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의 화원-1화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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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리오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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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햇살이 용의 정원을 덮었다.

용의 전신을 형상한 분수대는 한 치의 오차나 터럭도 없이 정원 가운데 웅장하게 서 주인의 위엄을 대변한다. 꽃은 햇빛을 양껏 받아 기품을 뽐내고, 나무는 정갈하게 손질되어 담담히 자리를 빛낸다.

정원 뒤로 순백의 대리석으로 치장된 아름다운 성이 그 자태를 드러낸다. 햇살을 받은 대리석이 마치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크고 높은 성은 그 주인의 재력과 권력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리오나는 벌써 두 시간째 정원을 쓸고 있다. 불만이라도 있는지 볼이 살짝 부풀어 뾰로통하다.

그녀의 금발과 메이드 복이 조금씩 땀에 젖어간다. 그래도 비질을 멈출 수는 없다. 그녀의 주인이자 제 3용군단장인 가스파르는 매사에 까탈스럽고 신경질적인 재수 없는 용이다. 먼지 한 톨도 남겨선 안 된다.

"하아….대체 왜 내가 이런 일을…."

리오나가 작게 중얼거린다. 메이드로서는 조금 버릇없는 투정이다.

세달 전만 하더라도 그녀는 메이드는커녕 여자조차 아니었다. 그녀의 원래 이름은 레온하르트. 인간의 왕국 기헨에서 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켰던 근위대장이었다.

그의 다부졌던 체격은 여리여리한 소녀의 몸으로 쪼그라들었고, 푸석했던 머릿결은 윤기 있고 살랑살랑한 아름다운 금발이 되었다. 팔과 다리를 감쌌던 근육은 사라지고, 대신에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살결이 그녀의 몸을 감싼다.

많은 귀족영애들의 시선을 사로잡던 단정 하고 청아했던 외모는 이제 뭇 남성들의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외모가 되었다.

그녀는 아직도 이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새로운 몸에 당황하고 방황하며 원래 몸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고 또 찾았지만, 그런 속 편한 해답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체 내가 왜 이렇게 된 거지. 리오나의 사고는 일 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용, 일 년 전만 해도 그들은 그저 전설 속의 존재일 뿐이었다. 강인한 정신과 발달한 육체를 가진 그들은 인간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고도의 문명을 세우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용들은 이제야 문명의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인간을 보고는 이를 어여쁘게 여겨 그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신하여 마법과 문자를 전해주었다.

용은 모두 아름답고 훤칠한 남자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전해지며, 그런 그들을 신이나 지도자로 모시려 한 인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 세대의 인간이 사라지기도 전에 용들은 인간 역사에서 모습을 감췄다.

시간이 지난 후, 몇몇 왕이나 새로운 종교의 신관들이 자신이 용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용인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그것도 잠시, 300년 전 통일왕국 기헨이 세워진 이후론 역사서에서 용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기헨의 백성 중 누구도 용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1년 전 그들이 기헨의 창공을 메우기 전까지는 말이다.

용들은 왕의 침실 창문에 머리를 들이밀며 인간의 조건 없는 항복과 영구한 복종을 요구했다. 겁에 질린 왕은 아무것도 하지 못 한채 붙잡혔다.

성은 순식간에 함락되고 거의 모든 왕족과 귀족이 포로로 잡혔다. 병사들은 지휘체계가 무너졌어도 용감히 용에 맞섰지만 그들의 무른 창과 칼은 용의 단단한 비늘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당시 근위대장이었던 레온하르트는 살아남은 백성들과 패잔병들을 이끌고 왕도에서 도망쳤다. 용들을 피해 성에서 성으로 도망치며 그들의 발을 묶을 얼음 마법과 비늘을 녹일 산의 마법, 가슴을 꿰뚫을 거대한 쇠 창을 연구했다.

10개월이 지나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레온하르트와 동료들이 피로와 절망에 빠져있을 무렵 점령된 왕도로부터 묘한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용들이 마법을 사용해 인간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젊은 여성으로 만들어 자유를 빼앗고 교육 시설에 입교시켜 관리한다는 것이었다. 1년 전 용의 존재가 그러했듯,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레온하르트, 아니 리오나는 아직도 그날의 치욕을 잊지 못 한다.

또다시 은신처가 발각되었다. 갑작스러운 용의 습격에 레온하르트는 연구자료와 물자를 포기하고 간신히 몸만 빠져나와 동료들과 합류했다.

도망칠 성이나 마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빽빽한 침엽수림을 넘어 알려지지 않은 북으로. 그저 용이 추위엔 약하기만을 빌며 목적지로 향했다.

왕도를 떠날 때만 하더라도 모두 합쳐 수백은 되었던 병사와 그들의 가족들은 이제 열댓 명도 남지 않았다.

그의 눈앞에서 죽은 자도, 말도 없이 떠난 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습격한 용의 발톱에 어깨를 붙잡혀 하늘 너머로 사라졌다.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꼬리가 잡혔다. 용들은 맹금류가 쥐나 토끼를 잡듯 아득한 상공에서 내려와 일행을 하나둘씩 납치해갔다. 대항할 수단 따윈 없었다.

"뛰어! 숲에만 들어가면 용들도 쉽게 접근하지 못할 거다!"

어떠한 확신이 있어서 한 말은 아니었다. 그저 눈앞에 숲이 보였기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렇게 외쳤다. 부관 핀의 표정도 어두웠다.

발을 내딛는 곳마다 용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젠 불이 길을 가로막고, 번개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찢어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옆에는 핀 말고 아무도 남지않았다. 이젠 정말 도망치고 싶었다. 왕도 백성도 이미 없는데 무슨 의리로 이런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단 말인가? 그는 잠시 두 눈을 질끈 감고 현실에서 도망쳤다.

"장군님! 앞에!"

핀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현실로 돌아와 눈을 떴을 땐 세상이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어있었다. 알 수 없는 마법진이 그려진 분홍 구체가 땅을 구르고 있었다. 저건 도대체…?

"이게 무슨…."

그리고 시작되는 격통. 단련된 육체가 점점 부드럽고 가냘픈 것으로 변해간다. 근육이 사라지자 발걸음은 느려지고, 갑옷은 불편하고 무거워졌다. 푸석했던 금발이 윤기를 되찾고 길어진다.

"아. 아아."

목소리도 높지만 차분한, 조신하고 여성스러운 음색으로 변했다. 갑옷은 헐거워졌지만 유독 가슴 부분만 심하게 답답했다.

"장균니임… 으힛!"

앞서 달리던 핀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핀이라고 어렴풋이 알 수 있을 뿐 완전한 여성의 얼굴로 변해있었다.

"응…! 앗…."

무엇보다 저 일그러진 표정. 새로 태어난 피부는 옷과 살이 쓸리며 생긴 자극조차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온 신경을 통해 뇌로 쾌락 신호를 보낸다. 레온하르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핀. 잠깐 진정…힛!"

핀에게 손을 뻗으려다 미지의 쾌락에 멈춰 섰다. 몸이 뜨겁고 아프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왜? 어째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그 와중에도 변화는 계속된다.

얼굴의 상처나 잡티가 사라진다. 귀족영애들에게 칭송받던 그의 얼굴이 원형을 간신히 유지한 채 둥글고 여성스러워진다.

볼에 애교살이 오르고, 입술은 작아지며 분홍색을 띠었다.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자존심 세 보이는 푸른 눈도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에 귀엽기 그지없었다.

구체에서 질척거릴 정도로 무겁고 단내나는 가스가 새어 나온다. 마법진이 더욱더 음란한 분홍빛을 발한다.

"으읏. 윽. 으."

핀은 벌써 바지를 벗고 자위에 빠져있었다. 가스가 몸은 물론이고 정신도 헤집어버린다는 건 명백했다. 군인으로서의 긍지는 온데간데없고, 짧은 신음을 기계처럼 읆조리며 새로 생긴 성기를 미친 듯이 쑤셔댔다.

레온하르트도 참을 수가 없었다. 폭발할 것 같았다. 미칠 것 같았다. 손이 자연스럽게 하반신으로 향했다. 옷깃이 스칠 때마다 더 안달이 났다. 마침내 손끝이 성기의 돌출부에 닿았고.

"억."

레온하르트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앞으로 쓰러졌다. 땅에 머리를 처박고 상스럽게 벌어진 사타구니를 역시 미친 듯이 쑤셨다. 핀과 똑같은 자세였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쾌락이 신경을 찢고 뇌를 불태웠다.

용들이 하나둘씩 두 암컷 주위에 착지했다. 자신들이 얼마나 미친 짓을 하고 있는지 레온하르트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누리는 이 쾌락에 비하면 아무래도 좋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설령 궁금해한들 알 수도 없고, 안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우리는 졌고, 저들은 승리했다. 승리자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두 암컷을 내려다본다.

"앙. 아. 아아아아앙!"

핀이 성대하게 분수를 쏟으며 기절했다. 꽤 깊은 물웅덩이가 생겼다. 시고 달콤한 냄새가 주위를 꽉 채웠다. 레온하르트는 핀의 엉덩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샅을 쑤셨다. 핀이 가버리자 그, 아니 그녀도 곧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로 몸을 파르르 떨며 손의 속도를 높였다.

"하아아아아아앙!"

마침내 그녀도 가버렸다. 마약 같은 탈력감과 무시무시한 행복감이 쏟아졌다. 시야가 흐려지고, 시고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모든 것을 잊은 채 이대로 잠에 빠지고 싶다.

이내 시야가 완전히 어두워진다. 눈꺼풀이 감긴 건지, 아니면 용이 그림자를 드리운 건지.

"이제야 끝났군. 이 년이 레온하르트랬지? 이 년은 내가 가져간다. 저년하고 다른 떨거지들은 하던 대로 학교로 보내."

그런 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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