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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376화 (376/385)

야안 376화

다음 날 이른 아침.

야안은 자신을 배웅하기 위해 온 이들을 눈에 담았다. 리트담은 수행을 위해 자리를 비운 듯 그곳에 없었으나, 그의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야안은 섭섭해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두 아들을 꼭 안았던 야안은 그렇게 자신을 기다리던 아흔 아홉과 함께 빛에 휩싸이며 사라졌다.

시간은 거친 강물처럼 흘러갔다.

야안이 떠난 지 어느새 3년이 흘렀고 그때쯤 제국은 새로운 성장의 도약을 맞이했다. 드래곤의 도움을 받아 타이탄의 성능이 확연히 끌어올리게 되면서 생긴 변화였다.

진화하였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어딘가 투박한 면이 있었던 부분들이 사라지고 그 출력 부분도 크게 상승이 되었는데, 덕분에 타이탄 X을 탑승한 초인 홀로도 드래곤을 견제할 수 있게 되었다.

드래곤에 따라 다르겠지만, 타이탄 X에 탑승한 초인이 둘이면 확실히 드래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였다.

타이탄으로 할 수 있는 정점에 오른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연구가 그치지 않은 것에는 초인을 뛰어넘는 정점의 존재가 탑승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할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계속된 연구 끝에 드래곤은 고개를 저었다. 드래곤의 심장이 이식된다고 해도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 판단한 것이다.

대신 좀 더 다양한 형태의 타이탄들을 만들어내었으며, 기사들이 사용하는 타이탄의 경우는 전투에 필요한 대마법들을 새겨 넣기도 했다.

단순히 시동어를 말하는 것으로 고위 현자 초급 급의 마법을 발휘하는 것을 새겨 넣은 것인데, 활용에 따라 구사일생의 수가 될 수도 있었다.

아무리 고대 문명을 흡수하였다고 하지만 이러한 대마법을 그처럼 쉽사리 발휘하게 하기는 불가능했다.

하나 마법의 종주 드래곤이 나섰고, 드워프들의 손재주가 합쳐지자 그 불가능이 이처럼 가능한 형태로 바뀌었다.

당연히 그보다 격이 높은 타이탄 X에 새겨진 마법들은 그 이상의 것이었다. 고위 현자 익스퍼트에 달하는 대마법들인 것으로 이것은 전장의 가장 앞에서 악마들과 싸워야 하는 소드마스터에게 있어 큰 힘이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다시 2년이 흘렀고, 세상 곳곳에서 불길한 징조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불길한 징조들은 다양한 형태로 다가왔다.

1년 내내 따뜻한 지역에 혹독한 추위가 몰려오는가 하면, 몬스터들이 변이되어 마을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외에도 산이 무너지는가 하면 마을을 통째로 삼키는 거대한 홀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나마 이러한 징조의 대다수가 변방에 일어났던 일들이라 그 피해는 대단치는 않았으나 제국은 이러한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았다.

이러한 징조가 벌어지기 전부터 드래곤들이 죽음의 지배자가 조만간 부활할 것이라 말했기 때문이다.

하니 아무리 변방에 일어난 소소한 일이라고 해도 그들이 쉬이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조사단들이 파견되었고, 그중 심각한 현상들은 제국 곳곳에 자리한 드래곤들의 도움을 받았다.

아무래도 죽음의 지배자와 관련해 인간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드래곤들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때쯤에는 모든 드래곤이 깨어난 시기였고, 그들의 조상들이 후대를 위해 남겨준 유산들의 봉인이 하나둘씩 풀리던 때라 이러한 조짐에 대해 드래곤들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죽음의 지배자가 벌이는 일들을 미리 알고 그것을 막을 수 있다면 대단한 이득을 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엄청난 숫자를 자랑하는 인간들이 그들의 눈과 귀가 되자 드래곤들은 곧 이 징조들 사이에 숨어 있는 죽음의 지배자의 계책들을 발견했다.

대다수가 악마들의 부활과 관련이 있는 계책들이라 드래곤들은 이러한 악마들의 부활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유산을 통해 그들을 억지로 끌어내어 그들을 제거해나갔다.

제대로 된 부활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악마들이기에 그들의 힘은 정상적인 것과 거리가 멀었으니, 당연히 그들은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당하는 것은 물론이었다.

이들 악마를 끝낸 것은 성기사들이었다.

야안이 가져온 성물들을 적용하여 그들의 힘을 증폭시킨 타이탄을 탑승한 성기사들의 힘은 능히 악마의 마지막을 가져가기에 충분했다.

굳이 이들로 하여금 악마를 처리하게 한 것은 성기사만의 신성 마법 바란을 그들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드래곤이 그들을 처리한다면 오직 그것은 봉인의 형태일 뿐이지만 성력의 힘으로 처리한다면 그들은 완전한 소멸이니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맞았다.

“시작이 나쁘지 않으나…….”

하나는 악마들을 처리해나가는 동족들의 소식에도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나타난 악마들이 야안이 싸웠다는 신 악마들은 아닌 구 악마들이었지만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것이지 이들의 위험성은 이미 그들의 역사에서 알려질 대로 알려진 바였다.

하니 그들을 처리해나가는 것이 좋을 일이건만 다만 하나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던 터라 마냥 좋아할 수도 없었다.

“만약…… 이 또한 그의 수작이라면.”

죽음의 지배자와의 전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인간들과 협력하며 이처럼 일을 벌이고 있지만, 그것마저 죽음의 지배자가 노리는 수라는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쳐갔다.

어찌 보면 너무 비약하여 생각한 것이라 할 수 있으나, 그 상대가 죽음의 지배자라면 결코 그의 그 같은 생각은 비약한 것으로 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죽음의 지배자의 전력을 측정할 수가 없다.’

1,000년 전 비틀린 인과의 틈 속에서 나타난 그의 힘은 매우 작은 것으로 그것으로는 그의 현 전력을 감히 상상키 어렵다.

그가 새롭게 침공할 때보다 매번 진화를 거쳐 나타났으니만큼 적어도 지난 대의 전력을 훌쩍 넘을 것이 분명한데, 그 정도가 하나가 생각하는 최악보다 더 최악일 수 있었다.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보아야 한다.”

결국 맞을 매라 하지만 알고 맞는 것과 모르고 맞는 것의 충격은 다른 법이라 하나는 모든 계획을 엎을 각오로 시선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이처럼 세상이 죽음의 지배자의 흔적에 혼란스러울 때쯤 야안은 여지없이 끝없는 고된 수련에 임하고 있었다.

그가 있는 곳은 세상과 동떨어진 은밀함이 발휘된 현자의 탑이었다.

완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죽음의 지배자 앞에 나설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 그로부터 몸을 숨기려면 이 같은 은밀함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했다.

아흔 아홉과 함께 연 현자의 탑은 야안이 모르던 능력을 발휘했다.

바로 현자의 탑 곳곳에 남겨진 전설의 현자들의 심상에 대한 접근이 아주 쉽게 용이해졌던 것으로, 덕분에 야안은 그 부담을 크게 덜어낼 수 있었다.

길잡이인 아흔 아홉은 이것 이외에도 아리스로부터 받은 권능으로 전설의 현자의 습득 능력을 끌어 올려주었다.

아리스의 축복이나 검의 전설과 같은 엄청난 수준의 습득 능력까지는 아니지만 대략 20%의 습득 능력이 추가로 주어졌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야안과 같은 경지에 오른 이에게 있어 이 습득 능력은 어느 것보다 더욱 특별했다.

그러한 최고의 환경 속에서 야안이 이곳 현자의 탑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한 일은 역시나 유피테르의 각성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상위 비기너 정령사의 선택권이 사라진 지금 자력으로 정령술에 매진해야 했다.

홀로였다면 제법 상당한 시간을 소비했어야 할 일이겠지만, 그의 길잡이 아흔 아홉에 의해 야안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어째서 상위 비기너 정령사의 선택권이 사라졌는지 알게 되었다.

이유인즉슨 유피테르가 2차 각성에 이어 3차 각성까지 함께 진행 중임을 알게 된 것이다.

야안 자신은 유피테르의 봉인과도 같은 각성에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그는 상위 비기너 정령사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하니 상위 비기너 정령사의 선택권이 사라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야안과 아흔 아홉은 그러한 유피테르의 선택을 존중하며 칠각을 풀어 그의 각성에 박차를 가했다.

고작 수많은 칠각 중 하나가 투여되었을 뿐이지만 그 효과는 대단했다. 유피테르의 각성이 반 이상 이루어진 것인데, 이후의 일은 자연히 시간이 해결해 주어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유피테르의 문제가 해결되자 야안이 다음으로 시선을 돌린 것은 역시나 주술이었다.

주술.

르블랑이 그 기틀을 만들고 자이웅이 새로운 가능성 속에서 다듬었으며, 리트담이 완성을 시킨 이 힘은 참으로 놀랍다.

파괴력으로는 검에 부족하지 않으며 다양성에서는 마법을 능가했다. 쓰기에 따라 엄청난 가능성을 보이는 힘인 것으로 능히 탈인이라는 명칭이 부족하지 않다.

리트담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자이웅이 말한 그 새로운 개념의 탈인에 이르려 했는데, 그것이 가능하다면 능히 전능에 가까운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여하튼 야안은 자이웅으로부터 탈인에 오를 수 있는 리트담의 서를 받았고, 그는 이것을 개화시킬 생각이었다.

이번에도 야안은 아흔 아홉의 도움을 받아 칠각의 그 힘을 활용할 계획이었는데, 다만 생각했던 것보다 이 리트담의 서를 개화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다.

못해도 1년이면 충분하다 생각했던 처음 생각과 달리 다시 1년이라는 시간을 소모했어야 했는데, 그만큼 리트담이 완성한 주술은 대단한 난이도를 자랑했다.

아무래도 세월 속에서 수많은 이들의 손에서 다듬어진 것이 아닌 한 천재의 손에 완성된 것이다 보니 편협한 시선이 자리했던 탓이 컸던 모양이다.

그렇게 야안은 마지막 리트담의 서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곧 강렬한 빛이 그를 잡아먹었고, 야안은 그렇게 의식을 잃게 되었다.

마지막 리트담의 서에서 그가 지금까지 겪은 리트담의 서와는 다른 형태의 상황에 야안은 놓였다.

그가 리트담의 서에서 새롭게 의식을 찾은 곳은 12종족이 머물던 그 세계가 아니었던 것으로 그보다 야안 그가 잘 알고 세상이었다.

바로 고대의 세상으로 야안은 그 고대 문명에서 찬란한 영광을 보였던 리케하르산이라는 가문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하나 그가 태어났을 때는 이미 가문의 힘이 잃어가고 있을 때였는데, 결국 그는 어린 시절 그들 가문을 시기 질투하던 이들로 인해 멸문을 당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가문의 사람들의 희생 끝에 겨우 홀로 살아남은 그는 복수를 꿈꾸었고, 힘을 얻기 위해 대륙을 넘어섰다.

그랬다.

이 앞선 간략한 이야기만으로도 야안이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다. 바로 그에게 리트담의 서를 준 리트담의 삶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다.

리트담은 야안을 탈인의 경지에 오르게 하려 많은 것을 생각했으나, 역시나 앞서 말한 그 다듬어지지 않은 편협적인 사상이 문제가 될 것으로 그는 보았다.

하여 야안을 탈인의 경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그 자신의 삶을 야안이 겪어야 한다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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