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안-378화 (378/385)

야안 378화

19. 죽음의 지배자

‘우우웅, 우웅-’

놀랍게 하나의 검에서 검명이 중첩되며 일어났다. 하나이던 검명이 둘에서 넷으로 다시 그 배수로 늘어났는데, 곧 그 검명의 중첩처럼 그의 손에 들린 검이 곳곳에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강기를 일으킨 것도 아니었고, 마법으로 환상을 일으킨 것도 아니었다.

실제 그 모든 것이 실존하는 검인 것으로, 아흔 아홉은 드래곤 그 특유의 통찰력 속에서도 검이 어떻게 저처럼 늘어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천천히 하나씩 검의 숫자를 늘리던 야안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려나갔고, 동시에 그 거대한 그의 연무장을 가득 채웠다.

“으으음”

수십만 개의 검이 모습을 드러낸 것인데, 아흔 아홉은 자신의 몸체를 비켜 자리한 검들에 낮은 신음을 흘려야 했다.

드래곤 특유의 본능이 위험신호를 보낸 것으로, 검에서는 한 점의 마나의 유동도 볼 수 없었지만, 능히 이것이 자신을 해칠 수 있음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 정작 놀랄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 검의 무더기 속 중심에 자리한 야안이 천천히 기운을 일으키자 수십만 개의 검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있으나 있지 않은 역설의 존재인 듯 검은 공간을 격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랬다. 그것은 심연의 일검이었고, 야안은 자신이 일으킨 수십만 개의 검 모두에 심연의 일검의 묘리를 심었던 것이다.

“후~”

긴 한숨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수십만 개의 검이 환상처럼 사라졌고 곧 처음과 같은 자세를 유지한 야안이 모습을 보였다.

조금 전 그 어마어마한 일을 벌인 자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야안은 평온한 기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말은 조금 전 그 이적 같은 힘도 그가 전심으로 발휘한 것이 아님을 말하는 터라 아흔 아홉은 그 의미를 알기에 다소 충격적인 듯 그의 두 눈동자는 크게 뒤흔들리고 있었다.

이러한 아흔 아홉의 시선을 모르는 듯 야안은 자신의 검 끝을 바라보다 곧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르블랑 님의 경지를 넘어섰구나.”

검에 있어서만큼 최고라 인정했던 르블랑의 경지를 넘어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만약 지금의 검을 대악마와의 전투에서도 가질 수 있었다면 야안은 아다마스를 일으킬 필요조차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리트담이 그러했든 나는 또 다른 개념의 검의 종주에 올라선 것이라 하여야겠군.’

다른 개념의 검의 종주.

그는 자신의 검을 그리 평가했다. 달리 말하면 르블랑이 완성한 검에서 다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라 할 수도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역설적으로 주술이 주가 되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야안이 이룩한 탈인의 경지는 그러했다.

모든 영역에서 인간의 한계성을 뛰어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오버된 형태의 힘을 소유할 수 있다 하겠다.

리트담의 경우 그가 가진 힘이 주술 그 하나이기에 주술만을 펼쳤을 뿐이지만, 야안의 경우는 검과 마법이라는 또 다른 힘을 소유하였으니 그 분야의 끝을 이처럼 넘어서는 것은 당연했다.

무엇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야안의 육체는 소드 마스터를 넘어선 검의 종주의 것이니 애초 오버할 수 있는 바탕자체가 달랐다.

야안이 무리한다면 리트담이 대악마와의 전투에서 보인 그 놀라운 100:1의 인지의 술을 오버하는 것도 가능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의 검이 그렇다면 당연히 그의 마법도 그 같은 일을 행할 수 있다.

‘딱-’

야안의 검지와 엄지가 튕기자 이내 허공에서 땅, 물, 바람, 불 네 가지 마법이 동시에 일어났다. 비록 가장 기본 형태의 마법이라지만 한 번에 네 개의 마법을 저처럼 쉽게 일으키는 것은 드래곤은 물론 대현자라고 해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일렀다. 그가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이 네 속성의 마법은 단번에 초인이나 다룰 법한 대마법으로 덩치를 불렸기 때문이다.

‘따악-’

다시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졌다. 이 네 가지의 마법들이 각각 대현자급이 다루는 힘을 지닌 마법으로 격이 상승한 것인데, 한 번에 네 가지나 되는 초마법을 일으킨 것도 놀랍건만 야안의 손끝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따악-’

다시 한번 그의 손끝이 튕겼고 그로서 야안의 이 네 가지 마법들은 다시 한번 격이 상승하더니 어느 순간 서로 잡아먹듯 꼬리를 물기 시작했고, 결국 하나의 작은 알록달록한 무언가가 되었다.

놀라운 일은 거기서부터였다. 알록달록한 이 마법은 네 가지의 초마법들이 다시 한번 그 덩치를 불리고 합친 것이니만큼 그 위력도 대단했지만, 무엇보다 그 안에 새로 부여된 속성의 힘이 놀랍다.

바로 신성의 힘이 부여된 것인데 아흔 아홉은 역대 전설의 현자들이 발휘한 모든 마법을 살펴보아도 이와 비슷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니 자연 아흔 아홉의 입에서 야안의 그 마법을 부정하는 말이 나왔다.

“마법으로 신성의 힘을 일으키다니 나는 믿을 수가 없다!”

하나 눈앞에 그런 일을 행하는 야안이 있으니 그저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치……마치 그대는 마법의 신이라도 된 것 같군.’

세상을 구성하는 부분을 책임지듯 야안은 마법에서 그런 경지에 도달한 듯했다. 그것을 증명하듯 그의 마법에 신성을 띄었으니 틀린 말이라고도 볼 수 없었다.

야안 또한 막상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 가능하자 놀랐으나, 그 결과가 마법에 신성을 띈 것이 되자 그 또한 동요를 보였다.

그의 마음의 동요에 마법은 거짓말처럼 대기 속에 사라졌고, 야안은 잠시 자신의 손 위에 있던 마법의 흔적을 바라보다 고개를 주억거린다.

‘속이 없는 껍데기만으로도 이 정도라. 어쩌면 마법의 잠재력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일지도 모르겠구나.’

마법. 최초로 인간이 가졌던 힘이며 카사블랑카가 완성한 것이기도 했다. 하나 주술을 탈인에 경지에 오른 야안은 그것이 사실 그것이 다가 아님을 깨달았다.

대현자의 진리의 문 너머에 또 다른 문이 있음을 알게 된 것으로, 야안은 주술을 통해 이를 오버하여 그것을 살짝 맛을 보았을 뿐인데 이런 엄청난 결과가 나타났다.

하니 만약 온전히 그 진리를 깨달아 그 문 너머를 열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야안은 이를 상상했으나 곧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 피조물이 다룰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야안의 그 생각처럼 그것은 신화시대의 신들이 다룰 법한 힘인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야안은 자신의 그 여유가 결코 오만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과거의 죽음의 지배자라면 굳이 유피테르가 없어도 지금으로도 능히 상대할 전력을 그는 지닌 것이다.

잠시 주술의 그것을 바라보던 야안은 어느새 자신에게 다가온 아흔 아홉을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생각한 것보다 결과가 나쁘지 않습니다.”

그의 태평한 말에 아흔 아홉이 혀를 찼다. 그 말도 안 되는 엄청난 힘을 얻은 자가 보일 말이 아니라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곧 그는 야안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읽은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 이제 시작할 생각인가?”

아흔 아홉의 말에 야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그간 미루었던 ‘젠’을 정립할 생각입니다.”

주술이 탈인의 경지에 오른 야안에게 있어 이제 남은 것은 ‘젠’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만이 남았을 뿐이다.

야안의 말에 아흔 아홉은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

“이제 나도 바빠지겠군.”

아흔 아홉의 말에 야안은 부탁한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고, 아흔 아홉은 그런 그의 미소에 끙 하는 장난 어린 앓는 소리를 내더니 인간에서 본신의 몸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고 긴 야안의 수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 *

그 인간을 만난 이후 죽음의 지배자는 자신의 존재가 우연의 산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이 세상을 만들어낸 아리스의 예상에서 벗어난 돌연변이 같은 존재가 아니었고, 사실 그의 의도에 의해 탄생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이었다면 터무니도 없는 생각이라 아예 그런 가정 따위를 내뱉지도 않았겠지만, 그 괴상한 존재를 만난 이후부터 죽음의 지배자는 이 과정에 어쩌면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시 한번 그자를 만난다면.’

그가 말하는 그자를 그가 인식한 것은 인간들이 말하는 고대 문명의 끝자락에서였다. 처음 만났을 때 계획을 크게 수정해야 할 만큼 힘을 풀었던 그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제법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가 이방인이라 불리는 유일한 존재였던 것을 알았다. 신전에 떠도는 소문을 통해 알아냈던 것으로, 다만 그와 달리 인간들은 이방인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고대 문명을 멸망시키는 과정에서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1,000년을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고, 부활을 코앞에 둔 가운데 그는 예상치 못한 일을 겪게 된다.

바로 죽음의 지배자라는 존재를 자각하기도 전, 신화시대에 빛의 신 할라에 의해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간 분신이 세상에 앞서 나타나 분탕질을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가 긴 시간을 두고 계획한 모든 것이 뒤흔들리고 말았다. 인과를 거꾸로 뒤집는 죽음의 지배자처럼 그의 분신 또한 그와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었고, 이로써 세상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계획에 큰 구멍이 생겨났다.

하지만 정작 놀랄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고대 문명의 몰락에서 이룬 조율자들의 봉인이 풀리고 만 것으로, 이는 강신을 위한 기반을 잃은 것으로 보아도 무방했다.

야루스 산맥에 퍼진 그것은 본래 죽음의 지배자가 일거에 자신의 힘을 세상에 강신하기 위해 만들었던 기반이었지만, 그것을 누군가 치워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를 죽음의 지배자는 잘 알고 있었다.

‘이번 대의 현자겠지.’

죽음의 지배자가 현자라 말하는 존재는 오직 하나 전설의 현자를 말함이다. 그리고 뒤틀린 인과를 바로 잡을 존재는 자신을 제외한다면 그 일을 한 현자와 같은 격을 지닌 자만이 가능했다.

상황이 그렇게 그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기 시작했지만, 죽음의 지배자는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멸망에 대한 저항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일 뿐, 이번 대의 전쟁에서 그가 키운 전력은 전대의 그를 가볍게 넘어섰다.

하나 그는 확실히 하는 것을 좋아했고, 하여 그는 의도적으로 대악마의 난동으로 폐기 처리해야 할 악마들을 미끼를 던지며 그들의 죽음을 기반으로 그 자신의 흔적을 숨겼다.

더 이상의 변수를 만들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인 것인데, 그런 그가 부활을 코앞에 두고 당혹스러움을 보였다.

바로 1,000년 전 그가 보았던 그 의심을 심게 해 주었던 존재. 이방인의 흔적을 이 세상에서 다시 보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속할 수 없는 존재. 태초에서부터 변하지 않던 것에서 더해진 자.

자신 따위와는 다른 진정한 의미의 규격 외의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는 것을 알자, 그 옛날 느꼈던 감정이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바로 공포라 불리는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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