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리오나 (10)
* * *
“그래, 착하지~. 응베에.”
벌린 입안으로 따뜻한 액체가 들어온다. 방금 느꼈던 그 향기가 난다. 젖과 꿀의 냄새. 달고 향긋한 행복의 맛. 마야의 타액이다.
“아… 아….”
“베에~.”
가슴이 미칠 듯이 뛴다. 초커도, 용의 문장도 더욱 밝게 빛난다. 키스할 때보다 더 흥분된다. 리오나는 이렇게 음란하고 천박한 짓거리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마음이나 사랑 따위는 상관없이 그저 체액을 주고받기 위한 행위. 남들은 더럽다고 생각하는 그 체액을 리오나는 지금 성수처럼 하늘을 바라보며 받아먹고 있다.
얼굴이 뜨겁다. 온몸의 털이 바짝 선다. 리오나 자신도 상스럽고 음탕한 여자가 된 것 같다. 마야처럼 아름답고 매혹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의 체액이라면 언제까지라도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그 생각이 자신을 더 비참하게 만들고, 다시 그 비참함에 취해 더욱더 흥분한다. 꿀꺽. 목을 울리며 마야의 침을 받아 마신다. 그 상스러운 행위가 리오나를 또 고조시킨다. 악순환에 악순환이 반복된다.
마야의 폭포수가 멈춘다. 리오나의 입 주변은 침 범벅이다. 무의식적으로 그 침도 핥아먹는다. 마야가 리오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젖먹던 아기처럼 얼굴과 몸을 마야의 가슴에 기댄다. 푹신하고 편안하다.
"헤헤~. 우리 리오나 맘마 맛있었쪄요~?"
더 맛이 간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이미 리오나는 마야의 목소리를 거스르는 게 불가능하다.
“네에~. 선배니임…. 하아… 하아…. 햣! 아! 하앙!”
이번에는 미나의 손이 리오나의 소중한 곳에 닿는다. 시야가 차단당한 상태에선 어디서 어떤 자극이 올지 모른다.
작은 자극 하나도 크게 다가오고, 자신이 완전한 무방비 상태에 있다는 게 느껴져 피학적인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미나는 이미 흥건히 젖은 리오나의 그곳을 살며시 어루만진다.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몸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쾌감에 지배당한다.
“벌써 이렇게 젖어선…. 흥! 변태 년이 주인님한테 꼬리나 치고 말이야.”
미나의 손은 리오나의 클리토리스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자그마한 손가락이 가장 민감한 성감대를 조물조물 만지작거린다.
허리의 힘이 풀리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가스파르나 아일라의 손의 느낌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자극이 더 섬세하고 선명하다. 이번엔 자연스럽게 몸이 앞으로 기운다.
“으으…. 으.”
“어머~? 어머머~?”
왜인지 미나의 앓는 소리가 들린다. 마야가 감탄하는 소리도 들린다. 무슨 일이지?
“야! 고개 더 숙여!”
“네, 네헷?”
“고개를 더 숙이라고!”
미나가 남은 한 손으로 리오나의 머리채를 잡았다. 강제로 고개가 숙여진다. 몸이 앞으로 기운다. 리오나가 영문도 모른 채 당황하고 있을 때.
쪽.
리오나의 입술에 이번에는 미나의 입술이 닿았다.
“어머~. 귀여워라~. 엄마한테 뽀뽀를 조르는 아이 같네요~?”
“너 진짜 다음엔 죽인다. 응츗.”
자그마한 입술과 혀가 정말이지 귀엽고 사랑스럽다. 딸기, 정확히는 딸기 시럽 냄새가 난다. 케이크와 디저트. 사탕과 젤리. 기타 어린 여자아이가 좋아 할만한 그 외의 모든 것들이 떠오른다.
“리오나 그거 알아요~? 미나 지금 한껏 까치발 들고 얼굴 붉히면서 리오나한테 매달려 있어요~. 둘 다 너무 귀여워서 혼자 보기 아깝네요~.”
미나의 작은 혀가 리오나의 입속에서 열심히 이곳저곳을 쑤셔온다. 사실 리오나는 그리 흥분이 되지 않았다. 너무 작은 입술과 혀의 한계는 명백했다. 그런데도 미나는 리오나를 자극해 보겠다고 계속 애를 쓴다.
귀엽다. 미나를 직접 보지 못해서일까, 오히려 상상 속 미나의 귀여움이 한계를 모르고 폭발한다. 입꼬리가 무너지며 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진다.
“으읍. 응? 으읍! 으!”
리오나의 혀가 미나의 작은 입속으로 쑤욱 침투한다. 레온하르트가 아닌 리오나가 이렇게 주도적인 키스를 시도한 건 처음이다. 갑작스러운 리오나의 기습에 미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술을 떼려 한다.
“안 돼요~? 그렇게 리오나랑 뽀뽀하고 싶어 했으면서~. 리오나~? 미나의 머리는 제가 잡아줄 테니까, 맘껏 맛보세요~.”
“으읍! 으으읍! 으!”
마야의 배려에 힘입어 차차 미나의 입을 공략한다. 파티에서 마음에 든 여성을 몰래 자신의 침실로 부르던 날을 회상한다. 그래, 분명 이런 식으로….
“으응. 하아…. 츄웃.”
“으응! 읍, 으읍. 츗.”
“그래요~. 하아~. 멋져~. 둘 다 너무 아름다워요~. 아일라가 이걸 봤으면 그 자리에서 기절했을 걸요~?”
미나의 숨결이 점점 뜨거워지는 걸 느낀다. 기억을 더듬어 미나의 입을 공략한다. 자연스럽게 혀를 섞고, 타액을 교환한다. 미나가 도망치려고 해도 놓치지 않는다. 집요하게 혀와 혀를 얽는다.
앞은 리오나의 입술에, 뒤는 마야의 손에 가로막힌 미나는 어쩔 줄 몰라 몸을 바둥거린다. 평소처럼 리오나 배에 주먹을 꽂으면 도망칠 수 있을 텐데 그러지 않는다.
미나의 혀가 조금씩 리오나의 혀에 다가온다. 미나의 작은 입안에서 서로의 혀를 간지럽히고 우롱한다. 타액과 타액이 끈적하게 섞인다. 더 질척하고 어른스러운 단 맛이 혀와 혀 사이에 스며든다.
마야가 말한 것처럼 미나를 충분히 맛보고 천천히 입을 뗀다. 정말 맛있는 딸기 케이크를 먹은 기분이다.
“푸핫…. 하아… 하아…. 너네 오늘 저녁 없을 줄 알아….”
“어머~? 저희는 주인님의 물건인데 미나가 그런 말 해도 되나요~? 우리 몸이 상하면 어쩌려고~?”
“흥!”
“이제 좀 솔직해져요. 미나~? 그렇게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지었으면서~.”
퍽퍽. 미나의 주먹이 마야의 살에 박히는 소리가 들린다.
“리오나! 착각하지 마! 딱히 너 따위 좋아하지 않으니까!”
어린 공주님이 손수 엮은 꽃팔찌를 레온하르트에게 건네주시면서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판에 박힌 대사를 실제로 하는 사람이 세상에 한 명 더 있었을 줄이야….
“미나한테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거 같으니~? 이제 제가 실례하겠어요~?”
언제 리오나의 뒤로 돌아왔는지, 마야의 숨결이 리오나의 엉덩이에 닿는다. 리오나는 아직도 암흑에 익숙하지 않다. 작은 자극에도 움찔움찔. 몸을 들썩이고 만다. 허리가 마야의 손으로 고정된다.
“작은데도 탐스럽고 무엇보다 피부가 정말 보드랍네요~. 아일라가 맨날 부럽다고 하는 게 이해가 돼요~.”
마야가 엉덩이에 볼을 비빈다. 으으. 이미 별짓을 다 했는데도 부끄럽다. 아일라는 평소에 그런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구나…. 나는 딱히 바래서 얻은 것도 아닌데.
“이제 그럼~?”
갑자기 마야가 리오나의 엉덩이를 한쪽씩 움켜잡고는 활짝 벌린다. 놀란 리오나가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할짝.
“@#$?~!@##!!!!!!”
할짝할짝.
마야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리오나의 항문을 핥았다. 생전 처음 겪는 자극에 뇌가 굳어버린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음. 에~.”
그대로 마야의 혀가 더 안쪽으로 침투한다.
“서, 선배님! 그렇게 더러운 곳…. 하앗?!”
마야의 혀가 나왔다가, 다시 들어온다. 그리고 또 나왔다가, 다시 들어온다. 마야의 혀가 왕복할 때마다 미지의 쾌감에 하반신이 부르르 떨린다. 리오나의 생각 따위 상관없이 이미 개발될 대로 된 육체는 감미롭고 부정한 쾌락을 탐닉한다.
다른 성감대가 주는 쾌락과는 다르다. 안달이 나고, 애달파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필사적으로 몸을 흔들어보지만, 엉덩이를 단단히 붙잡혀 도망치지 못한다. 게다가.
“응, 츄릅. 츄”
“꺄앗! 하윽…. 미나 선배님까지….”
미나의 작은 입술이 클리토리스에 닿는다. 또 할짝할짝. 이번엔 익숙한 쾌락이 리오나를 덮친다. 앞으로도, 뒤로도 도망칠 수 없고, 자연스럽게 허리가 뜬다.
미나와 마야는 리오나의 허리를 한쪽씩 붙잡았다. 남은 손으로 미나는 용의 문장이 그려진 하복부를 꾹꾹 누르고, 마야는 회음부를 살살 어루만진다. 용의 문장은 밝게 빛나며 묵직한 쾌락을 자궁에 전해온다.
하반신 네 곳에서 전해져 오는 쾌감에 리오나의 몸과 정신 모두 따라가지 못한다. 몸이 무언가 크게 잘못된 인형처럼 단속적으로 덜덜 떨린다.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쾌락에 서 있는 것조차 힘들다. 척추가 오싹오싹하고 등부터 어깨, 목 뒤까지 소름이 오른다.
"에~. 응벳. 반응을 보니 뒤쪽 처음은 제가 가져간 거 같네요~? 미나~? 미안해요~. 리오나의 처음 중 하나를 주인님도 아닌 제가 빼앗아 버렸네요~? 응, 베에~."
"츗. 츄릇. 츗.츕"
마야의 도발 때문일까, 미나의 혀가 빨라지고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러나저러나 리오나는 점점 미쳐간다.
“으흑…. 윽… 으…. 선배니임…. 저… 저….”
리오나는 너무 큰 쾌감에 눈물을 흘리며 애원한다. 계속된 키스와 애무에 리오나의 몸은 딱 먹기 좋게 달아 올라있었다. 앞뒤의 소중한 부위를 애무받으며 회음부까지 자극당하니 처리되지 못한 쾌락이 아랫배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이미 미칠 것 같이 기분 좋은데, 받는 쾌락이 너무나 커서 따라가지를 못한다. 해소되지 않는 쾌감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만 한다.
할짝할짝할짝.
마야가 왕복을 멈추고 항문을 빠르게 핥는다. 미나는 입술을 모아 클리토리스를 거칠게 빨아올린다. 미나는 하복부를, 마야는 회음부를 꾸욱 세게 누른다. 둘은 의도적으로 리오나에게 쌓인 쾌락을 폭발시키려 한다.
“흐아아아아앙! 아앙! 아아아아아앗! 아, 아. 하악… 하….”
드디어 둑이 무너지고, 쌓였던 쾌감이 폭발한다. 머리가 하얘지고,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다리가 떨린다.
강한 전류가 신경을 찢으며 가랑이에서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용의 문장도 격렬하게 반응하며 정해진 쾌락 신호를 자궁에서 뇌로 보낸다. 발끝이 들어 올려진다. 머리에서 다시 발끝까지 쾌감이 배출되지 않고 역류하며 되새김질 된다. 몸의 열이 도저히 가라앉지 않는다. 지독한 열병에 걸린 것처럼 숨이 가쁘고 머리가 멍하다. 툭. 실이 잘린 관절 인형처럼 몸이 축 늘어진다.
몸속에서 회오리치던 쾌감이 조금씩 멎어 든다. 졸졸졸. 무언가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평소 느꼈던 육체의 절정보다 더 큰 해방감이 찾아온다. 이번에 오른 행복의 절정은 매우 높고 험하다. 도저히 내려오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 푸학! 칵! 퉷, 퉤!”
“어머~. 리오나~? 성대하게도 가셨네요~. 안대를 썼는데도 어쩜 이렇게 황홀한 표정인가요~? 그렇게 기분 좋았어요~? 충분히 즐기셨다면 이제는 저희도~.”
마야가 안대를 벗겨준다. 눈이 부시다. 갑자기 쏟아지는 빛에 아직도 멍한 머리가 조금씩 밝아진다. 채찍과 초, 가죽옷과 마법석이 보인다.
나무 삼각대와 아이언 메이든 같은 섬뜩한 고문 기구도 보이지만 모두 끝이 뭉툭한 게 그냥 그런 플레이를 위한 도구처럼 보인다. 구석에 뜬금없이 놓인 이인용 침대를 보니 더 확실하다.
그리고 그 침대 위에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한 아름다운 메이드가….
“아일라 선배님?!”
“뭐, 아일라?”
“어머~?”
“이 년들이 어디서 땡땡이를 치나 했더니만…. 대놓고 들어 와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어? 식사고 일이고 다 내팽개치고서는 아주 그냥 살판이 나셨네?”
나긋나긋하고 누구한테나 존댓말을 쓰던 평소의 아일라가 아니다. 아일라와 다른 메이드 사이에 계급상의 차이는 없지만, 그건 명목상 그렇다는 거고.
가스파르가 가장 먼저 성에 들인 메이드가 바로 아일라다. 아일라와 가스파르가 함께한 건 거의 만 년이 넘는다고 한다. 그녀는 자타공인 이 성의 이인자이자, 미나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파워가 있다.
“아, 아일라! 이건 다 리오나 때문에….”
“선배님, 저는 피해자예요, 피해자!”
“에헿~.”
상황 파악이 안 된 건지, 아일라가 무섭지 않은 건지. 마야만이 태평하게 웃고 있다. 또각또각. 아일라가 천천히 다가온다.
“아니, 변명은 필요 없어.”
아일라가 점점 더 가까워진다. 꿀꺽. 미나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도대체 앞으로 무슨 일이….
“여기가 바로 징벌실이잖아? 셋 다 주인님 오시기 전까진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갈 테니까 각오해.”
어느샌가 아일라의 손에 채찍과 초가 들려있다. 쇠사슬 소리가 들려서 주위를 둘러보니 미나와 마야도 리오나처럼 손이 묶여 있었다. 오늘 또 새로운 마법을 알았다. 둘 다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역시~?”
“갸아아아아아악! 아일라 님 죄송해요오!”
“저는 진짜 피해자인데~!”
차라리 가스파르가 신사적이었던 것 같다. 그때 그냥 키스해 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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