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 리오나 (24)
* * *
가스파르의 손은 거침없다.
그 몸에 넘쳐흐르는 남자로서의 자신감과 자부심을 나타내듯, 아무런 거리낌 없이 리오나의 몸을 더듬는다.
리오나의 몸을 두른 보석이 가스파르의 손길을 따라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진다.
리오나가 원래 입고 있던 드레스도 가스파르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다. 이미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보석의 웨딩드레스만이 흥분에 발갛게 달아오른 리오나의 몸을 서툴게 감추고 있다.
보석의 천이 은색 달빛을 받아 처연하게 빛난다. 마력을 잃은 보석들이 마치 물방울처럼 가스파르의 손끝에서 흘러내린다. 리오나는 가스파르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고 그의 능숙한 손길을 그저 받아들이고 있다.
마치 호수 위에 떠오른 물의 정령의 옷을 벗기고 탐하는 것처럼 몽환적이고 매혹적인 정경이다. 아름다운 서정시의 한 풍경 같다.
뭐가 허영이고, 뭐가 부끄러운 과거냐. 이렇게나 아름답지 않은가.
이곳을 무대로 정하고, 리오나에게 빛나는 보석 드레스를 입힌 것 모두 일종의 자학적 농담이었지만, 결국 가스파르도 리오나의 아름다움에 홀려버리고 말았다.
만 년이 지나도 가스파르는 변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빛나고 아름다운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성질인 것이다. 그가 생각해도 정말 기막힌 농담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여리고 갸륵한 꽃에게는 사랑과 정성을 쏟아줄 주인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도 넘길 수 없다. 나만의 꽃, 나만의 노예, 오직 나만의 리오나….
가스파르가 리오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고운 금발이 가스파르의 손가락 사이를 매끄럽게 헤엄친다. 리오나의 체온이 느껴진다. 리오나가 가스파르의 가슴팍에 뜨거운 한숨을 내뱉는다.
차가운 달빛을 받아 달아오른 리오나의 몸을 보니 그녀가 갑자기 키스해오던 새벽이 떠오른다.
그때는 그저 리오나의 아름다운 등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가 좋았던 그다음 날 밤에도 거사를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리오나는 가스파르를 거부하지 않는다. 그저 기대와 두려움이 엉망진창으로 섞여 녹아버린 표정으로 가스파르를 바라보고 있다.
가스파르에게 자신의 모든 걸 맡기고 있다.
잊고 있던 감정이 떠오른다. 그 어떤 보석보다 빛나고, 그 어떤 황금보다 가치 있는 것이 내 손 안에 있다. 굳이 남에게 으스대거나 자랑할 필요도 없다. 그것들과는 다르게 리오나는 이렇게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니까.
그가 이곳에서 리오나에게 한 말 중 거짓은 없었다.
그 잘난 선왕도 이미 죽었다. 그 아들은 한심하고 변변찮은 녀석이다. 그 녀석은 수천 년이 지나도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닫지 못하겠지. 예나 지금이나 가장 큰 금고에 가장 가치 있는 보석을 모은 용은 가스파르, 자신이었다.
유쾌한 성취감과 우월감이 가스파르의 가슴을 채운다. 자신감과 호승심이 불타오른다.
그 야만적인 수컷의 감각이 가스파르를 더 거칠게 만든다. 리오나를 더 세게 끌어안고, 엉덩이를 주무른다.
벌써 달과 별이 뜨고, 쌀쌀한 밤바람이 부는데, 가스파르의 품만은 따뜻했다.
가스파르의 체온과 냄새, 드레스를 벗기는 손길과 그 자신만만한 태도. 몸을 기댔을 뿐인데 머리가 어지럽고 하복부가 뜨겁다.
이전처럼 용의 문장 때문만이 아니다. 리오나 자기 자신이 가스파르를 원한다. 바뀌어버린 정신과 육체가 진정으로 가스파르를 갈구하고 있다.
이제 용의 문장을 지우고, 초커를 벗어버린다 해도 돌이킬 수 없다. 그녀의 영혼에 가스파르라는 남자가 새겨져 버렸다.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이 정겹다. 그가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마다 리오나는 더욱더 작고 연약한 존재가 된다. 그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가슴이 뛰고 몸에 열이 오른다.
그 손끝에서 리오나를 확인하고 소유하려는 듯한 강한 힘이 느껴진다. 그전보다 거칠고 억세다. 더 큰 행복과 편안함이 피어오른다. 가스파르도 리오나를 원하고 있다.
리오나의 하복부에 딱딱한 무언가가 닿았다. 단단히 발기한 가스파르의 남근이었다. 가스파르가 리오나에게 흥분하고 있다는 그 사실이 그녀를 가장 흥분시켰다.
바지 너머로도 그 크고 단단한 용 자지가 점점 커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리오나의 아랫배, 그중에서도 용의 문장이 그려진 자궁 바로 앞쪽을 꾹꾹 눌러온다.
리오나의 몸에 감미로운 소름이 돋았다. 가스파르의 얼굴을 바라보는 눈에 질척하고 음탕한 물기가 감돈다.
“하앙!”
가스파르가 리오나의 엉덩이를 거세게 움켜쥔다. 평소의 배려심 많고 상냥한 가스파르가 아니다. 엉덩이를 마치 빵 반죽처럼 제멋대로 힘세게 주물럭댄다.
이제 리오나를 지키는 건 팬티 한 장뿐이다. 팬티는 이미 흥건하게 젖어서 엉덩이를 주무를 뿐인데 찌걱찌걱 물소리가 난다.
“하아아앙! 흐윽! 아앙!”
가스파르의 손이 그대로 음부로 향한다. 팬티를 젖히고 클리토리스와 질 입구를 쑤셔댄다.
한계까지 발기한 용 자지는 이제는 대놓고 자궁 앞을 노크하고 있다. 그 폭력적인 쾌감에 리오나가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른다.
“가, 가스파르. 키스해줘. 키스으~.”
가스파르를 올려다보며 키스를 조른다. 아직 전희일 뿐인데, 기대지 않으면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의 쾌감이다.
리오나가 가스파르의 등에 팔을 두르고 키스를 갈구한다. 허리를 튕기고 목소리를 떨면서 잔뜩 애교를 부린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와의 접촉은 기쁘면서도 두렵고, 행복하지만 아찔하다. 그러니까 키스. 가스파르와 입을 꼭 맞추고 있으면….
“하읍, 으응….”
그저 쾌락과 환희만이 차오른다. 이제는 더 거세고 난폭한 쾌감이 리오나의 몸을 헤집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마음이 진정되고 안심이 된다.
쪽쪽. 리오나는 가스파르의 아래에서 애타게 그의 혀와 입술을 애무한다. 위치상 자연스럽게 가스파르의 타액이 리오나의 입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사위를 가득 채운 별과 보석보다 반짝이는 불빛들이 리오나의 머릿속에 터진다. 리오나가 몸을 더 밀착해 스스로 아랫배와 가스파르의 자지를 비빈다.
가스파르도 계속 리오나의 음부를 자극한다. 남은 한 손으로는 등 뒤 척추 마디마디를 살며시 어루만진다. 오싹오싹하고 견딜 수 없는 쾌감이 리오나의 등을 타고 척수를 오른다.
“후앗…. 가스파르. 나, 나! 으읏! 하아아아아앙!”
가스파르의 품속에서 리오나가 부르르 떤다. 작은 절정에 오른 리오나의 가랑이에서 터져 나온 애액이 발밑의 에메랄드와 루비를 적신다.
저절로 고개가 내려가고 두 손은 가스파르의 어깨와 팔을 붙잡는다. 그렇게 매달리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넘어질 것만 같다.
바로 눈앞에 우뚝 솟은 가스파르의 빳빳하게 발기한 남근이 보였다. 얼마나 흥분했는지 지퍼를 뚫고서 수컷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오늘 저 커다란 것이 내 몸에….
아득한 쾌감에 떨면서도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다. 절정은 끝나가는데 뛰는 가슴은 멈추지 않는다.
이제 저게 내 안에…. 나를 꿰뚫고 완전한 여자로….
기대감과 공포감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열락으로 하복부가 징징 울린다. 용의 문장이 밝게 빛나며 제 주인을 찾는다.
“하아…. 하아…. 응? 꺄앗!”
가스파르가 리오나의 어깨를 붙잡고 그대로 같이 넘어졌다. 그 충격으로 사방에 보석이 튀었지만 리오나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두꺼운 솜이불 위에 누운 것처럼 푹신하고 아늑한 감각. 단단한 보석 알갱이가 마치 구름을 뭉친 것처럼 부들부들하다. 또 가스파르의 마법이었다.
잔잔하고 고요한 호수 위에 둘은 그렇게 누웠다. 누운 채 바라본 밤하늘도 어지럽게 아름다웠지만 그보다도.
“리오나. 정말 괜찮은 거지?”
가스파르가 검붉게 충혈된 남근을 리오나의 음문 앞에 가져다 댔다. 팬티 위에 자지를 비비며 보지를 자극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리오나를 꿰뚫을 기세다.
가스파르도 상기된 얼굴로 뜨거운 한숨을 내뱉고 있다. 상당히 흥분했을 텐데도 리오나의 의사를 물어온다.
이미 두 번이나 거절당한 적이 있어서? 가스파르는 언제나 착하고 상냥하니까?
아니다. 가스파르는 그저 듣고 싶은 것이다.
리오나가 제 입으로 자신을 범해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가스파르는 완전히 발정 난 수컷의 눈으로 리오나의 몸을 노려보고 있다. 이제 와 거절한다고 해서 가스파르가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
진짜로 거절하면 어떻게 될까. 잠깐 소악마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리오나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 장난을 칠 때가 아니었다.
몸이, 마음이 가스파르를 원하고 있다. 저 단단하고 두꺼운 육봉에 꿰뚫리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지금도 팬티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애액과 쿠퍼액이 끈적하게 섞이고 있다.
리오나는 손끝으로 팬티 끈을 비벼 팬티를 말아 내렸다. 분홍빛으로 달아오른 보지에 차가운 밤공기가 닿았다. 팬티를 다 벗기 위해 다리를 살짝 들어 올리자 가스파르가 거칠게 한쪽 다리를 붙잡고 그대로 팬티를 벗겨버렸다.
가스파르는 리오나의 한쪽 다리를 끌어안고 귀두로 생보지 입구를 꾹꾹 누르고 있다. 클리토리스가 귀두 끝에 눌리며 리오나에게 달콤한 쾌락을 전한다. 정말 지금 당장이라도 따먹을 기세다.
“하앗! 아앙…. 거기….”
가스파르가 끈질기게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며 리오나의 대답을 강요한다. 리오나의 허리가 춤을 춘다. 어쩌면 두 번이나 거절당한 것에 대한 복수나 화풀이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대답은 정해져 있다. 이제 와 거절 따위 할 이유가 없다. 리오나가 서툴게 가랑이를 벌린다.
“응! 가스파르! 나를 여자로 만들어 줘. 나를…. 가스파르만의 여자로 만들어 줘!”
하복부에 그려진 하트에 맞추어 양손 하트를 만든다. 그 아래 자궁을 가득채워 달라는 듯 애타게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부른다. 문장이 리오나의 부푼 기대에 발맞춰 손 하트 안에서 밝게 점멸한다.
아아…. 이걸로 나는 진짜….
가스파르가 몸을 기울인다. 그의 무게가 조금씩 리오나에게 실린다. 얼굴이 가깝다. 귀두가 조금씩 리오나에게 파고든다. 그가 그녀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다 댄다.
“사랑해. 레온하르트.”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