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의 화원-9화 (9/62)

〈 9화 〉 리오나 (9)

* * *

“리~~오~~나~~!”

고함이 성에 울려 퍼진다. 미나의 목소리다. 가스파르는 오늘 성에 없다. 용 중에서도 고위직이라 그런가? 가스파르는 성을 비우는 날이 많았다. 쿵쿵쿵쿵. 세찬 발소리가 리오나의 방문 앞에서 멈췄다. 쾅. 문이 부서질 기세다.

“리오나! 무슨 벌이든 달게 받을 각오로 그런 짓을 한 거겠지!”

미나. 성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메이드다. 빨간 머리를 검은 리본으로 양 갈래로 묶었다. 머리카락이 길고 풍성해서 대비되는 몸이 매우 작고 귀엽게 보인다.

머리와 똑같이 새빨간 눈동자는 크고 동그랗다. 처진 눈꼬리와 두꺼운 눈썹이 마치 강아지 같다. 얼굴형 자체가 동그란데 볼살까지 살짝 올라와 귀엽기 그지없다. 피부는 하얗고 생기롭다.

어젯밤 잠들기 전 아일라가 찾아와 이 성과 주민들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가스파르가 보냈던 거겠지.

아일라 말로는 미나도 예전에는 드워프라는 종족의 수도 수비대장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어디를 봐도 그저 키 작은 미소녀일 뿐이지만.

리오나가 처음 그녀를 봤을 땐 가스파르의 취향을 정말 심각하게 오해했었다. 그녀가 원래 키가 매우 작은 종족이었다는 걸 안 지금도 그 의심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리오나! 네 죄를 불러봐라! 설마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지!”

그런 미나가 아침부터 리오나의 방에 쳐들어와 고래고래를 소리를 지르고 있다. 그것도 리오나보다 머리 한 개 반 아래에서.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미나는 볼과 가슴을 한껏 부풀린 채 여전히 리오나를 노려보고 있다.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근데 이거 귀엽다. 일단 껴안으면 되나?

꼬옥.

“꺄아아아아악! 무슨 짓이야!”

복부에 주먹이 꽂힌다. 아주 날카로운 바디 블로우다. 이건 정말 아프다…. 이상하네, 가스파르가 날 안을 때는 절대 이런 전개가 안 나오더니….

미나는 그대로 쓰러지려는 리오나의 멱살을 붙잡았다. 조그만 몸에서 엄청난 힘이 뿜어져 나온다. 순둥이 꼬마 애가 한껏 팔을 들어 올린 모양새라 역시 귀엽기 그지없다. 그래도 엄청난 건 엄청난 거다. 거의 리오나를 잡아먹을 기세다.

“오오오오냐. 네가 말 안 한다면 내가 말해주지. 하나! 모두가 쓰는 휴게실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죄!”

“서, 선배님. 그건 주인님도 잘못이…. 으아악!”

“이게 어디서 메이드 주제에 주인님을 팔아먹어! 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주인님께 떠넘긴 죄!”

계속 추가할 예정인가 보다. 오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셋! 졸지에 휴게실 청소와 이불 빨래까지 하게 된 나와 마야에게 사과하러 오지 않은 죄!”

“선배님. 그건 정말 죄송…. 흐익!”

“됐어! 넷! 주인님이 은혜를 베풀어주셨는데도 반말을 하고 무례하게 굴며 대들은 죄!”

“선배님이 그걸 어떻게 알으…. 호엑!”

“다섯! 주인님께 선물까지 받아 놓고도 주인님의 키스를 거부한 죄! 으아아아아! 내가 현역이었을 땐 이 정도면 사형이야 사형! 죽고싶은 거지?! 어! 요요요요, 요년을 어떻게 할까, 진짜!”

그대로 침대에 내다 꽂힌다. 그렇게 아프지는 않지만, 리오나는 자신의 무력감을 새삼 깨달아 매우 복잡한 기분이다.

“정말 죄송해요, 선배님…. 그런데 주인님과의 일은 선배님께서 어떻게 아시고?”

“아일라의 도촬 마법으로 다 같이 돌려봤지. 주인님은 이미 다 아셨을걸?”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스스로 가스파르의 자지를 빨았던 것도. 울면서 가스파르한테 칭얼거린 것도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봤다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이제 와 다 의미 없는 짓이다. 손이 다 뜨거울 정도다. 나 진짜 이 성에서 못 살겠어! 앞으로 선배들 얼굴을 어떻게 보라고!

“괜찮아. 남들도 다 겪은 일이야. 아니, 것보다!”

여기는 진짜 태연히 미친 소리를 하는 사람들뿐이다.

“그렇게 많은 중죄를 저지르고 어떻게 갚을 셈이야? 어떻게 얼버무릴 생각 마. 아일라랑도 다 이야기했으니까.”

정신이 나갈 것 같다. 일단 그 미친 마법을 당장 멈춰야 했다.

“지금도 또 찍고 있는 거 아니죠!? 앞으로 계속 그거 찍을 거면 저 여기서 뛰어내릴 거예요!”

“그건 걱정 마. 어젯밤 주인님께서 왜인지 모든 영상 기록 마법을 금지하셨으니까. 야, 근데 너 지금 나 협박한 거야?”

다행이다. 그래서 그렇게 표정이 굳었구나. 키스 한 번 거절당한 것 치고 묘하게 쪽팔려 한다 했다.

“이게 선배님이 말하는데….”

다시 멱살이 잡힌다. 작은 몸인데 정말 박력이 넘친다. 요리하는 사람이라 그런가?

“아뇨, 선배님. 그게 아니라. 오옥. 아니 진짜! 선배님!”

“넌 진짜 안 되겠다. 징벌실로 따라와.”

징벌실? 리오나는 처음 듣는 곳이었다. 미나에게 멱살을 잡힌 채로 덜렁덜렁 끌려간다.

“어……. 선배님들? 이건 대체?”

리오나는 발가벗겨진 채로 손이 묶였다. 안대까지 씌워져 주변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다. 징벌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눈이 가려져 징벌실이 어떤 곳인지, 자신이 지금 방 어디에 어떤 상태로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가죽과 쇠, 고무의 냄새가 난다.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도 난다. 원래 이곳의 냄새가 아니라 향이라도 피운 것처럼 선명하고 응축된 향기다.

“뭐긴 뭐야. 징벌이지. 네가 지은 죗값 톡톡히 치러 줄 테니까.”

미나의 목소리다. 스르륵. 옷깃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불안이 점점 증폭된다. 아니, 대체 뭘 하려고.

“어머? 벌써 용의 문장이 한 획 성장했네요~? 리오나, 그렇게 안 봤는데 변태 씨인 걸까~?”

마야의 목소리다. 아일라가 어미 고양이상, 미나가 어린 강아지상이라면 마야는 양이다. 희고 곱슬곱슬한 머리. 처진 눈에 크고 네모난 뿔테 안경이 덮였다.

빠질 것 같이 깊고 짙은 초록색 눈은 바라보다 보면 잠이 쏟아진다. 키가 조금 크고, 팔다리가 가늘어서 하늘하늘 구름이 떠다니는 것 같다. 그래도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역시 어마어마하게 큰 가슴이다.

성에서 가장 큰 그 가슴은 한쪽이 거의 리오나나 미나의 머리만 하다. 엉덩이도 가슴만큼은 아닐 뿐 충분히 크다. 그저 남자의 육욕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몸 같다. 가스파르의 수비 범위에 한계란 없다.

스르륵스르륵. 마야도 옷을 벗는다. 그런데 이래서야 그 큰 가슴을 볼 수도 없다. 마야 선배가 옷 벗는 모습은 좀 보고 싶은데. 미나 선배는 아무래도 좋다.

“그러니까 그 징벌이란 게 뭔지 궁금한데요?”

“넌 진짜 선배 말을…. 됐다, 야. 에잇.”

“히얏!”

젖꼭지에서 작은 진동이 전해진다. 눈이 가려져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예측할 수 없는 쾌락이 가슴 전체로 퍼져간다. 무슨 돌 같은 게 젖꼭지에 닿은 것 같다. 아, 돌에 진동하는 마법을 심은 거구나. 생각도 하지 못한 마법의 새로운 활용이다.

“그런 주제에 몸은 정말 예쁘다니까…. 하웁.”

“하아앙. 선배니임….”

미나는 리오나의 남은 한쪽 젖꼭지를 입술로 깨문다. 혀끝으로 살며시 핥다가. 쭈웁 쭙, 소리를 내며 가슴을 빨아올린다. 한 손으로는 계속 돌을 젖꼭지에 비비며 자극을 준다.

리오나의 목에 걸린 초커가 분홍빛으로 밝게 빛난다. 마치 신호등처럼 주인의 흥분을 주위에 알린다. 정작 리오나는 알 수가 없다. 짧은 신음을 흘리며 몸을 비틀 뿐이다.

이미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가슴이 보내는 쾌락도 강했지만, 왜인지 미나가 자신의 가슴을 빨고 있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가슴 안쪽이 무언가가 기어가는 것처럼 간지럽다.

마음 속에서 그 작고 귀여운 미나가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의 가슴에 달라붙어 젖을 빠는 그림을 그려본다. 안대만 없었으면 바로 눈 앞에 펼쳐질 광경이다.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만족감과 행복이 머릿속에 퍼진다. 육체적 쾌락과는 분명히 다른 쾌감이 피어오른다. 아아, 손이라도 자유로웠다면 미나를 꼭 껴안아 주었을 텐데.

“리오나가 다 나쁜 거예요~? 주인님의 마음도 짓밟고, 미나의 뜨거운 순정도 모르는 척하니까~. 그런 나쁜 아이한테는 벌을 주어야 하겠죠~?”

“내가 뭐 언제!”

미나의 항의는 가볍게 무시되었다. 마야의 손가락이 리오나의 허벅지를 기어오른다. 딱히 성감대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닿은 곳마다 섬찟한 쾌락이 일렁인다. 허벅지에서 배, 배에서 옆구리까지. 손가락이 음란한 춤을 춘다.

갑자기 숨이 차오른다. 리오나의 욕정이 마야의 손을 따라 강제로 끌어올려 진다. 옆구리에서 겨드랑이, 겨드랑이에서 어깨선. 선을 따라 그대로 목을 걸쳐 귀까지 도달한다. 소리 없는 리듬에 맞춰 천천히, 천천히.

“하앗…. 하악. 하아….”

“자, 아앙~ 하세요. 아앙~.”

그대로 고개가 돌려져 키스 당한다. 젖과 꿀의 냄새가 난다. 침과 침이 섞인다. 달콤한 냄새에 취한 것처럼 머리가 몽롱하다. 마야는 거침없이 리오나의 혀, 잇몸과 입천장까지 고루 맛본다.

리오나는 여전히 몸을 기어 다니는 마야의 손가락을 따라 춤을 춘다. 이 행복을 주는 단맛을 떠나보내기 싫다. 순식간에 몸과 마음이 마야에게 장악당한다.

그러고 보니 마야만큼은 원래 종족이 뭐였는지, 무슨 일을 해왔는지 듣지 못했다. 설마 악마가 아닐까? 사람을 홀려서 혼을 빼먹는 악마. 양을 닮은 것도 의심이 간다.

“쭈웁 츕. 츄웃.”

“으하앙!”

미나가 리오나의 가슴을 거세게 빨아올린다. 날카로운 쾌감이 리오나를 찌른다. 터져 나오는 신음에 입술이 마야의 입술과 떨어진다. 돌도 진동의 세기가 세진다. 그거 조절까지 되는 거였어?

“봐요~? 얼마나 질투가 심한지~. 분명 당신에게 주인님을 빼앗기는 것보다 주인님이 당신을 빼앗는 걸 더 걱정했을걸요~?”

“그러니까 내가 언제 그랬냐고!”

“네네~. 어차피 오늘 리오나는 우리 둘만의 것이니까~. 천천히 즐겨도 돼요~.”

미나의 항의가 또 무시된다. 리오나가 절대 무시 못 할 말도 들렸다. 아니, 그럼 난 오늘 온종일, 이 상태라는 거야?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힘껏 몸을 흔들었다.

나름대로 필사의 저항이었지만 미나에게 허리가 잡히고, 마야에게 어깨가 붙들리자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다. 이대로라면 미쳐버릴 것 같다.

“리오나도 차암~. 아! 좋은 생각 났다. 리오나 양~? 맛난 거 줄 테니까 이번에는 위쪽 보고 아앙~ 해볼래요~? 그래, 아앙~”

어째서인지 마야의 목소리를 거스를 수가 없다. 하란대로 고개를 올려 입을 벌리고 만다. 아, 아앙.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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