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리오나 (25)
* * *
가스파르가 리오나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다 댄다.
“사랑해. 레온하르트.”
“흐읏?!”
리오나는 그대로 관통당했다.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잊고 싶던 옛 이름을 불리면서.
“아흑, 하악….”
그 옛 이름으로 가스파르에게 불린 건 첫 만남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녀에게 리오나라는 새 이름을 준 건 그였다.
옛 이름이 행복의 절정에 있던 리오나에게 차가운 과거를 일깨워준다. 한때 꿰뚫겠다고 결심한 그 가슴팍이 바로 눈앞에 있다. 원수의 비늘과 발톱을 뜯어 무구를 지으리라 다짐까지 했는데.
“아학…. 하아아악….”
달궈진 쇠 창에 꿰뚫린 건 리오나였다. 그 원수의 등과 어깨에 팔을 두르고 고통에 몸을 떨었다.
가스파르는 어떠한 배려나 거리낌도 없이 바로 피스톤 질을 시작했다.
리오나의 벌려진 가랑이에서 아주 약간의 핏방울이 흐른다. 그 상실과 파탄의 고통이 리오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그 이상의 행복과 만족감이 금새 또 끓어오른다. 가스파르의 남근이 질내를 왕복할 때마다 옅은 신음이 터져 나온다. 조금씩 고통이 가시고, 두꺼운 귀두가 질벽을 훑으면 처음 겪는 즐거움에 허리가 뜬다.
그가 부른 레온하르트는 이미 없다.
통일왕국 기헨의 최고 명문가에서 태어나, 그 미래를 촉망받던 젊고 정의롭던 근위대장은 이제 없다. 사랑하는 용의 아래에 깔려 앙앙 신음을 흘리는 비천하고 처량한 육노예 하나가 남았을 뿐이다.
가스파르가 일깨운 그 사실이 리오나를 더 깊은 타락으로 이끈다. 리오나 자신이 비참해지면 비참해질수록 더 깊은 쾌락과 흥분이 그녀를 미치게 만든다.
이미 리오나에게 부끄러움 따위는 없었다. 그녀의 탁한 눈에는 오직 가스파르만이 비친다. 그녀가 미약하고 하찮아질수록 가스파르는 위대하고 강대한 존재가 된다.
비겁자가 되면 될수록 그녀에게는 가스파르 밖에 남지 않는다. 부모에게 이 몸을 설명할 수나 있을까? 핀이 지금의 나를 보면 뭐라고 할까?
다 필요 없다. 이 행복과 가스파르만 있으면 된다.
힘도, 지혜도 겨룰 수 없고, 그 태생과 위업, 모든 것이 격이 다른 존재.
약하지만 예쁜 암컷인 자신은 강인하고 우수한 수컷인 가스파르 옆에서 보호받는 게 당연하다. 인간이 문명을 하사받기 이전부터 정해진 자연의 이치다.
가스파르도 이렇게나 강하게 나를 원하고 있다. 리오나는 황송하게도 선택받은 것이다.
“오옥…. 오오옥….”
가스파르가 자지를 뿌리 끝까지 밀어 넣었다. 귀두가 자궁구를 콕콕 찌른다. 그 몸이 원래 겪어서는 안 되는 쾌락에 리오나가 찌릿찌릿 허리를 떤다.
하복부에 새겨진 용의 문장의 정중앙, 용의 비늘 같은 장식으로 치장된 하트 문양이 볼록하게 튀어나왔다. 마치 처음부터 맞추어 그린 것처럼 문장의 위치와 자지의 길이가 서로 절묘했다.
용의 문장은 가스파르가 리오나의 자궁구를 콕콕 찌를 때마다 볼록하게 솟아오르며 어느 때보다도 밝은 빛을 내뿜고 있다.
“이게 좋나? 이렇게 당하고 싶어서 그렇게 내 등에 보지를 비볐나 보지?”
가스파르가 손끝으로 그 용의 문장을 쓰다듬는다. 한동안 살포시 쓰다듬더니, 꾹꾹 누르며 단단한 귀두와 함께 자궁을 앞뒤로 자극한다.
“응…. 응깃, 흐아아아앙!”
다 그렇게 설계된 것이다. 어쩌면 이게 문장의 진정한 용도일지도 모른다. 어지럽게 짜인 마법 회로와 신경들이 모두 오직 뇌에 쾌락 신호를 보내는 것에 집중한다.
문장이 기뻐 날뛰며 이미 개조된 리오나의 몸과 정신을 제 주인에게 충성스럽게 헌상한다.
자지가 박힐 때마다 터져 나온 애액이 사방에 튄다. 가스파르와 리오나의 하반신은 이미 푹 젖었다. 음탕하고 상스러운 물소리가 고요한 호수를 깨운다.
몸과 정신이 얼마나 타락한 건지, 리오나는 자신이 침범당하고 더럽혀지는 그 감각을 유난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숨을 헐떡였다.
자궁이라면 원래 가장 소중하고 아껴야 할 여자의 공간일 텐데, 그곳을 가스파르에게 허락한 것이 너무나 기쁘고, 근사했다. 여자로서의 최고의 행복과 기쁨이 벌써부터 자궁을 채웠다.
가스파르는 일부러 그녀를 레온하르트라 부른 것이다. 조금이라도 남은 그의 정념과 자존심을 그녀에게서 완전히 지우기 위해.
가스파르가 정말 도구를 쓰듯 리오나의 허리를 붙잡고 위아래로 훑었다. 여자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는, 그저 내용물을 쏟아내기 위한 몸놀림이다.
허리는 물론이고 질과 자궁까지 붙잡힌 리오나는 그저 가스파르에게 매달려 비명을 지를 뿐이다.
“히이이익! 이익! 오오옷….”
이미 리오나는 가스파르에게 사용되는 것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다. 애초에 그녀는 가스파르의 노예일 뿐이다. 주인이 소유물을 어떻게 다루든 주인의 자유였다.
“하악, 윽, 하아악….”
“하아…. 아름다워, 리오나. 상스럽고 천박한 그 모습까지 귀여워. 평생 그렇게 내 밑에서….”
가스파르가 상냥한 말투로 귓가에 속삭인다. 내용과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리오나는 그 말에 가슴이 또 두근거린다.
가스파르는 삽입한 채로 리오나의 몸을 돌렸다. 두껍고 단단한 자지의 요철이 리오나의 자궁을 헤집는다.
그대로 등을 보인 리오나를 세차게 박아 올린다. 불과 몇 분 전까지 남자를 모르던 좁은 질벽이 가스파르의 두꺼운 자지에 맞춰 확장되어 간다.
리오나의 아랫배가 옆에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부풀었다 꺼지기를 반복한다. 리오나가 조심성 없이 열린 입으로 뜨신 숨을 내쉬고, 멍하니 풀린 눈으로 아름다운 밤하늘과 보석의 호수를 바라본다.
온몸이 환희에 떨리고 유례없는 행복감이 하반신에서 밀려온다. 쾌락과 찬란함에 취해 머리가 몽롱하고 어둡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고 기분이 좋은데 무엇을 더 바랄 게 있을까?
가스파르는 허리를 리오나의 엉덩이에 부딪히면서, 체중을 실어 단숨에 꽂아 올리기를 반복한다. 육봉이 분홍색 점막을 파고들 때마다 리오나는 기쁨에 미친 신음을 내뱉는다.
찐득하게 젖은 세로 갈림길은 거절하는 일 없이 주인을 받아들인다. 빼내려고 하면 아쉽다는 듯 매달리면서 저 자신을 휘젓는다. 그렇게 또 박고, 빼내고, 박고, 빼내면 리오나가 기성을 올리며 절정에 달한다.
“앗, 하악, 하아아아앙! …하아…. 흐앙!”
리오나가 절정에 달해도 변하는 건 없다. 가스파르는 자기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 리오나에게 제 욕망을 박아 넣는다.
흥분에 발갛게 달아오른 리오나의 엉덩이가 가스파르의 허리와 닿을 때마다 모양을 바꾼다. 볼기에 손가락이 파묻히면 저릿저릿한 쾌감이 등을 타고 오른다.
“최고야, 리오나. 넌 정말 모든 게….”
가스파르의 자지가 한층 더 부풀어 오른다. 숨이 가파르고 자지가 질벽을 왕복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가스파르의 절정도 가까웠다.
리오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도 여자를 몰랐던 게 아니다. 단지 지금은 위치가 바뀌었을 뿐. 곧 가스파르가 자신의 자궁에 아기씨를 뿌린다는 건 명백했다.
가스파르가 더 깊게 박을 수 있도록, 더 깊고 확실한 곳에 정액을 쏟아낼 수 있도록, 허리를 들고 산도를 올곧게 세운다. 한참 동안 콕콕 찔려진 자궁구는 이제 그 문을 활짝 열고 제 안을 가득 채워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리오나가 의도하거나 의식한 게 아니다. 그 몸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목적을 생각하면 애초에 당연했다.
리오나와 가스파르의 첫 아가용이 될 난자는 이미 자궁 안에서 얌전히 수정을 기다리고 있다.
리오나의 허리가 점점 들어 올려진다. 푹신한 보석 땅에 얼굴이 처박힌다. 한심하고 망측한 자세. 몸이 처음 바뀌고 흥분을 주체 못 해 그 자리에서 핀과 함께 자위에 푹 빠졌을 때의 그 자세다.
리오나가 어떻게 발버둥을 치던 정해진 미래는 바뀌지 않았겠지. 그렇다면 그때처럼 이렇게 미쳐 행복과 쾌락에 몸을 맡기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리오나가 종아리로 가스파르의 허벅지를 붙잡았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하반신 전체를 써서 가스파르에게 매달린다. 가랑이도 더 활짝 벌려서 가스파르를 끌어들인다.
가스파르가 리오나를 꽈악 껴안는다. 등 뒤로 느껴지는 따스하고 안심되는 가스파르의 체온, 냄새.
가스파르가 한층 더 힘을 실어 리오나의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한다. 열린 자궁구에 귀두 끝이 닿았다. 그대로 절정에 달해 자궁 안으로 정액이 쏟아진다.
“하악…. 하아….”
“응긋! 흐윽. 오오오오옥!”
리오나도 깊고 찐득한 절정에 달한다. 용의 정액은 인간의 그것과는 크게 달랐다. 양부터 엄청나서 리오나의 자궁을 꽉 채우고서도 흘러넘친다.
무엇보다 담고 있는 생명력, 마력이 달랐다. 짙고 밀도 있는 가스파르의 마력이 리오나의 몸의 중심에서 말단까지 퍼져나간다.
그 파편을 입에 대기만 해도 마음이 충족되고 행복이 차오르는데, 그걸 몸속 가득 채워 넣어지자 하늘을 나는 것 같은 부유감과 탈력감이 몰려온다.
마침내 가스파르가 내 안에…. 한 명의 암컷이자 가스파르의 노예로서의 리오나가 정신적으로도 절정에 달한다. 분명 수정했을 것이다. 틀림없다. 이미 알을 밴 것처럼 정액으로 부푼 배가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마력은 마치 마약처럼 리오나의 뇌를 범한다. 리오나가 모르는 사이에 사고를 타락시키고 의존시킨다. 탐닉과 중독. 이제 그녀가 제 발로 가스파르를 떠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악! 하앙! 하아아아앙!”
가스파르는 정액을 싸면서도 피스톤 질을 멈추지 않는다. 아직 절정에서 내려오지 못한 리오나의 뇌에 계속해서 쾌락을 쑤셔 박는다.
“호옥! 후아앙!”
찔꺽찔꺽, 이미 가득 찬 리오나의 배에서 한층 더 천박하고 쌍스러운 물소리가 난다. 자궁을 뚫고 척수를 지나 뇌를 직접 범해지는 것 같은 쾌락이 전신에 울려 퍼진다.
가스파르는 이제 리오나를 완전히 들어 올려서 팔과 좆의 힘으로만 그녀를 지탱하고 있다. 리오나의 허리를 붙잡고 미친 듯이 흔든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할만한 행동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리오나는 허공에 나부끼며 좆에 꽂혔다 뽑히기를 반복하고 있다.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저 견디고 있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 가스파르가 나 때문에 이렇게 흥분해서…. 사랑해, 가스파르. 날 더 함부로 대해줘. 날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줘….’
피학적인 망상은 멈추지 않는다. 리오나는 한 번 꿰뚫릴 때마다 작은 절정에 달한다.
크고 압도적인 남근에 굴복하는 암컷의 쾌감. 한때 수컷이었던 자신의 모든 것이 으스러져 가는 파멸적 유열.
가스파르의 자지가 다시 부푼다. 절정에 달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더 빠르다.
“하아, 하아…. 리오나….”
가스파르가 리오나의 어깨를 붙잡고 선 채로 등 뒤에서 끌어안는다. 리오나의 하반신의 무게가 오롯이 자지에 실린다.
“허억, 하악, 흐아아아앙!”
처음보다 훨씬 깊숙한 곳에서 남근이 정액을 뿜는다. 자궁구를 열어젖히고 이미 가득 찬 아가방에 한층 더 신선한 정액을 쏟아낸다. 리오나는 쇠 창에 아래에서부터 꿰뚫린 충격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폭력적인 쾌락이 리오나의 사고를 멈춘다. 그 공백을 가스파르에 대한 사랑과 의존이 채운다.
“으읍, 후릅, 츗….”
가스파르가 리오나의 고개를 돌려 입술을 훔친다. 그렇게 위아래로 연결된 채, 배출되지 않는 쾌락이 리오나의 몸속을 끊임없이 맴돈다. 가랑이 틈새 사이로 애액과 정액이 뒤섞인 희고 탁한 액체가 뚝뚝 흘러내린다.
“정말 좋았어. 사랑해, 리오나….”
입을 뗀 가스파르가 리오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아직도 자지를 빼낼 생각은 없어 보였다. 여전히 텅 빈 리오나의 머리가 그의 체온과 사랑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헤헤…. 나도 사랑해, 가스파르….”
리오나가 정액으로 가득 찬 아랫배를 꿀렁거리며 그렇게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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