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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66화 (366/385)

야안 366화

‘이건?’

리트담은 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는 피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 들이 닫힌 것은 그가 본 세상에 남겨둔 제 분신의 정수였기 때문이다.

‘어째서인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자신의 분신이 왜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그로서는 의문투성이다. 그가 분신에게 허락한 힘을 이용한다면 테슬러 R에 탑승한 초인 셋 정도는 어렵지 않게 상대할 정도였다.

그만큼의 엄청난 전력이 분신에게 있건만 그가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 본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일 터였다.

‘야안, 악마, 위험.’

분신은 리트담가 하나가 되자 마지막 남은 여력을 짜내어 본신에게 중요한 단어들을 남겼다.

본래라면 기억이 공조되었어야 하나, 본신인 리트담에게 돌아오는 그 무모한 과정에서 많은 것을 잃은 터라 사실 그 정도의 정보라도 그가 그에게 남긴 것은 천운에 가까웠다.

‘쿵. 쿵. 쿵-’

분신이 남긴 고작 3개의 단어에 리트담의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주군을 찾은 기쁨보다는 분신이 그를 돕지 않고 자신에게 알리는 것을 최선이라 생각할 정도로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끝을 애써 억지로 통제하며 한탄을 보였다.

“나의 욕심이 주공을 곤란케 하였구나.”

물론 그 욕심이라는 것 또한 주군인 야안을 위한 것이었지만, 그것이 선의든 무엇이든 결론적으로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에 리트담의 마음을 한없이 무거웠다.

그러나 곧 그는 그런 마음을 털었다. 겨우 그러한 죄책감에 휘말리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툭, 툭. 툭-’

그가 검지로 손끝을 치자 수백 마리의 작은 나비가 땅에서 터져 나왔다. 리트담은 그 작은 나비에게 무언가를 말하였고, 이에 나비들은 날갯짓을 보이더니 곧 이리저리 흩어지기 시작했다.

리트담은 그 수백 마리의 나비들이 자신의 거처를 벗어나는 것조차 보지 않은 채 곧 공간이전이라는 거대한 주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묵직한 울림이 세상을 뒤흔들기 시작했고, 동시에 그 축을 맡은 그의 주술이 담긴 세계수의 가지들이 하나둘씩 꺾여 져가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휘이이익-’

신 악마가 등장한 이후 야안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나타난 신 악마의 숫자는 고작 다섯에 불과했지만, 그것으로 그들은 야안과 전력을 다툴 만했다.

이는 이들이 지닌 장기들 하나하나가 기존의 악마들이 넘볼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불사왕 케르몬과 같은 불사 군단을 다루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것을 대신한 전투에 최적화된 존재들로 그 수준은 죽음의 지배자 휘하의 악마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었다.

그러한 존재가 다섯이었다. 거기에 아직 다 처리하지 못한 악마들이 넷이나 있으니 현재 그가 상대하는 악마는 아홉이나 되었다.

야안이 대악마로 인해 플로메티아의 봉인을 풀었기에 그들을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이지, 그것이 아니었다면 이미 대단히 곤란한 상황이 되었을 터였다.

‘어렵군. 어려워.’

새로운 신 악마 중 세 번째로 나타난 악마의 등장은 야안에게 또 다른 재앙의 순간을 맞이하게 했다.

파괴의 조율이라는 괴이한 힘을 다루는 악마였기 때문으로, 이 악마는 본신의 힘도 기존의 악마에 비해 약하지 않으면서도 또한 이 파괴의 조율로 그 전투에서 발휘되는 힘들을 야안에게 집중시키게 만들었다.

오랫동안 합을 맞춘 것처럼 마치 한 사람처럼 악마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이는 그가 다른 악마들의 일부 의식을 공유시켰기 때문이다.

그의 무서움은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이 악마의 가장 무서운 점은 악마의 힘을 증폭시키는 역천의 탑 역할을 해낸다는 점이었다.

주신 아리스의 힘을 약화시키고 악마의 힘을 증폭시키는 역천의 탑은 지금의 상황에서 야안이 가장 곤란케 하는 요소였다.

이로 인해 야안의 신력의 힘은 크게 감쇠하였는데, 더불어 그의 스탯들 또한 줄어들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그가 베어버린 악마들로 인해 크게 레벨이 상승해 스탯의 여유분이 처음보다 많다는 점이지만 지금의 상황을 본다면 그러한 이점은 얼마 가지 못할 터였다.

‘외부에서 틈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어렵겠군.’

파괴의 조율을 다루는 이 악마로 인해 너무도 정교한 움직임을 보이는 악마들의 합은 내부에서 깨뜨리기가 쉽지 않아졌다.

물론 숨겨둔 마지막 한 수를 쓴다면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테지만, 그것은 또 다른 최악을 불러들일 것이라 야안은 어쩔 수 없이 지금의 상황을 유지해야 했다.

하나 그처럼 곤란해하는 야안처럼 그를 상대하는 악마들 또한 저마다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파괴의 지혜를 다루는 가장 늦게 합류한 악마는 특히나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해도 현자는 현자라 말인가? 무시무시하군.”

만약 야안에게 악마의 천적이며 영원한 현자의 동료 유피테르가 있었다면 지금 자신들로서 야안을 상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가슴 한구석이 서늘했다.

“어쩌면 대악마의 등장은 행운일지 모르겠군.”

지금까지의 전설의 현자들과 다르다는 직감이 강력하게 그들에게 다가왔기에 하는 소리였다. 하기야 드래곤도 없이 홀로 이처럼 성장한 야안은 진정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파괴의 지혜를 지닌 그는 단언했다. 훗날 무시무시한 괴물이 될 것이 분명한 이자를 새끼 때 쳐 버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임을 말이다.

그러한 판단이 들자 그는 아낌없이 파괴의 지혜를 풀며 야안이 펼치는 힘들을 방해해 나갔다.

이 때문에 야안은 하나의 힘이 아닌 두 가지의 힘을 섞어 펼쳐야만 했는데, 그 위력이야 좋다만 이렇게 발휘되는 힘은 효율적인 면에서 뒤떨어졌다.

심력으로도 크게 지치게 마련이라 파괴의 지혜를 지닌 악마는 야안에게 있어 아주 껄끄러운 존재였다.

‘하~ 운명에 맡겨야 할 것인가?’

그렇게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가운데 그런 그를 위로하듯 이곳 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거대한 운명이 뒤틀리고 있었다.

‘쿠르르르릉-’

엄청난 먼지 구름과 함께 야루스 산맥 전체가 뒤흔들렸다. 이는 거대한 무언가가 세상에 장착되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파아아악. 휘이이이익-’

터무니없는 거대한 먼지 구름이 가라앉은 것은 순식간이었다. 어디선가 거짓말처럼 나타난 소용돌이들이 먼지 구름을 지워버린 것으로 모든 먼지 구름이 사라졌을 때 나타난 광경은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우드드득, 우드득-’

엄청난 크기의 거대한 도시가 거짓말처럼 야루스 산맥에서 나타난 것으로, 그 도시의 중심에 자리한 세계수는 이미 요란한 소리와 함께 뿌리를 내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세계수의 주위에 수천의 인영들이 모여져 있었다. 놀랍게도 그들 중 인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고대 문명에서 사리진 이종족만이 자리하였을 뿐이다.

그들 중 가장 거대하고 가장 큰 힘을 지닌 황금빛의 거인이 주위를 바라보다 말했다.

“그는 먼저 움직인 모양이군.”

거인의 말에 세계수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하이 엘프 푸른 하늘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

“아무래도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도 서둘러 움직이지요.”

그는 그 말과 함께 이제 자리를 잡은 세계수의 가지 중 하나를 얻어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고대 시절 야안을 감탄케 했던 하늘 산의 공간 이전 마법을 대단위로 펼치려는 것으로, 그 이동하는 인원의 숫자가 많다 보니 발동에 시간이 걸렸다.

하나 직접 움직이는 것보다는 빠르기에 황금빛의 거인도 다른 이종족도 그저 묵묵히 푸른 하늘의 마법이 완성되기를 기다릴 따름이다.

이처럼 시간을 뛰어넘은 거대한 변수가 세상에 나타났다면 야안의 전장에는 이미 변수가 개입된 상태였다.

“감히!”

사내의 일갈에 천지가 진동했다. 단순히 그 소리의 울림이 컸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일갈 속에 담긴 힘이 엄청난 주술이 되어 세상을 뒤엎었기 때문이다.

‘콰르르릉-’

번쩍이는 뇌전이 모습을 드러냈고, 사마를 제압하는 특성을 지닌 뇌전답게 야안을 포진했던 악마들은 그 위협에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악마들의 고난은 그것으로 벗어날 수 없었다.

일갈을 질렀던 사내. 리트담의 분노가 그것으로 잠재울 만큼 작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새 다가왔는지 리트담은 흐트러지는 악마들 중 하나를 반짝이는 빛으로 휘감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악마는 사라졌다.

존재의 의의를 통해 세상에서 아예 지워버린 것으로 과연 리트담 다운 힘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놀라운 건 그가 잡은 악마가 야안이 처음으로 상대했던 신 악마라는 점이다.

리트담의 등장에 악마가 제대로 대처를 못한 것도 있지만, 여타의 악마들과 격이 다른 악마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가 지난 시간 동안 얼마나 놀라운 성장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일면이다.

실제로 리트담은 드래곤 하나가 만들었던 세상에서 크나큰 깨달음을 얻었다.

드래곤 하나가 그를 위해 만든 심상 속 가르침이 열쇠가 되었던 것으로, 비록 하나와 그가 다루는 힘이 달랐다고 하나 대대로 이어지는 드래곤의 지혜는 무시할 수 없었다.

드래곤 하나가 그에게 남긴 가르침은 세상의 근원에 대한 것이었고, 그것은 세상의 법칙에 관여하는 법에 다가가는 리트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덕분에 리트담은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고작 한 걸음이라 할지 모르지만 리트담과 같은 고차원적 경지에 이른 자들에게 있어 이 한 걸음이란 하늘과 땅이 뒤바뀐 것이나 다름없는 큰 사건이었다.

‘괴물이군.’

리트담은 이 신 악마 중 하나를 지워내며 느낀 반발에서 혀를 내둘렀다. 기습이 아니었다면 이처럼 수월하게 그를 지워버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리트담의 등장에 포진이 느슨해지자 야안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무리하게 신 악마를 상대하려기 보다는 기존 상대하던 악마들을 노렸다.

‘카아아악. 크웨에엑-’

신 악마들에 의지했던 악마들은 순간의 진형 변화에 크게 틈을 보였고, 덕분에 야안은 악마를 둘이나 처리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그가 준비했던 바란탄을 펼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역천의 탑의 역할을 하는 신 악마에 의해 그의 신력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플로메티아로 인해 여전히 증폭된 신력이 큰 역할을 한 것이었다.

또한 검의 종주로 심연의 검을 다루는 그이기에 행할 수 있는 이적이기도 했다.

순식간에 아홉에서 여섯으로 숫자가 줄어들자, 악마들은 더 이상 섣부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야안 하나만으로도 어려웠건만, 너무도 괴상한 힘을 다루는 존재가 말도 안 되는 존재로 다시 모습을 보였으니 악마들이 큰 경각심을 가진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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