!”
야안은 눈앞에 펼쳐진 비극의 서막에 울부짖었다.
대악마가 죽음의 지배자의 분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러한 일까지 가능할 줄은 그는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한가롭게 이것에 한탄할 시간은 그에게 없었다.
악마의 숫자는 지금도 늘어나고 있었고, 야안은 결국 대악마에게서 시선을 돌려 악마들을 향해 검 끝을 돌렸다.
숫자가 더 늘어나기 전에 그들을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세운 것으로, 악마들은 그러한 야안의 모습에 두려워하기는커녕 하나같이 광기 어린 웃음을 흘렸다.
대악마가 불러들인 악마들은 저마다 파괴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악마들로 다만 최초 카사블랑카의 시대에 불러들였던 악마들인 듯 야안이 상대했던 악마들에 비해 조금은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방심할 수는 없었다.
파괴와 밀접한 힘을 다루는 악마들인 만큼 전투에 대해서 그들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영악하게 자신의 몸을 사리는 모습 따위는 그들에게 다른 세상의 이야기와 같았고, 그러한 적극적인 태도는 전투에서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하게 마련이었다.
하니 그들이 야안과의 전투를 기다리듯 광기 어린 웃음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검의 종주에 오르지 않았다면.’
야안은 빛의 신 할라의 축복으로 올라선 것이 이 일어난 비극 중에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전의 그였다면 잘해야 3마리를 상대하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하나 또 다른 길에 정점에 오르게 되면서 그는 능히 차원이 다른 무력을 손에 얻게 되었다. 비록 신성을 지닌 대악마에게는 큰 힘을 쓰지 못했으나, 그러한 신성이 없는 악마들 정도는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카사블랑카가 만들고 르블랑이 완성한 검의 완성형 검의 종주에 올랐던 것은 큰 의미를 지녔다.
대악마로 인해 현재 야안이 상대하고 있는 악마의 숫자는 두 자리 수를 넘어 13마리에 이르렀지만, 그는 한 치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악마들이 몸을 사렸는데, 이는 플로메티아로 인해 자연 그의 검에 담긴 신력이 악마들에게 치명적인 형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100:1의 인지의 술을 발휘하는 야안은 무시무시했다.
주로 그의 검에서 공격들이 이루어졌는데, 건곤대나이로 펼치는 야안에 악마들의 협공은 시간이 갈수록 꼬여졌던 것으로, 새로운 악마가 등장하기도 전에 그는 결국 한 마리를 베어내는 데 성공했다.
‘화르르르륵-’
바란탄이 펼쳐졌고, 그 정화의 불로 인해 완전히 소멸에 이른 악마의 모습은 악마들에게 있어 섬뜩할 만한 것이었으나, 이미 전투에 미친 악마들은 그러한 두려움 따위를 몰랐다.
오히려 그 악마가 비운 자리를 노려 덤벼들기 바빴는데, 야안은 그러한 악마들에 혀를 차며 한 편으로는 대악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악마들이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그가 현신케 할 수 있는 악마가 제한이 있다는 것을 야안이 알아차린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죽음의 지배자와 달리 그의 분신인 대악마는 파괴만을 주관하는 악신이었으니 그가 현신할 수 있는 악마가 제한된 것은 당연했다.
덕분에 야안은 시간이 흐를수록 현신한 악마들의 숫자를 줄여나갈 수 있었다.
한 마리가 등장할 때 대략 두 마리가 죽어나가니 어느새 다시 한자릿수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러한 야안과 달리 분신은 매우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아무리 카사블랑카의 시대의 악마라 하지만 그래도 악마라 본신이 아닌 분신인 그로서는 셋은 터무니없는 숫자였다.
리트담이 오랜 세월 동안 쌓은 경험과 그 고금에 이르러 비교할 이가 없는 그 천재적 주술의 재능을 공유하지 않았다면 오래전 그는 주술을 잃고 흙으로 돌아갔을 터였다.
그만큼 분신의 싸움은 힘겹기 그지없는 것이었는데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달라졌다.
궁하면 결국 답을 찾고야 말듯이 리트담은 법칙을 뒤트는 것에서 나아가 자신의 주술을 증폭시키는 방도를 찾고야 만 것이다.
주위 일대의 일부를 주술의 증폭이 가능한 전환점들을 만들어 악마들에게 타격을 준 것으로, 이러한 형태의 주술은 그의 인지의 능력을 크게 혹사시켰지만 상황을 역전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우드득, 치이이이잉-’
과연 그는 자신의 머리를 노리는 악마를 거인의 손으로 잡아당긴 그는 그 격전 속에서도 완성한 존재의 의의를 지우는 주술의 전환점을 닿는 데 성공했다.
당연히 악마는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소멸되고 말았고, 덕분에 그가 상대할 악마는 둘로 줄어들었다.
“후우~ 이제야 좀 할 만 해졌군.”
분신은 그 말과 함께 저 멀리서 엄청난 전력을 보여주는 야안을 슬쩍 바라보며 다시금 이를 악물었다.
상황은 조금 전보다 호전되었지만 그것에 기뻐할 수 없었다.
그랬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